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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 그대로다. 책은 간단히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 책이다. 아니, 이 말을 빼먹으면 안되지. "잘 짜여진"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표지엔 칼과 시계, 법봉, 권총이 그려져있다. 각각이 상징하는 것이 있는데 칼과 권총은 범행에 쓰인 흉기, 시계는 공소시효, 법봉은 판결, 법을 의미한다. 책의 내용과 딱 어울러져 상징적인 것으로 그려 넣은 것이 절묘하게 들어맞다.
「검찰측죄인」은 말 그대로이다. 탄탄대로를 걷고있는 모가와 검사와 검사가 된지 4~5년밖에 되지않은 신출내기 오키노 검사의 이야기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아니, 무엇일까의 작가의 물음이 등장인물을 통해 독자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묻기도한다. 과거에 살인을 저질렀지만 공소 시효가 지나 처벌받을 수 없는 이, 마쓰쿠라를 모가와는 용서할 수 없다. 대학 시절 귀여워했던 기숙사 관리인의 딸 유키를 살해했지만 유유히 빠져나간 이가 마쓰쿠라이기 때문이다. 모가와는 자신만의 정의를 실현하기위해 지금이 기회다 생각하고 마쓰쿠라를 노부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만들어 처벌받지 못한 과거의 죗값을 치르게 하려한다. 하나의 거짓말로 시작한 것이 빗방울이 옷깃에 떨어지는 것처럼 점차적으로 늘어난다. 마쓰쿠라를 몇 번이고 심문 후 그가 범인이 아닐 거라 생각하는 오카와는 취조하다 자신의 생각과 어긋난 현실에 실망하며 검사직을 관두고 마쓰쿠라의 무죄를 밝히기위해 그의 편에 서는 것이 제 2막인 셈이다.
이야기는 1막에서의 주인공은 모가와로, 2막에서의 주인공은 오키노로 볼 수 있고 각 막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진행되는데 이것이 참 흥미롭다. 마쓰쿠라를 범인으로 꾸미기위해 어떤 일을 저지르게되는 모가와의 행동이 과하다는 생각이 없잖아들지만(굳이 그런 쓰레기를 잡아들이기위해 본인의 안정적인 삶을 포기해야 할 정도인가 싶고), 그의 행동이 이해가 안되지는 않다. 또 모가와를 존경하는 제자 오킨코의 이야기도 맞긴 하지만... 글쎄. 그의 행동에 결국 승자는 누구였을까라는 씁쓸한 물음만이 남는다.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모가와와 오키노, 공소 시효가 지나 살인 고백을 한 마쓰쿠라, 법이라는 것은 참 이상하기도하다. 왜 악한 자를 승자처럼 만들어놓았는지. 벌을 받아야되나 시간이 지나면 살인도 무죄가 다는 건가. 참 개떡같은 일도 다 있다. 이런 것이 현실이라는 것에 한숨이 나온다.
「검찰측죄인」은 사회 고발적인 내용으로 어찌보면 이야기의 흐름은 예상한대로 흘러간다 볼 수 있는데, 작가의 필력이 전혀 지루한 감을 주지 않게 만들었다. 마음을 울리게 만들었다. 작가의 이름 기억해 두어야겠다. 몇 달 전 재미나게 본 드라마 「펀치」처럼 한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면하는 것이 바램이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던 모양이군. 가끔 그런 사건이 있어. 범인 입장에서 보면 악운이 세다고 할까. 목격자가 나오지 않는다거나, 쓸모 있는 지문이 채취되지 않는다거나, 모두 악운이지."
-p. 164
"저는 그런 변호 활동을 하면서 검찰이 정말로 비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들은 원래 정의의 편에 선 조직이죠. 하지만 때때로 정의를 등에 업고 점찍은 상대를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만큼 때려눕히려고 합니다. 일단 폭주함녀 그 상대가 죄를 지었든 짓지 않았든 상관없어요. 권력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목적이 됩니다. 그 순간 공권력은 악으로 변하는 거죠."
-p.458
정의란 이렇게 삐뚤삐뚤하고, 이렇게나 애매모호한 것인가.
-p.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