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사람이 여행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 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 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 뿐이다   (P.10 )

 

 

 

 

 

 

                       차나 한잔

 

 

 

 

                           입을 없애고 차나 한잔 들어라

                           눈을 없애고

                           찻잔에서 우러난 작은 새 한마리

                           하늘 높이 날아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라

                           지금까지 곡우를 몇십년 지나는 동안

                           찻잎 한 번 따본 적 없고

                           지금까지 우전을 몇천년 만드는 동안

                           찻물 한번 끓여본 적 없으니

                           손을 없애고 외로운 차나 한잔 들어라

                           발을 없애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가

                           첫눈 내리기를 기다려라

                           마침내 귀를 없애고

                           지상에 내리는 마지막 첫눈 소리를 듣다가

                           홀로 잠들어라   (P.22 )

 

 

 

 

 

 

                        시각장애인 안내견

 

 

 

 

                           지하철을 탄 시각장애인 안내견 곁을

                           노숙자 한 사람이 낡은 허리를 구부리고

                           손에 든 모자를 내밀며 지나간다

                           아무도 동전 한닢 넣지 않는다

                           전동차는 수없이 문이 열렸다가 닫히고

                           시각장애인 안내견만이 천천히

                           끓었던 무릎을 펴고 일어나

                           천원짜리 지폐 한장을 모자에 넣어주고

                           다시 주인 곁에 앉아 말없이 나를 바라본다

                           동호대교를 달리는 차창 밖에 초승달 하나

                           한강에 몸을 던진다    (P.43 )

 

 

 

 

 

                          배반

 

 

 

 

                             십년 동안

                             꽃 한번 피우지 않은 춘란을 뒷산에 버렸다

                             더 이상 배반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단 한번이라도 꽃 피기를 간절히 기도했으나

                             기도는 언제나 나를 배반하고

                             나는 언제나 기도를 배반했다

                             그래도 혹시 내가 춘란을 배반한 게 아닌가 싶어

                             며칠 뒤

                             봄비가 그친 뒷산에 올라갔다

                             깨어진 화분 틈으로 춘란이 허옇게 뿌리를 드러낸 채

                             꽃을 피우고

                             저 혼자 빙긋이 웃고 있었다  (P.39 )

 

 

 

 

 

 

-                                                          -정호승 詩集, <여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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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21 05:14   좋아요 0 | URL
글을 쓰거나 시를 쓰거나 '-의'를 안 써 버릇해야 더 깊고 넓게 마음을 담아내리라 느껴요.

..

언제나 마음이 나들이를 다니기에, 모든 글도 시도 마음이 쓰겠지요. 마음이 느끼고, 마음이 바라보며, 마음이 꿈꾸는 이야기가 시로 태어나겠지요..

appletreeje 2013-06-21 08:49   좋아요 0 | URL
저도 '-의'를 많이 쓰는 편인데 함께살기님 말씀 듣고 나니
앞으론 신경써서 써야겠습니다.

오늘도 또 새로운 마음으로
나들이를 합니다. ^^

드림모노로그 2013-06-21 08:36   좋아요 0 | URL
에고 나무늘보님, 시들이 너무도 이쁩니다 ^^
이런 시를 발견하시는 나무늘보님의 마음도 보배이십니다 ^^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안치환의 노래인데, 정호승 시인의 시를 가사로 써서
들을 때마다 시를 노래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했답니다 ^^
이렇게 정호승 시인의 시를 접하니 마음도 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appletreeje 2013-06-21 09:15   좋아요 0 | URL
ㅎㅎ 드림님 안치환님 노래 많이 좋아하시지요~?
좋은 시 가사, 좋은 음악들 저도 참 좋아해요. ^^
드림님! 오늘도 맑고, 좋은 날 되세요.~

2013-06-21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2 0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06-22 11:42   좋아요 0 | URL
춘란의 배반이 밉지 않고 미소를 짓게 하네요.

appletreeje 2013-06-22 13:54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빙긋, 웃었어요.~^^

안녕미미앤 2013-06-24 15:12   좋아요 0 | URL
여행........... 가고 싶어요! 잉잉~

appletreeje 2013-06-24 17:00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저도 빨리 여행가고 싶어요, 잉잉잉~ㅋ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고운벗을 생각하는 시간이다.

   어제 비오는 저녁, 친구의 축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택배 노여사님께서 커다란 상자 하나를 주고 가셨다.  드림님께서 보내신 선물이다.

   순간, 찌르르..한 마음을 뒤로하고 약속시간 때문에 열어 보지도 못한 채 외출을 하고

   밤늦게 들어와 오늘 아침에야 상자를 열어 보니 또 후덜덜,~!! 아이쿠머니야...

 

 

 

 

 

 

     이렇게 엄청난 책선물을 보내주시다니...@.@

     상자에서 황급히 책을 꺼내 보니 또 후덜덜..~

 

 

 

 

 

 

 

  사마천의 '사기 세트'이다.

  사마천의 피를 먹고 완성된 절대 역사서 <史記>의 탄생 비화와 파란만장한 사마천의 삶을

  일본 만화의 거장 요코하마 미츠테루의 섬세한 붓끝에서 만화로 다시 살아난 11권의 책.

  이 사기만화를 그린 요코하마 미츠테루는, 우리에겐 <철인 28호>, <요술 공주 샐리>로

  잘 알려졌던 만화가신데 그분이 그린 사기만화세트이다.

 

 

 

 

 

 

 

     아무리 봐도 11권의 책선물이 주는 포스가 엄청나다.

     우선 1권의 비닐을 벗겨 책 내용과 구성을 살펴보니, 이 책의 특징은

     - 130권으로 이루어진 [사기]를 10편의 본편과 1권의 열전으로 재구성.

     - 시대순에 의한 인물 중심 구성.

     - 나라별, 지역별, 서명별 한자 기입.

     - 인물과 이야기에서 유래된 고사성어와 뜻풀이를 각주로 표기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마음은 먹었지만 그 책의 어려움을 잘 아는지라

     차마 접하진 못했는데 (아참, 노빈손의 사기1, <맹상군열전>은  읽었구나..ㅋ)

     드림님께서 작년 딱 요맘때 선물로 받으시어 푹 빠지셨다는 이 인문만화세트를 보내주시니

     드디어 이번 무더운 여름은, 이 책으로 무더위를 확, 날릴 수 있어 신나고 기쁘기 그지 없지만

     한편으론...여러모로 마음을 많이 다치셨을 분이 이렇게 또 좋은 책선물을 보내주시니 새삼

     미안하고 죄송하고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궁, 그래도 보내주신 선물이니 책은 즐겁게 보리라만.

 

     새벽에 앤님의 서재에 갔다가 올려주신 아름다운 사람 하나가 부른다.-라는 페이퍼를 읽으며

     많은 생각에 젖어 들었다.

    "아름다운 사람 하나가 부릅니다,

     당장 길을 나서야겠습니다. "

 

    드림님은 내가 알라딘서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만난 , 책벗이시고 첫사랑 같은 분이다.

    어느날 우연히 드림님의 서재에 갔다가 올리신 서평들이 너무 좋아서, 보기보다 급소심A형인

    내가 그냥 노크를 하고 들어가 마구마구...그 책을 함께 즐겁게 본 공감이나 느낌, 그리고 곁가지

    로 돋아나는 이야기들, 가령 어떤 '책'이라는' 나무' 하나에 대해 서로 좋았던 이야기, 그리고 그

    나무로 날아 드는 새 이야기, 그러면 또 그 새와 함께 놀러온 바람 이야기...그리고 그 나무들이

    한 그루 한 그루 모여 이룬 숲 이야기,같은 그런 고운 이야기들을 재미나고 오순도순 기쁘게

    나누곤 하던 책벗.

    그렇게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서평을 공유하고,  좋은 삶을 함께 지향하던 벗이 최근부터는

    글을 더이상 올리지 않고, 친구의 서재에 늘 가봐도 마치 어디로  멀리 떠나간 듯한 허전함

    에 어느날, 친구 계신곳으로 놀러가 나뭇잎,한 장의 문장을 빌어 내 마음을 살포시 두고 왔

    는데...이렇게 큰 마음의 책선물을 보내주시니..기쁘면서도 안타깝다.

 

    내게 알라딘서재는 복잡한 계약이나 의무의 일을 벗어나, 싱그럽고 향긋한 나무냄새 맡으며

    맘껏 쉬며 놀다가 다시 나의 삶을 그 신선한 공기로 아름답게 치환하고 돌아가는 그런 장소

    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또 나는 아름다운 사람 하나,를 수없이 만난다.

 

 

 

 

 

 

 

   사랑하는 드림님!!!

    보내주신 책들, 정말 진심으로 기쁘고 즐겁게 잘 읽을께요.~*^^*

    감사합니당~~!!! 

 

 

 

 

 

                   세상을 만드신 당신께

 

 

 

                   당신께서는 언제나

                   바늘구멍만큼 열어주셨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았겠습니까

 

                   이제는 안되겠다

                   싶었을 때도

                   당신이 열어주실

                   틈새를 믿었습니다

                   달콤하게

                   어리광부리는 마음으로

 

                   어쩌면 나는

                   늘 행복했는지

                   행복했을 것입니다

                   목마르지 않게

 

                   천수天水를 주시던 당신

                   삶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박경리, <우리들의 시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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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19 13:27   좋아요 0 | URL
일본에서는 명작을 '명작 만화'로 다시 빚는 놀라운 재주가 있어요.
데즈카 오사무 님이 그린 <붓다>도 그렇지요.

선물이기에 더 선뜻 마음을 나눌 수 있구나 싶기도 해요.
즐거이 한껏 누리셔요..

appletreeje 2013-06-19 16:05   좋아요 0 | URL
아, 데즈카 오사무님의 <붓다>도 찾아봐야겠습니다. ^^

예..선물은 결국은 마음을 나누는 일이니까요.
감사합니다. 함께살기님!
즐거이 한껏 좋은 벗의 선물 누리려 합니다. :)

2013-06-19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0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06-19 16:46   좋아요 0 | URL
우와- 어마어마하네요!

appletreeje 2013-06-20 10:09   좋아요 0 | URL
정말~어마어마한 선물 받았어요~^^!!

비로그인 2013-06-19 22:16   좋아요 0 | URL
포스 넘치는 선물 못지않게, 트리제님의 인증샷 '세트'도 걸작입니당.
단계별로 4컷을 할애하신 정성이 놀랍고 다감하여, 아, 트리제님 정말...이란 말이 절로 나오네요.

올 여름 더위쯤은 문제없으시겠어요. 축하(?)해요...^^

appletreeje 2013-06-20 10:38   좋아요 0 | URL
그양.. 마음이 그렇게 시키더라구요.~ㅋ
정말 올 여름은, 저희가족 모두 씨원한 여름이 될 듯 해용.^^

하늘바람 2013-06-20 02:10   좋아요 0 | URL
축하드려요
이런 모습이 바로 알라딘의 맛이죠

appletreeje 2013-06-20 10:3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하늘바람님. ^^
알라딘의 맛~!

안녕미미앤 2013-06-20 14:54   좋아요 0 | URL
민트색 카드가 정말 행복했을 것 같아요.....
세상을 만드신 당신께라는 시, 정말 좋네요! ^^ (퍼갈게요 히히)

appletreeje 2013-06-20 18:21   좋아요 0 | URL
정말 행복했습니다...
고마워요~안녕미미앤님. ^^

수이 2013-06-20 15:07   좋아요 0 | URL
나무늘보님도 어마어마한 선물을 받으셨군요. 흐흐흐.
아 부러우면서도 뭔가 찌릿찌릿해요.
멋저요 두 분의 우정. ^^

appletreeje 2013-06-20 21:35   좋아요 0 | URL
예~어마어마한 마음의 선물을 받았어요.~ ^^
감사해요~ 앤님! :)

보슬비 2013-06-22 11:44   좋아요 0 | URL
책선물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하는것 같아요. 게다가 좋은벗으로부터의 선물은 더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것 같습니다.

모니터 옆에 '체르노빌의 봄'도 눈길이 가요. ㅎㅎ

appletreeje 2013-06-22 13:55   좋아요 0 | URL
예~좋은 벗의 책선물로, 마음이 짜르르..하며 기쁘고 좋았어요. ^^

'체르노빌의 봄', ㅎㅎ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여유기간이 있어서 그런지
늘 볼 책들이 많아서인지, 늦장을 부리게 되는 것 같아요..^^;;;
오늘 저녁엔 꼭 읽어야해요. ㅎㅎ..(내일이 반납일이랍니다..ㅠ.ㅠ)
 

 

 

 

 

 

 

 

오직 성가족성당을 위해서만 바쳐졌다. 가우디는 세속적인 모든 의뢰를 거절한 채 성가족성당을 짓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러는 동안 멀리서 또는 가까이에서 그의 곁을 지켜주던 가족과 친구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났다. 악성빈혈을 앓아온 가우디도 나이가 들수록 병치레가 잦아졌다. 그는 쉰여덟 살에 류머티즘과 통증에 고열, 발진을 동반하는 브루셀라병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여러 질병 탓인지 가우디는 때론 터무니없이 공격적이고 독선적인 주장으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기도 했다.

 인고의 나날이었다. 당시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어 가우디의 병은 점점 악화되었고, 거의 굶다시피한 몸은 바짝 말라 뼈만 남아있었다. 가우디는 매일 아침 추위를 막기 위해 앙상한 몸에 붕대를 감았다. 가느다란 다리를 감싼 그의 바지는 걸을 때마다 깃발처럼 펄럭였다. 그러나 가우디는 개의치 않았다. 어쩌다가 큰 돈이 들어오면 종교단체에 전부 기부했고, 자신은 곰팡이가 핀 옷에 고무줄로 동여맨 신발을 신은 채 건축 현장을 오갔다. 가우디의 머릿속에는 성가족성당밖에 없었다.

 말년에 가우디는 특히 성가족성당의 정면 장식에 심혈을 기울였다. 훗날 로댕이 '지옥의 문'을 제작할 때 합류했던 조각가 시베가 가우디를 돕고 있었다. 가우디는 사람은 물론 닭, 칠면조, 나귀 등  (P.66 )

 

조각의 대상이 되는 모델들을 직접 구해 석고로 떠냈다. 자연은 신의 작품이고, 자연을 그대로 본뜨는 것이 신에 대한 찬양이며 동시에 예술가의 겸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우디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창조를 창조라기보다는 발견이라고 간주했다. 그리고 신앙심 깊은 건축가로서 새 작품을 만드는데 기반이 될 자연 법칙을 찾아내어 창조주와 협력하는 것을 최선의 역할이자 책무로  삼았다.

 "내일은 일찍 오게나. 아주 아름다운 작업을 벌일 계획이니 말일세."

 가우디는 조수에게 간단히 당부하고 산책을 하러 성가족성당을 나섰다. 1926년 6월 7일 오후 다섯 시 삼십분경, 가우디가 늘 오가던 사거리를 건널 때였다. 저 앞쪽에서 전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전차를 피하기 위해 가우디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서다가 갑자기 길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병약하고 노쇠해진 그는 반대편에서도 전차가 다가오고 있었다는 사실를 모른 채 그만 사고를 당하고 만 것이다. 행인들 가운데 행색이 초라한 이 노인을 알아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가우디의 호주머니 속에는 건포도와 땅콩 몇 알만 들어 있었다. 그밖에 신원을 증명할 그 무엇도 지니고 있지 않았던 가우디는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고는 여러 환자들 틈에 끼여 한동안 방치되었다. 자정이 되어서야 신분이 알려지게 된 가우디는 더 좋은 병원으로 옮기자는 권유를 받았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사흘 뒤, 세기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는 74세의 나이로 숨을  (P.67 )

 

거뒀다.

 가우디의 장례 행렬은 4킬로미터나 길게 이어졌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독창적이고 경이로운 상상력으로 자신들의 도시를 새롭게 건축한 천재 예술가를 떠나보내며 숙연해했다. 죽은이를 위한 찬송가 [리베라 메(나를 구원하소서)]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가우디는 성가족 성당의 납골당에 안치되었다.

 

    나에게 점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슬프게도 내 손으로 사그리다 파밀리아는 완성

    시키지 못할 것이다. 내 뒤를 이어서 완성시킬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성당

    은 장엄한 건축물로 탄생하리라.  

 

 

 가우디는 죽기 전 언젠가 이처럼 안타까움을 달래며 말했다. 사실 가우디 최후의 걸작인 성가족성당 건축 과정은 크고 작은 시련들로 점철 되었다. 가우디의 죽음과 스페인 내전으로 건축이 중단되었고, 내전 중에는 납골당이 불탄 데다가 성당 안에 있던 가우디의 작업실이 파괴되고 설계도와 모형도마저 사라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게다가 40여 년간 이어진 프랭코 독재 체재에서는 카탈루냐 지방의 문화가 억압을 받았던 탓에 가우디의 존재가 아예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안토니 가우디는 건축의 성자, 카탈루냐 문화의 수호자, 자연과 인간을 잇는 20세기 독창적인 천재 건축가로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P.69 )

 

 가우디의 말대로 성가족성당은 그가 떠난 지 거의 9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후대인의 손으로 건축 중이다. 애초부터 헌금을 모아 시작한 성가족성당 건축은 현재도 국가나 교황청의 지원 없이 수많은 사람들의 종교적 염원을 한데 모으고 동참을 바탕으로 이뤄나가는 공동 건축 작업인 것이다. 세계 건축사의 큰 별이 될 이 성가족성당은 가우디 사후 100주년이 되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P.70

    

 

                                  / [불멸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건축의 사제 안토니 가우디].

 

 

 

 

                                            -박나정 지음,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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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3-06-18 15:26   좋아요 0 | URL
가우디-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가우디의 건축물을 볼 수 있었으니 전 축복을 받았던 거였네요. 막연하게 화려하고 똑똑하고 상상력을 구체화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사람이라고만 막연하게 그 건축물들 보면서 생각했는데-
이토록 아름다운 사람일 줄은 미처 알지 못했어요.


appletreeje 2013-06-19 04:0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답니다. 아까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사람이 이루어 낸 눈에 보이는
성과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갔던 발걸음 하나하나에
깃들었던 그 아름다운 걸음에 마음이 뜨거워졌어요..
앤님께서는 직접 그곳에 가 보셨다니 한층 더 감회가 새로우셨을 것 같아요. ^^
앤님! 고운 밤 되세요. *^^*

숲노래 2013-06-18 15:41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가우디 님 만난 사람이 있고
책으로 가우디 님 만나는 사람 있군요.
그리고 좋은 이야기와 생각으로
서로서로 아름답게 하루를 일구는
사람들 있겠지요

appletreeje 2013-06-19 04:07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습니다.
이 세상의 아름다운 일들은
서로 즐겁고 기쁘게 공감하고 나누는
행복같습니다. ^^

보슬비 2013-06-18 21:30   좋아요 0 | URL
가우디의 작품들을 보면 놀라워요.
그리고 그의 작품이 후손의 손을 빌어 계속 완성되어가고 있다는 것도 놀랍고요.
정말 그 작품을 직접 보신 앤님이 무척 부럽네요. ㅎㅎ

appletreeje 2013-06-19 04:16   좋아요 0 | URL
예~정말 놀라워요. 가우디의 작품도, 그 후손들이 이어나가는 일들도요.
요즘처럼 뭐든 빨리빨리 완성만 하려고, 그 뜻이나 의미보다는 단지 어떤
특정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밀고나가는 지금의 세상 모습들이 새삼 안타까워요.
ㅎㅎ 저도 앤님이 무척 부러워요.~
보슬비님! 편안한 밤 되세요. *^^*

blanca 2013-06-19 13:10   좋아요 0 | URL
눈물나네요. 이 책 꼭 읽어볼게요.

appletreeje 2013-06-19 16:24   좋아요 0 | URL
예...저도 참 좋았어요.
blanca님! 좋은 날 되세요. ^^
 

 

 

 

 

하얀 십자로에서 유치원 다니는 아이 하나와 세 살쯤의 아이 하나와 출근길인지 아니면 등원길인지

가야할 곳으로 데려다 줄 버스를 기다리다 문득 저 멀리 보이는 다른 산이 보이기도 하고 마을이 아스라이 보이기도 하는 곳을 바라보며 있는데 옆에 아는 청년이 하나 다가와 섰다. '저 길로 가보고 싶어'하자 '그럼 오늘은 저 길로 가보면 되죠?' '하룻쯤은,'. 그래서 우리는 그곳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그곳의 푸른 산과 마을이 텅빈 운동장같은 한낮의 백주에 어슬렁 거리는 한 두마리 개만 보이는 골목에 도착해 다시 길을 여기 저기 걸었다. 작은 아이 하나가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다 이내 멈추기도 했고 이번에는 또 다른 도시로 가는 버스를 그곳에  있는 하얀 십자로에서 다시 올라타고 한참을 달리다 창밖의 거리 풍경과 벙어리같은 무성영화 속을 걷는듯한 무섭게 내려쬐는 하얀 햇빛아래 우리는 어느 곳에 다 함께 내렸고, 또 그 도시의 어느 여자 둘을 만났다. '너희들, 어디선가에서 쫒겨오는 길이지, 잠시 우리 방에서 숨어 있어.'하길래 우리는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한참을 그 집에서 이야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여학생들이 하얀 교복 윗도리와 치마를 입고 와와 달려가는 학교운동장도 바라보다 문득, 아 우리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쫒기고 있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곰곰 생각하고 있을때 창밖에서 어느 여자가 똑똑 웃으며 문을 두드렸다. 창문을 여니 그 여자가 환히 웃으며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말했다. 그 여자는 그 청년의 어머니였다. 코팅을 입히지 않은, 얇은 책받침의 모서리를 잠시 잡고 팔랑, 흔드는 듯한 마치 백주와 같은 꿈을 꾸다 눈을 뜨니 빗속에 어디선가 작은 새소리가 잠깐 들리다 마는..조금 어두운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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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18 06:48   좋아요 0 | URL
더위를 살짝 누그러뜨리는 빗방울 머금은 구름이 새벽하늘을 덮었군요.
꿈속 이야기는 어떤 삶일까요...

appletreeje 2013-06-18 10:17   좋아요 0 | URL
아마...지금 '여기'에서 가끔은 '저기'로 떠나고 싶어하는
그러나 결국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곤 하는 그런 삶일까요?..히히..

수이 2013-06-18 09:19   좋아요 0 | URL
요즘 들어서 꿈을 부쩍 자주 꿔요.
바라는 마음이 강해져서 더 그런 걸까- 싶기도 해요.
단편영화 볼 때처럼 좋은걸요, 나무늘보님 꿈.

appletreeje 2013-06-18 10:18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런 듯 해요.
저는 꿈의 상황이 비교적 구체적인 꿈을 꾸곤 하는데 새벽의 저 꿈은
깨고나서도 하도 어리둥절하여 가만 생각해보니...아마...저의 바라는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투영되었던 듯 하네요. ^^
 

 

 

 

 

 

                          별곡류(別曲類)

                              -아그네스 발차*를 위하여

 

 

 

 

 

                          그대가 CD속에 들어가 부르는 노래는

                          고려적 <청산별곡>과도 같이

                          제가 맘속 깊이 사랑의 고통을 느끼게 합니다

                          그래요,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기다리고 희망하는 영혼의 큰 갈망'을

                          지금 그 노래를 듣는 저로 하여금 알게도 해줍니다

                          "기차는 왜 여덟 시에 떠났나요?"

                          지금도 그 노래를 듣고 있는 내 눈가에

                          그대의 옛모습이 꿈 그림자처럼 보일 듯 합니다

                          내가 떠나온 뒤 그대의 삶의 애처로움이

                          이젠, 죽어도 애처로움이 아니기를 빕니다

                          슬픔을 이기고, 그대여 울지 않기를 빕니다

                          그대 '기다리는 사랑'을 끝내 완수하고 완성하기를

                          나는 기원하고 기도합니다   (P.79 )

 

 

                            * <기차는 여덟시에 떠나네>를 부른 아이리쉬계 가수 

 

 

                    

                                                            -이정우 詩集, <마음의 길>-에서

 

 

 

 

 

 

 

 

 

 

 

    다시 월요일이다.

    그렇지만, 왠지 마음이 차분한 편안함으로 가만히

    앉아 이정우시인의 시집,을 읽는 그런 월요일 아침.

    아침에 문득, 여러 권의 책들을 마음에 두고 펼쳐보다가

    이 책들을 드리고 싶은 분의 얼굴을 생각하고 이 책을

    읽으시며 어떤 마음의 웃음이나, 혹은 저 마음 안쪽에서

    저절로 피어나는 기쁨이나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까,

    조금 걱정도 해보며 이리 저리, 자꾸만 책들의 얼굴만 빤히

    들여다 보았다.

    오늘은 비님이 오신다 하니, 왠지 안심이 된다.

    그런데 왜 오늘은 아침부터 이리도 고운 사람들의 얼굴

    에 선한가, 말이다.

멀리 있는 아름다운 사람도 그립고, 가까이 있는 친구도 그립고

지난 주, 사소한 틈새로 서먹해져 버린 너도 그립고, 신학교의 신부님도 그립고, 주말에

이사를 한 고운 벗도 그립고...요즘 건강이 안 좋아서 잘 안 보이시는 그 분들도 그립구나. 어제

녁미사때 할아버지 신부님의 강론중, '겸손'이란 말의 한자는 '흙'에서 왔다는

겸손이란, 흙처럼 모든 것을 가만히 다 끌어안는 것이란 말씀이 떠오르는 시간, 마음의 길로

 아그네스 발차의 '기차는 여덟 시에 떠나네'를 찾아 들어야 겠다. 비록 아침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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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3-06-17 12:09   좋아요 0 | URL
기다리는 사랑은 슬퍼서 음......

appletreeje 2013-06-17 19:47   좋아요 0 | URL
저도 앤님을 그렇게 슬푸게 기다렸어요... :)

2013-06-17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7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8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8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06-17 13:50   좋아요 0 | URL
한자말 '겸손'은 한국말로 풀면 '다소곳하다'나 '얌전하다'가 되어요.
저는 언제나 '다소곳하다'와 '얌전하다'를 즐겨써요.

생각해 보면, 이런 낱말들 모두 먼 옛날
시골에서 흙 만지던 분들이
즐겁게 빚은 낱말이리라 느껴요

appletreeje 2013-06-17 19:43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댓글을 보고 '겸손'의 한자를 찾아보니 아무래도 그랬습니다.
어제 신부님께서 '용서'란 한자의 깊은 계곡을 덮어주는 뜻도 말씀해주셨는데
땡땡이 신자가 뭔가 듣기는 들었는데...제 맘대로 함부로 페이퍼를 썼나 봅니다. ^^::;

그래도 흙에서 나온 낱말이란 말씀에...안도와 감사함을 드립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3-06-17 16:38   좋아요 0 | URL
아그네스 발차는 그리스 가수로 알고 있습니다만....

appletreeje 2013-06-17 19:51   좋아요 0 | URL
...
저도 아그네스 발차가 그리스 가수라는 것은 얼핏, 알고는 있었는데
그냥 시인의 각주를 그대로 옮기다 보니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

노이에자이트님의 방문에 다시금 감사드리며,
서늘하고 좋은 밤 되십시요. 감사합니다. ^^
그리고, 다시 아그네스 발차의 '기차는 여덟 시에 떠나네'를
듣고 있으니..새삼 참 좋습니다..

보슬비 2013-06-17 19:12   좋아요 0 | URL
제 생일 전후로 장마철인지라 대부분 생일날 비가 많이 내렸었어요. ㅎㅎ
그래서 센티해지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신랑과 가까워지게 된 계기도 생일날 비가 내렸기 때문이었답니다. 생일 턱으로 제가 좀 과하게 마셨었는데, 신랑이 끝까지 저를 에스코트해주고, 그날 비가 왔었는데 굽까지 부러져 난감한 저에게 구두를 내주고 자신은 양말 신고 다녔거든요. (그때 다들 눈치 챘다고 하더라고요. 신랑이 저를 좋아한다는것을...^^;; ) 그 때문에 고마워서 영화도 보고 저녁도 먹고.. 그러다 결혼까지...ㅋㅋ

그때도 지금도 비가 좋아요.^^

appletreeje 2013-06-19 04:46   좋아요 0 | URL
역쉬~비처럼 보슬보슬하고 아름다운신 보슬비님!
신랑님의 사랑에 크게 공감 드리며(ㅎㅎ..저에게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었거든요.)
다시금, 두 분의 아름다우신 사랑에 공감과 더불어, 감탄을 하고 있습니다. ^^

오늘 밤에는 비님이 오신다니..더욱 좋은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