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십자로에서 유치원 다니는 아이 하나와 세 살쯤의 아이 하나와 출근길인지 아니면 등원길인지
가야할 곳으로 데려다 줄 버스를 기다리다 문득 저 멀리 보이는 다른 산이 보이기도 하고 마을이 아스라이 보이기도 하는 곳을 바라보며 있는데 옆에 아는 청년이 하나 다가와 섰다. '저 길로 가보고 싶어'하자 '그럼 오늘은 저 길로 가보면 되죠?' '하룻쯤은,'. 그래서 우리는 그곳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그곳의 푸른 산과 마을이 텅빈 운동장같은 한낮의 백주에 어슬렁 거리는 한 두마리 개만 보이는 골목에 도착해 다시 길을 여기 저기 걸었다. 작은 아이 하나가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다 이내 멈추기도 했고 이번에는 또 다른 도시로 가는 버스를 그곳에 있는 하얀 십자로에서 다시 올라타고 한참을 달리다 창밖의 거리 풍경과 벙어리같은 무성영화 속을 걷는듯한 무섭게 내려쬐는 하얀 햇빛아래 우리는 어느 곳에 다 함께 내렸고, 또 그 도시의 어느 여자 둘을 만났다. '너희들, 어디선가에서 쫒겨오는 길이지, 잠시 우리 방에서 숨어 있어.'하길래 우리는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한참을 그 집에서 이야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여학생들이 하얀 교복 윗도리와 치마를 입고 와와 달려가는 학교운동장도 바라보다 문득, 아 우리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쫒기고 있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곰곰 생각하고 있을때 창밖에서 어느 여자가 똑똑 웃으며 문을 두드렸다. 창문을 여니 그 여자가 환히 웃으며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말했다. 그 여자는 그 청년의 어머니였다. 코팅을 입히지 않은, 얇은 책받침의 모서리를 잠시 잡고 팔랑, 흔드는 듯한 마치 백주와 같은 꿈을 꾸다 눈을 뜨니 빗속에 어디선가 작은 새소리가 잠깐 들리다 마는..조금 어두운 새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