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로 태어나고 싶다, 다음 생에선.
지금처럼 바람이 아닌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소나무.
바람은 자신의 존재가 허무하게만 느껴지니까.
하루에도 백만 번은 달려가 보지만 가지 끝 언저리에조차 향기 한 점 남기지 못하니까.
향기 하나 제대로 품을 수 없는 바람이어서
어제도 오늘도 난 늘 잊는 연습이다.
잊는 연습이란 게 결국은 그리움이란 걸 알아도.
살면서 잘못을 많이 한 걸까.
상처를 많이 주고 살아서 그 죗값을 치르는 거라면 좀 덜 억울할 것 같아.
무언가가 되길 바라는 건 안 할 테니 조금만 시간을 되돌려 준다면
상처 주고 맘 아프게 했던 일들을 거두고 싶어.
다 거두고 나면, 내가 바라는 단 한가지
내 품에 안겨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