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그들이 어떻게 30대에 건물주가 되었을까? - 젊은 투자자들이 건물을 가질 수 있었던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재테크 비결
서울행복지킴이 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서평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약간 특이하다. 부동산에 대한 전략만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계발서적도 아니고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책이다. 그리고 공저로 집필한 책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뭔가 애매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공저로 쓴 책은 각 저자별로 분량의 한계 때문에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기 어렵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자기계발과 부동산 두 가지를 다 넣으려 하다보니 애매해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아주 가볍게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적합할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부동산에 관한 책들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내용이 많이 있다보니 진입장벽이 높은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게 특징이다. 


각설하고 핵심으로 들어가보면, 이 책을 읽고 정말 건물주가 될 수 있을까?

글쎄. 개인마다 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에서 강조하는 전략은 결국 부채를 이용한 레버리지 효과다. 

이 책의 제목을 다시 쓴다면 '평범한 그들이 어떻게 30대에 (레버리지로) 건물주가 되었을까'라고 정정해야 하지 않을까. 


책에 보면 레버리지를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가 되어있으니까.


하지만 잘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성공했지만, 반대로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때 레버리지는 엄청난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 양날의 검이다. 그러니까 신중히 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단순히 건물주 되는게 목표가 아니잖는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나오는게 목표지.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조금 더 보수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p.25

건물 투자에서 개인 투자의 경우 LTV, RTI의 적용기준을 받지만 법인 투자의 경우 좀 더 자유스럽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기관을 잘 알아보면 담보가액의 80%까지 대출로 활용할 수 있다. 20억 원 건물을 자기 자본 4억 원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이다(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부대비용은 제외). 자기 돈이 10억 원이 있다면 50억 원 건물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84m^2 서울 아파트 15억 원 이상은 대출이 1도 되지 않는다(2022년 10월 기준). 그리고 다주택자가 되면 종부세 합산까지 되어 세금에 대한 압박도 크다. 하지만 자기 자본 15억 원을 가지고 있다면 이론적으로 75억 원 건물도 살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p.26

건물 투자의 근간은 땅이고 땅의 가격 안정성은 꾸준하다. 건물 가격이 떨어진다면 대부분 임대차와 건물의 노후화와 연관이 있다. 따라서 땅을 중심으로 건물 투자를 하게 되면 내가 매수한 금액보다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과거 10년 평균 공시지가 데이터만 보더라도 보수적으로 연간 5% 이상은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건물 투자는 땅을 중심으로 하는 투자다. 어떤 부동산 투자보다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보수적인 시각으로 투자하기에도 적합하다. 


p.35~36


p.37

매수하고자 하는 건물 주변 매물의 토지 평단가는 실매물 기준 3~5개 정도를 함께 비교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이전 실거래가 분석을 통해 해당 토지의 평단가가 얼마나 상승하고 있는지도 유추해보는 것이 좋다. 실거래가와 매물가의 상승이 꾸준한 토지가 좋은 입지의 토지라고 보면 된다. 매수자가 많을수록 토지비가 상승하는 그래프를 보이고, 상권형성이 잘 된다는 것은 그만큼 임대차가 잘 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p.38


p.40-41


건축물의 용도가 근생(근린생활시설)인지 주택인지 잘 체크해야 한다. 기존에는 특약으로 매도자는 계약서 작성일 기준, 매수자는 잔금일 기준을 건축물을 매도, 매수한 것으로 판단하여 매도자는 '주택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었고, 매도자는 용도변경 후 근린생활건물로 취득세를 내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2022년 10월 21일 이후 이런 특약조건이 사라져 버렸다. 따라서 주택이 있는 건물 취득 시 취득세 중과세를 부담해야 한다(매수자가 1주택 이상인 경우). 아직도 일부 중개인들은 바뀐 법을 모르고 있어서 계약 후 주택을 용도변경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매수자가 건축물 대장을 꼼꼼하게 체크하도록 하여 부당한 세금 과세를 맞지 않도록 해야 한다.


p.47

건물 투자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어떤 건물을 사야 하는가'가 아니고 '어떤 건물을 사면 안 되는가'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p.54-56



당시 독서실 이용료는 한 달에 10만 원이었다. 100개의 좌석에서 1,000만 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였다. 지출은 총무 2명 월급 60만 원과 운영관리비 및 월세 160만 원이 전부였따. 매출에서 220만 원의 지출을 빼면 순수익이 780만 원이었다.


이 정도 규모에 보증금을 제외한 창업비용으로 6,00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따져 보면 1년 안에 투자한 금액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였다. IMF사태 이후 나라에서 창업대출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던 때라 이미 마련해두었던 유학비용에 대출금을 보태면 창업이 가능했다. 


IMF 사태 이전까지는 주로 50대 이상의 퇴직자들이 독서실을 운영했다. 1998년 IMF 사태 이후부터 경기가 나빠지면서 독서실 투자가 줄어들고 많은 곳이 문을 닫게 된다. 그러한 불경기를 지나 2001년 이후부터는 최신 시설로 인테리어를 한 신규 독서실들은 거의 대박이 났다. 


p.119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임차인의 입장에서 건물을 봐야 한다


내가 원하는 임대료와 임차인이 원하는 임대료가 일치해야 한다. 유동인구, 주변시세, 업종별매출을 분석해보고 '영업을 하면 이윤이 얼마가 되겠구나'를 고민해봐야 한다. 이때 소유자의 관리가 부실해 어떤 건물이 주벼녀시세보다 낮은 임차료를 받고 있거나, 3층 이상의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는 명도와 리모델링을 통해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터 버핏의 12가지 성공 원칙
피터 버핏 (Peter Buffett) 지음, 진정성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서평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피터 버핏의 이 책은 자기계발서다. 고로 다른 자기계발서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에서 말했던것과 비슷한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계발서를 읽는다고 해서 속칭 성공하는 사람이 생기는 건 아닌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기계발서를 멀리하게 된다.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내용을 쓰니까.

듣기좋은 말도 반복하면 듣기 싫어진다는데, 자기계발서 같은 내용은 오죽할까.

 

이 책은 이런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냥 아무데나 펼쳐도 되고, 그리고 중요한 부분은 다른 색깔로 칠해져있다. 굳이 전부다 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내가 이 책을 활용한다면 이렇게 활용할 거 같다.

 

매일같이 이 책을 읽진 않는다. 그 시간에 그냥 자기 일 더 하는게 낫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면 힘든 시간들이 찾아온다. 그럴 때 그냥 책 아무데나 마음가는데로 펼친다. 그리고 대충 마음에 드는 문장 읽는다. 그러고 다시 덮는다. 그래도 잘 안되면 다시 한번 반복한다. 될때까지 반복한다.

 

이 책은 이런 공구용으로 활용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밑줄긋기

p.115

사람들은 대부분 진로를 고민할 때 개괄적이고 어렴풋한 생각에서 출발한다. 소명은 그런 모호한 생각을 나만의 구체적인 능력의 조합과 연결 지을 때 비로소 탄생한다. 나라는 인간의 독창성은 한 가지 재능이 아니라 여러 재능과 성향이 조합되면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p.140

인내란 믿음의 동의어다. 언제일지는 몰라도 운이 꼭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한 것이다. 행운이 찾아오는 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건방진 바보일 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준비하는 것뿐이다. 

 

p.149

대가를 받고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파는 동시에 나의 일부로서 간직한다는 모순을 받아들이는 것은 프로가 되는 과정의 일부다. 소명을 찾는 단게에서 실천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의 일부인 것이다. 

 

p.208

자식은 부모가 거는 꿈대로 살아갈 수도 있고, 자신의 꿈이 이끄는 대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가든 자식은 선택을 내릴 때 부모의 기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묘하게도 부모의 바람대로 살지 않을 때, 오히려 부모의 기대를 생각보다 많이 고려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로그래머가 알아야 할 알고리즘 40 - 파이썬 예제로 배우는 필수 알고리즘!
임란 아마드 지음, 황준식 옮김 / 길벗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아닌 알고리즘 다이제스트입니다. 일반적으로 알고리즘 책 하면 스택, 큐, 링크드리스트 이런 자료구조 파트 쪽만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장바구니 분석, 머신러닝, 딥러닝, 암호화 파트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점이 이 책의 독특한 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책의 내용에서 단순히 재미없는 지루한 예제 설명이 별로 없었다는 점입니다. 최대한 현실에 비유하거나 그에 가까운 사례를 소개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알고리즘 책에서는 그냥 말 그대로 알고리즘의 학술적인 개념을 설명하는데 집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물론 현실에 비유한 예시를 조금 넣어주긴 하지만, 그보다는 주로 알고리즘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단순히 알고리즘이 어떤 것이다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현실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활용 방안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왜" 이 알고리즘을 배워야 하는지 알고 조금 더 흥미를 가지면서 배울 수 있습니다. 


"왜"라는 부분을 아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딩테스트 관련 책들을 준비하고 문제들을 풀다보면, 문제 자체가 어려워서 힘들기도 하지만, 이런 문제를 푼다고 해서 어떤 거에 써먹는거지? 실무에 쓸 수 있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니까요. (물론 코딩테스트를 통과할 정도로 코딩을 잘 하면 당연히 실무에서도 금방금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습니다)


다만, 이 책은 매우 많은 알고리즘을 한 권의 얇은 책에 다루기 때문에 깊이 있게 알고 싶다면, 다른 자료도 찾아봐야 합니다. 이 책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거지, 이 책 한 권을 통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일테니까요. 


한번 알고리즘 마실 다녀온다 생각하시고 보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배워서 바로 써먹는 데이터 분석 with 파이썬
설진욱 지음 / 생능북스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아지는 시기다. 동시에 두려움도 커지는 시기다.

요새는 그러지 않는데 과거에 데이터 분석 교육업체들은 데이터 분석가의 수요가 엄청나다며 광고를 엄청 돌렸고 사람들은 그 광고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실에서 분석가를 얼마나 찾는지 실제로 찾아보라. 정말 수요가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직업'으로서 데이터 분석은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떤 포지션의 업무를 진행하든 사무직의 경우 분석이 들어가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자료를 조사해야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데이터를 보고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보통 이런 과정을 직접 손으로 구글링하고 엑셀에 복사 붙여넣기 하는 과정을 거치곤 하지만, 파이썬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해볼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내용은 이미 입문자 단계에서 거의 알파벳처럼 거의 무조건 가르치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직접 해보냐 해보지 않냐의 차이는 크다. 그리고 이 책은 출간된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몇 년 지난책들이나 블로그 등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실습 대상 사이트의 구조가 달라지거나 하는 등으로 크롤링 코드가 작동 안할 염려가 적다.


나도 입문할 때 그랬지만, 입문자 단계에서 디버깅은 정말 어렵다. 사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면서 강제(?!)로 습득하면 익숙해지지만, 취미로 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학습 자료와 현실 세계가 다를 경우 포기하기 쉽다.  


이 책을 굳이 순서대로 볼 필요는 없다. 그냥 맘에 드는 부분을 골라잡고 해당 부분을 실습하기 위해 필요하면 앞 부분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앞에서부터 보는게 좋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 - 코로나19로부터 배운 것 그리고 미래를 위한 액션 플랜
빌 게이츠 지음, 이영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빌게이츠나 다른 유명한 사람들이 성공한 까닭을 능력보다 태어난 시점에서 찾는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다보면 빌게이츠는 진짜 성공할만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이렇게 방대한 지식을 접해서 소화한 다음 대중서로 풀어낼 수 있는걸까? 보통 코딩을 잘하면 코딩에만 재능이 있고 다른 분야에는 재능이 없거나 적은데, 게이츠는 진짜 말그대로 아웃라이어같다.

 

빌게이츠는 이 책에서 담대한 목표를 제시한다. 6개월 안에 백신 개발 및 보급. 6개월이라는 기간은 사실 어떤 백신이 아닌 일반 제품을 따지더라도 6개월은 굉장히 짧은 기간이다. 그런데 백신을 6개월안에라니... 그렇다면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화되어있어야할지 상상조차 가질 않지만 이미 빌게이츠의 머릿속에는 계산기가 돌아간 상태다. 

 

이 책에서는 두리뭉실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근거자료를 꼼꼼하게 대고 액션플랜을 구체적으로 나열한다. 국가별 사례비교는 물론이다. 

 

마치 한 국가의 정책보고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빌게이츠 정도면 당연한거 아니야?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보고를 받아서 의사결정만 내리는 것과 자신이 학습하고 이해한 뒤 설명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이 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다보면 엄청난 지식과 내용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빌게이츠의 말대로 대비가 될 수 있을까?' 

 

아는것과 행동하는 건 별개고, 개인이 아닌 조직을 움직인다는 건 더더욱 어려운 과제다. 그런 점에서 사실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많이 배우더라도 정말로 미래를 대비하는 시스템 개혁까지 이루어지는지가 내겐 정말 궁금하다. 

 

좀 되어서... 이젠 좀 계속되는 위기상황속에 살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잘 모르겠다.

 

 

 

밑줄긋기

p.16

공부를 할수록 호흡기바이러스 에피데믹에 대한 전 세계의 대비가 얼마나 소홀한지 실감했다. 나는 2009년 신종 플루에 대한 WHO의 대응을 다룬 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다. 이 보고서는 "세계는 심각한 인플루엔자 팬데믹이나 그에 상응하는 세계적, 지속적, 위협적 공중보건 비상상태에 전혀 대비되어 있지 않다."라는 예언에 가까운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에는 준비를 갖추기 위한 계획이 단계별로 상세히 제시되어 있었지만 그중 실현된 것은 별로 없었다.

 

p.35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웹사이트는 전 세계의 질병과 보건 문제를 추적하는 데이터를 모아둔 곳이다. 세계질병부담(Global Burden of Disease)이라는 이름의 이 사이트는 놀라울 정도로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2019년의 경우 204개 국가 및 지역의 286개 사망 원인, 369개 유형의 질벼오가 부상을 추적했다 - vizhub.healthdata.org/gbd-compare/).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 무엇 때문에 아픈지, 이런 것들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이 사이트가 다른 어떤 곳보다 좋은 정보원이 될 것이다. 나는 그런 데이터를 살피면서 몇 시간씩 보내곤 한다.

 

p.36~37

먼저 해야 할 일은 성공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해당 국가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이 그로 인해 사망하는 확률이 얼마인가만 봐서는 안 된다. 

 

노인들은 젊은 사람보다 코로나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통계가 왜곡될 수 있다. 노령 인구가 유난히 많은 국가는 불가피하게 높은 사망률을 보일 수밖에 없다(노령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데도 코로나에 잘 대처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마스크 착용 지시를 어떤 나라보다 잘 따르고 있는 것도 성공의 이유겠지만 다른 요인들도 작용했을 것이다).

 

당신이 주시해야 할 진정한 성공의 척도는 질병의 전체적인 영향력을 포착하는 수치여야 한다. 병원에 코로나 환자가 너무나 많아서 심장마비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졌다면 코로나로 사망한 환자는 물론 심장 마비로 사망한 사람들도 수치에 포함시켜 계산해야 한다.

 

정확히 그런 점을 포착하는 척도가 있다. 이를 초과 사망률(excess mortality)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직접적으로 코로나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은 물론 파급 효과로 사망하는 사람들도 포함된다(국가의 인구 규모를 감안하기 위해 1인당 초과 사망자 수로 표현한다). 초과 사망률이 낮을수록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초과 사망률이 음수인 국가도 있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비교적 적은 데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많아져 교통사고나 기타 치명적인 사망 사건이 적었기 때문이다.

 

p.55

공중보건에서는 '빠르게 행동하라. 하지만 그게 틀렸다면 너는 해고당할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물론 정말로 끔찍한 결정을 내린 사람이 있다면 해고를 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 하지만 힘든 결정을 내리는 관리자들에게는 자유재량이 필요하다. 가짜 경보는 항상 존재하며 그중에서 진짜를 가려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센서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두려움이 타당한 것이었다고 판명되었다면? 멈출 기회가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기로 선택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로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면?

 

센서 같은 사람들이 입수할 수 있는 최선의 데이터를 근거로 직무에 충실한 행동을 했다면, 저간의 사정을 다 알고 난 이후 과거의 오판 가능성을 문제 삼아 그들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은 과도하게 몸을 사리게 하는 비뚤어진 동기가 된다. 행동에 나서는 대신 물러섬으로써 자리를 보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공중보건에 있어서 이런 망설임은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p.122

이제 와서 생각하면 많은 지역이 봉쇄를 하지 않았을 때의 대가가 훨씬 컸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최소한 코로나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회사와 상점이 문을 닫으면서 경기가 나빠졌지만 그런 조치 없이 바이러스가 통제 불능 상태로 퍼져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면 더 나쁜 결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봉쇄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함으로써 경제 회복을 보다 빨리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

 

p.124

학교가 문을 닫으면 학생들은 학업에 뒤처지게 되고 부유한 계층 어린이와 빈곤 계층 어린이 사이의 학력 격차가 기존보다 더 커진다. UN은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면서 1억 명의 학생이 기본적인 학력의 최저 하한선 이하로 떨어졌고,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수년에 걸친 보충 학습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미국의 경우, 흑인과 라틴아메리카계의 3학년 학생들은 백인이나 아시아계 학생들보다 학과 진도가 두 배나 뒤처졌다. 원격 수업 전환으로 백인 학생들의 수학 진도는 1~3개월 정도 늦어진 반면 유색 인종 학생들의 진도는 3~5개월 뒤처졌다.

 

p.144~145

안타깝게도 미국에서는 마스크 착용 거부의 역사가 마스크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우롄더의 획기적인 발견이 있고 단 몇 년 후인 1918년, 스페인 독감 펜데믹이 시작됐고 미국의 몇 개 도시가 마스크 착용을 강제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벌금형이나 구류형에 처해졌다. 도시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1918년 10월에는 '마스크 착용에 저항하는 사람'mask slacker 한 명이 마스크를 쓰라고 종용하는 위생 검사관을 은화가 든 주머니로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위생 검사관은 권총을 꺼내 그를 쐈다고 한다.

 

한 세기가 지나는 동안에도 미국인들의 마스크에 대한 태도가 더 수용적으로 변하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2020년의 시위는 1918년만큼 격렬했고 때로는 폭력으로 치달았다.

 

p.154~155

그해 여름이는 덱사메타손이 입원 환자의 사망률을 거의 3분의 1까지 낮추면서 중증 코로나의 주 치료제가 되었다. 1950년대부터 사용된 이 스테로이드계 약물은 면역체계의 방어력 일부를 억제하는 다소 반직관적인 방식으로 코로나에 작용한다. 

 

왜 면역체계를 억제해야 할까? 감염 초기 단계를 지나면 코로나의 가장 큰 위험은 바이러스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계의 반응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감염 후 5~6일 내에 면역체계가 체내의 바이러스 양을 감소시킨다. 하지만 이후에는 면역체계가 지나치게 활성화된 나머지 사이토카인 폭풍이라고 알려진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혈관으로 하여금 다량의 체액을 여러 주요 장기로 누출시키도록 만드는 신호가 폭주하는 것이다(코로나의 경우 이런 누출이 폐에서 특히 문제가 된다). 이런 혈관 내 체액 손실은 위험한 정도의 저혈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다시 장기 부전과 사망을 유발할 수 있다. 바이러스 침입에 대한 신체의 과민 반응이 당신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덱사메타손은 대단한 성과를 냈다. 효과가 좋았고, 배송이 쉬웠으며, 다른 어떤 대안들보다 저렴해 개발도상국에서도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WHO는 덱사메타손을 임산부 필수 약품으로 취급했다). 효과가 좋다는 것이 입증되고 한 달이 안 돼 아프리카의약공급플랫폼이 아프리카연합 전역에서 약 100만 명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구입했다. 한편에서는 유니세프가 450만 명을 치료할 약물을 사전 구매했다. 영국의 연구진은 2021년 3월까지 덱사메타손이 전 세계에서 100만 명이 넘는 생명을 구한 것으로 추산했다.

 

그렇다고 해도, 덱사메타손에는 단점이 있다. 지나치게 일찍 사용하면 면역체계가 최대의 힘을 발휘해서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아야 할 순간에 면역 반응을 약화시키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합병증이나 기회감염(병원성이 없거나 미약한 미생물이 극도로 쇠약한 환자에게 감염되어 생기는 질환)에 취약해진다. 인도에서 일어난 코로나 2차 파동은 모균증 혹은 털곰팡이증(mucormycosis)이라 불리는 섬뜩하고 치명적인 질병 사례의 급증과 함께 나타났다. '검은곰팡이'라고도 불리는 이 곰팡이가 폐에 있는 사람이 있는데, 면역 반응이 약화되면서 억제되어 있던 이 곰팡이가 활동을 시작해 병을 유발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곰팡이를 보균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문제는 주로 인도에 한정됐다.

 

p.164

계속 강조하는 것은 팬데믹 예방과 세계 보건체계의 전반적인 개선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둘은 서로를 강화시킨다. 전형적인 예를 들어보자. 헤와텔레가 하고 있듯이 세계 보건체계가 산소를 비롯한 의료 도구를 갖추는 일을 더 잘 진행한다면, 더 많은 의료진이 폐렴 및 조산과 같은 일상적인 문제를 다루는 데 필요한 장비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팬데믹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아웃브레이크와 같은 위기를 겪는 동안, 이런 장비와 전문 지식을 이용해서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고 질병이 보건체계를 압도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각각이 서로를 더 강하게 만든다.

 

p.172

코로나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는 이 과정이 훨씬 더 빨리 진행돼야 한다. 미국 정부를 비롯한 자금 조달자들은 임상 1상을 마치기도 전에 임상 3상(대단히 많은 살마이 관여하기 때문에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단계)을 위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비상시에는 과학자들이 중요한 안전 측면을 유지하되 필수적이지 않은 측면에 대한 연구를 미뤄둬야 한다. 목적지까지 가야 할 차를 점검하는 것과 비슷하다. 연비나 눈길에서의 타이어 조향성 같은 것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면이 약간 있더라도 도중에 폭발하지 않고 목적지에 이를 수 있도록 점검하는 것이다.

 

코로나 약물 임상시험 초기에는 미국 내에서조차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나 임상시험 프로토콜에 대한 기준이 거의 없었다. 이로 인해 시간과 노력이 너무나 많이 낭비됐다. 잘못 설계된 여러 임상시험이 같은 제품을 실험하고도 결정적인 증거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로토콜이 만들어지고 특정 장소에서의 임상시험이 승인되었는데 그 장소에서의 감염자 수가 너무 줄어드는 바람에 임상시험을 더 이상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임상시험에 대한 접근법을 미리 표준화시켜서 실험을 적절하게 설계하고, 여러 장소에서 진행하고, 가급적 빨리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한다.

 

p.178

중 저소득 국가 사람들이 사용하는 의약품의 대부분이 복제약 제조업체에서 생산된다. 주로 복제약 제조업체와 협력하는 WHO의 말라리아 프로그램은, 복제약이 없었다면 약을 구할 수 없었을 2억 명의 사람들이 말라리아 치료제를 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추정을 내놓았다. 미국조차 모든 처방전에 기재되는 약의 90퍼센트가 복제약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