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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저번에 '분노사회'라는 책에서 그랬듯,
이 책도 '관용'이라는 덕목으로 살펴볼 것입니다.
제 나름대로 이 책에서 뽑아낸 구절을 읽고 생각해보는 리뷰를
써보려 합니다.
p.16 흐름속에 있는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역사가 자신도 그 속에 있다. 어떤 역사책을 집어들 때, 책 표지에 있는 저자의 이름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출간 일자나, 집필 일자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것이 떄로 훨씬 많은것을 누설한다.
[역사란무엇인가]E.H카 재인용
대부분의 책도 보고서도, 일하는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첫번째 나오는 강렬한 문장이 중요합니다.
유시민씨는 E.H 카를 통해서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인용한다는건 그저 '멋있는'말이어서가 아닐겁니다.
어떤 '의도'가 있을것입니다. 그것을 생각해봐야 할것입니다.
p.22 2012년 대선의 실체는 역사전쟁이었다고 나는 판단한다.
p.22 그들이 문재인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한것은 문화적으로 조금 더 친밀하게 다가오는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p.22 나는 고령 유권자들이 투표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과 시대를 인정받으려 했다고 추측한다.
유시민씨가 낸 2012년 대선에 대한 평가입니다.
신문과 언론에서 엄청나게 말했듯, 2012년 전쟁은 역사전쟁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나름대로 문재인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를
분석해본것입니다. 이 이유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시민씨는
어투에서 볼수 있듯 조심스럽습니다. (청년들 부분에서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라고 했으면 일관적으로 조심스러워보였을텐데, 옥의 티인듯 보입니다)
p.26 대한민국은 박정희의 시대와 김대중, 노무현의 시대를 거쳐 여기까지 왔다. 둘 중 하나만을 긍정한다면 역사와 현실의 절반을 부정해야 한다. 이것이 온전한 역사인식과 현실인식일 수는 없다.
p.27 2012년 대통령 선거는 단순한 정당사이의 권력다툼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관과 인생관의 투쟁이었고, 서로 다른 문화의 갈등이었으며, 서로 다른 역사인식의 충돌이었다.
2012년 대선의 의미에 대해 말을 한것인데 여기까지는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던 얘기와 비슷합니다.
p.30 "당신 역사를 잘못 아는거야!" 이것은 단순한 과거의 사실에 대한 인식과 견해를 비판하는게 아니다.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한 비난일 수 있다. 교학사의 '뉴라이트'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친일파', '극우', '좌파', '종북'이라며 서로를 손가락질하는 감정적, 정치적 공방으로 확산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 책도 그런 감정싸움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감당할 가치가 있는 위험이라고 믿는다.
여기서부터, 유시민씨는 다른 사람들의 일반적 얘기와 결별합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역사전쟁'에 자신도 뛰어들겠다는 것입니다.
정치가 아닌 정치부분에서, 자신의 전쟁을 수행하겠다는 겁니다.
왜 정치가 아닌 정치부분이냐면
역사를 정신적 영토로 봤을때, 이미 굳어진 영토도 있고,
전략적 요충지도 있을텐데, 그 전략적 요충지가 어떤것일지는
프롤로그를 읽어보면 알것입니다.
그런데, 그 전쟁이라는 것이 한 계층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듯,
역사학자들만, 역사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정치권에서도 참여하고, 재야 학계에서도, 일반 시민들도
참여하는것이 지금 이 전략적 요충지에 대한 전투일것입니다.
지금도 그 전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전투는 '현실정치'는 아니지만, '정치'라 부를수 있을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정치가 아닌 정치부분이라 했습니다.
p.41 이승만 정부는 '북진통일', '멸공통일'을 외쳤지만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않았으며 헌법이 명시한 민주주의를 실현하지도 않았다. 국민을 빈곤에서 구해내는 사업에도 관심이 없었다. 국부를 자처했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무능하고 이기적인 '폭력가장'이었을 뿐이다. 국민의 삶은 비참했다.
'역사전쟁'의 서막을 날리는 선전포입니다.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입니다. 그렇지만, 전쟁을 시작한 이상 한쪽 길로 전진해 나가는 겁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역사학자들도 일반 시민들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p.50 대통령이 야당인사를 아무리 미워해도 고문으로 증거를 조작해 국가보안법이나 간첩죄를 덮어씌우는 '고전적인 방법'을 쓰지는 못한다. 다른 혐의로 구석된 사람을 은근히 겁주고 회유해서 받지도 않은 불법자금을 받은 양 야당 정치인을 기소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이 비아냥 거림은 어디의 어떤 사례를 보고 조준하는 것일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이 속에서 분노가 느껴지는것은 확실합니다.
p.60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선포한 임시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한다" 제3조는 "대한민국 인민은 남녀,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하다"였다. 우리 민족사에서 처음으로 민주공화국을 선포한것이다. 우리 헌법이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천명한 역사적 근거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 건국일은 1919년 4월 11일 정부 수립일은 1948년 8월 15일이 된다.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고 하는 '뉴라이트'역사학자들의 주장은 곧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다.
30쪽에서 당신 역사를 잘못아는거야라는 말은 단순한 과거의 사실에 대한 인식과 견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한 비난일수 있다고 유시민씨는 얘기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말은 이 역사전쟁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할것입니다.
p.66 사고하는 역사가는 엄밀하게 말하면 과거의 문제를 풀고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긴급하게 해결을 요하는 문제들 가운데 하나는 우리의 역사성에 관한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 위해서 우리의 역사를 회피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것으로부터 우리를 분리해야 하는 긴장관계를 견뎌내야만 한다.
[역사학이란 무엇인가] 한스 위르겐 괴르츠 재인용
이 말에 대해서는 어떤 토도 달수 없을것 같습니다.
p.75 국가의 정통성은 내부에서 형성된다 내세우는 이념이 무엇이든 국민이, 민중이, 인민이 또는 대중이 그 나라의 국민임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국가의 결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복종할 때, 외부의 침략과 내부의 무질서에 대항해 공동체를 헌신하려는 태도를 보일 때, 그 국가는 정통성 있는 국가가 되며, 자연스럽게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다
유가의 사상이 떠오릅니다. 안에서 잘하면 밖까지 저절로 잘된다는
그런 생각 말이죠. 하지만, 과연 '어떻게'해야 내부의 구성원들이 자발적 참여를 하고 뭉치는지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뒤에 나옵니다.
p. 76 식민지에서 풀려나 만든 신생국가는 적어도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정통성을 가질수 있다. 첫째는 역사적 대의명분이다. 신생 대한민국의 긴급과제는 일제 잔재를 청산해 민족사의 정통성을 세우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조국 광복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한 사람들이 국가를 세우고 운영해야 했다. 둘째는 경제적 효율성이다. 민중을 빈곤에서 해방하고 물질적 삶을 개선해야 국민이 최소한의 기대를 품고 국가에 복종,협력하게 된다. 셋째는 민주적 정당성이다. 헌법에 따라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고 주권재민 또는 인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해 정치적 정당성을 지닌 정부를 세워야한다. 그런데 이승만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오로지 정치적 단맛을 누리는데 몰두 했을뿐,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하지 않았다.
'어떻게'에 대한 3가지 기준을 제시하면서 이승만 대통령과 그 집권세력을 비판합니다. 그 3가지는 역사적 대의명분, 경제적 효율성, 민주적 정당성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3가지가 단순히 신생국에만 적용되는 것일까요? 아닐겁니다. 과거에도 적용되고 지금도 적용되고 언제라도 우리가 민주국가인 한 적용될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잘 생각해봐야 할것입니다. 과거의 역사에서
어떤 것이 잘 지켜졌고 어떤것이 안 지켜졌으며, 지금은 어떤것이 잘 지켜지고 어떤것이 잘 안지켜지며, 미래에는 어떤것이 잘 지켜지고 어떤것이 안 지켜질거란걸 말이죠.
p. 88 4.19는 미완의 혁명이었다. 부정선거 규탄으로 시작해 민중의 힘으로 독재자를 축출하고 새 정부를 세웠다는 점에서는 분명 성공한 정치혁명이었지만 그 혁명을 완성할 능력과 의지를 가진 주체가 없었기에 혁명의 정치적 결과는 기존 정치세력 민주당의 집권으로 귀착되었다. 자유당이 사라지자 정치의 중심은 민주당 구파와 신파의 당내 노선투쟁과 권력다툼으로 옮아갔다.
4.19혁명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 지적하는 부분인데,
뒷부분에서는 그저 역사책을 보는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을 보는것인지 헷갈립니다.
p.89 그러나 4.19가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민중이 궐기해 권력자를 축출하고 정권을 바꾼 위대한 사건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4.19는 신생국가 대한민국이 정통성 있는 국민국가를 향해 내디딘 첫걸음이었다.
4.19는 한계가 있었으나, 뜻있는 사건이었다는 뜻입니다.
우리 역사책 어느곳을 둘러봐도 민중이 궐기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p.92~93 5.16은 단순히 제2공화국을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4.19가 만든 모든것을 파괴해버렸다. 그러나 4.19혁명 그 자체까지 죽여없애지는 못했다.
p.94 그런데 혁명인지 쿠테타인지를 구별하는 기준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5.16의 성격구분에 대해서도 논쟁이 많습니다.
결국 이것은 '역사'의 영역이자 '정치'의 영역입니다.
p.97 5.16당시~벌이게 했다(사실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아서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역사적 팩트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은것을 적어둔 것은 이 책의 실수인듯 보입니다. 아무리 랑케의 실증주의 역사관이 실현불가능일지라도 역사적 팩트가 아닌것을 인용하는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p.99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좋아하는 시민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대상은 사실 그의 인격과 행위가 아니라 그 시대를 통과하면서 시민들 자신이 쏟았던 열정과 이루었던 성취, 자기 자신의 인생일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영화 국제시장 홍보영상을 보면 우리 미래세대에겐 고생하지 않게 해줘야지 라는 의미의 말을 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결국 기성세대는 그렇게 했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열심히 해주셨습니다. 그 열정과 성취를 기성세대는 그리워하고 있는것이 아닌지 유시민씨는 추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