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을 팔다 - 다이칸야마 프로젝트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백인수 옮김 / 베가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점은 책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곳

 

얼마 전 서울역 지하에 있던 서점 철도 문고가 문을 닫았다. 처음 그곳을 들릴 때만 해도 나처럼 열차에서 책을 읽을 책을 고르는 사람들로 꽤 북적였는데, 마지막으로 들렸던 올해 초엔 한 시간 내내 여직원과 나 단 둘 뿐이었다. 열차 시간이 남으면 들려 책을 뒤적이던 기차 한 량 길이의 직사각형 서점이 사라지니 활자매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서점이 일찌감치 고사(枯死) 위기를 맞았다는 말이 새삼스러웠다.


서점은 책 파는 곳이상의 공간이다. 시인이자 철학자인 장석주이 서점은 힘든 인생의 항해에서 등대와 같이 인생의 바른 지침을 주는 책들로 가득했고, 깃발이 찢겨 귀환했을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등대라고 말했던 것처럼 집과 일터 다음가는 3의 공간은 스타벅스가 아니라 서점이다. 그런 서점이, 그 많던 서점들이 이제 거의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19945500여개였던 서점숫자가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해 말에는 1625개까지 줄어들었다. 500평 이상의 대형서점도 200943개에서 2011년에는 25개만 남았으며 현재도 그 폐업 숫자와 속도가 심상치 않다. 몇 안 남은 오프라인 대형서점은 물론 심지어 온라인 서점마저 경영난을 호소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이지 죽어라고 책을 읽지 않는가 보다. 서점이 사라진다는 건 일개 사업장 하나가 폐업하는 정도를 넘어 국가로서 국민의 휴식공간이자 지식공간을 잃어버리는 큰 손실 일진대, 정부는 관심조차 없어 보이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서점들도 살아남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책이 진열된 서점 내부 한편에 생맥주 바를 갖추고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탁자와 의자 등을 배치한 서점 겸 술집도 있고, 소설이나 독립출판물만 모아 파는 서점이 입소문을 타는가 하면 고양이 애호가를 겨냥한 고양이 전문 서점도 생겼다. 이런 변화의 핵심은 책만 팔아서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고객들이 서점에 들어와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만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만든 것인데, 이는 마치 백화점이 매출이 떨어지자 전국의 맛집을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 몰아넣고 고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것처럼 주객이 전도된 듯 어딘지 모르게 책이 천덕꾸러기가 된 느낌이라 마뜩찮다.

 

그러던 차에 읽은 <라이프스타일을 팔다>는 오프라인 서점이 나아갈 방법을 제시해준다. 이 책은 35 평의 작은 동네서점에서 시작해 1,394 개의 프랜차이즈 점포를 움직이는 문화기업 츠타야(TSUTAYA)의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가 쓴 책으로, 창업 후 30년 동안 승승장구하는 츠타야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인 소비자의 문화욕구를 만족시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11년 출간된 이 책은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라는 일종의 서점설립을 위한 기획서다.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에 푸르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약 12,000의 부지에 츠타야의 대형 매장 3곳과 다양한 전문점을 세운 T-사이트라는 공간을 완성하는데 앞서 이 서점이 창조하는 거리에 어떤 생각으로 어떤 시설을 세우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 실제 매장의 형태로 사람들의 눈앞에 나타나기 전에 말로 정리함으로써 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화제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 책의 출간의도 자체가 놀라운 기획이었다.

 

이 책의 결과물로 탄생한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은 전 세계 서점 100여 곳 이상을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 시미즈 레이나가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포르투갈, 일본 등 세계 각지의 아름다운 서점 스무 곳을 소개한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학산문화사)에도 소개된 바 있는 서점으로 이 책에서는 구 야마테 거리 한 켠의 녹음이 우거진 곳에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계절의 변화를 담아내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는 책의 숲이자 도심 속 파라다이스라고 평가했다.

 


 

츠타야는 어떤 곳일까? - http://2bfreeman.blog.me/220389426307

 

 

저자는 츠타야에서 판매하는 것은 CD, DVD, 서적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다.”(58)라고 주장한다. 라이프 스타일은 제품 판매를 위한 기술보다 기업이 세상에 제시하려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고객에게 소유가 아닌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자본을 뛰어넘는 새로운 주체가 되고 있는 요즘, 대여를 고객의 소유라는 개념을 확대시켜주는 서비스라고 판단한 탁월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영상이나 음악, 책은 의식주와 달리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틈틈이 소유하고 싶은 기회는 반드시 존재하는 컨텐츠가 아니던가.


또한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의 주고객을 60세 전후의 단카이 세대를 타겟으로 삼은 저자의 판단도 놀랍다. 1983년 츠타야가 처음 생겼을 때 아낌없는 사랑을 주었던 50~65세의 그들을 프리미어 에이지(premier age)로 명명하고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은 그들을 위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저자의 이러한 타켓 선정은 새로운 국면을 맞은 인구변화에도 맞아 떨어진다. 만약 츠타야가 20~30대를 주고객으로 삼았더라면 매년 1%의 매출감소는 불가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50~70대의 회원 비율이 높아지자 츠타야는 해마다 두 자리 수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당일날 무료로 책을 받을 수 있는 오늘날, 츠타야 서점은 점차 사라져가는 오프라인 서점이 어떤 의미로 존재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렇다면 저자가 찾아낸 고객들이 원하는 서점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도쿄라는 도심 속의 리조트였다.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우한 장소로 리조트가 존재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소속한 사회와 멀리 떨어진 장소에 가서 자신의 주변과 타인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즉,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넓은 바다가 보이는 장소에서, 혹은 푸르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곳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해외의 멋진 리조트를 꿈꾸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80)

츠타야 서점이 보유한 서적은 총 20만 권. 하지만 결코 서적량에 압도당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인테리어를 갖췄다. 대부분의 서적은 성인 남성이 손을 뻗었을 때 닿을 수 있는 높이에 자리하고 있고, 책을 읽기에 딱 좋은 조명, 그리고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의자, 책은 물론 음악과 영상을 독립적으로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서점 내에 있는 스타벅스는 프리미엄 라인인 스타벅스 리저브 원두를 사용해 드립커피를 내고 있다. 한편 츠타야 서점은 판매와 응대라는 서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제안을 서비스화한 전문 인력인 컨시어지(concierge)30여명 운용하고 있다. 이곳에 상주하는 컨시어지는 대부분 해당 분야 직종에 몸담았던 전문가로 도서 선택 뿐 아니라 분야별 전방위 컨설팅을 도와주고 있다. 한마디로 츠타야 서점은 천국이 있다면 아마도 아름다운 서점을 닮았을 것이라던 구본준 기자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곳이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한 가지는 옛날 우리 동네 주변에 있었던 음악CD와 도서를 함께 구비한 비디오대여점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츠타야는 어떻게 30여 년 동안 승승장구할 수 있었을까? 살펴보니 츠타야는 서점이라고 하는 업()의 본질, 그리고 고객에 대한 본질 추구에 매달렸다. 창업 초기 츠타야 매장의 영업은 DVD, CD의 대여가 중심이었다. 대여 매장의 본질은 고객을 대신해 '있으면 좋겠지만 매순간 필요한 것은 아닌 특수한 상품'을 소장해 두는 곳이다. 이런 본질 때문에 심야영업도 시작했다.

저자는 유통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고객을 파악하라. 변하지 않는 고객가치를 간파하는 것이 최우선이다라고 강조한다. 즉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 고객을 얻고 싶다면, 기업은 고객이 생각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것을 창조하고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은 혁신이라고 해서 세계 최초의 시도, 어디서도 보지 못한 센세이션할 만한 것을 추구하지만 사실 고객은 특별히 새로운 서비스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느끼기에 쾌적하고 높은 가치의 서비스를 원할 뿐(25)이라는 것이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전통여관이 아직도 고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클릭 한번으로 책을 살 수 있는 시대, 종이책과 서점은 구물(舊物)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수많은 독자들이 아직도 서점을 찾고 있고 그곳에서 빳빳한 종이책을 손끝으로 느끼며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서점은 단순한 책을 파는 소비공간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이야말로 서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 고민할 때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urans7 2015-08-31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치보이님의 서평을 읽고 바로 주문을해서 읽었습니다.라이프 스타일을 팔다라는 책 제목처럼 참으로 함축적인 책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삶의 경영 철학이 묻어나는 녹록하고도 향기로운 책이었습니다. 이 책 한권으로 행복한 휴가를 보내게 해주셔서 리치보이님 께 감사드립니다.

리치보이 2015-09-21 13: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aurans7 님.

우선 댓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리뷰로 추천한 책을 직접 구매해서 읽어주시고 이렇게 댓글까지...정말 감사합니다. 리뷰쓴 보람을 느낍니다.^^ 말씀대로 올바른 생각의 경영자의 제대로운 책은 만나기 힘듭니다. 놀라움에 앞서 존경감이 드는 경영자는 이런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요, 특히 책을 즐기는 독자로서는 더욱 그렇죠. 들리시면 종종 댓글 주세요.^^

 
나음보다 다름 - 기획에서 마케팅까지, 무엇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홍성태.조수용 지음 / 북스톤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비자의 인식에 차별점을 심어라

 

   한 세대 전만 해도 기업이 슈퍼갑()인 시절이었다. 생산되는 제품이 많지 않던 그때는 제품을 만들기가 무섭게 들었다 번쩍하고 팔려나갔다. 심지어 채 만들지도 않은 제품에다 선금을 주고 예약하는 백색가전이 있던 시대였으니 요즘 재벌은 그 시절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엔 소비자가 수퍼갑이다. ‘필요의 소비가 아닌 욕망의 소비를 하는 소비자에게 기업이 어필하는 방법은 온전히 그들의 입맛에 맞추는 방법 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지금은 불황의 시대가 아니던가. 돈이란 게 참 무섭다. 지갑이 거북이 등처럼 두꺼울 땐 딱 1초만 생각하고 돈을 지르던 소비자들이 껌딱지처럼 얇아지니 좀처럼 돈 꺼내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이런 요즘 어떻게 해야 더 잘 팔릴까하는 기업의 고민에 답은 딱 하나, 차별화뿐이다.

   그런데 너나할 것 없이 차별화를 외치지만 차별화란 게 결코 쉽지 않다. 기능에서 차별화하자니 버튼 50개가 넘는 리모컨 같은 결과가 나오기 일쑤이고, 남보다 한 푼이라도 더 싸게 팔다보니 결국 제살 깎아먹기식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제대로운 차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여기 차별화에 대한 기가 막힌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주당 200달러가 넘던 애플의 주가는 5달러 아래로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었다. 망해가는 애플호의 선장이 된 잡스는 제일 먼저 직원들을 불러 그간 개발 중이었던 애플컴퓨터가 경쟁사보다 얼마나 더 나은지에 대한 브리핑을 듣다가 한심하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이렇게 일갈했다. “경쟁사보다 더 잘 만드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르게 만들 궁리를 하세요.(Better is not enough. Try to be different)."

 

   <나음보다 다름>은 마케터들이 그토록 어려워하는 차별화를 제대로 짚어낸 책으로 잡스의 일갈에 연장선에 있다. 제목에서 보듯 차별화의 정답은 나음이 아닌 다름에 있는데, ‘다름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하는 추가된 의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책 전반에 걸쳐 두루 담겨 있다. 주목할 점은 훌륭한 저자들의 라인업인데, 최근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마케팅 석학이자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의 저자 홍성태 교수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광고 없는 브랜드 월간지로 유명한 <매거진 B>의 발행인 조수용이 함께 썼다. 이론과 실전의 대가들이 만났다는 점만으로도 마케팅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다. 저자들은 차별화는 엔지니어가 아닌 마케터가 만드는 것이고, 차별화의 방법은 아주 작은 차이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술의 차별화는 한계가 있다. 리모컨에 버튼 몇 개 더 추가되는 정도는 더 이상 차별화가 될 수 없다. 그러다간 후발주자에게 흉내만으로 따라잡히거나 뒤통수맞기 십상이다. 하지만 실제가 아닌 인식에 차별점을 둬서 소비자의 마음속에 하나 밖에 없는 제품이라고 인식시킨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러시아의 로모카메라가 좋은 예이다. 로모카메라는 렌즈의 광학적 왜곡이 심한 탓에 의도한 대로 사진이 나오지 않아 기술적으로는 라이카나 콘탁스와 같은 카메라 명가에 비하면 엉성하기 그지없는 카메라다. 하지만 로모카메라는 반대로 생각해 기대하지 않았던 사진이 나온다는 이 단점을 차별점으로 삼자, 그저그런 카메라에 식상한 소비자들이 로모카메라의 특별함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이처럼 의미 있는 차별화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인식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마케팅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아무리 차별화를 꾀했다 하더라도 일정한 궤도에 올릴 강력한 추진 동력이 없다면 소비자의 주목을 얻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진다. 브랜드를 소비자의 시선에서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하는데, 그 경쟁력 요소들은 바로 저가격, 가성비, 기능, 품질, 명성이다.

   즉 차별성에 경쟁력을 더하려면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선도 브랜드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던가(저가격), 선도 브랜드보다 제품의 품질에 충실하되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던가(가성비), 선도 브랜드가 갖지 못한 기능을 첨가할 수 있던가(기능), 선도브랜드보다 훨씬 뛰어난 재질과 제조방식으로 생산해 품질로 승부할 수 있던가(품질), 문화적, 사회적 호감도까지 더해서 명성을 내세울 수 있어야(명성) 한다. 하지만 제품상의 차이를 내세우는 차별화에는 한계가 있다. 더 비싼 값을 기꺼이 치르게 하고, 안 살 것을 사게 만들고, 사고 또 사게 만드는 진정한 차별화는 인식상의 차별화로 완성된다.

 

인식상 차별화의 핵심은 남들이 갖지 못한 독특함을 갖는 것이고, 그러한 독특함을 어필하는 데는 최초(First)'이거나 유일(Only)‘하거나 최고(Best)'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세 가지 방향이 있다.” (151)

 

   소비자의 의식에 차별화를 확실히 인식시키려면 우선 최초(First)를 강조하라. 소비자는 최초이거나 처음이거나, 오리지날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 선그라스 하면 라이방(레이밴Ray ban)을 떠올리고, 비가 오면 바바리(버버리Burberry) 코트를 찾는 것도 이들이 최초이기 때문이다. 해장국집 간판마다 원조를 달고 있지만, 진짜 원조는 하나뿐이다. 또한 소비자는 사회적 동물이다 보니 물질이든 정신이든 신상, 즉 최신의 것을 좋아 한다.

   그리고 인식의 차별화를 꾀하려면 유일(the only)을 강조하라.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가졌더라도 남들도 가졌다면 소용없다. 나만 가져야 남다를 수 있다. 그래서 눈에 띠는 독특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비싸더라도 고어텍스와 같은 남다른 소재를 찾는다. 특히 이케아가구처럼 내가 손수 만든, 나만의 것이라면 더 애착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세 번째 인식적 차별화의 핵심은 바로 최고(the best)의 추구. 우리 제품이 국내 판매 1, 점유율 1위라면 차별화는 따 놓은 당상이다. 소비자는 누구나 잘 팔리는 제품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후광효과를 좋아해서 최고라 불리는 인사들이 좋아하는 제품이라도 최고로 쳐 준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기업이 만드는 장수상품 역시 오랜 기간 쌓아온 기업의 명성을 즐기기에 최고가 된다. 해장국집 간판마다 원조를 달고 있지만, 진짜 원조는 하나뿐이다.

   저자들은 가격, 가성비, 기능, 품질, 명성이라는 씨줄(실제적 차별점)과 최초, 유일, 최고라는 날줄(인식적 차별점)을 교차시켜는 이중적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차별화란 우리 제품(서비스)를 이중적 차별화 전략의 15개 박스 중 어느 쪽에 어떻게 포지셔닝을 해야 다른 점을 인정받는가 하는 게임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이 전략으로 오늘날 차별화되었다고 평가되는 기업들을 대입해 보았더니 희한하게도 적확하게 들어맞았다. 이 말은 곧 차별화를 계획중인 제품(서비스)가 있다면 차별화포인트를 제대로 잡을 수 있는 툴이 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차별점은 무엇보다 지속성(durable)을 갖춰야 한다. 여기서 지속성은 변하지 않는 속성이 아니라 본질은 지키되, 본질의 표현은 소비자의 시선에 맞춰 디자인이든, 커뮤니케이션이든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그 제품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믿음(loyalty)’을 유지하는 것이다.

 

오늘 모든 기업의 화두는 바로 차별화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회의 중 수많은 대화 속에 등장하는 차별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아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그 점에서 수많은 마케터들에게 마케팅 석학과 브랜딩 전문가가 엮어낸 이 책은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차별화를 아예 전직원이 공유하는 회사어로 정하고 회의해 보시길. 상상 이상의 결과를 낼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레임
애슐리 반스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머스크의 힘, 독서

 

   지금 우리 모두가 개인 비행기를 갖고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없듯이 개인 자동차를 갖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던 1900년대 초반, 포드는 1908년 이른바 'T형 자동차생산에 들어가면서 대중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포드의 비밀병기는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한 조립 생산 시스템‘. 도축장에서 돼지가 컨베이터 벨트에 실려 여러 단계를 거쳐 순차적으로 분해되는 과정을 관찰하다가 분해의 역과정으로서 조립 생산이란 아이디어를 얻어 고안해 낸 포드는 이 시스템으로 생산공정 표준화와 합리화를 이룩해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1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였다. 그 결과 1908년 노동자 한 사람이 연간 자동차를 3대를 하던 것이 19대로 늘었고, 그만큼 자동차 가격도 싸져서 그의 말대로 상류층의 전유물인 자동차가 어지간한 봉급생활자라면 누구라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물으면 아마 가장 빠른 말이라고 했을 것이다.” T형 자동차를 출시하며 헨리 포드가 한 말이다. 100년 후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역시 매킨토시가 세상에 나왔을 때 소비자들이 원했던 것은 더 좋고, 더 빠르며, 값싼 MS-DOS 컴퓨터였다.”고 똑같은 말을 한 바 있다. ‘존재하지 않던 시장에서 소비자의 보이지 않는 니즈를 찾아낸 혁신가들은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것일까?



   원래 훌륭한 아이디어는 그것이 익숙한 현실이 되기 전까지 미친 생각이고, ‘미친 놈취급을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2013<타임지>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으로 선정하고, 2014년 현재 <포브스>에 따르면 70억 달러(74,000억원)의 재산을 가진 미국의 중년 사업가 일론 머스크는 현재도 미친놈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멸망할지도 모를 인류를 위해 지구인들을 화성으로 보낼 계획으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어서다.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나요?”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 던진 질문.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내가 일론 머스크 자신을 물론, 주변인물 300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500여 페이의 이 평전에 주목한 이유는 그가 시급 1달러를 받던 남아공 이민자 출신에서 거액의 재산 보유한 거부(巨富)가 된 때문도, 영화 아이언맨의 모티브가 된 실제 주인공인 때문도 아니다. 그가 돈을 좇는 장사치가 아니라 꿈을 좇는 진정한 비즈니스맨이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대학 시절부터 인구 증가와 환경오염, 식량 부족 등의 이유로 지구는 언젠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했고,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 답을 인터넷과 우주, 그리고 청정에너지에서 찾았다. 인류를 화성에 보내겠다는 계획이 서자 그는 바로 실천에 옮겼다

. 스탠퍼드 대학원에 입학한지 단 이틀 만에 자퇴하고 페이팔이라는 메일 결제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하고, 이를 키워 인터넷 경매회사인 이베이에 매각하고 그때 받은 17,000만 달러를 기반으로 자신이 진정 원했던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의 기술로 공상 과학 소설이 펼치는 꿈을 실현하고 눈부신 기계가 생산되는 시대를 향해 길을 닦고 있는 점에서 하워드 휴스보다 토머스 에디슨에 가깝다(37)는 저자의 말처럼 실리콘 밸리의 마피아로 불리면서도 인터넷속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에 집중했다.


   머스크는 화성으로 비행 가능한 로켓 개발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페이스 엑스를 설립,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설립 6년 만에 독자 개발한 로켓 팰컨의 발사에 성공했고, 그로부터 2년 후 민간기업 최초로 우주선 드래곤을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와 동시에 그는 크고 원대한 꿈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작은 꿈을 적절하게 분배했다.

다시 말해 이산화탄소에 의한 환경오염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 회사 테슬라를 설립했고, 201211월 출시한 지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 모델 S<모터 트렌드>가 조사를 실시한 이래 최초의 만장일치로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되었다. 또한 <컨슈머 리포트>는 모델S에 사상 최고점인 100점 만점에 99점을 주면서 지금까지 생산된 자동차 중 최고라는 찬사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해 자동차에 공급하기 위해 태양광발전 사업체인 솔라시티는 태양광 패널을 개인주택에 대여하고 기존 전기세보다 싼 요금을 내게 하는 개인 소유 전력 네트워크 시스템을 사업으로 하는 솔라시티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회사로써 최근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우주선과 전기자동차, 그리고 태양열 개인 발전소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현실화하면서 일으킨 수많은 시행착오 때마다 머스크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공중분해 되었고,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일론은 꿈을 놓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이런 모습에 감동한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수천만 달러를 투자하며 그를 부축했다. 그에 대해 페이지는 이렇게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실리콘밸리나 기업리더는 대게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 따지고 보면 기부를 할 수 도 있고, 쓰고 싶은 대로 쓰고도 남을 만큼 돈이 있는데 별로 이익이 남지 않는 기업에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이유가 있을까요?

일론이 내게 좋은 본보기인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일론은 세상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지? 그런 의미에서 자동차 문제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고 우주 식민지를 개척 해야겠네라고 말합니다. 나는 그것이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설득력 있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일론은 지금 그 목표를 이루려고 사업을 벌이는 거죠. 이 점이 일론에게는 경쟁 우위이기도 합니다.”(505~506

   이 글의 처음에 물었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존재하지 않던 시장에서 소비자의 보이지 않는 니즈를 찾아낸 일론 머스크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것일까? 나는 이 지면에 어울리는 대답을 찾고자 한다. 바로 그의 독서력에 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손에 쥐고 살았다. 동생 킴벌은 형은 하루에 보통 열 시간씩 책을 읽었어요. 주말이면 하루에 두 권도 읽었죠라고 말했다. 가족이 한창 쇼핑하는 사이에 일론이 슬그머니 사라진 일은 수없이 많았다. 어머니나 남동생이 그를 찾아가 가장 가까운 서점에 가면 일론은 서점 구석의 바닥에 앉아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었다.“(54)

<은하수를 여행하는 하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더불어 <반지의 제왕>,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 로버트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등을 즐겨 읽으며 학교 도서관과 마을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조리 읽어버렸던 머스크. 머릿속에 사진을 찍듯 정확한 기억력으로 초등학교 3~4학년 때 백과사전 두 질을 섭렵해 만물박사로 불릴 만큼 그는 대단한 독서광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항상 깊이 생각한다. 그러한 가치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면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나는 돈이라는 것이 사회(다른 사람들)가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흐른다고 생각한다 평소 말했던 일론 머스크. 독서를 통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늘의 일론 머스크를 만든 인류의 화성이주계획은 그가 어릴 때 즐겨 읽었던 공상과학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아니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도 부자가 아니라 장차 인류의 미래에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데에 그가 깊이 고민했다는 점도 깊이 감동했다.

   최근 중국 관광객 덕분에 당장 돈이 된다고 하니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에 HDC(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현대DF(현대백화점), 롯데, 신세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K네트웍스, 이랜드 등 재벌들로 구성된 7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동시대에 사는 비슷한 또래의 사업자들이 벌이는 사업이, 아니 생각이 비교하기 민망할 만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 확실한 이유가 독서를 통한 통찰이 아니고 무엇일까. 내가 한국경제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바라보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의성을 지휘하라 - 지속 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힘
에드 캣멀.에이미 월러스 지음, 윤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지인 집에 놀러가면 꼭 가져가는 선물은 바로 '픽사 애니메이션의 DVD' 입니다. 이유는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터들이 만들다 뒤엎기를 수십 수백 번을 하며 수년을 공들여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선물 효과는 백점!

아이 집임에도 불구하고 놀러간 내내 아이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선물을 만끽하고 있었거든요.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수식어가 생겨난 것도 픽사의 작품들이 있고 난 이후 입니다. 원작을 꽈배기처럼 살짝 비틀어 놓은 디즈니의 전작들과는 달리 장난감(토이스토리)은 물론 쥐(라따뚜이), 물고기(니모를 찾아서), 심지어 곤충 들이 주인공이 되어 두 시간여 동안 관객을 들었다 놨다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픽사는 창의성이 보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관객들이 전혀 상상하지 못한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애플의 i-series가 스티브 잡스가 이룩한 창의적 하드웨어라면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소프트웨어가 아닐까요?

 

재미있는 점은 애플의 제품들 곳곳에는 잡스의 엄청난 입김이 들어간 반면, 픽사의 그것들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잡스는 픽사에 '놀러'와서 그들의 하는 작업을 유심히 살펴보면 코웍Co-work을 통한 창의적 작업을 배우곤 했다는 겁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잡스도 손대지 못한 창의성의 보고 픽사의 모든 것을, 픽사의 창업자 에드 캣멀이 직접 이야기한 책입니다. 읽어보시면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왜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Richboy

  

픽사의 성공비밀은 시스템이다

 

1999485백만 달러의 수입을 일으키며 전작보다 나은 속편의 대명사가 된 픽사의 <토이 스토리2>를 하마터면 만나지 못할 뻔했다. 영화제작 작업 중 기술감독 오렌 제이콥스가 실수로 모든 파일 삭제 명령어를 눌러 2년간 작업한 분량이 모두 날아가 버린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전산 백업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탓에 백업조차 되지 않은 상황.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었다. 이 자료들을 다시 만들려면 직원 서른 명이 꼬박 1년간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참담한 현실에 직면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공동설립자이자 사장인 에드 캣멀Ed Catmull은 즉시 작품과 관련된 주요 인물들을 불러 대책 회의를 소집했고, 천만다행으로 회의중 한 여직원이 출산 이후 집에서 근무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집에 <토이 스토리2>의 데이터베이스를 자동 복사되도록 조치해놓은 것을 알게 됐다. 집에 있는 하드를 가져오는 것으로 문제는 3시간 만에 해결됐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3시간이었다. 인상적인 부분은 픽사의 위기 이후 대처법이었다

.

첫째, 작품 복구. 둘째, 백업 시스템 수리. 셋째, 직원들이 쉽게 파일을 삭제하지 못하게 하는 예방적 제한 조치 강구. 여기서 주목할 점은 명령어를 잘못 입력한 직원을 찾아 처벌하는 것은 우리의 우선순위 목록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230

우리나라의 기업이라면 제아무리 의도가 없는 사고였다 하더라도 재발방지를 위한 본보기식 처벌로 해고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픽사에 실수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은 통하지 않는다. 픽사는 우선 문제 해결에 대한 권한을 위임하고, 이런 문제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원들과 공유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픽사의 위기대처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실패나 위기에 대한 공포의 문화가 번지는 것을 막고, 나아가 집단지성과 집단창의성이 응집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 사건은 창의성과 혁신의 대명사 픽사가 창의조직을 구축하는 방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창의성을 지휘하라(Creativity Inc.)>는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성공신화를 진두지휘해온 에드 캣멀이 30여 년간의 두 기업을 경영하면서 얻은 경험과 통찰을 집약한 책이다. 이 책은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책 읽는 한 해(A Year of Books)’페이지를 신설, 격주로 페이스북에 함께 읽을 책을 추천하고 온라인상에서 토론하고 있는데, 그 중 이 책도 포함되어 있어 최근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책이다.


저자인 에드 캣멀은 픽사의 전신이 된 그래픽스 그룹 시절부터 픽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해온 주역으로 픽사가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 인수합병된 2006년에는, 디즈니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저자는 극단적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와 가장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일하고, 가장 큰 신임을 받았던 경영자이기도 한데, 그 이유는 성공한 기업가 특유의 자만이나 편견에 휩싸이지 않고, 자기 자신과 조직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성찰해서라고 한다.

 

<토이 스토리>로 세계적으로 35800만 달러를 벌어들여 1995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로 기록되고, 오랫동안 꿈꿔온 목표를 달성하자 캣멀은 순간 겁이 덜컥났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성공해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과 순간 쇠락해 하얗게 타버리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도대체 영리한 경영자들이 바보처럼 기업을 위기에 빠뜨리는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실리콘 밸리 기업들을 관찰하면서 느낀 대목은 기업의 흥망성쇠나 기술진보에 따른 업계의 지각변동이 아니라, 외부 경쟁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정작 기업을 파멸로 몰고 가는 기업 내부의 문제들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영자들의 맹점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픽사 사장으로서 예술과 창업이라는 상호충돌하면서도 상호보완적인 동력을 관리하면서 얻은 픽사를 지탱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한 아이디어가 가득 담겼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에는 그들만의 두 가지 창작 원칙이 있다. 첫 번째 원칙은 스토리가 왕이다Story is King'이다. 픽사의 작품제작에 있어 스토리는 기술, 캐릭터 상품화 가능성 등 그 무엇도 끼어들 수 없는 영(0)순위 원칙이다. 관객들은 픽사의 놀라운 컴퓨터그래픽 기술보다 감명 깊은 스토리에 높은 평가를 내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원칙은 프로세스를 신뢰하라Trust the Process'이다. 복잡한 창작 활동 중에 문제에 부딪히고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픽사의 경영진은 이러한 제작 과정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픽사 직원들이 문제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세스를 만들어 프로세스를 따라가면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버티도록 했다.

픽사의 모든 스토리는 조직 내부에서 일련의 도전과 검증 과정을 거쳐 거듭 수정되고 개선되는 작업을 반복된 끝에 완성된다.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 회의라 부르는 이 과정은 스토리와 관련해 재능이 있는, 스토리부서 팀장, 동료감독, 시나리오작가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자문단을 구성해 몇 달에 한 번씩, 감독 및 제작진들이 자문단에게 현재 작업하고 있는 작품의 진행상황을 공개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자리를 갖는다.

이런 자문단 회의는 어느 기업이나 있을 법한 형식이다. 하지만 브레인트러스트는 픽사 제작진 사이에 솔직한 얘기가 오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시스템으로, 피드백 및 개선 과정을 거치다 보면, 스토리가 수십 차례 수정되어 기본 발상만 남고 완전히 새로운 줄거리로 탄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프레인트러스트 회의에서 스토리가 매끄럽게 흘러가고 캐릭터가 마치 살아있는 듯 영혼을 찾을 때까지 솔직한 피드백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이 회의가 글쟁이의 퇴고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브레인트러스트 외에 일일 작업량에 대한 자유로운 리뷰 회의인 데일리스 회의’, 작품을 끝내고 작품의 진행과정과 개선점을 토론하는 사후분석회의등 픽사의 중추신경처럼 존재하는 회의 등이 있는데, 이러한 솔직한 피드백의 프로세스는 직원들이 자기 의견을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유도하는 픽사 경영진의 통찰이 엿보인다.

픽사는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각본을 수차례 완전히 갈아엎고, 새로 구상했다. 대다수의 직원이 밤낮도 휴일도 가리지 않고 불평 없이 계속 일했다. 당시 픽사는 파산 위기에 처한 신생 영화사에 불과했지만, 직원들은 신념을 공유했다.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면 관객들도 보러 올 것이라는 신념이었다. 픽사가 1995<토이스토리>를 시작으로 2013<몬스터 대학교>까지 18 년 동안 총 14편의 장면 애니메이션을 세상에 내놓았는데, <토이스토리>는 속편이 나오기까지 4년이 걸리기도 했다. 내놓은 작품마다 전 세계에 걸쳐 이른바 대박을 치는 데에는 스토리와 작품성 그리고 기술력과 상업성에 이르는 전 과정에 스스로 만족할 때 까지 솔직한 피드백을 거듭하는 픽사의 완벽에의 충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픽사의 창조적 사업의 핵심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캣멀은 사람(직원들의 근무습관, 재능, 가치)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에 있다고 단언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사람에게 나온다. 사람이 없으면 아이디어도 없다. 따라서 사람이 아이디어보다 중요하다. 아이디어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아이디어는 종종 수십 명이 관여하는 수만 가지 의사결정을 통해 형성된다. (중략) 사람들은 극장에서 나오면서 말하는 장난감들만 나오는 영화라니 신선한 아이디어군하고 말하지만, 영화는 하나의 아이디어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영화는 여러 아이디어의 집합체다. 이런 아이디어들을 구상하고 현실로 구현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모든 제품이 마찬가지다.” 116~117

픽사의 성공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한 명의 창의적인 천재가 아니라, 내면에 숨은 창의성이 자연스레 발현되도록 만드는 기업의 시스템과 작업 환경에 있음을 잘 말해준다. 그리고 근저에는 경영자는 직원들을 신뢰해야 하고, 직원들의 공포를 유발하는 요인을 잘 파악해서 그것이 무엇이든 제거해야 한다CEO 에드 캣멀의 경영철학이 깔려 있다. 창의성의 거의 모든 사례와 통찰이 담긴 책, 마크 저커버그의 선택은 탁월했다. 책의 말미에 담긴 픽사가 건전한 창의적 조직문화를 창조하고 보호하기 위해 수년간 개발한 창의적 조직문화를 관리하는 법은 이 책의 독자만이 만날 수 있는 에드 캣멀의 비기(秘技)이다.

바로가기- 애플을 버금가는 창의적 애니메이션 기업 픽사의 '창의적 조직문화를 관리하는 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상하지 말라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진짜 욕망을 보는 법
송길영 지음 / 북스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빅데이터 속, 소비자의 욕망을 찾아라

 

어느 날, 미국 할인매장 타켓(Target) 매장에 한 학부모 남자가 들어와 다짜고짜 화를 냈다. 이유는 이제 겨우 고등학생인 딸에게 아기옷과 아기침대 등 출산용품 광고 메일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점장은 마케팅팀의 실수라 생각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얼마 후 그동안 딸이 임신 사실을 숨겨온 것을 알게 된 아버지는 다시 마트에 찾아와 사과를 해야 했다. 도대체 부모도 모르고 있던 사실을 타겟은 어떻게 알고 광고 메일을 보낼 수 있었을까?

월마트에 이어 미국 할인유통업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타겟은 수많은 고객의 구매 이력을 분석해 임산부가 보이는 특이 패턴을 찾아내는 예측 모형을 가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여고생이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줄이고 건강식을 먹는 임산부들의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이를 감지하고 출산용품 광고 메일을 보냈던 것이다. 한마디로 아버지조차 몰랐던 사실을 딸이 소비한 데이터 흔적이 말해 준 것이다.

현대에는 수많은 미래학자와 트렌드 전문가, 경제학자들이 자신만의 예측도구로 무장하고 어떤 비즈니스가 뜰지, 누가 대통령이 될지, 어떤 트렌드가 세상을 지배할지에 대해 각자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백인백색(百人百色) 사람의 욕망을 읽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제각기 달라서 샘플링으로 전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누가 한국에서 가장 예쁜가?’ 요즘 잘 나가는 맛집? , ‘놀기 좋은동네는? 갤럭시와 아이폰 중 무엇이 더 스마트한가? 등 정답이 나와 있는 사실(fact)’이 아니라 각자의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이 아니던가. 최근 사람들의 욕망을 날것 그대로 읽을 수 있는 방법이 나왔으니, 그것이 바로 빅 데이터(big data)’.

 

<상상하지 말라> 사람의 마음을 캐는 사람(Mind Miner)'로 잘 알려진 다음소프트 부사장이자 저자인 송길영이 데이터를 통해 통찰을 얻는 과정과 사람들이 원하는 진짜 욕망을 파악하는 법을 전한다. 저자는 소비자의 진짜 욕망을 보고 싶다면 어설픈 상상을 버리고 철저히 관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빅데이터가 화두다. 데이터는 일종의 경험치, 데이터(경험)을 분석해 의사 결정에 참고하는 건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인간이 옛날부터 해왔던 일이다. 오늘날은 수천억에 달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를 뽑아내는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빅 데이터 자체는 아무리 많아도 데이터의 흔적일 뿐, 쌓여도 아무것도 아니다. 그 데이터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무늬, 패턴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저자의 일은 소셜미디어라는 광산에 산재된 수많은 빅데이터 속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패턴들을 해석해서 사람의 마음과 욕망을 캐내는 일종의 광부(miner).

 

기업과 개인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것을 밝히는 것이 나의 일이다. 인과관계를 밝히고자 하는 나의 도구는 데이터이며, 그 대상은 사람의 마음이다. 현 인류는 기록을 하는 존재(Homo Scriptus).

특히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마음껏, 혹은 생각지도 못한 채 기록한다. 140자 이내의 짧은 내용으로 작성되는 트위터만 하루에 5억 건 이상 생성되며, 그중 한국어를 포함하는 것만 해도 일평균 500만 건, 최대 650만 권에 달한다. 이제는 어느덧 전통적 미디어처럼 느껴지는 블로그 또한 1년에 한국에서만 수천만 건 이상의 글이 작성된다. 이처럼 방대한 양의 소셜 빅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우리네 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14~15쪽  

저자의 데이터 통찰력은 탁월해서 삼성그룹을 포함한 국내외 기업들이 저자를 불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저자는 10여 년 동안 빅데이터를 읽으며 수행한 실제 컨설팅 사례들과 함께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가치 있는 대안을 찾아내는 법을 이 책에 담았다. 수많은 데이터흔적에서 도출된 현대인의 마음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들이어서 빅데이터가 던지는 통찰들에 번번이 허를 찔린다.

 

쇼핑몰 푸드코트에 전국 맛집이 들어선 이유

여성에게 쇼핑은 놀이이고, 남성에게는 중노동이다. 여성은 걸으면서 무엇을 살지 고민을 하고, 몇 시간에 걸쳐 둘러본 후 한 곳을 골라 제품을 산다(어처구니없게도 안 살 때도 많다. 물론 난, 남자다) 이처럼 동선이 길어지다 보니 당이 떨어지고 촐촐해진다. 생크림 가득한 커피와 도너스, 아이스크림 등 온갖 단 것들이 곳곳에 산재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쇼핑몰의 백미는 F&B(Food and Beverage), 이른바 푸드코트다. 그런데 최근 여기에 놀라운 변화가 생겼으니 바로 전국의 맛집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맛집 찾아 전국을 누비는 덕후들이나 느끼던 맛을 쇼핑하면서 누릴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아닐까.

실제로 약 13~17% 사이를 유지하던 쇼핑몰 음식 매장이 최근 30%까지 증가했는데, 그 이유로는 쇼핑몰의 면적이 많이 넓어진 것도 사람들더러 일부러 음식 먹으러 쇼핑몰로 나오라는 유인책이 숨어있었다.

 

이것만 봐도 세상이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예전의 백화점은 옷으로 꼬시고 지하 식품관으로 이익을 취했다.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식품관이 비록 이문은 적어도 다른 매장을 순환시키는 유인책이 되었다. 푸드코트가 맛집이 된 이유다.” 29

     쇼핑몰이 고육지책으로 전국 맛집으로 푸드코트에 입점시킨 이유는 입어보고 제품의 디테일은 오프라인에서 다 해놓고 물건은 온라인에서 사는 쇼루밍showrooming 족이 늘어나면서 매출 제고가 점점 불확실해져서라고 한다. 게다가 구글 글래스 등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가 현실화되고 상용화 된다면 오프라인 쇼핑몰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

이미 신사동 가로수길의 패션 매장들은 십수억 원의 권리금과 수천만 원의 월세를 감안할 때 매장을 프래그십 스토어로 운영할 뿐 옷을 팔아서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저자는 백화점 역시 쇼루밍족들 때문에 입접 업체로부터 판매수수료가 아니라 고정된 월세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진단한다. 나아가 우리의 삶을 도와주기만 할 것 같던 스마트함이 기존 산업에 위협이 되기 시작했다며, 인터넷과 과학기술 발달 등의 변화를 이해하고 대비할 수 없다면 당신의 비즈니스는 스마트의 역습 앞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한국의 싱글들은 몇 인치 TV를 살까?

어느 가전기업이 1인가구를 위해 통큰 TV'를 내놓았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라 하면 왠지 모든 게 작을 것 같고 주머니 사정도 가벼울 것 같아 사이즈는 40인치 이하이고, 가격은 50만 원 부근의 TV를 출시했는데, 나오자마자 다 팔렸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TV의 고객은 싱글이 아니라 모텔 주인이나 멀티방이었다.

 

그렇다면 싱글들은 무엇을 살까. 300 만원짜리 70인치 모니터를 산다. 이쯤 되면 당연한 의문이 떠오른다. 싱글들은 빠듯한 수입을 쪼개서 왜 이런 제품을 살까? 언뜻 봐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들의 일상을 보면 답이 나온다. 이 커다란 모니터로 보면 많은 것들이 실감난다. 게임도 그렇고, 화면 속 그녀들도 그렇고,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동영상을 보는 게 낙인 사람들에게는 매우 인 제품이다.” 39

     한마디로 싱글들은 TV를 산 것이 아니라 실물 크기를 느낄 수 있는 기계를 들인 것이다. 그만큼 외롭게 지내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이처럼 싱글들의 생활패턴을 확인하면 그들이 고가의 모니터를 사는 이유가 납득되지만, 기업이 무엇을 상상하든 실제로는 다를 수 있다는 걸 잘 말해주는 사례다

 

 

직장을 빨리 그만둘 사람을 면접에서 가려내는 법

인사부서에서 가장 골머리 앓는 존재들은 바로 '1년 이내에 그만둘 직원이다. 고용하는 데 돈 들고, 직무교육을 하는 데 또 1년이라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게 투자해서 이제 좀 일할 만하면 그만두곤 하니, 기업으로서는 드러난 손실도 크지만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정이 이러하니 기업은 빨리 그만둘 사람을 가려내고 싶어 한다. 입사한 다음에는 이미 늦으니 면접 때 몇 가지 질문으로 알아차려야 한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조성준 교수는 기업들의 내부 데이터를 분석해 '빨리 그만둔 직원들의 패턴'을 파악해보니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

 

첫째, 멀리 사는 사람. 왜냐, 한국의 신입사원들은 일찍 퇴근할 수가 없다. 부장님 과장님 대리님 다 퇴근한 다음에 그들이 내준 과제까지 마무리하고 나면 오밤중인데, 신입사원이라고 출근은 또 일찍 해야 한다. 안 그래도 힘든데 출퇴근에 4시간을 쓰고 나면 잠을 못 자니 체력이 달려서 오래 못 다닌다. 둘째, 집은 가깝더라도 통근수단이 애매한 사람들은 빨리 그만둔다. 버스를 세 번 갈아타야 하면 관둔다는 것이다. 셋째, 조직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반대로 5개 이상의 소셜 네트워크에 가입한 사람들은 위험하다. 넷째, 질문이 많은 사람들은 빨리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 다섯째, 지나치게 감성적인 사람들은 충동적으로 그만둘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당신이 인사담당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런 후보자는 아예 뽑지 않겠는가?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는 없겠는가? 실제로 재미있는 점은, 이런 데이터를 인사과가 아니라 오너 경영자에게 보여준다면 그는 기숙사를 짓거나 통근버스를 준비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의사결정의 레벨이 다르다. 왜냐, 자기네 회사 근처에 사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면 좋은 직원이 몇 명 안 모인다. 이들만 뽑으면 그 회사는 망한다. 그러니 인재를 얻기 위해 좀 더 큰 지원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의 고충을 해결해주면 쉽게 그만두지 않을 테니 말이다. 같은 결과를 두고도 판단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데이터는 힌트만 줄 뿐 답을 주는 게 아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찰은 결국 인간이 만든다.

 

 

빅데이터가 전부는 아니다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빅데이터로부터 추출된 흩어진 키워드들을 어떻게 의미 있는 문장으로 엮어내느냐는 온전히 사람의 몫이다. 그렇다면 데이터 흔적들을 통찰의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그들은 누굴까? 바로 변화하는 상식을 계속 찾아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 ()이 발달하고, ()도 뛰어난 사람들이다.

비즈니스북 저자 이병주는 <>이라는 책에서 “‘을 가진 기업, 즉 미세한 변화나 아주 작은 움직임이 커다란 트렌드가 될 수도 있음을 동물적으로 느끼는 기업, 지금 유행이 갑자기 새로운 것으로 뒤바뀔 조짐을 간파할 수 있는 직관을 가진 기업이 시대를 지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품질과 기술수준을 높이는 것으로는 이제 부족하다. 모든 것을 이미 가진 소비자에게 수요를 부추기는 방법은 새로운 욕망을 일으키는 방법 밖에 없는데,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영역을 뛰어넘어 몸으로 느껴 직감한다는 뜻의 촉은 기업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에게도()’이란 게 있다. 순간적인 판단, 나아가 통찰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전문가에게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전문가가 아닌데도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모금만 마셔도 그 커피가 좋은 커피인지 아닌지를 금방 안다. 무언가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은 이미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어떤 신곡을 듣고서 , 이 노래 뜨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거나, 갓 데뷔한 신인을 보고 저 신인 아마 스타가 될 거야같은 순간적인 감을 갖게 된다. 이처럼 우리에게도 이 있다. 문제는 그 순간 판단이 정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왜 어떤 사람은 빠르고 정확한 데 반해서 어떤 사람은 느리고 부정확한 걸까? 과연 일반인도 훈련을 통해 정확하고 순간적인 판단 능력을 가질 수 있는가? ‘통찰은 뼈를 깎는 노력과 숙고와 고뇌의 산물이다. 

팔지 마라, 배려하라

저자는 결론적으로 팔려고 하지 말라. 그러면 팔 수 있다고 말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희귀해야 가치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번째 이유는 우리 비즈니스의 목적은 판매가 아니라 배려에 있기 때문이다.

 

이거 샀어? 그럼 저것도 사. 왜나면 당신과 똑같은 프로파일 가진 사람이 저것도 샀거든.’이라고 제안하는 것이 CRM이다. (중략)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거 사려고? 사지 마. 당신에게 안 좋아. 그것 말고 저걸 사라고 제안해야 한다고 본다. 필요하다면 심지어 옆 가게 물건을 사라고까지 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당연히 고마워할 것이다. 즉 우리가 데이터를 분석해서 사람을 이해하려는 목적은 판매가 아닌 배려여야 한다.

은행의 PB가 고객에게 상품을 강권하지 않고, 한 술 더 떠서 가입을 말린다고 해보라. ‘회사에서는 많이 팔라고 하지만 이 상품은 당신에게 안 맞는 것 같다고 하면 그때부터 당신을 믿고 펀드를 살 것이다. 반면 시도 때도 없이 쫓아가서 펀드 사달라고 조르면 믿음이 쌓이지 않는다. 상대방을 위해 ‘No'를 말할 때 신뢰가 쌓이고 롱런할 수 있다. 고객의 사정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나의 매출도 오르는 것이지, 고객의 주머니를 털어 나만 돈 벌 수는 없다. 기업에 두 번 당하는 고객은 없다. 248~249

 죽어라고 빅데이터를 읽어댄 저자는 그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을 읽었고, 그것을 풀어낸 답은 결국 배려였다고 말한다. 소비자의 흉금을 울리는 감동은 진심이 담긴 손짓 그리고 한마디였다. “당신이 지금 알고 있는 상식이란 것들은 더 이상 상식이 아니다. 현실을 보는데 장애물일 뿐이다.” 이 책으로 당신의 상식을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가 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