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감옥 - 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힘
니콜라스 카 지음, 이진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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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자동화 기술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2010년 10월 9일, 구글은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들’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레이더와 수중 음파 탐색기인 소나 송신기, 동작 탐지기, 비디오카메라,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 수신기를 장착한 구글의 무인 자동차는 주변 상황을 세세하게 감지하고 운행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운전자들이 실제 도로 주행 시 접하는 수많은 돌발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복잡한 인간 세상에서 컴퓨터가 과연 인간이 내렸던 모든 결정을 대신할 수 있을까? 만약 무인자동차에 운전을 맡기고 잠이 들었는데 사슴이 뛰어들었다면 핸들을 옆차선으로 피하도록 설정해야 할까, 아니면 자동차의 안전을 위해 직진해서 사슴을 치도록 해야 할까? 무인 자동차가 접하게 될 수많은 법적, 문화적, 윤리적 문제들도 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가 조종하는 자동차가 사고를 일으켜 사상자가 발생했다면, 이러한 과실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자동차의 소유자에게 있을까, 소프트웨어를 만든 프로그래머들에게 있을까?

 

기술의 자동화로 우리의 생활은 더 편리해졌고, 잡다한 일에 대한 부담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제한된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거나, 또는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일도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동화 테크놀로지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은 편리해졌다고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베스트셀러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이자 디지털 사상가 니콜라스 카는 지난 10여 년간 디지털 기기에 종속된 인간의 사고방식과 삶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끊임없이 성찰했고, 그 결과물로 <유리감옥>라는 책을 썼다. 저자는 이 책에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저자는 인터넷, 인공지능, 웨어러블 디바이스, 빅데이터 등을 통해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동화 테크놀로지를 잘못 사용하거나 맹신한다면 기술이 준 편리한 삶은 우리를 가둬두는 감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로봇 청소기처럼 일상생활 속 기계들은 물론 의료, 항공, 전쟁 등 우리 사회 전체를 뒤덮은 자동화의 이면을 똑바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3년 미국연방항공국(FAA)은 항공사들에 일제히 안내문을 발송했다. ‘적절한 때에 조종사들에게 수동 비행을 홍보할 것을 권장한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연방항공국은 조종사들이 자동조종장치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비행기를 비정상적 상태에서 신속히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실제로 2009년 콜건항공 소곡의 여객기 Q400는 비행기의 추락 위험을 알리는 실속 경고에 조종사들이 자동조종이 중단된 조종간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고, 통제력을 잃은 비행기는 지상으로 추락했다. 같은 해 일어난 에어프랑스의 에어버스 A330기 역시 실속 상태에 빠진 비행기를 제대로 수동 조종하지 못한 조종사들의 과실로 인해 대서양 한복판에 떨어졌고, 승무원과 탑승객 228명 전원이 사망했다. 무엇이 조종사들의 조종 능력과 대처 능력을 빼앗아갔을까?

 

인간의 삶 깊숙이 파고든 자동화는 “소프트웨어는 수많은 변수들을 헤아려 가장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중요하지만 불안한 질문을 던진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기계에 모든 통제권과 선택권을 넘긴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편 저자는 자동화 테크놀로지를 비판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 자동화가 우리의 삶에서 행복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과 만족감은 실제로 세상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직접 할 때 얻을 수 있는데, 우리의 주의 집중이 온통 컴퓨터 스크린과 스마트폰 액정에 향하는 바람에 세상과 동떨어지게 되고, 그것이 삶의 행복과도 멀어지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자동화에 대한 경고를 접하면서 드는 의문은 그렇다고 1811년부터 1816년 사이에 영국의 중부와 북부 직물공업지대에서 일어났던 러다이트 운동처럼 야밤에 기계화 공장을 급습해서 기계를 파괴할 수도, 기계화된 세상을 거부하며 눈 가리고 귀 막으며 살 수도 없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스며드는 스크린의 공습에 나도 모르게 젖어버린 사람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 이은 디지털 사상가 니콜라스의 경고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얻도록 해주지만, 내가 누구인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차단하는 자동화에 대한 각성을 심어준다. 지금은 스스로에게 “나는 기술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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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티의 기적 - 코카콜라가 감동한
세스 골드먼 & 배리 네일버프 지음, 이유영 옮김, 최성윤 그림 / 부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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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예비창업자의 필독서

 

“장사를 밥벌이로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날마다 자기 자신과 가족, 친구와 고용주에게 뭐든 팔면서 산다.” 베스트셀러 작가 필립 델브스 브러턴이 쓴 <장사의 시대>에서 한 말이다. 인생은 세일즈와 많이 닮았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쓴 <파는 것이 인간이다>라는 책도 있듯 우리는 살아가며 모두 무엇인가를 팔고 사며 살고 있다.

문제는 설득하고 잘 팔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드물다는 점이다. 비즈니스의 쉬운 말은 장사다. 삼성, 현대, LG, 두산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시작도 장사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장사란 것이 누구나 차릴 수는 있지만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국내 창업시장을 지켜보면 마치 4년 마다 수백만 마리가 떼를 지어 미친 듯 낭떠러지로 달려 바다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하는 레밍 쥐떼의 집단적 공황을 연상케 한다. 매일 수백 개의 점포가 문을 닫고, 그만큼의 숫자가 창업을 한다. 하지만 살펴보면 망할 것이 뻔한 업종의 아이템을 갖고, 안 팔릴 것 같은 자리에 문을 연다.

 

경제활동인구의 28.8%로 800만 명이 자영업자로 이미 포화상태가 된 대한민국.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소상공인 57% 이상이 평균 순이익 100만 원에 못 미치고, 창업 후 2년 내 50%가 폐업을 한다. 또한 자영업자 중 80% 이상이 주말 없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근무를 하고 있다. 창업을 하면서 이미 전 재산은 물론 대출까지 받아 ‘올인‘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장사가 안 된다고 쉽게 문을 닫을 수도 없다. 더욱 우울한 것은 늘어난 수명에 비해 정년퇴임 시기는 빨라진 우리나라의 형편을 볼 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하고 또 망하는 악순환이 앞으로 30년 동안 끊임없이 이어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나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장사의 성공확률을 높이고 싶다면 창업 전에 창업 관련서를 충분히 읽으며 공부하라고 권하고 싶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면 관련서 백 권을 읽어라. 그러면 저절로 최고가 되어 있을 것이다.”는 말이 있다.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많은 독서가들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조언이기도 한데, 이 말은 창업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읽을 책도 잘 골라야 한다. 나는 창업에 대한 경험조차 없는 책상물림들이 저마다 ‘창업전문가’입네 하고 대박집, 쪽박집 운운하며 예비창업자들을 우롱하는 창업관련서보다 기업의 성공스토리를 다룬 책, 특히 성공한 기업가의 자서전을 권한다. 창업을 시작해 부침(浮沈)을 거듭한 끝에 성공한 기업가들의 사실적이고 생생한 목소리는 한 편의 소설보다 흥미롭고 유익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최근 출간된 <어니스트티의 기적>은 군계일학처럼 돋보이는 책이다. 어니스트 티는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아 조금 낯선 이름이지만, 미국에서는 스내플, 애리조나, 타조 등과 함께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음료 브랜드이자, 오바마 대통령과 오프라 윈프리가 사랑하는 건강하고 정직한 음료로 유명하다. 또한 공정무역 거래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착한 기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1998년, 음료라곤 아무것도 모르는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베리 네일버프와 제자 세스 골드먼은 어느 날 ‘달지 않고 진짜 차 맛이 나는 좋은 음료’가 마시고 싶었지만 시장에는 그런 제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세히 살펴보니 음료산업은 흔한 500밀리 리터짜리 아이스티에 설탕 열두 스푼이 들어갈 만큼 설탕 범벅 제품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저자들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주방에서 차를 우려내 보온병 5개에 담은 시제품을 만들었다. 좋은 찻잎을 좋은 물에 직접 우려내고, 값싼 액상과당 대신 유기농 설탕과 꿀로 단맛을 냈다. 칼로리도 기존 음료의 1/6에 불과했다. ‘어니스트 티Honest Tea’라는 정직한 이름이 들어간 회사 라벨에는 “우리는 음료 진열대에서 시작해 세상을 바꾸려 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창업하려면 다음과 같은 기본적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제품은 타 제품과 어떻게 다른가?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더 낫게 하는가? 우리에게 그 답은 분명했다. 우리는 기존 시장의 틈새를 발견했다. 마실 만한 좋은 음료를 찾지 못했고, 우리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단맛이 거의 없는 음료를 만들었다. 엄청난 양의 설탕을 넣어 거짓된 맛을 내려 했던 게 아니기에, 더 많은 돈을 들여 더 좋은 재료를 썼다.” 86쪽

 

포춘 300대 기업의 수많은 클라이언트들이 직면한 비즈니스 과제 해결을 위한 공동 작업을 하는 기업 레드 어소시에이츠의 공동창업자인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와 미켈 B. 라스무센이 쓴 <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에서 저자들은 성공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라는 업(業)의 본질(本質)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사람과 시장, 변화를 바라보는 시야를 현장으로 향하게 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거듭나게 하는 인문학적 통찰을 통해 이루었다고 말한다.

어니스트 티의 공동창업자 역시 창업할 때부터 정직한 비즈니스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들에게 어니스트 티는 단순한 사업 이상이었다. 건강한 음료를 만들어 식생활을 개선하고, 음료 생산에 쓰는 화학원재료의 총량을 줄여 생태계에 도움을 주고, 경제적 기회가 필요한 지역사회를 돕고자 했다.

 

 

 

 

1999년 최초로 유기농 차음료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유기농과 공정무역 원료를 점점 늘려, 2004년에는 업계 최초로 전 제품에 유기농 및 공정무역 인증을 받았다. 어니스트 티는 유기농 원료 구입을 넘어 제품이 팔리고 난 뒤까지 고려했다. 어린이 음료인 어니스트 키즈를 출시할 당시엔 포장재로 쓴 파우치를 최초로 업사이클링했다. 이러한 어니스트 티의 정직한 성장은 코카콜라의 인정을 받아 2008년 어니스트 티의 지분 40%를 매입한 뒤 3년 후 나머지 지분을 모두 인수한다. 코카콜라를 좀 더 어니스트 티처럼 운영해보고 싶어서였다. 창업 첫해인 1998년, 고작 25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던 어니스트 티는 코카콜라에게 완전 인수된 지 2년 후인 2013년에 매출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치열한 음료산업에서 설탕을 줄여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고, 공정무역 거래로 생산자를 지원하며, 화학원재료의 총량을 줄이고 재활용에 힘써 자연 생태계까지 지키는 정직한 비즈니스를 고수해 성공한 어니스트 티의 스토리를 좇다 보면 ‘창업,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하나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 같은 게으른 창업은 창업이 아니라 그냥 ‘개업開業’이라는 점이다), 한편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내가 언젠가 꼭 한 번 저지르고 싶었던 창업’에 대한 열정이 새로 점화됨을 느낄 수 있다.

 

 

 

 

 

저자들이 예일대 경영대학원 사제지간이라는 이력답게 경제학 이론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변용되는지 잘 기술하고 있다. 아울러 어니스트 티가 성장하는 동안 만나는 숱한 시련과 애환들을 통해 배운 소중한 ‘교훈’은 창업을 간접체험하기에 충분할 만큼 유익하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만화라는 점인데, 창업과정의 서사성이 만화형식에 잘 맞아떨어져 가독성이 배가 되었다(골프 드라이버 모양의 마우스를 제품으로 기업가의 삶에 첫도전한 워튼스쿨 두 청년의 파란만장한 어드벤쳐스토리 <마우스드라이버 크로니클>도 만화로 나왔더라면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리라).

 

 

 

이 리뷰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78) 전문가 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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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는 어떻게 농장을 구했을까 - 성공하는 혁신은 아이디어와 실행으로 완성된다!
비제이 고빈다라잔 & 크리스 트림블 지음, 롯데인재개발원 옮김 / 글로세움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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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영구루 톰 피터스는 <리틀 빅 씽>라는 책에서 혁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혁신공장이라 불리는 MIT 미디어랩의 연구원인 마이클 쉬라지는 “혁신은 본질적으로 원형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조직이 혁신을 이끌어내려면 ‘진지한 놀이Serious Play'가 필요하고 강조한다. 시리어스 플레이는 구체적으로 즉흥성이 요구되는 혁신을 뜻한다. 즉 게임의 룰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룰을 바꾸고 변화시키는 활동을 의미한다.

 

멋진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냥 가만히 앉아 있지 마라. 죽을 때까지 그것을 두고 연구하지도 마라. 우선 친구 한두 명을 붙잡아라. 그리고 당장 빈 사무실을 찾아라. 그곳에서 여러분이 생각한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내라.

 

그런 다음 다른 6명의 친구에게 모델을 보여주어라. 가급적 빨리 그렇게 하라. 그리고 친구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기록하라. 깊이 생각할 필요 없이 재빨리 머릿속에 입력하라. 그런 다음, 다음 라운드를 시작하고 도전하라. 이를 통해 혁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라.“

 

 

아이디어가 혁신의 시작이라면, 실행은 마지막이자 답이다. 실행의 노하우를 말한 책들을 만나보자.

 

 

“혁신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그러나 혁신을 하지 않으면 리스크가 더 크다.”

- 피터 드러커

 

 

 

 

스텔라는 어떻게 농장을 구했을까

 

“파티가 끝난 후, 디어드리는 문들이 모두 잘 잠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농장을 한 바퀴 돌았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면서 깊은 생각에 빠졌다. 럭셔리 울은 훌륭한 생각이다. 정말 좋은 사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어떤 생각이 갑자기 떠올라 디어드리는 급작스레 발걸음을 멈추었다. 당장 내일 아침부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전혀 생각해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갑작스레 디어드리는 중요한 사실을 깨우쳤다. 위대한 혁신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동물농장>과 존 코터의 <빙산이 녹고 있다고>에서 영감을 얻은 이 책은 다트머스대학교 터크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기업혁신 전문가 비제이 고빈다라잔와 크리스 트림블이 규모와 상관없이 어느 조직이든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우화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존슨앤존슨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에서 경영자문과 혁신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10년 넘게 기업 혁신의 다양한 사례를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조직이 기존의 사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업 즉, '혁신'을 추진할 때 조직 내외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와 그 해결책을 동물농장을 통해 기술하고 있다.

 

윈저 농장은 동물들에 의해 운영되는 특별한 농장으로 규모의 경제로 커가는 인간농장과의 경쟁은 이제 막 농장을 물려받은 암말 디어드리에게는 버겁기만 했다. 경쟁 없는 신시장도 언젠가는 경쟁자가 넘쳐나는 레드오션으로 변하는 법, 윈저 농장의 디어드리는 레드오션 시장인 ‘양모’ 사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만이 현명한 것이 아니라, 농장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하여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나섰고, 농장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구하는 공모 대회를 통해 ‘럭셔리 울’ 사업에 도전 할 것을 결정했다.

알파카를 이용한 ‘럭셔리 울’이라는 블루오션 시장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혁신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변화와 혁신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제로 작동시킬 수 있는 실행력이 필수다. 즉 진정한 혁신은 아이디어와 실행이 병행할 때 성공할 수 있다.

 

저자들은 아무리 '혁신'을 추진한다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주력사업임을 강조한다. 주력사업이 흔들리면 신규사업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에 심각한 유동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구성원들에 대한 혁신의 핵심은 바로 기존 조직과 신규사업 전담팀의 건전한 파트너십이었다.

 

저자들은 혁신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익을 늘리기 위한 다른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을 진행하기도, 구성원의 협조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농장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수탉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이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배우는 것이 첫째, 이익이 둘째!”

 

혁신에 있어 잊지 말아야 할 원칙은 새로운 사업은 배우는 과정이고 실험과 같다는 것이다. 새로운 도전은 실험이기 때문에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신규사업에 대한 학습을 통해 배운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구결과는 추후 사업을 이끌어나갈 때 다양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선례를 통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므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혁신을 성공으로 이끄는 힘은 조직 구성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새로운 전담팀에 대한 차이점을 인정하고 서로간의 관계개선에 나가는 것이다. 기존 사업이든 신규사업이든 한 조직의 구성원들이고 같은 공동운명체임을 인식하는 것, 그것이 출발점인 것이다. 아이디어는 단지 아이디어일 뿐이다. 아이디어를 혁신과 성공이로 만드는 것은 결국 조직 구성원의 헌신과 노력이었다. 혁신을 위해서는 탁월한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리더의 합리적인 선택, 혁신을 위한 팀 구성, 새로운 사업에 대한 기존 조직원들의 저항감 극복, 공동체의 비전 공유 등의 실행 역시 중요함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삼성SDS 웹진 '북카페'에 기고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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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하려면 실행하라 - 99% 사람들이 하지 않는 단 1%
비제이 고빈다라잔 & 크리스 트림블 지음, 롯데인재개발원 옮김 / 글로세움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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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영구루 톰 피터스는 <리틀 빅 씽>라는 책에서 혁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혁신공장이라 불리는 MIT 미디어랩의 연구원인 마이클 쉬라지는 “혁신은 본질적으로 원형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조직이 혁신을 이끌어내려면 ‘진지한 놀이Serious Play'가 필요하고 강조한다. 시리어스 플레이는 구체적으로 즉흥성이 요구되는 혁신을 뜻한다. 즉 게임의 룰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룰을 바꾸고 변화시키는 활동을 의미한다.

멋진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냥 가만히 앉아 있지 마라. 죽을 때까지 그것을 두고 연구하지도 마라. 우선 친구 한두 명을 붙잡아라. 그리고 당장 빈 사무실을 찾아라. 그곳에서 여러분이 생각한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내라.

그런 다음 다른 6명의 친구에게 모델을 보여주어라. 가급적 빨리 그렇게 하라. 그리고 친구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기록하라. 깊이 생각할 필요 없이 재빨리 머릿속에 입력하라. 그런 다음, 다음 라운드를 시작하고 도전하라. 이를 통해 혁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라.“

 

 

아이디어가 혁신의 시작이라면, 실행은 마지막이자 답이다. 실행의 노하우를 말한 책들을 만나보자.

 

 

 

“혁신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그러나 혁신을 하지 않으면 리스크가 더 크다.”

- 피터 드러커

 

 

혁신하려면 실행하라

 

 

“세계에서 가장 경영을 잘 한다고 하는 기업조차도 혁신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몸부림 쳐야 한다. 우리가 혁신의 ‘다른 면’이라고 일컫는 실행은 상당 부분 잘못 이해되고 있다. 어떤 기업에서는 혁신의 양면 즉, 아이디어와 아이디어 실행의 단계를 통합하기도 한다. 두 가지 단계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기업에서는 혁신 계획을 실행하는 일이 평소에 하는 일상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비교하였을 때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은 모두 틀렸다. ‘혁신의 실행 과정’은 ‘혁신’도 아니고 ‘수행’도 아니다. 이것은 완전한 별개의 것이다.”

 

 

“뛰어난 혁신 리더는 ‘기존 시스템과 싸워서’ 득 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성과 엔진이 함께 노력하는 파트너이지, 싸워서 이겨야 하는 원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자신이 실행하는 혁신 계획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기업의 미래’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성과 엔진을 ‘고물이 되어가는 공룡’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절대로 혁신 팀 구성원이 나중에 독이 될 만한 해로운 어조를 말하지 않도록 단속한다. 오히려 자신들의 방식을 내려놓고 긍정적인 태도로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공유 스태프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전담 팀을 구성할 때 가장 피해야 할 상황은 동일한 인력, 동일한 직함과 업무 내용, 동일한 위계질서 등 익숙하기 그지없는 환경으로 초기 설정되는 것이다. 혁신 계획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어야만 한다. 결국 혁신 계획은 과거의 관행을 버리고자 하는 의도적 노력이다. 기존 성과 엔진의 비용 범주, 성과 지표, 업무 진행표 등을 혁신을 위한 기획에 사용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시킬 수는 있지만, 보다 깊이 있는 사고를 하고 날카로운 분석을 하는 데 있어서는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잘못된 정보에 집중하거나 잘못된 기대치에 관한 정보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혁신의 방법과 단계를 간단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이 책은 ‘실행력’ 즉 실행의 방법을 논한 책으로 <스텔라는 어떻게 농장을 구했을까>가 이야기 형식을 통해 혁신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면, 이 책은 실행을 위한 매뉴얼 역할을 한다.

노키아, 모토로라, 코닥, 소니, GM 등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대기업들은 변화의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이 사실은 지금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내일 어떤 위기가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사회에서 혁신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이루어야만 하는 필수요건이다. 저자는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인 탓에 혁신에 실패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이 혁신의 첫 단계인 아이디어 창출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혁신을 실행해야 하는가? 기업들이 혁신을 추진하면서 종종 저지르는 두 번째 실수가 바로 여기에 있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이를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하고는 혁신에 적합한 방식이 아닌 기존의 운영체제로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수행하는 것은 기존의 업무 수행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기업 조직은 혁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일상 업무 수행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혁신을 수행하는 것과 일상 업무 사이에는 근본적인 불일치가 존재한다. 이런 불일치를 극복하고 혁신과 일상 업무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는 강력한 모델 세 가지가 있다.

 

 

1. 모델S(small)는 소규모 계획에 적합한 것으로서 혁신을 여유 시간 안에 끼워 넣는 것이다. 소규모 계획을 여러 개 진행할 수 있다.

2. 모델R(repeatable)은 지속적으로 반복 수행되는 혁신 계획에 적합한 것으로, 혁신을 최대한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다. 규모와 상관없이 비슷한 계획을 연속해서 진행시킬 수 있다.

3. 모델C(custom)는 맞춤형 계획에 적합한 것으로서 모델 S와 모델 R의 한계를 넘어서는 모든 계획을 위한 것이다.

 

 

모델 C는 가장 어렵고 가장 낯설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하고 확실하다. 기업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모델 C를 필요로 한다. 새로운 프로세스를 개발하거나 신상품을 론칭하는 것, 새로운 서비스 또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할 수도 있는 것이 모델 C이다. 그 어떤 형태의 혁신 계획에서도 모델 C는 필요하다.

 

 

모델 C는 두 가지 요소 즉, 특별 팀과 특별 계획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특별 팀은 전담 팀과 공유 스태프라는 두 그룹 사이의 업무 협력을 필요로 한다. 전담 팀은 거의 풀타임에 가까운 형태로 모델 C계획에 전념하고 공유 스태프는 혁신 계획과 일상 업무를 동시에 책임진다.

전담 팀을 만들 때는 계획된 혁신 업무의 성격에 따라 맞춤형으로 구성하되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서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새로운 역할을 만들며, 새로운 위계질서를 조성하고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기업이 성과 엔진을 잘 운영하는 동시에 혁신을 위한 새로운 조직을 구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혁신 모델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과는 다른 조직 구성, 위계질서, 평가 방식 등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의 주 동력원인 성과 엔진과 혁신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대부분의 경우 지금 당장 가시적인 결과를 낼 수 없는 혁신 프로젝트가 뒤로 밀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성과 엔진과 혁신 프로젝트는 모두 중요하다. 성과 엔진은 기업의 현재를 위한 것이고, 혁신은 기업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리뷰는 삼성SDS 웹진 <북카페>칼럼으로 기고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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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양장)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 이강국 감수 / 글항아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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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나버린 자본주의, 지금은 과감한 수정이 필요한 때 !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무언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물질적 사리사욕의 추구를 미덕으로 삼아왔다. 정말 이러한 욕망의 추구를 배제하고 나면 우리는 공동의 목적의식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것이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우리는 모든 것을 그것이 지닌 가치가 아니라 가격으로 판단한다.” 

 

  저명한 역사학자 토니 주트의 책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에서 한 말이다. 루게릭병에 걸려 의료 장비의 도움 없이는 숨조차 쉴 수 없는 상태였던 토니 주트가 육성으로 책을 쓰면서 하고 싶었던 말은 지난 30년간 극심한 빈부 격차와 불평등을 불러온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난이었다.

 

   오늘날 세계경제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에는 불평등(不平等, Inequality)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중산층은 공동화되고 있다. 중산층의 소득은 감소하여 부유층 사이의 간극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1968년, GM의 CEO가 벌어들인 소득은 기본급과 수당을 다 합쳐 GM 일반 노동자의 66배였다. 하지만 오늘날 월마트의 CEO는 월마트 일반 노동자 임금의 900배에 달하는 돈을 번다. 그 해 월마트 창업자 가족의 총재산은 대략 900억 달러로 추산되었는데, 이는 미국의 하위 40%, 즉 1억 2천만 명의 총소득과 맞먹는 규모였다.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2년 4월 기준 우리나라 소득 상위 1%가 한 해 동안 벌어가는 돈은 16.6%로 38조 4천 790억 원에 달한다. OECD 국가 중 미국의 17.7%에 이어 두 번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자본주의에서는 더 이상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엉망진창으로 고장이 나버린 자본주의의 대안에 대한 목소리가 속속 출현하는 가운데 40대 초반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쓴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이 단연 화제다. 2013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 책은 유럽 사회와 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데 이어 지난 3월 미국 하버드대에서 영문판이 출간된 후에는 신드롬을 일으키며 전 세계 유명매체에서 연일 논쟁과 인터뷰를 쏟아내고 있다.

 

   피케티는 책 서문에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보다 현저하게 높아지면 부의 집중이 한정 없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능력 중심주의가 급격히 훼손되고 이를 토대로 한 민주사회가 망가진다.”고 진단했다. 역사적으로 19세기 말에 부의 불평등으로 혁명까지 이어졌고, 21세기에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나보다 1,000배가 넘게 돈을 버는 부자들은 벌어들이는 1000배 만큼 펑펑 쓰지 못한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가진 돈에 비해 오히려 1을 번 나보다 너무 적게 쓰는 편이다. 부자라고 해서 하루 15 끼를 먹는 것도 아니고, 1,000벌의 팬티가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래 벌어들인 만큼 충분히 소비해야 경제가 활성화되는 법인데, 쓰고 써도 돈이 남기에 어쩔 수 없이 저축이란 걸 한다. 그리고 그 돈은 이 나라 전체와 전 세계를 돌고 돌며 금이나 부동산, 수많은 투기 상품 등 큰 수익이 된다면 무엇이든 세계 금융 시장의 일부가 되고 결국 큰 수익을 얻어 저축하기 전보다 더 큰 돈이 되어 돌아온다. ‘돈이 돈을 부르는 시스템’ 속에서는 불평등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

 

   피케티는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로 모두가 잘살 수 있다는 자유 시장주의의 주장에 대하여 막연히 ‘부의 집중이 사회적 폐해를 낳는다’는 주먹구구식 주장에서 벗어나 이 책을 통해 체계적인 연구, 즉 ‘데이터’에 의한 분석으로 대응했다. 무려 300년(1712~2012년)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역사·경제 자료를 20개 이상의 나라를 대상으로 분석해 냈다.

 

   그 결과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을 앞지르면서 부의 집중은 심화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되면 자본가는 힘들게 리스크를 감수해 가며 물건을 제조해 판매할 이유가 없어진다. 쌓아둔 돈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의 금융 위기 이후 국내경제사정은 이런 가설을 여실히 증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들에게 법인세를 깎아주며 투자를 독려했다. 하지만 낙수효과는 작동하지 않았고, 기업의 저축이 느는 동안 가계는 빚이 늘었다. 기업들은 투자보다는 벌어들인 이득을 쌓아두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가계는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푸념 속에 가계 빚만 1천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불평등은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해졌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79년부터 2008년까지 하위 10%의 월소득이 101만 원 증가하는 동안 상위 10%의 월소득은 888만원이 늘어났다.

 

   피케티는 오늘날 부의 불평등 상황에 대해 소득 상위 1%에 해당하는 이들이 정치 영역과 결탁해 그들만의 리그를 구조화하고 있는데, 이는 19세기 ‘세습자본주의’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라 비판했다. 그렇다면 피케티가 말하는 자본주의를 더욱 평화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조절하는 방법은 무얼까?

 

   세금, 즉 ‘글로벌 부유세의 도입’이다. 그는 고소득층의 재산에 전면적인 누진세를 부과해야 한다면 불평등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반적인 부의 이동을 공적 감독 아래 두자는 뜻으로 세계 생산의 4분의 1을 점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한목소리를 내 전 지구적인 금융 재정 자산 등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래야만 협력을 거부하는 세금 피난처에 대한 제재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적 분석이라기보다 이데올로기적 장광설에 불과하다”고 말했고,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너무 이상주의적인 정치 발상”이라고 혹평했지만 소수의 엘리트가 지배하는 과두 체제로 흘러갈 위험이 현실화된 만큼 방법의 차이일 뿐 적절한 통제는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기업소득환류세제만 하더라도 세금을 통해 억지로라도 지난 정부 때 이루지 못한 ‘낙수효과’를 거두어 불평등을 줄이겠다는 제도가 아니던가. 기업소득의 일정부분을 투자나 배당, 임금증가 등으로 사용하고 남은 금액에 대해서는 벌칙으로 세금을 매긴다는 내용인데, 적용대상이 대기업 그룹사들이 주종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기업과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하는 4천여 개의 법인인 점을 고려하면 기업을 법인(法人), 즉 법적(法的)인 인격(人格)이라 본다면 일종의 부유세이자 보유세의 성격을 띤다.

 

   한편 토니 주트는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에서 “부의 불평등은 세대 간 계층 이동의 가능성을 사라지게 했다”고 역설했다. 절대 다수가 겪는 경제적 곤란은 곧 건강 악화와 교육 기회의 상실, 그리고 알코올 중독, 비만, 도박, 경범죄와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우울증 증세의 증가로 이어지고, 실직과 비정규직과 같은 불완전 고용은 노동자들이 지금껏 갈고 닦아 온 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려 결국 경제에 불필요한 존재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책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은 불평등 해소를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공은 오카야마 현 북쪽의 가쓰야마라는 이름도 생소한 시골마을 빵집주인이자 제빵사인 와타나베 이타루이다.

 

   막연히 시골에 사는 농부를 꿈꾸다 서른이 넘어서야 간신히 유기농산물 도매회사에 취직한 저자는 동경하던 원산지 허위표기니 뒷돈 거래니 하는 부정을 저지르는 회사에 염증과 회의를 느끼고 퇴사하고 만다. 삶의 진정성을 찾아 헤매던 끝에 그는 ‘작아도 진정한 자기 일을 하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고, 마침내 빵집을 열었다.

 

 

   빵을 만들기 위한 밀가루 반죽과정, 그리고 균을 통해 발효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시간과 함께 모습을 바꾸고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배웠다. 아울러 빵이 만들어지는 이 모든 것은 균의 작용에 의한 ‘발효’와 ‘부패’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스트처럼 인공배양된 균은 원래 부패해서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물질마저도 억지로 음식으로 바꿔버리고 있었다. 균은 균인데 자연의 섭리를 일탈한 ‘부패하지 않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인위적인 균이 이스트였다. 그는 곧 이 부패하지 않는 균, 이스트는 우리가 제일로 생각하는 ‘돈’을 닮았음을 깨닫는다.

 

   저자는 이 책 전반에 걸쳐 “부패와 순환이 일어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이스트에 의해 만들어진 부패하지 않는 음식은 다량생산을 가능하게 해서 먹거리의 가격을 낮추고 일자리를 값싸게 만든 것처럼 돈 역시 시간이 지나도 흙으로 돌아가기는커녕 영원히 부패하지 않고 돌고 도는 물건이다. 오히려 돈이 쌓이면 투자를 통해 얻는 '이윤'과 대차(금융)를 통해 발생하는 이자로 인해 끝없이 불어나는 성질마저 있다.

 

   다루마리 빵집의 경영 이념을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이다. 그 이유를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메커니즘에서 찾았다. 상품의 가격을 떨어뜨리면 노동력이 값싸지고 노동력이 값싸지면 상품 가격도 떨어진다. 이러한 끝없는 반복 속에서 상품과 노동력의 질만 떨어지고 그로 인한 이윤은 자본가만 취한다고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주장했다.

 

   그래서 저자는 우선 정당한 가격에 상품을 팔았다. 이스트는 물론 인공첨가물은 절대 섞지 않고 최고의 재료들로 엄선해서 아무리 어렵더라도 천연 효모를 발생시켜 정성껏 빵을 만들어 파는 대신 정당한 가격에 빵을 팔고 있다. 시골의 빵집인데 빵가격이 평균 4,000원 정도,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일본 전국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다루마리 빵집이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종업원, 생산자, 자연, 소비자 등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장이나 종업원의 월급을 제외하고, 그 외에 남는 것은 매달 결산내용을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여 공평하게 이윤을 나누어 착취가 있을 여지를 없앴다.

 

   게다가 일주일에 사흘은 휴무이고, 매년 한 달은 장기 휴가로 문을 닫았다. 제빵사가 숙련된 기술을 가졌다는 이유로 존경받으려면 스스로 잘 쉴 수 있어야 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두 권의 책 제목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자본론(Capital)’은 다분히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같은 제목 아래 결론은 각각 다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결국 종말이 올 것이라고 결론지었지만, 피케티는 마르크스가 주장한 자본 이윤율의 저하 자체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글로벌 부유세’로 고장 난 자본주의를 고쳐 쓰자고 결론 내렸다. 시골빵집 주인 역시 매월 결산 내용을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착취 없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그에게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반면선생(反面先生)인 셈이다.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실패한 공산주의를 다시 불러오자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잘못된 자본주의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점, 그리고 손을 본다면 공정성과 형평성을 충분히 고려해 공명정대해야 점이다.

 

   실험경제학에서 사용되는 게임이론 중에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이란 게 있다. 게임의 대략적인 내용은 기본적으로 두 명의 참여자가 등장해 돈을 분배하는데, 1번 참여자가 돈을 어떻게 분배할지 제안하면, 2번 참여자는 이를 받아들이거나 거절 할 수 있다. 즉, 2번 참여자가 '거절'을 선택하면 두 사람 모두 한 푼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2번 참여자가 '수용'을 선택하면 1번 참여자의 제안에 따라 돈이 분배된다.

 

   만약 독자인 당신이 이 게임에 반응자로 참여하고, 필자인 내게 처음 지급되는 돈이 20만원이라고 하자. 내가 19 대 1, 즉 내가 19만 원을 갖고, 달랑 1만 원을 당신에게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할까? 이 게임의 룰을 알고 있는 당신은 틀림없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다 때려치워! 이 양심 없는 새끼야.

내가 1만 원을 포기하는 대신 너도 땡전 한 푼도 갖지 못하게 할꺼야!”

 

   순수경제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사람이든 ‘1만 원을 선택해야’만 한다. 재산이 한 푼이라도 늘어나는 쪽의 선택이 이성적이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다. 그런데 행동경제학의 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평과 정의에 대한 인식에 의해 사람은 누구나 불공평한 제안을 받으면 두뇌의 뇌섬엽 부위가 활성화되어 먼저 화를 내고, 자신에게 불공평한 대우를 한 사람을 응징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최후통첩 게임이 주는 메시지는 우리가 지금 불평등에 분노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소리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배분을 제안해야 상대가 순순히 받아들일까? 최소 12 대 8 정도라고 한다. 이 연구가 주는 교훈은 ‘별 탈 없이 좀 더 많이 갖고 싶다면 적당히 나눠줄 줄도 알라.’일 것이다(듣고 있나, 1%?).

 

   지난 2011년, 우리는 수백만 인파가 거리를 점거하고 자신이 몸담은 억압적인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항의하는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했다.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의 월가 한복판에 1천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어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금융자본의 탐욕을 지탄하고 양극화와 빈부격차의 해소를 촉구했고, 이 운동은 전세계 대도시에 급속도로 전파되었다.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는 정부가 전복되었고, 예맨, 바레인, 시리아에서는 ‘불평등의 세상을 뒤엎자’는 시위가 일어났다.

 

   그 후 3년이 지난 우리의 현실을 보자. 실업은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해지고, 빈부격차와 소득의 불평등은 이미 도를 넘어버렸다. 게다가 탐욕스럽게 변해버린 금융자본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전무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움직이는 금융자본주의는 결코 우리에게 행복을 주지 못하고 있다. 행복은커녕 수많은 사람들을 파산시키며 분노로 몰아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다음 차례는 누가 될까? 불 보듯 뻔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 대학 교수는 자신의 책 <불평등의 대가>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고, 최고의 의사의 도움을 받으며 최고의 주택에서 최고 수준의 생활을 하는 상위 1%들이 돈을 아무리 써대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자신의 운명이 나머지 99%의 운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인식이다.”라고 말했다.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도 “구성원 대부분이 가난하고 궁핍하게 살아가는 사회는 번영할 수도, 행복해질 수도 없다.”고 수백 년 전 이미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불평등의 해결책은 뭘까?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클린턴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고, <슈퍼자본주의>,<부유한 노예>,<미래를 위한 약속> 등의 명저를 쓴 로버트 라이시가 UC Berkeley 에서 했던 <부와 빈곤> 이라는 강의를 영화화 다큐멘터리의 내용 중에서 얻고자 한다.

 

“바로 99%를 구제하는 것이다. 우리는 낙수효과로 대변되는 트리클 다운Trickle-down 대신, 미들 아웃Middle-out 즉 중산층의 소비가 경제를 살리는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지구상의 어느 곳이든 경기가 좋은 곳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중산층과 빈곤층에 집중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그들이 직업 창출자이자 최종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경제의 안정은 강한 중산층에서 비롯된다. 아울러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친기업적인 일 역시 중산층이 성공하도록 돕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은 <모두를 위한 불공평Inequality for All>이었다.

 

 

이 글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74호) 특집원고로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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