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지 말라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진짜 욕망을 보는 법
송길영 지음 / 북스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빅데이터 속, 소비자의 욕망을 찾아라

 

어느 날, 미국 할인매장 타켓(Target) 매장에 한 학부모 남자가 들어와 다짜고짜 화를 냈다. 이유는 이제 겨우 고등학생인 딸에게 아기옷과 아기침대 등 출산용품 광고 메일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점장은 마케팅팀의 실수라 생각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얼마 후 그동안 딸이 임신 사실을 숨겨온 것을 알게 된 아버지는 다시 마트에 찾아와 사과를 해야 했다. 도대체 부모도 모르고 있던 사실을 타겟은 어떻게 알고 광고 메일을 보낼 수 있었을까?

월마트에 이어 미국 할인유통업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타겟은 수많은 고객의 구매 이력을 분석해 임산부가 보이는 특이 패턴을 찾아내는 예측 모형을 가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여고생이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줄이고 건강식을 먹는 임산부들의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이를 감지하고 출산용품 광고 메일을 보냈던 것이다. 한마디로 아버지조차 몰랐던 사실을 딸이 소비한 데이터 흔적이 말해 준 것이다.

현대에는 수많은 미래학자와 트렌드 전문가, 경제학자들이 자신만의 예측도구로 무장하고 어떤 비즈니스가 뜰지, 누가 대통령이 될지, 어떤 트렌드가 세상을 지배할지에 대해 각자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백인백색(百人百色) 사람의 욕망을 읽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제각기 달라서 샘플링으로 전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누가 한국에서 가장 예쁜가?’ 요즘 잘 나가는 맛집? , ‘놀기 좋은동네는? 갤럭시와 아이폰 중 무엇이 더 스마트한가? 등 정답이 나와 있는 사실(fact)’이 아니라 각자의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이 아니던가. 최근 사람들의 욕망을 날것 그대로 읽을 수 있는 방법이 나왔으니, 그것이 바로 빅 데이터(big data)’.

 

<상상하지 말라> 사람의 마음을 캐는 사람(Mind Miner)'로 잘 알려진 다음소프트 부사장이자 저자인 송길영이 데이터를 통해 통찰을 얻는 과정과 사람들이 원하는 진짜 욕망을 파악하는 법을 전한다. 저자는 소비자의 진짜 욕망을 보고 싶다면 어설픈 상상을 버리고 철저히 관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빅데이터가 화두다. 데이터는 일종의 경험치, 데이터(경험)을 분석해 의사 결정에 참고하는 건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인간이 옛날부터 해왔던 일이다. 오늘날은 수천억에 달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를 뽑아내는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빅 데이터 자체는 아무리 많아도 데이터의 흔적일 뿐, 쌓여도 아무것도 아니다. 그 데이터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무늬, 패턴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저자의 일은 소셜미디어라는 광산에 산재된 수많은 빅데이터 속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패턴들을 해석해서 사람의 마음과 욕망을 캐내는 일종의 광부(miner).

 

기업과 개인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것을 밝히는 것이 나의 일이다. 인과관계를 밝히고자 하는 나의 도구는 데이터이며, 그 대상은 사람의 마음이다. 현 인류는 기록을 하는 존재(Homo Scriptus).

특히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마음껏, 혹은 생각지도 못한 채 기록한다. 140자 이내의 짧은 내용으로 작성되는 트위터만 하루에 5억 건 이상 생성되며, 그중 한국어를 포함하는 것만 해도 일평균 500만 건, 최대 650만 권에 달한다. 이제는 어느덧 전통적 미디어처럼 느껴지는 블로그 또한 1년에 한국에서만 수천만 건 이상의 글이 작성된다. 이처럼 방대한 양의 소셜 빅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우리네 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14~15쪽  

저자의 데이터 통찰력은 탁월해서 삼성그룹을 포함한 국내외 기업들이 저자를 불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저자는 10여 년 동안 빅데이터를 읽으며 수행한 실제 컨설팅 사례들과 함께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가치 있는 대안을 찾아내는 법을 이 책에 담았다. 수많은 데이터흔적에서 도출된 현대인의 마음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들이어서 빅데이터가 던지는 통찰들에 번번이 허를 찔린다.

 

쇼핑몰 푸드코트에 전국 맛집이 들어선 이유

여성에게 쇼핑은 놀이이고, 남성에게는 중노동이다. 여성은 걸으면서 무엇을 살지 고민을 하고, 몇 시간에 걸쳐 둘러본 후 한 곳을 골라 제품을 산다(어처구니없게도 안 살 때도 많다. 물론 난, 남자다) 이처럼 동선이 길어지다 보니 당이 떨어지고 촐촐해진다. 생크림 가득한 커피와 도너스, 아이스크림 등 온갖 단 것들이 곳곳에 산재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쇼핑몰의 백미는 F&B(Food and Beverage), 이른바 푸드코트다. 그런데 최근 여기에 놀라운 변화가 생겼으니 바로 전국의 맛집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맛집 찾아 전국을 누비는 덕후들이나 느끼던 맛을 쇼핑하면서 누릴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아닐까.

실제로 약 13~17% 사이를 유지하던 쇼핑몰 음식 매장이 최근 30%까지 증가했는데, 그 이유로는 쇼핑몰의 면적이 많이 넓어진 것도 사람들더러 일부러 음식 먹으러 쇼핑몰로 나오라는 유인책이 숨어있었다.

 

이것만 봐도 세상이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예전의 백화점은 옷으로 꼬시고 지하 식품관으로 이익을 취했다.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식품관이 비록 이문은 적어도 다른 매장을 순환시키는 유인책이 되었다. 푸드코트가 맛집이 된 이유다.” 29

     쇼핑몰이 고육지책으로 전국 맛집으로 푸드코트에 입점시킨 이유는 입어보고 제품의 디테일은 오프라인에서 다 해놓고 물건은 온라인에서 사는 쇼루밍showrooming 족이 늘어나면서 매출 제고가 점점 불확실해져서라고 한다. 게다가 구글 글래스 등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가 현실화되고 상용화 된다면 오프라인 쇼핑몰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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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신사동 가로수길의 패션 매장들은 십수억 원의 권리금과 수천만 원의 월세를 감안할 때 매장을 프래그십 스토어로 운영할 뿐 옷을 팔아서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저자는 백화점 역시 쇼루밍족들 때문에 입접 업체로부터 판매수수료가 아니라 고정된 월세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진단한다. 나아가 우리의 삶을 도와주기만 할 것 같던 스마트함이 기존 산업에 위협이 되기 시작했다며, 인터넷과 과학기술 발달 등의 변화를 이해하고 대비할 수 없다면 당신의 비즈니스는 스마트의 역습 앞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한국의 싱글들은 몇 인치 TV를 살까?

어느 가전기업이 1인가구를 위해 통큰 TV'를 내놓았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라 하면 왠지 모든 게 작을 것 같고 주머니 사정도 가벼울 것 같아 사이즈는 40인치 이하이고, 가격은 50만 원 부근의 TV를 출시했는데, 나오자마자 다 팔렸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TV의 고객은 싱글이 아니라 모텔 주인이나 멀티방이었다.

 

그렇다면 싱글들은 무엇을 살까. 300 만원짜리 70인치 모니터를 산다. 이쯤 되면 당연한 의문이 떠오른다. 싱글들은 빠듯한 수입을 쪼개서 왜 이런 제품을 살까? 언뜻 봐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들의 일상을 보면 답이 나온다. 이 커다란 모니터로 보면 많은 것들이 실감난다. 게임도 그렇고, 화면 속 그녀들도 그렇고,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동영상을 보는 게 낙인 사람들에게는 매우 인 제품이다.” 39

     한마디로 싱글들은 TV를 산 것이 아니라 실물 크기를 느낄 수 있는 기계를 들인 것이다. 그만큼 외롭게 지내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이처럼 싱글들의 생활패턴을 확인하면 그들이 고가의 모니터를 사는 이유가 납득되지만, 기업이 무엇을 상상하든 실제로는 다를 수 있다는 걸 잘 말해주는 사례다

 

 

직장을 빨리 그만둘 사람을 면접에서 가려내는 법

인사부서에서 가장 골머리 앓는 존재들은 바로 '1년 이내에 그만둘 직원이다. 고용하는 데 돈 들고, 직무교육을 하는 데 또 1년이라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게 투자해서 이제 좀 일할 만하면 그만두곤 하니, 기업으로서는 드러난 손실도 크지만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정이 이러하니 기업은 빨리 그만둘 사람을 가려내고 싶어 한다. 입사한 다음에는 이미 늦으니 면접 때 몇 가지 질문으로 알아차려야 한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조성준 교수는 기업들의 내부 데이터를 분석해 '빨리 그만둔 직원들의 패턴'을 파악해보니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

 

첫째, 멀리 사는 사람. 왜냐, 한국의 신입사원들은 일찍 퇴근할 수가 없다. 부장님 과장님 대리님 다 퇴근한 다음에 그들이 내준 과제까지 마무리하고 나면 오밤중인데, 신입사원이라고 출근은 또 일찍 해야 한다. 안 그래도 힘든데 출퇴근에 4시간을 쓰고 나면 잠을 못 자니 체력이 달려서 오래 못 다닌다. 둘째, 집은 가깝더라도 통근수단이 애매한 사람들은 빨리 그만둔다. 버스를 세 번 갈아타야 하면 관둔다는 것이다. 셋째, 조직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반대로 5개 이상의 소셜 네트워크에 가입한 사람들은 위험하다. 넷째, 질문이 많은 사람들은 빨리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 다섯째, 지나치게 감성적인 사람들은 충동적으로 그만둘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당신이 인사담당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런 후보자는 아예 뽑지 않겠는가?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는 없겠는가? 실제로 재미있는 점은, 이런 데이터를 인사과가 아니라 오너 경영자에게 보여준다면 그는 기숙사를 짓거나 통근버스를 준비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의사결정의 레벨이 다르다. 왜냐, 자기네 회사 근처에 사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면 좋은 직원이 몇 명 안 모인다. 이들만 뽑으면 그 회사는 망한다. 그러니 인재를 얻기 위해 좀 더 큰 지원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의 고충을 해결해주면 쉽게 그만두지 않을 테니 말이다. 같은 결과를 두고도 판단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데이터는 힌트만 줄 뿐 답을 주는 게 아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찰은 결국 인간이 만든다.

 

 

빅데이터가 전부는 아니다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빅데이터로부터 추출된 흩어진 키워드들을 어떻게 의미 있는 문장으로 엮어내느냐는 온전히 사람의 몫이다. 그렇다면 데이터 흔적들을 통찰의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그들은 누굴까? 바로 변화하는 상식을 계속 찾아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 ()이 발달하고, ()도 뛰어난 사람들이다.

비즈니스북 저자 이병주는 <>이라는 책에서 “‘을 가진 기업, 즉 미세한 변화나 아주 작은 움직임이 커다란 트렌드가 될 수도 있음을 동물적으로 느끼는 기업, 지금 유행이 갑자기 새로운 것으로 뒤바뀔 조짐을 간파할 수 있는 직관을 가진 기업이 시대를 지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품질과 기술수준을 높이는 것으로는 이제 부족하다. 모든 것을 이미 가진 소비자에게 수요를 부추기는 방법은 새로운 욕망을 일으키는 방법 밖에 없는데,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영역을 뛰어넘어 몸으로 느껴 직감한다는 뜻의 촉은 기업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에게도()’이란 게 있다. 순간적인 판단, 나아가 통찰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전문가에게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전문가가 아닌데도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모금만 마셔도 그 커피가 좋은 커피인지 아닌지를 금방 안다. 무언가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은 이미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어떤 신곡을 듣고서 , 이 노래 뜨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거나, 갓 데뷔한 신인을 보고 저 신인 아마 스타가 될 거야같은 순간적인 감을 갖게 된다. 이처럼 우리에게도 이 있다. 문제는 그 순간 판단이 정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왜 어떤 사람은 빠르고 정확한 데 반해서 어떤 사람은 느리고 부정확한 걸까? 과연 일반인도 훈련을 통해 정확하고 순간적인 판단 능력을 가질 수 있는가? ‘통찰은 뼈를 깎는 노력과 숙고와 고뇌의 산물이다. 

팔지 마라, 배려하라

저자는 결론적으로 팔려고 하지 말라. 그러면 팔 수 있다고 말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희귀해야 가치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번째 이유는 우리 비즈니스의 목적은 판매가 아니라 배려에 있기 때문이다.

 

이거 샀어? 그럼 저것도 사. 왜나면 당신과 똑같은 프로파일 가진 사람이 저것도 샀거든.’이라고 제안하는 것이 CRM이다. (중략)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거 사려고? 사지 마. 당신에게 안 좋아. 그것 말고 저걸 사라고 제안해야 한다고 본다. 필요하다면 심지어 옆 가게 물건을 사라고까지 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당연히 고마워할 것이다. 즉 우리가 데이터를 분석해서 사람을 이해하려는 목적은 판매가 아닌 배려여야 한다.

은행의 PB가 고객에게 상품을 강권하지 않고, 한 술 더 떠서 가입을 말린다고 해보라. ‘회사에서는 많이 팔라고 하지만 이 상품은 당신에게 안 맞는 것 같다고 하면 그때부터 당신을 믿고 펀드를 살 것이다. 반면 시도 때도 없이 쫓아가서 펀드 사달라고 조르면 믿음이 쌓이지 않는다. 상대방을 위해 ‘No'를 말할 때 신뢰가 쌓이고 롱런할 수 있다. 고객의 사정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나의 매출도 오르는 것이지, 고객의 주머니를 털어 나만 돈 벌 수는 없다. 기업에 두 번 당하는 고객은 없다. 248~249

 죽어라고 빅데이터를 읽어댄 저자는 그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을 읽었고, 그것을 풀어낸 답은 결국 배려였다고 말한다. 소비자의 흉금을 울리는 감동은 진심이 담긴 손짓 그리고 한마디였다. “당신이 지금 알고 있는 상식이란 것들은 더 이상 상식이 아니다. 현실을 보는데 장애물일 뿐이다.” 이 책으로 당신의 상식을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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