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따르는가 - 스티브 잡스의 사람 경영법
제이 엘리엇 지음, 이현주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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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 원칙

 

 

   2009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은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를 '지난 10년간 최고의 CEO'로 선정했다. 포춘은 "스티브 잡스가 컴퓨터와 음악, 영화 및 이동전화 등 4개 분야에서 이룩한 혁신적 성공 스토리는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라면서 “그를 최고의 CEO로 뽑은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 21세기 첫 10년은 ‘스티브 잡스의 10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애플은 아이팟을 시작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내놓으며 전 세계를 상대로 말 그대로 잭팟을 터뜨렸다. 애플의 성공에 세상이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해당 제품군의 표준이 되었다는 점이다.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 시장이 휴대전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처럼, 아이패드는 기존 소프트웨어 시장은 물론 영상, 음악, 게임 등의 유통 구조에 변화를 일으켰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의외로 애플 내부에서 ‘포악한 폭군’, ‘무자비한 황제’로 불렸다. 직원들과 토론을 하다가 자신의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큰소리로 ‘얼간이(jerk)'라 욕했고, 작업 결과를 보여주는 시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엔지니어들에게 “이건 완전 쓰레기야!”라고 소리쳤다. 한편 그는 직원들을 닥치는 대로 해고했다. 이른바 스티브식 종결(Getting Steved)이라고 해서 해고 대상인 직원들을 엘리베이터 등에서 만나면 구석에 몰아세우고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캐묻고 그에 대해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지 못하면 해고했다. 그래서 직원들은 스티브와 함께 타는 것이 두려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했을 정도였다.

   이쯤에서 드는 한 가지 의문은 ‘스티브가 비록 직원들을 거칠게 밀어붙였지만 그의 밑에서 싸우고 떠난 직원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애플 밖에 나가기만 하면 기업 여기저기서 최고의 대우로 모셔갈 내로라하는 똑똑한 인재들이 스티브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애플에 계속 있었던 이유는 도대체 뭘까?

 

 

   <왜 따르는가>에는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이 담겨 있다.애플 수석부사장이었던 저자 제이 엘리엇은 20여 년간 스티브 잡스의 오른팔로 함께 일하면서 최고의 인재들이 애플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유는 스티브만의 독특한 경영 방식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저자는 이 책에서 팀을 이끌어가는 스티브 잡스의 기본 전략과 팀원들을 혁신적으로 만드는 비결과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최고를 추구하고, 혁신적인 팀을 이끌어가는 스티브 잡스의 스타일과 방식을 소개했다. 저자는 스티브로부터 배운 것 중 가장 가치 있는 리더십 교육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다른 무엇보다 제품과 사용자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또한 스티브 잡스는 팀원들의 역량 그 이상으로 일을 해낼 수 있도록 그들에게 열의를 불어넣고 싶어 했습니다. 시장을 창출하고, 시장을 선도하며 흔들리지 않고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비전을 심어 준 것입니다.”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

 

   스티브는 자신의 리더십 원칙에 대해 “팀이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더욱 공격적인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팀을 밀어붙이고 그들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 내 몫”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티브는 자신을 대신할 대리인을 키우는 일과 직원들을 자신의 비전에 동참시키는 일을 무엇보다 우선해왔다. 그는 “사회를 바꾸어놓을 정도로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제품 개발로 시작되지 않고 비전에서 시작된다.”며 비전을 강조했다. 별나기로 유명했던 잡스와 함께 일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사람들이 그를 따랐을 때 늘 기대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스티브의 비전 덕분이었다. 스티브가 직원들을 괴롭힌 것은 보다 완벽한 제품, 소비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놀라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스티브는 결코 ‘떼돈을 버는 대박제품을 만들자‘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우주에 흔적을 남기는 굉장한 물건을 만들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매킨토시를 만들 때에도 그는 ’우리는 단순히 획기적인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계를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며 팀을 다독였고, 스티브가 눈에 보이듯 제시한 비전은 정말 현실이 되었다. 우수한 인재들이 애플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은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스티브의 비전 때문이었다.

 

 

완벽을 향한 리더의 열정

 

 

   스티브 잡스야말로 세계 최고의 소비자다. 스티브는 자신이 소비자로서 만나고 싶은 제품만을 애플의 제품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는 소수가 아닌 소비자 모두를 위한 컴퓨터, 즉 퍼스널 컴퓨터를 만들고 싶어 매킨토시를 만들었고, 음악을 사랑하는 그가 어디서나 마음껏 음악을 듣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와 아이팟을 만들었다. 그리고 휴대폰이 편리한 물건이지만, 너무나 무겁고 사용하기 어렵고, 예쁘지 않아서 이런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폰을 만들었다.

   스티브가 직원들에게 폭군처럼 엄격하고 강압적이며 냉혹하게 했던 것도 그의 열정 때문이다. 제품에 대한 열정 때문에 직원들에게 폭군으로 비춰졌다는 것이다. 스티브는 일에 대한 열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정으로 열정을 느낄 만한 뭔가를 찾기 전까지는 차라리 웨이터 조수나 그 비슷한 일을 하는 게 낫다. 성공한 기업가와 그렇지 못한 기업가의 차이 가운데 약 절반은 끈기다.” 그 끈기를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열정인 것이다.

완벽한 제품을 향한 리더의 열정은 조직을 움직이게 한다. 책 <인사이드 애플>의 저자 애덤 라신스키는 “애플 직원들은 누구나 ‘미션’을 성취하기 위해서 일한다고 한다. 어떤 곳에 가서 주위를 둘러봤을 때 모두 자신이 만드는 제품을 쓰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만큼 짜릿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회사에 남아있을 이유는 된다.”고 말했다.

 

 

 

 

리더보다 나은 인재 채용

 

   스티브 잡스의 인재채용에 있어 “반드시 A급 인재만 채용하라”고 고집했다. ‘B급을 몇 명이라도 채용하면, 결국 B급, C급도 채용하게 되면 곧이어 회사 운영이 결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능력 있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알고 지내는 법, 스티브는 유능한 A급 인재 후보자의 공급처를 회사 직원들로 보았다. 그는 회사에 인재를 추천해줄 때 마다 직원들에게 500달러를 지급했다. 스티브의 인재 채용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필요조건을 규정하라. 하지만 엄격하게 적용하지는 말라

2. 팀 자체를 채용 과정의 일부로 만들어라

3. 인재 찾기를 일상적인 방법으로 제한하지 말라

 

 

   스티브에게 면접자의 이력서는 관심 밖이다. 그는 면접자에게 “애플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말해주세요.”, "회사에서 잘린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진 후 그들이 하는 말보다 반응을 살폈다. 즉 상대가 당황하는지, 의표를 찔렸는지, 진실을 말할지, 쩔쩔매는지 등의 반응을 살폈다. 당연히 애플은 외부의 헤드헌팅 업체를 이용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인재를 선발한다. 결국 애플 문화에 적합한 인재를 뽑는 마지막 결정은 ‘이 사람에게 어떤 느낌이 들지?‘하는 “직감”을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사람(소비자,직원)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2의 출시를 위한 설명회 연설에서 “우리가 창의적인 제품을 만든 비결은 우리는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고자 했다. 기술과 인문학, 이 두 가지의 결합이 애플이 일련의 창의적인 제품을 만든 비결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애플 제품에는 어떤 인문학적 DNA가 들었을까?

   애플은 제품을 만들기에 앞서 ‘포커스 그룹’을 만들지 않았다. 스티브는 평소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고객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발칙하기 짝이 없는 이 말은 잘 새겨들어야 한다. 스티브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지금까지 이러한 제품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제품을 만들어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애플의 모토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다. 이 말의 의미는 기존 가전회사처럼 혁신을 기술에만 둘 것이 아니라 사용자인 사람을 감동시키는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다르게 생각하기'는 애플 제품들의 비전과 안목에도 적용되었다.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인 매킨토시를 내 놓을 때 잡스는 “들어 올릴 수 없는 컴퓨터는 더는 컴퓨터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사무실 크기만 한 IBM 컴퓨터의 종말을 예고했다.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은 인간의 소유심리에 맞선 케이스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튠즈가 나오기 전만 하더라도 음반업자와 가수들은 ‘불법복제’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잡스는 문제는 인간의 소유욕망에 있다고 봤다. 그래서 스티브는 가수나 음반업자들처럼 불법복제자들에게 헛된 양심에 의거해 구걸하지도, 그들을 적발해서 처벌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잡스는 단돈 1달러에 채 10초도 되지 않아서 다운을 받는 아이튠즈라는 더 나은 환경의 제공이라는 새로운 인식의 틀을 제공해 ‘합법적인 다운로드 시장’을 창출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스티브의 경영 스타일은 현대 경영학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의 경영방식은 단순한 애플의 놀라운 성공에 머물지 않고, 소비자의 생활 패러다임을 바꿔놓으며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우리는 이러한 애플의 진화를 혁신(innovation)이라 불렀다. 애플의 혁신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어떻게 해야 고객이 성공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무엇이 소비자를 흥분시키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경영의 총체였다.

 

   ‘비즈니스는 리더를 반영한다‘는 말이 있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고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는 비전을 갖고 열정을 쏟을 때 비로소 나를 응원하고 따르는 무리를 만들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과연 내가 고객이라면 이 제품을 기꺼이 살 것인가?' 천 번을 되물으며 완성도를 높였다.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회장이 말했던 지구 종말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편집광'은 스티브 잡스가 아닐까. 이 책을 통해 원칙은 없지만 진정성이 담긴 스티브 잡스의 고객과 직원에 대한 사람 경영법은 소비자의 아낌없는 사랑을 갈망하는 기업의 리더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월간금융(12월호)에 기고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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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그 신화와 진실
엘렌 루이스 지음, 이기홍 엮음 / 이마고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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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업계 공룡, 이케아IKEA 의 모든 것

 

   이케아는 스웨덴의 가구업체로 가구 하나로 전 세계인의 생활방식을 바꾼 기업으로, 이 책은 스웨덴의 최고 유명 수출품 이케아의 성공 신화를 분석한 책이다. 영국의 브랜드 전문가인 저자는 이케아의 전ㆍ현직 직원과 각계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여러 공식·비공식 문건과 다큐멘터리영화 자료 등을 조사하여 브랜드 이케아의 배후에 놓인 아이디어, 원칙, 역사를 설명하고 베일에 가려 있던 이케아를 보여준다.

 

가구업계 공룡, 이케아IKEA 의 모든 것

 

 

“인생이란 이케아 가구 조립과 같다.

목적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부품들을 한데 맞출 수도 없으며 ,

중요한 부품은 항상 빠져 있고, 최종 결과는 기대와는 전혀 딴 판이다.“ (18 쪽)

 

 

   이케아는 현재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43 개국에 338개의 이케아 매장이 있다. 종업원은 15만4000명이고, 다루는 제품은 점포마다 무려 1만 점을 넘는다. 2012년 매출은 275억유로(약 41조원)였고, 이케아 매출은 1958년에는 300만유로에 불과했는데, 54년 만에 9167배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재정 위기에도 이케아 매출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이케아는 가구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쉴 수 있는 호텔과 레스토랑을 이케아 매장 주변에 갖추고 있다고 한다. 하루 150만 명의 고객이 전세계의 이케아를 방문하고, 한 해에 5억 8000만 명의 고객이 이케아를 찾는다. 실로 ‘어른들의 디즈니랜드’로 불릴만하다.

 

   볼보, H&M, 사브, 앱솔루트 보드카, 엘렉트로룩스 등 스웨덴이 낳은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 하나인 이케아는 인구가 900만 명에 불과한 스웨덴에서 이처럼 많은 국제적 브랜드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불가사의한데, 정말 놀라운 것은 이케아가 스웨덴 남부의 시골 스몰란드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난 가구회사가 전 세계에 가장 모던한 디자인을 전파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는 뜻이다.

 

 

 

 

"누구나 이케아에서 쇼핑을 하다가 놀라는 순간이 있다. 물건이 이토록 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이것은 입이 딱 벌어지는 기발한 노하우의 영역이다. 이케아 내부에서는 이렇게 터무니없이 싼 물건들을 길거리 가게에서 파는 50페니짜리 소시지에 견주며 ‘핫도그’라고 부른다. 다른 회사가 도저히 흉내내기 어려운 이케아의 확고한 경쟁우위 가운데 하나는 간단히 말해 제품을 실제보다 더 비싸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반 대중이 원하는 바와 맞아떨어진다. 우리는 멋져 보이길 원하지만 그만큼의 돈을 지불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이케아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다음과 같다. 우선 이케아 가구는 싼 가격으로 유명하다. 이케아의 광고 중에 “이 침대는 잠옷보다 쌉니다.”라는 문구가 있을 정도로 가구가격이 싼데, 이처럼 저렴한 가격을 가능하게 한 1등 공신은 ‘고객이 함께 일하게’ 만드는 시스템 덕분이다. 제품가구를 사서 조립하는 과정을 고객들이 흥미롭게 느끼도록 하여 이케아 매장에는 ‘스웨덴식 디즈니랜드’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 유럽에 DIY 문화를 이끌기도 했다. 세련된 북유럽 디자인 제품을 싼 값에 차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고객들은 번거로움마저 달콤하게 받아들인다.

   두 번째 특징은 조립식 콘셉을 들 수 있다. 플랫팩 가구라고 불리는 이케아 제품들은 완성되지 않은 채로 납작한 상자 안에 들어 있는데, 고객들은 이 상자를 차량에 싣고 집으로 운반하여 손수 조립까지 해야 한다. 세 번째 특징은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을 바탕으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이케아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도구이자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카달로그, 직원 모두가 진정한 이케아 가족이라는 독특한 기업 문화, 그리고 60년 이상 이케아를 이끌어 오고 있는 이케아의 절대자 잉바르 캄프라드 등도 이케아의 특징에 속한다.

 

 

   내가 이 책을 주목해서 읽은 이유가 있다. 요즘 국내 가구 업계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업체관계자들은 요즘이 ‘IMF때보다 더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하는데, 이케아라는 세계적인 가구업체가 국내에 들어오면 국내가구업체들은 고사할 위기에 빠질지도 모르겠다는 우려 때문에 ’이케아는 과연 어떤 기업인가?’궁금해서였다.

 

   한국 가구 업계의 현실은 한마디로 존폐위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업계 1위였던 보루네오 가구는 자금난을 겪다 지난 10일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국내 가구업계 2위인 리바트는 영업이익률이 0.5% 선에서 머물고 있어 임기도 전에 대표를 바꾸고 있다. 국내 사무용 가구 시장 1위인 퍼시스도 올해 1분기 매출이 599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 줄었다.

원래 가구산업인 것이 소득이 높아질수록 성장하는 업종이다. 1인당 GNP(국민총생산)가 2만 달러이상이면 사람들이 주택이나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돼 가구 산업이 성장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 인데, 한국은 예외다. 한국의 1인당 GNP는 2000년대 후반부터는 2만 달러에 접어든 이후 국내 가구 업계는 되레 그때부터 더 위축되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꼽을 수 있다. 보통 이사를 하면서 가구를 많이 바꾸는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가구 업계가 동반 침체에 빠진 것이다. 아울러 사무용 가구는 신설 법인 설립에 영향을 받고, 혼수 의존도가 높은 가정용 가구는 결혼적령층 규모에 영향을 받는데, 불황으로 문을 닫는 회사가 늘고,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가구 시장이 더 침체에 빠진 것이다. 두 번째는 국내 가구업계의 디자인 경쟁력 약화가 업계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당시 국내 가구 산업이 '노동집약형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었다고 말한다. 세 번째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싼 값의 가구가 들어온 것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이케아는 현재 2011년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7만 8198㎡짜리 땅을 2346억 원에 낙찰받아 내년으로 예정된 이케아가 들어오면 한국 가구업계는 초토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대책은 뭘까? 우선 늦었지만 디자인과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R&D를 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국내 가구업계의 디자인 경쟁력 약화가 업계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과거에는 가구업체마다 저마다의 디자인과 특징이 있었는데, 2000년대 단순함을 강조한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그 디자인을 베끼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당시 국내 가구 산업이 '노동집약형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었다고 말한다. 아울러 국내 가구업계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협조도 필요한데, 가구업계는 관세에 역차별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국내 가구업체는 원자재인 파티클보드(원목을 가공해 만든 판상 재료)를 수입할 때 8% 관세를 물지만, 완제품을 수입하는 이케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래로 우리나라에서 가구는 결혼 혼수품에도 들어갈 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재산이었다. 할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잘 쓰고 관리했다가 대를 물리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해 가구도 한철만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 같은 소모품이 되어버렸다. 이제 우리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닐지라도 아주 싸다는 이유로 집을 위해 충분히 가구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케아의 높은 품질과 싼 가격이 전 세계의 가구소비 패러다임을 바꿔버린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품질 좋고 싼 가격의 가구를 살 수 있다니 국내 소비자로서는 반갑다. 하지만 이케아의 국내진출은 국내 가구산업에게는 더 큰 위기가 될 것이 뻔하다. 우려가 곧 현실이 될 시점에서 이 책은 지피지기知彼知己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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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저스 : 전략적 입소문 - 와튼스쿨 마케팅학 최고 권위자가 전하는 소셜 마케팅 전략
조나 버거 지음, 정윤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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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의 성공, 운이 아니라 과학이다!  

 

 

  지난 해 최고의 히트상품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말춤과 중독성 강한 멜로디는 세계인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지금까지 이어져서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 17억뷰를 돌파, 역대 조회수 1위를 차지하고 있고(2위인 저스틴 비버 '베이비'의 9억뷰를 2 배 가량 차이가 난다), 후속곡인 '젠틀맨' 역시 5억뷰로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 부문 10위권이라고 한다. 유튜브는 오는 11월 3일 전세계 유튜브 사용자들이 세계 최고 인기의 가수와 뮤직비디오를 뽑는 제 1회 유튜브 뮤직 어워드(1st YouTube Music Awards)‘ 개최한다는데, 싸이가 유력시 된다고 한다.

 

 

   한국어로 부른 노래가 이처럼 팝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라며 한목소리로 물었다. 다시 한 번 묻자. 이처럼 전세계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열광한 이유가 뭘까? 미국의 방송 출연을 하고난 후 귀국 기자회견에서 싸이는 “미국인들이 나를 유쾌하고 약간은 엽기적인 캐릭터인 오스틴 파워 닮았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정장차림에 선글라스를 쓴 멋쟁이지만 순간 말춤을 추며 망가지는 모습이 세계인의 눈에 우스꽝스런 광대로 비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으론 설명이 안 된다. '강남스타일'은 여러 면에서 1995년 전 세계를 달군 스페인 노래 ‘마카레나’를 닮았다. 중년의 두 스페인 가수가 부른 이 곡은 당시 빌보드 차트에서 14주간 1위를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린바 있는데, 둘 다 외국인이고 재미있는 댄스음악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히트 경로가 보이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찾을 수 없다. 만약 '이제 와서 이유가 무슨 대수냐'고 퉁을 놓는다면, 명확한 이유만 안다면 '제 2의 강남스타일', '제 2의 싸이'도 만들어낼 가능성은 충분해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교수인 조나 버거(Jonah Berger)는 <컨테이저스Contagious>에서 딱히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거나 그다지 광고에 비용을 많이 들인 것 같지 않은데도 유독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제품, 사람, 아이디어(싸이의 강남스타일 같은)를 우리는 거의 매일 만나는데, 이러한 현상들은 그저 운이 좋아서도, 우리가 모르는 불가사의한 이유 때문도 아니라고 말한다. 오늘날 이러한 폭발적인 확산이 가능한 것은 입소문 덕분인데, 이 입소문은 사람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운이 아니라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예측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유행의 실제 사례들을 조사하면서 유튜브에 올라오는 특정 동영사이 바이럴 효과를 누리는 이유, 특정제품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는 이유 등 마케팅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특히 그는 21세기 새롭게 변화한 미디어 환경, 즉 SNS의 등장으로 진화하는 ‘바이럴 마케팅'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 사회를 휩쓰는 모든 유행에는 ‘전략적 입소문’이 존재하고 콘텐츠의 전염성을 결정짓는 요소로는 여섯 가지 원칙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대화, 공유, 모방욕구를 자극하는 ‘전염성’의 여섯 가지 원칙들은 소셜 화폐(Social Currency), 계기(Triggers), 감성(Emotion), 대중성(Public), 실용적 가치(Practical Value), 이야기성(Stories)인데, 첫 글자를 따서 STEPPS라 불렀다.

 

 

 

 

 

   우리는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옷을 입고 싶어 하는 이유는 남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서다.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서 정보를 공유하려는 이유도 똑같다. 똑똑하고 시대에 앞선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그 점에서 입소문은 우리를 더 좋은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화폐`다(소셜 화폐Social Currency의 법칙). 방아쇠는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제품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을 뜻한다. 예를 들어 축구 야구를 TV로 시청할라치면 사람들은 '치맥'(치킨과 맥주)떠올리고, 공짜 안주하면 '새우깡', 촐촐한 일요일엔 '짜파게티'를 떠올린다(계기Triggers의 법칙). 한편 우리는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 주제를 공유하기를 좋아한다. 즉 무엇인가에 더 많이 마음을 쓸수록 우리는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되는데, 긍정적 감정으로는 경외감ㆍ흥분ㆍ유머가 있고, 부정적 감정으로는 분노ㆍ불안 등이 있다(감성Emotion의 법칙).

   우리는 눈에 잘 띄는 것을 모방하고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더 많은 사람의 눈에 쉽게 띄는 아이디어ㆍ제품일수록 더 쉽게 입소문을 탄다(대중성Public의 법칙). 우리는 타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는데, 실제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입소문은 더 빠르게 난다. '티켓 몬스터'나 '위메프'과 같은 소셜커머스 회사가 입소문을 타고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실제적 가치가 높아서였다. 이들 회사를 이용하면 소비자들은 돈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실용적 가치Practical Value)의 법칙). 마지막으로 우리는 수천 년간 입소문을 타고 전승된 이야기인 '트로이의 목마' 흡입력 강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나면 바로 공유한다. 제품과 아이디어를 널리 알리고 싶다면 그 속에 스토리를 녹여야 한다(이야기성Stories의 법칙). 이 여섯ㅅ 가지 원칙은 파급효과가 뛰어난 콘텐츠로 만드는 여섯 가지 요소로 생각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 여섯 가지 '재료'가 갖춰지면 자연히 입소문이 나고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여섯 가지 원칙 중 일부만 갖춰도 성공적인 입소문 가능하다고 저자는 덧붙였다).

 

<클릭하시면 원본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앞선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사람들은 왜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그토록 열광한 걸까? ‘전염성’의 여섯 가지 원칙들에 대입해 봤다.

어느 날 유튜브에 정말 웃긴 뮤직비디오(감성)이 나왔다는데, 살펴보니 재미있는 말춤이 돋보이는 비디오였다(대중성). 사람들은 재미있고, 쉬운 말춤을 너도 나도 따라했고, 동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올려 자랑했다(소셜화페). 아울러 노래 속에 반복된 '강남'은 도대체 어디인지 궁금해졌고, 한국을 검색하기 시작했다(이야기).

 

   한편 저자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입소문은 눈에 잘 띄기 때문에 과대평과 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했다. 요즘 온라인을 통한 바이럴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지적인데, 우리가 온라인에 있는 시간은 평균 2시간, 입소문에서 온라인의 비중은 겨우 7% 밖에 안된다. 그러므로 소셜 미디어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대화와 정보의 공유는 얼굴을 맞대고 이뤄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오프라인 대화는 온라인 대화처럼 눈에 보이는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우리의 행동에는 분명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껏 출간된 바이럴 마케팅 관련서는 중요성을 강조한 이론이 대부분이어서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면 항상 '그래, 나보고 어쩌라고?' 반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조나 버거의 통찰력으로 누구나 '성공적인 바이럴 효과'를 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백미는 기업들이 경험한 '전략적 입소문'의 실제 사례들이다. 본문을 읽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직접 유튜브에서 기업의 이름과 이슈들을 검색한다면 보다 생생한 '전염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마케팅을 계획중이라면 비싼 돈 들여 네이버에 '스폰서 링크'하지 말고 먼저 이 책부터 읽어라! 이보다 나은 바이럴 마케팅 방법은 아직 없으니까.

 

이 리뷰는 <기획회의 경제경영 전문가 리뷰>(354호)에 기고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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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는 것이 인간이다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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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숨은 장사꾼 기질, 비밀을 벗다

 

 

   “왜 하필 어려운 경제경영서를 읽는 거죠?” 10여년 전 지금은 사라진 포털 엠파스에서 블로그를 만들고 온라인 리뷰어로 활동하면서부터 지금껏 숱하게 들어온 질문이다. 그때마다 상황에 맞게 에둘러 대답했지만 정말 하고 싶던 대답은 경제경영서 속에 ‘진짜 인간의 모습’이 담겨 있어서다.

 

   장사業를 뜻하는 비즈니스business 속에는 ‘사고파느라 바쁜 진짜 인간의 모습busy+ness'이 들어 있다. 경제라는 단어 역시 ‘사람이 생활을 함에 있어서 필요로 하는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이 아니던가. 그렇다. 사람이 사는데 있어 먹고사는 일이 제일 우선이고 가장 중요하다. 정치, 종교, 철학, 예술도 좋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굶주리게 되면 다 필요 없다. 내가 경제경영서를 즐겨 읽는 것은 이런 원초적인 이유 때문이다. 비즈니스는 나라마다 그 의미가 약간 다르다. 우리나라는 거래去來, 간만큼去 오면來 된다. 물물교환의 의미가 짙다. 일본은 토리히키取引라 부르는데, 일단 취하고取, 덧붙여 추가로 끌어당긴다引. 일본인을 두고 경제적 동물이라 부르는 의미를 알 듯 하다. 중국은 쎵이生意라고 부른다. 장사에 삶生의 의미意를 둔다니 무섭다. 역시 중국상인을 세계 3대 상인 중 하나라 부를 만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무언가를 ‘교환’하는 것이 비즈니스라면, 그 전제에 해당하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는 설득과 협상의 과정이 숨어 있다. 비즈니스를 일컬어 ‘설득과 협상의 총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늦은 출근길 택시에서는 어느 노선으로 달려야 할지 택시기사와 협상하고, 회사에서는 과중한 업무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동료들을 설득한다. 퇴근길에 술 한 잔 하려니 어느 술집을 가야 할지 술친구와 협상하고, 술값은 오늘 주식장에서 상한가를 친 김대리가 내야한다고 설득한다. 심지어 집에 돌아가서는 라면을 끓여먹고 자야할지 아니면 그냥 잘지 ‘나 자신’을 설득해야 한다. 이러한 설득의 일상을 다시 비즈니스 개념으로 확대해 보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뭔가를 팔아가며 살고 있다.

 

   “장사를 밥벌이로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날마다 자기 자신과 가족, 친구와 고용주에게 뭐든 팔면서 산다. 나는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는다는 믿음을 판다. 또 나 자신에게는 책을 쓰자는 계획을 판다. 우리는 자기를 학교와 조직에 팔고 미래의 배우자에게 판다. 식당 종업원은 손님에게 특선 요리를 팔고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행위를 판다. 판매는 지극히 인간다운 행위이고 여기에 모든 의미가 함축된다.“(장사의 시대)

 

   하버드 MBA 출신 저널리스트 필립 델브스 브러턴이 <장사의 시대>(어크로스)에서 한 말이다. 세계 비즈니스 업계의 리더들을 기르는 하버드 MBA에는 세일즈 과목이 개설되지 않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장사꾼들을 만난 후 세일즈는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가장 치열한 전투이며, 매출과 이익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 책을 썼다. 그는 남을 설득하거나 일자리를 구할 때, 이성을 유혹하고 심지어 아이들에게 브로콜리 한 조각을 먹일 때도 장사의 기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선정한 ‘세계의 경영 사상가 50인’ 중 한 명이자 <프리에이전트의 시대><새로운 미래가 온다><드라이브> 등의 베스트셀러를 쓴 세계적인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 Daniel H. Pink 역시 <파는 것이 인간이다>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세일즈'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일과 일상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활동이 모두 넓은 의미의 판매 활동이며, 여기에 자신의 시간 중 많은 부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비판매 세일즈non-sales selling'이라 불렀는데, 비판매 세일즈가 생존과 개인적 행복을 가름하는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To Sell IS Human’가 원제인 이 책은 모두가 세일즈하는 새로운 세상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로잡을 수 있는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기존에 갖고 있는 무언가를 버리고 우리가 제안하는 어떤 것을 취하도록 설득하고, 이유를 납득시키며,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업과 관련된 활동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우리는 40퍼센트 이상의 시간을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일에 쓰고 있다.”(파는 것이 인간이다)

 

 

 

 

   저자는 우선 왜 세일즈 전성시대인가부터 살폈다.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9명 중 1명은 세일즈 일을 하고 있으며, 이 인원은 1,5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9명 중 다른 8명이 누군가를 설득하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비판매 세일즈’를 하고 있다. 이렇게 비판매 세일즈 인구의 급증이 이루어진 이유는 뭘까?

   이유는 세 가지. 첫 번째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기업가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소규모 기업, 1인 기업의 두드러진 증가가 좋은 예다. 두 번째는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조직이 수평화, 분산화 되었다. 오늘날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개인들은 기능적 경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설계자도 분석해야 하고, 분석가도 설계해야 한다. 마케터도 생산해야 하고, 생산 담당자도 마케팅을 해야 한다. 세 번째는 교육 및 의료 분야의 성장이다. 과거에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판매자는 구매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서(구매자 부담의 원칙) 환자가 의사의 처방에 의존하고, 학생이 선생님의 교육에만 의존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스마트폰만 열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자 입장이 뒤바뀌었다. 차를 팔거나 회의석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설득할 때에도 환자나 학생의 요구에 부응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세상(판매자 부담의 원칙)이 된 것이다.

 

 

 

 

   이전 시대의 판매방식, 즉 집요하고 끈질긴 태도나 화려한 화술에 의지해서는 더 이상 안통한다. 디지털 시대인 오늘날에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동일한 정보를 소유하는 정보 대칭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일즈의 세상에는 새로운 가치와 방식이 필요하다. 먼저 세일즈에 임하는 태도에 궤도수정이 요구된다. 즉 전통적인 세일즈의 ABC가 ’항상 판매를 종결지어라Always Be Closing‘였다면 오늘날은 다른 사람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동조Attunement와 거절의 바다에서도 굴하지 않는 회복력 Buoyancy 그리고 문제 발견을 통한 명확성 Clarity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세일즈에서는 어떻게 해야 상대를 사로잡을까? 남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거나 홍보하려면(피치 Pitch)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전달하고, 급변하고 역동적인 비즈니스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순간적인 판단력과 대처력이 더해진 ‘즉흥극’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세일즈와 비판매 세일즈는 결국 누군가에게 서비스하는 행동이다. 여기서 서비스는 다른 이들의 삶을 개선하고 나아가 세상을 발전시키도록 ‘기여’하는 서비스여야 한다.

   웹Web 2.0 프로슈머의 시대, 잉여를 나누고, 좋았던 경험을 공유하려는 인간 본성을 세일즈에 연결시킨 다니엘 핑크의 통찰이 돋보이는 책이다. 세일즈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뒤집는, 그것만으로도 읽어야 할 의미가 충분한 작품이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52호)에 소개된 전문가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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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대가 -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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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심화, 자본주의 파국 부른다

 

   2011년 세계 곳곳에서 수백만 인파가 거리를 점거하며 자신이 몸담은 억압적인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몸으로 저항했다. 아프리카 북부의 작은 나라 튀니지에서 ‘뭔가가 잘못됐다’는 막연한 깨달음에서 비롯된 이 시위는 확산되어 결국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는 정부가 전복되었고, 예맨, 바레인, 시리아에서는 온 나라가 장기간의 시위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미국 콜럼비아 대학 교수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시위대의 생각은 ‘옳았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세계화의 실패’를 보여준 대표적인 결과라며 이렇게 말했다. “경제시스템과 정치시스템이 마땅히 이루어야 할 성과와 현실적인 성과 사이의 간극이 크게 벌어져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세계 각지의 정부들이 지속적인 실업 등의 중요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공정성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소수의 탐욕을 위해 짓밟히는 것을 목격하면서, 시스템이 불공정하다는 대중적 인식은 이윽고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불평등의 대가> 역시 지금처럼 소수의 부자와 엘리트 계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나라가 되어 불평등이 심화된다면 미국도 머지않아 2011년의 불행한 나라들에 속하게 될 거라는 경고로 가득하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던지고자 한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 ‘지금 하위 99% 소득층은 상위 1%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과 ‘1%에게 이로운 것 역시 사실은 전혀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책 전반에 걸쳐 이야기하고자한 불평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첫째,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누가 보기에도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았고, 안정적이지도 않았다. 둘째, 정치 시스템은 시장 실패를 바로잡지 못했다. 셋째, 현재의 경제 시스템과 정치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의 키워드이기도 한 불평등은 정치 시스템 실패의 원인이자 결과물이다. 이 불평등은 결국 경제 시스템의 불안정을 낳고, 불안정은 다시 불평등을 심화시켜 결국 오늘날의 힘없는 99%의 약자들은 이러한 불평등의 악순환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불평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지난 30년 동안 ‘신자유주의’의 실물경제 체제와 ‘파생상품 시장의 발전’이라는 금융산업 체제의 출발에 있다고 보았다. 시장은 엄청난 힘을 가진 반면, 도덕성은 없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힘만을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세계 시장 경제는 시장 분배기능의 왜곡, 시장 불균형 악화, 양극화와 사회계층간 갈등 심화라는 도덕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어떠한 경제학적 이론도 풀 수 없는 문제를 낳았다.

 

   요즘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의 부유층과 지도층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다 덜미가 잡히는 뉴스가 대부분이다.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고 아직 1672억 원이나 더 내야 하는 전두환 전(前)대통령은 십수년 동안 예금통장에 29만원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버티다가 최근 법이 개정되고 3남1녀 자녀에게 최소한 수백억 원대 재산이 있어 이를 추징하려하자 ‘나는 원래 부자였다’며 생떼를 쓰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17조 9253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고 887억 원밖에 내지 않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호주머니를 털며 빈털터리라고 우기지만 아들은 베트남에서 600억 원대 고급 골프장을 인수했다고 한다.

   국가로부터 추징금을 맞았다는 의미는 국가와 국민에게 큰 죄와 빚을 졌다는 뜻일진대 그들에게 부끄러움, 즉 염치(廉恥)는 보이지 않는다. 자식들에게 재산을 빼돌렸는지 여부는 수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수백억 원대의 재산을 가진 자식들 역시 아버지의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역시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우리 판단으로는 불효자지만 그들은 부모의 말 잘 듣는 효자 일게다, 틀림없이). 한편 SK, 한화, CJ, 태광산업 등 재벌 그룹 총수들의 횡령, 배임, 탈세 소식이 거의 매일 쏟아지고 있다.

   그들의 작태를 지켜보노라면 과연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던 사람들이 정말 맞나 의심스럽고 그들을 믿은 내가 슬퍼진다. 더욱 서글픈 것은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욕하며 ‘너희 물건 절대 않사겠어’ 다짐하면서도 대체물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열어 사고 있는 내 모습이다. 이럴 땐 정말 내가 싫고 자본주의가 싫어진다.

 

   세계적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얼마 전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자본주의 국가들은 민주사회로 발전하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가 심화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제)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분명히 예전보다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도 경쟁에서 뒤처지고 배제된 자들의 시위와 집회가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자본주의하에서 생겨난 새로운 종류의 차별, 배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본주의는 파국으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저자는 어렴풋하나마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불평등한 오늘날의 현실은 미래에는 불평등의 수준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긴 하지만 ‘심각한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불평등의 대안으로 크게 경제개혁과 정치개혁, 그리고 중하위층에 대한 지원 강화를 들었는데, 경제개혁만을 살펴보자. 우선 경제개혁은 크게 상위계층의 탐욕에 대한 억제책과 조세개혁으로 나누었는데, 상위 계층의 탐욕에 대한 억제책은 첫째, 은행들의 경영 투명성과, 약탈적인 대출과 신용카드 관행을 필두로 한 금융 부문의 규제다. 두 번째는 기업들의 독점금지법 강화와 집행의 효율성 강화, 세 번째는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이다. 최고 경영자들의 권력을 제한해서 기업 자원의 상당 부분이 그들의 개인적 수익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 네 번째는 파생 상품의 취급에서 깡통 주택 및 학자금 대출에 이르는 파산법의 총체적인 개혁이고, 다섯 번째는 공공 자산의 배분 및 정부조달사업 관리강화를 통한 정부의 무산공여를 중단이다. 여섯 번째는 기업 지원금의 폐지, 마지막으로 사법 접근법을 민주화하고 군비 경쟁을 줄이는 사법 개혁을 들었다. 저자는 이러한 일곱 가지 개혁을 통해 경제의 효율성와 형평성 개선이라는 이중 효과를 얻게 될 거라고 주장했다.

   한편 조세개혁에 있어서는 조세회피 통로의 차단과 소득세 및 법인세 분야의 누진성을 강화를 역설했다. 투기업자들에게 근로소득세보다 높은 세율의 조세를 강화하고, 상위 계층의 담세율을 하위 계층의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유산세(상속세)제도의 효율성 강화와 집행의 효율성을 확보하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우리 경제에 별다른 역효과를 미치지 않기 때문에 바로 시행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말미에 저자는 “이런 정책들이 채택될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물으며 기운을 뺀다.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불평등이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다수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는 ‘경제민주화’가 대선공약으로 그친 것도 높디높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때문이 아니던가.

 

   미국경제의 어제와 오늘을 통사적으로 살펴본 이 책을 마치 우리 이야기인양 실감하면서 읽는 방법이 있다. 바로 미국이라는 단어 대신 한국을 넣으면 된다. 미국 자리에 한국이란 단어를 넣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오늘날의 미국과 한국 사회의 현실이 닮아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IMF 외환위기 때 외환원조의 조건은 ‘모든 경제 시스템을 선진국 미국처럼 바꾸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꾸느라 10여년을 개고생을 했더니 이젠 그 선진국 경제 시스템이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 ‘이 무슨 개 같은 경우인가‘싶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발간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500호) 전문가 리뷰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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