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음보다 다름 - 기획에서 마케팅까지, 무엇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홍성태.조수용 지음 / 북스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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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인식에 차별점을 심어라

 

   한 세대 전만 해도 기업이 슈퍼갑()인 시절이었다. 생산되는 제품이 많지 않던 그때는 제품을 만들기가 무섭게 들었다 번쩍하고 팔려나갔다. 심지어 채 만들지도 않은 제품에다 선금을 주고 예약하는 백색가전이 있던 시대였으니 요즘 재벌은 그 시절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엔 소비자가 수퍼갑이다. ‘필요의 소비가 아닌 욕망의 소비를 하는 소비자에게 기업이 어필하는 방법은 온전히 그들의 입맛에 맞추는 방법 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지금은 불황의 시대가 아니던가. 돈이란 게 참 무섭다. 지갑이 거북이 등처럼 두꺼울 땐 딱 1초만 생각하고 돈을 지르던 소비자들이 껌딱지처럼 얇아지니 좀처럼 돈 꺼내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이런 요즘 어떻게 해야 더 잘 팔릴까하는 기업의 고민에 답은 딱 하나, 차별화뿐이다.

   그런데 너나할 것 없이 차별화를 외치지만 차별화란 게 결코 쉽지 않다. 기능에서 차별화하자니 버튼 50개가 넘는 리모컨 같은 결과가 나오기 일쑤이고, 남보다 한 푼이라도 더 싸게 팔다보니 결국 제살 깎아먹기식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제대로운 차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여기 차별화에 대한 기가 막힌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주당 200달러가 넘던 애플의 주가는 5달러 아래로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었다. 망해가는 애플호의 선장이 된 잡스는 제일 먼저 직원들을 불러 그간 개발 중이었던 애플컴퓨터가 경쟁사보다 얼마나 더 나은지에 대한 브리핑을 듣다가 한심하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이렇게 일갈했다. “경쟁사보다 더 잘 만드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르게 만들 궁리를 하세요.(Better is not enough. Try to be different)."

 

   <나음보다 다름>은 마케터들이 그토록 어려워하는 차별화를 제대로 짚어낸 책으로 잡스의 일갈에 연장선에 있다. 제목에서 보듯 차별화의 정답은 나음이 아닌 다름에 있는데, ‘다름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하는 추가된 의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책 전반에 걸쳐 두루 담겨 있다. 주목할 점은 훌륭한 저자들의 라인업인데, 최근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마케팅 석학이자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의 저자 홍성태 교수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광고 없는 브랜드 월간지로 유명한 <매거진 B>의 발행인 조수용이 함께 썼다. 이론과 실전의 대가들이 만났다는 점만으로도 마케팅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다. 저자들은 차별화는 엔지니어가 아닌 마케터가 만드는 것이고, 차별화의 방법은 아주 작은 차이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술의 차별화는 한계가 있다. 리모컨에 버튼 몇 개 더 추가되는 정도는 더 이상 차별화가 될 수 없다. 그러다간 후발주자에게 흉내만으로 따라잡히거나 뒤통수맞기 십상이다. 하지만 실제가 아닌 인식에 차별점을 둬서 소비자의 마음속에 하나 밖에 없는 제품이라고 인식시킨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러시아의 로모카메라가 좋은 예이다. 로모카메라는 렌즈의 광학적 왜곡이 심한 탓에 의도한 대로 사진이 나오지 않아 기술적으로는 라이카나 콘탁스와 같은 카메라 명가에 비하면 엉성하기 그지없는 카메라다. 하지만 로모카메라는 반대로 생각해 기대하지 않았던 사진이 나온다는 이 단점을 차별점으로 삼자, 그저그런 카메라에 식상한 소비자들이 로모카메라의 특별함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이처럼 의미 있는 차별화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인식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마케팅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아무리 차별화를 꾀했다 하더라도 일정한 궤도에 올릴 강력한 추진 동력이 없다면 소비자의 주목을 얻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진다. 브랜드를 소비자의 시선에서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하는데, 그 경쟁력 요소들은 바로 저가격, 가성비, 기능, 품질, 명성이다.

   즉 차별성에 경쟁력을 더하려면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선도 브랜드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던가(저가격), 선도 브랜드보다 제품의 품질에 충실하되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던가(가성비), 선도 브랜드가 갖지 못한 기능을 첨가할 수 있던가(기능), 선도브랜드보다 훨씬 뛰어난 재질과 제조방식으로 생산해 품질로 승부할 수 있던가(품질), 문화적, 사회적 호감도까지 더해서 명성을 내세울 수 있어야(명성) 한다. 하지만 제품상의 차이를 내세우는 차별화에는 한계가 있다. 더 비싼 값을 기꺼이 치르게 하고, 안 살 것을 사게 만들고, 사고 또 사게 만드는 진정한 차별화는 인식상의 차별화로 완성된다.

 

인식상 차별화의 핵심은 남들이 갖지 못한 독특함을 갖는 것이고, 그러한 독특함을 어필하는 데는 최초(First)'이거나 유일(Only)‘하거나 최고(Best)'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세 가지 방향이 있다.” (151)

 

   소비자의 의식에 차별화를 확실히 인식시키려면 우선 최초(First)를 강조하라. 소비자는 최초이거나 처음이거나, 오리지날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 선그라스 하면 라이방(레이밴Ray ban)을 떠올리고, 비가 오면 바바리(버버리Burberry) 코트를 찾는 것도 이들이 최초이기 때문이다. 해장국집 간판마다 원조를 달고 있지만, 진짜 원조는 하나뿐이다. 또한 소비자는 사회적 동물이다 보니 물질이든 정신이든 신상, 즉 최신의 것을 좋아 한다.

   그리고 인식의 차별화를 꾀하려면 유일(the only)을 강조하라.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가졌더라도 남들도 가졌다면 소용없다. 나만 가져야 남다를 수 있다. 그래서 눈에 띠는 독특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비싸더라도 고어텍스와 같은 남다른 소재를 찾는다. 특히 이케아가구처럼 내가 손수 만든, 나만의 것이라면 더 애착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세 번째 인식적 차별화의 핵심은 바로 최고(the best)의 추구. 우리 제품이 국내 판매 1, 점유율 1위라면 차별화는 따 놓은 당상이다. 소비자는 누구나 잘 팔리는 제품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후광효과를 좋아해서 최고라 불리는 인사들이 좋아하는 제품이라도 최고로 쳐 준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기업이 만드는 장수상품 역시 오랜 기간 쌓아온 기업의 명성을 즐기기에 최고가 된다. 해장국집 간판마다 원조를 달고 있지만, 진짜 원조는 하나뿐이다.

   저자들은 가격, 가성비, 기능, 품질, 명성이라는 씨줄(실제적 차별점)과 최초, 유일, 최고라는 날줄(인식적 차별점)을 교차시켜는 이중적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차별화란 우리 제품(서비스)를 이중적 차별화 전략의 15개 박스 중 어느 쪽에 어떻게 포지셔닝을 해야 다른 점을 인정받는가 하는 게임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이 전략으로 오늘날 차별화되었다고 평가되는 기업들을 대입해 보았더니 희한하게도 적확하게 들어맞았다. 이 말은 곧 차별화를 계획중인 제품(서비스)가 있다면 차별화포인트를 제대로 잡을 수 있는 툴이 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차별점은 무엇보다 지속성(durable)을 갖춰야 한다. 여기서 지속성은 변하지 않는 속성이 아니라 본질은 지키되, 본질의 표현은 소비자의 시선에 맞춰 디자인이든, 커뮤니케이션이든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그 제품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믿음(loyalty)’을 유지하는 것이다.

 

오늘 모든 기업의 화두는 바로 차별화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회의 중 수많은 대화 속에 등장하는 차별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아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그 점에서 수많은 마케터들에게 마케팅 석학과 브랜딩 전문가가 엮어낸 이 책은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차별화를 아예 전직원이 공유하는 회사어로 정하고 회의해 보시길. 상상 이상의 결과를 낼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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