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을 지휘하라 - 지속 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힘
에드 캣멀.에이미 월러스 지음, 윤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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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지인 집에 놀러가면 꼭 가져가는 선물은 바로 '픽사 애니메이션의 DVD' 입니다. 이유는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터들이 만들다 뒤엎기를 수십 수백 번을 하며 수년을 공들여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선물 효과는 백점!

아이 집임에도 불구하고 놀러간 내내 아이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선물을 만끽하고 있었거든요.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수식어가 생겨난 것도 픽사의 작품들이 있고 난 이후 입니다. 원작을 꽈배기처럼 살짝 비틀어 놓은 디즈니의 전작들과는 달리 장난감(토이스토리)은 물론 쥐(라따뚜이), 물고기(니모를 찾아서), 심지어 곤충 들이 주인공이 되어 두 시간여 동안 관객을 들었다 놨다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픽사는 창의성이 보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관객들이 전혀 상상하지 못한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애플의 i-series가 스티브 잡스가 이룩한 창의적 하드웨어라면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소프트웨어가 아닐까요?

 

재미있는 점은 애플의 제품들 곳곳에는 잡스의 엄청난 입김이 들어간 반면, 픽사의 그것들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잡스는 픽사에 '놀러'와서 그들의 하는 작업을 유심히 살펴보면 코웍Co-work을 통한 창의적 작업을 배우곤 했다는 겁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잡스도 손대지 못한 창의성의 보고 픽사의 모든 것을, 픽사의 창업자 에드 캣멀이 직접 이야기한 책입니다. 읽어보시면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왜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Richboy

  

픽사의 성공비밀은 시스템이다

 

1999485백만 달러의 수입을 일으키며 전작보다 나은 속편의 대명사가 된 픽사의 <토이 스토리2>를 하마터면 만나지 못할 뻔했다. 영화제작 작업 중 기술감독 오렌 제이콥스가 실수로 모든 파일 삭제 명령어를 눌러 2년간 작업한 분량이 모두 날아가 버린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전산 백업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탓에 백업조차 되지 않은 상황.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었다. 이 자료들을 다시 만들려면 직원 서른 명이 꼬박 1년간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참담한 현실에 직면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공동설립자이자 사장인 에드 캣멀Ed Catmull은 즉시 작품과 관련된 주요 인물들을 불러 대책 회의를 소집했고, 천만다행으로 회의중 한 여직원이 출산 이후 집에서 근무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집에 <토이 스토리2>의 데이터베이스를 자동 복사되도록 조치해놓은 것을 알게 됐다. 집에 있는 하드를 가져오는 것으로 문제는 3시간 만에 해결됐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3시간이었다. 인상적인 부분은 픽사의 위기 이후 대처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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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작품 복구. 둘째, 백업 시스템 수리. 셋째, 직원들이 쉽게 파일을 삭제하지 못하게 하는 예방적 제한 조치 강구. 여기서 주목할 점은 명령어를 잘못 입력한 직원을 찾아 처벌하는 것은 우리의 우선순위 목록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230

우리나라의 기업이라면 제아무리 의도가 없는 사고였다 하더라도 재발방지를 위한 본보기식 처벌로 해고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픽사에 실수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은 통하지 않는다. 픽사는 우선 문제 해결에 대한 권한을 위임하고, 이런 문제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원들과 공유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픽사의 위기대처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실패나 위기에 대한 공포의 문화가 번지는 것을 막고, 나아가 집단지성과 집단창의성이 응집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 사건은 창의성과 혁신의 대명사 픽사가 창의조직을 구축하는 방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창의성을 지휘하라(Creativity Inc.)>는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성공신화를 진두지휘해온 에드 캣멀이 30여 년간의 두 기업을 경영하면서 얻은 경험과 통찰을 집약한 책이다. 이 책은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책 읽는 한 해(A Year of Books)’페이지를 신설, 격주로 페이스북에 함께 읽을 책을 추천하고 온라인상에서 토론하고 있는데, 그 중 이 책도 포함되어 있어 최근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책이다.


저자인 에드 캣멀은 픽사의 전신이 된 그래픽스 그룹 시절부터 픽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해온 주역으로 픽사가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 인수합병된 2006년에는, 디즈니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저자는 극단적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와 가장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일하고, 가장 큰 신임을 받았던 경영자이기도 한데, 그 이유는 성공한 기업가 특유의 자만이나 편견에 휩싸이지 않고, 자기 자신과 조직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성찰해서라고 한다.

 

<토이 스토리>로 세계적으로 35800만 달러를 벌어들여 1995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로 기록되고, 오랫동안 꿈꿔온 목표를 달성하자 캣멀은 순간 겁이 덜컥났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성공해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과 순간 쇠락해 하얗게 타버리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도대체 영리한 경영자들이 바보처럼 기업을 위기에 빠뜨리는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실리콘 밸리 기업들을 관찰하면서 느낀 대목은 기업의 흥망성쇠나 기술진보에 따른 업계의 지각변동이 아니라, 외부 경쟁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정작 기업을 파멸로 몰고 가는 기업 내부의 문제들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영자들의 맹점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픽사 사장으로서 예술과 창업이라는 상호충돌하면서도 상호보완적인 동력을 관리하면서 얻은 픽사를 지탱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한 아이디어가 가득 담겼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에는 그들만의 두 가지 창작 원칙이 있다. 첫 번째 원칙은 스토리가 왕이다Story is King'이다. 픽사의 작품제작에 있어 스토리는 기술, 캐릭터 상품화 가능성 등 그 무엇도 끼어들 수 없는 영(0)순위 원칙이다. 관객들은 픽사의 놀라운 컴퓨터그래픽 기술보다 감명 깊은 스토리에 높은 평가를 내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원칙은 프로세스를 신뢰하라Trust the Process'이다. 복잡한 창작 활동 중에 문제에 부딪히고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픽사의 경영진은 이러한 제작 과정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픽사 직원들이 문제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세스를 만들어 프로세스를 따라가면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버티도록 했다.

픽사의 모든 스토리는 조직 내부에서 일련의 도전과 검증 과정을 거쳐 거듭 수정되고 개선되는 작업을 반복된 끝에 완성된다.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 회의라 부르는 이 과정은 스토리와 관련해 재능이 있는, 스토리부서 팀장, 동료감독, 시나리오작가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자문단을 구성해 몇 달에 한 번씩, 감독 및 제작진들이 자문단에게 현재 작업하고 있는 작품의 진행상황을 공개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자리를 갖는다.

이런 자문단 회의는 어느 기업이나 있을 법한 형식이다. 하지만 브레인트러스트는 픽사 제작진 사이에 솔직한 얘기가 오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시스템으로, 피드백 및 개선 과정을 거치다 보면, 스토리가 수십 차례 수정되어 기본 발상만 남고 완전히 새로운 줄거리로 탄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프레인트러스트 회의에서 스토리가 매끄럽게 흘러가고 캐릭터가 마치 살아있는 듯 영혼을 찾을 때까지 솔직한 피드백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이 회의가 글쟁이의 퇴고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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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트러스트 외에 일일 작업량에 대한 자유로운 리뷰 회의인 데일리스 회의’, 작품을 끝내고 작품의 진행과정과 개선점을 토론하는 사후분석회의등 픽사의 중추신경처럼 존재하는 회의 등이 있는데, 이러한 솔직한 피드백의 프로세스는 직원들이 자기 의견을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유도하는 픽사 경영진의 통찰이 엿보인다.

픽사는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각본을 수차례 완전히 갈아엎고, 새로 구상했다. 대다수의 직원이 밤낮도 휴일도 가리지 않고 불평 없이 계속 일했다. 당시 픽사는 파산 위기에 처한 신생 영화사에 불과했지만, 직원들은 신념을 공유했다.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면 관객들도 보러 올 것이라는 신념이었다. 픽사가 1995<토이스토리>를 시작으로 2013<몬스터 대학교>까지 18 년 동안 총 14편의 장면 애니메이션을 세상에 내놓았는데, <토이스토리>는 속편이 나오기까지 4년이 걸리기도 했다. 내놓은 작품마다 전 세계에 걸쳐 이른바 대박을 치는 데에는 스토리와 작품성 그리고 기술력과 상업성에 이르는 전 과정에 스스로 만족할 때 까지 솔직한 피드백을 거듭하는 픽사의 완벽에의 충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픽사의 창조적 사업의 핵심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캣멀은 사람(직원들의 근무습관, 재능, 가치)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에 있다고 단언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사람에게 나온다. 사람이 없으면 아이디어도 없다. 따라서 사람이 아이디어보다 중요하다. 아이디어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아이디어는 종종 수십 명이 관여하는 수만 가지 의사결정을 통해 형성된다. (중략) 사람들은 극장에서 나오면서 말하는 장난감들만 나오는 영화라니 신선한 아이디어군하고 말하지만, 영화는 하나의 아이디어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영화는 여러 아이디어의 집합체다. 이런 아이디어들을 구상하고 현실로 구현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모든 제품이 마찬가지다.” 116~117

픽사의 성공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한 명의 창의적인 천재가 아니라, 내면에 숨은 창의성이 자연스레 발현되도록 만드는 기업의 시스템과 작업 환경에 있음을 잘 말해준다. 그리고 근저에는 경영자는 직원들을 신뢰해야 하고, 직원들의 공포를 유발하는 요인을 잘 파악해서 그것이 무엇이든 제거해야 한다CEO 에드 캣멀의 경영철학이 깔려 있다. 창의성의 거의 모든 사례와 통찰이 담긴 책, 마크 저커버그의 선택은 탁월했다. 책의 말미에 담긴 픽사가 건전한 창의적 조직문화를 창조하고 보호하기 위해 수년간 개발한 창의적 조직문화를 관리하는 법은 이 책의 독자만이 만날 수 있는 에드 캣멀의 비기(秘技)이다.

바로가기- 애플을 버금가는 창의적 애니메이션 기업 픽사의 '창의적 조직문화를 관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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