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인 Lean In - 200만이 열광한 TED강연! 페이스북 성공 아이콘의 특별한 조언
셰릴 샌드버그 지음,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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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이라면 읽어야 할 필독서!

 

   "중국과 인도, 인터넷은 잊어라. 경제 발전은 여성이 이끈다.(Forget China, India and the Internet – economic growth is driven by women)”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여성이 소비 세력의 중심이자 사회 권력의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현대경영의 창시자 톰 피터스(Tom Peters)역시 ‘오늘날은 우머노믹스(womenomics) 시대이고, 미래는 여성의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근 건강, 엔터테인먼트, 패션 등 유연한 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진 데에는 소비력을 갖춘 젊은 여성층이 핵심 소비집단인 점이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기업은 여성임원을 늘려 기업경영전략 수립에 여성의 풍부한 감성과 섬세함을 반영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내 기업 내 여성임원 수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국내 기업당 여성CEO, 임원수는 평균 2.2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2013년 1월 현재 10대그룹 인사에서 여성 임원 선임이 늘었지만 대기업 93개 상장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평균 1.5% 밖에 되지 않고, 특히 여성 직원 비율이 50%를 넘는 롯데의 경우 여성 임원은 3명에 불과하다 하니 국내 대기업들의 ‘유리천장’은 시대를 거스르는 것 같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책 <린 인(Lean In)>은 이런 현실에 대한 대답으로 주목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지난 2013년 4월, 미국에서 출간되어 엄청난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단숨에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한마디로 요즘 뜨는 잇 북(it book)이다.

   이 책의 인기는 저자가 한 몫을 한다. 저자인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는 구글과 페이스북 초창기 임원으로 합류, 광고 수익모델을 만들어 연매출 수직상승의 신화를 이뤄낸 실리콘밸리의 성공 아이콘이다. 현재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3년째 이름을 올리고 있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미래의 여성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로 평가했다. 한편 그녀의 연봉은 3,096만 달러(약 350억 원)로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보다 높은 액수다.

 

 

 

 

 

   저자가 사회초년생이었던 시절, 직장 동료의 절반은 여성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직급이 올라가면서 여성 동료는 점차 사라져 갔고, 결국 임원들이 참여하는 회의 자리에서 여성이라고는 자신 혼자뿐이었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성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녀는 궁금해졌다. 이 질문은 한편으로 ‘사회와 조직은 왜 인재의 절반을 놓칠까?’를 의미하기도 했다. 저자는 2010년 우연히 참여하게 된 TED 강연에서 ‘왜 여성 리더는 소수인가Why we have too few women leaders’라는 제목으로 누구도 쉽게 언급하지 못했던 이 문제를 과감히 공론화했고, 강연 동영상은 조회수 200만을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의 원제는 ‘기회에 달려들어라; 여성, 일, 그리고 주도하려는 의지’(Lean In; Women, Work and the Will to Lead)로 저자는 여성 스스로를 바꾸고 나아가 세상도 바꾸자고 제안한다. 핵심은 셰릴 샌드버그가 고위층의 여성 비율을 높이기 위한 세 가지를 조언인데,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책상에 앉아라. 직장 초년생을 상대로 한 2년간의 연구에 의하면 57%의 남성은 자신의 첫연봉 협상을 했다. 하지만 여성은 7%에 불과했다. 그리고 남성은 업무성과를 자신의 공으로 돌리지만, 반대로 여성은 외부적 요인에 근거한다고 여긴다. 여성들이 자신의 성공을 부정하거나 하찮게 여긴다면 결코 고위층이 될 수 없다.

   물론 남성에게 성공의 기회를 더 많이 부여하는 사회인식에 큰 문제가 있다. 2003년 컬럼비아대학 프랭크 플린 교수와 뉴욕대학 캐머런 앤더슨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자들은 하이디라는 벤처투자가의 성공 사례와 동일한 사례에 이름만 ‘하워드’로 바꾼 자료를 각각 대학생들에게 읽게 하고, 이들이 받은 인상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여학생들마저도 “하워드를 인간적으로 좀 더 매력적인 동료로 보는 반면 하이디는 이기적이고, 고용하거나 그 밑에서 일하고 싶은 유형의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제부터 여성 스스로가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 믿고, 회의석상에서 주변인이 되어 구석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주인공으로서 탁자에 앉을 수 있다’고 다짐해야 한다.

 

   둘째 배우자를 진정한 동반자로 만들어라. 남편과 아내가 모두 정규직이고 아이가 있는 가정의 경우, 아내가 남편의 두 배 만큼 집안일을 더 많이 하고, 남편의 세 배 만큼 아기 돌본다. 이것이 아내가 집에 있을 때 진이 빠지는 이유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남편과 아내가 집안일을 평등하게 하는 가정일수록 이혼율은 절반이고, 부부의 성생활도 활발했다. 승진을 거듭하고 고위층이 되고 싶다면 남편에게 집안일에 있어 동등한 참여를 요구하라.

   엄마는 슈퍼우먼이 아니다. 아내들은 남편보다 육아와 가사에 몇 배나 더 시간과 공을 들이면서도 ‘나쁜 어머니, 나쁜 아내, 나쁜 딸’이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동시에 직장에서는 업무에 덜 집중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과잉 보상’을 하느라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 이것이 수많은 워킹맘의 현실이다. 사회는 어머니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라며 치켜세우지만, 육아를 이유로 휴직한 엄마들의 풀타임 직장의 재취업률은 불과 40%에 불과하고, 1년만 쉬어도 평균 연봉은 20% 감소한다. 가정의 절반을 남성이 움직인다면, 자연스럽게 조직의 절반을 여성이 움직이는 바람직한 세상이 될 것이다.

 

   셋째 그만 둬야 하기 전에는 그만 두지 말라. 저자는 여성들이 진짜로 일을 그만두기 전에 미리 마음속으로 그만둔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여성이 결혼, 육아 등 먼 미래의 일을 미리 걱정하며 일찍이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책임이 무거운 직급을 피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도 하기 전에, 아이를 갖기도 전에, 미리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책임이 무거운 직급을 피한다. 그러다 보면, 동료들은 발전하고 승진하는데 자신은 뒤처지게 되어, 업무에 대한 흥미도 점점 떨어지고 결국 직장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출산은 고사하고 임신하겠다고 마음먹고 실제 임신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이다. 아기가 태어날 때가 되면, 그동안 허송세월해온 여성은 과거에 지레 주춤하고 뒤로 물러서지 않았더라면 차지했을 직위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자리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편견은 둘째치고라도 실적과 책임 그리고 기회, 급여 면에서 남성들과 대등했던 직장여성들이 주춤하기 시작하는 때는 ‘엄마가 될 때’이다. 하지만 저자는 휴식이 필요하거나 출산을 했을 때 일을 줄이면 되지 그 전에, 자녀를 낳기 몇 달 전이나 몇 년 전은 주춤하고 뒤로 물러서는 시기가 아니라 기회를 붙잡기 위해 달려들어야 할(Lean in)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한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런 사회 속에서 교육받은 탓에 제 실력을 숨기고 내면화하고 사는 여성들에게 “너무 계획하지 말고, 지레 겁먹고 주저하지 말고, 남자들처럼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약간은 허세도 부리며 당당하게 테이블에 앉아라.”고 주문하는 어쩌면 당연한 저자의 주장은 독자로 하여금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특히 한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인 필자에게는 남편이 진정한 동반자가 되기 바란다면 아내를 돕는 차원에서 호의를 베풀듯 집안일을 할 것이 아니라, 자기 몫을 나눠야 한다는 점은 뜨끔한 충고였다. 아울러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동료, 이렇게 1인 3역을 하는 직장 여성들의 육체적 심리적 고충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 진심으로 미안했다. 책을 덮자마자 필자는 ‘아내를 돕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분담해야 할 집안일을 찾아 나눴다.

 

   이 책은 여성이 사회 또는 조직에서 맞닥뜨리는 장애물과 편견의 원인은 무엇인지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담은 자기계발적 성격이 강한 자서전이다. 다양한 통계 자료, 과학적 연구 등을 근거로 고민 했다는 점, 그리고 전 세계 수십여 국가에서 번역 발간될 때 각국 출판사의 협조를 얻어 해당 국가의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현지화를 시도해 독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극대화해서 외서가 갖는 한계를 극복했다고 칭찬하고 싶다(물론 한국어 번역판에서도 한국 여성의 경력 단절 현상, 가사 및 육아와 관련된 통계, 육아 지원 제도 등에 대한 자료를 근거로 한국의 현실에 맞게 접근하고 있다). 그 중에서 ‘어머니 벌점’이라는 사회현상에 대한 언급은 인상적이다. ‘자녀가 없는 여성은 자녀가 없는 남성보다 평균 연봉이 13% 적은 데 비해 풀타임으로 일하는 어머니의 평균 연봉은 같은 조건의 남성보다 46% 적어서 혼인율 저하와 심각한 저출산의 주된 원인이 된다‘는 ’어머니 벌점‘은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만약 풀린다면 여러 사회문제도 함께 풀어낼 수 있는 실타래가 될 수 있어서다.

 

 

 

 

 

 

   요즘 미국에서는 이제 ’금고는 여성이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경과학자로 변신한 월스트리트의 베테랑 트레이더이자 신경과학자인 존 코츠도 자신의 책 <리스크 판단력>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탐욕’이니 ‘이성적 분석오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는 ‘흥분’을 야기하는 화학물질, 테스토스테론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일이 잘 풀릴 때에는 활기에 넘쳐 비이성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는 동물로 변하고, 손실을 입어 겁먹을 때에는 과도하게 불안해하며 움츠러드는 동물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야성, 즉 테스테스테론이 적은 사람, 여성에게 금고를 맡기라고 말한다. 여성은 태생적으로 남성의 10~20% 정도만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저자인 셰릴 샌드버그 역시 세계은행에서 연구조교로, 맥킨지 앤 컴퍼니 경영 컨설턴트로 활약했으며, 미국 재무부 수석보좌관을 거쳐 지금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활약 중인 재무통이란 점은 의미심장하다. 자신의 삶과 경험에 대해 솔직한 고백과 함께 서술한 조금은 특별한 자기계발서인 이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기업의 재무 분야를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맡고 있는가에 따라 기업 투명도를 판단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어쩌면 여성보다 남성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이 리뷰를 금융전문저널 '월간 금융'(7월호)에 소개된 북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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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스 -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사람들
크리스 앤더슨 지음, 윤태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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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의 시대, 새 정부가 주목해야 할 세 권의 책

 

   21세기 들어 참여, 공유, 개방을 기본 개념으로 하는 웹Web 2.0 시대가 정점에 이르고 있다. 아울러 인터넷 기술의 발달을 매개로 한 시대의 변화는 산업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에도 예외 없는데, 새정부의 핵심국정 방향인 창조경제로 대변된다. "제조업 등 기존 산업과 IT·과학기술이 융합돼 일자리 창출과 성장으로 연결되는 경제"로 설명되는 창조경제는 세계적인 추세나 시대적 요구에 나름 시의적절한 방향이라고 판단된다. 이에 청년구직난과 창업활성화 측면에서 창조경제를 이끌 새 정부가 주목해야 할 키워드와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공유경제’다. 온라인 기업 사업가 리사 갠스키는<메시 The Mesh>(21세기북스)에서 사업 기회가 판매와 소유가 아닌 공유 플랫폼에서도 가능하다며 ‘빌려주는 사업’, 메시 비즈니스가 미래 비즈니스의 거대한 기회라고 말했다. 신개념의 카쉐어 회사인 집카Zip Car, 웹과 우편을 이용한 대여 프로그램으로 세계적인 DVD 대여업체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린 넷플릭스Netflix 등이 대표적인 공유기업이라 할 수 있는데, 메시 비즈니스는 이전에는 없던 소셜 미디어, 인터넷, 무선 네트워크, 스마트폰의 확산이라는 인프라 바탕으로 사람, 기업, 조직, 제품 등 다양한 것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가능해진 사업 모델이다. 이러한 메시 비즈니스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고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번창하는 기업을 만드는 플랫폼이 될 뿐만 아니라 일종의 재활용이어서 지구 환경에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어서 사회적으로도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효과를 얻는다.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하면 더 큰 수익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기업의 환경과 사회에 대한 활동은 고객들의 신뢰와 구매 결정에 갈수록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메시 비즈니스의 미래는 밝다.

 

   두 번째는 ‘마이크로 비즈니스’다. 한편 가치혁신가이자 사업가인 크리스 길아보는 <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명진출판)에서 기존의 직업 개념에 구애받지 않고 작은 돈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이크로 비즈니스’를 제시했다. 마이크로 비즈니스는 기존의 ‘창업’과는 다른 것으로 적은 돈(단돈 100달러)으로 창업하지만 인터넷과 통신 수단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규모로 이루어지는 혁신적인 사업 형태다. 자신이 열정적으로 흥미를 갖는 활동이나 취미와 연관된 사업이므로 특별한 전문지식이 필요 없고, 100달러 이하의 소액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점 등을 특징으로 한 마이크로 비즈니스 역시 전통적인 창업 개념에 인터넷과 통신수단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세기의 창업방식이자 대한민국 N세대에 어울린다.

 

 

   창조경제가 주목해야 할 세 번째 키워드는 메이커maker 운동’이다. 베스트셀러 ‘롱테일 경제학’과 ‘프리코노믹스(공짜경제학)’의 저자이자 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IT 잡지 "와이어드" 편집장으로 활동하면서 오픈하드웨어 분야의 독보적 트렌드 세터로서 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데 주력해온 저자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이번에 메이커 운동에 주목했다. 책 <메이커스makers>(RHK)는 인터넷의 보급 이후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3차 산업혁명의 전조와 향후 10년간 일어날 기술혁명의 미래를 말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했는데, 저자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개인의 맞춤형 제조가 가능해지면서 누구나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된 메이커 운동이 향후 경제를 바꿔놓을 새로운 3차 산업혁명의 전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메이커 운동은 지역적으로 발명하고, 지구적으로 생산하여 개인 취향에 따라 규정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신세대 제조자들은 대량생산업체들이 선보이는 대중 취향의 획일적 기성품 대신에 대중과 다른 관심사, 열정, 필요를 가진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상품을 만들 것이다. (109쪽)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많은 사람이, 더 좁은 틈새시장에 집중해 더 많은 혁신을 일으킬 것이다. 차별적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맞춤형 상품을 수천 개씩 생산하는 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생산자의 혁신이 모여 산업경제를 재창조할 것이다.(327쪽)“

 

   메이커, 즉 뭔가를 만드는 사람은 인류가 탄생하면서부터 함께 한 직업군이다. 하지만 이번 세대의 메이커는 기술에 정통하고 강력한 디지털 도구를 갖췄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와 다르다. 디지털 도구들로는 3D 프린터를 비롯하여 사물 인터넷, CNC 머신, 레이저 커터, 3D 스캐너 등이 있는데,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다양한 신기술은 3D 프린팅 기술이다. 지난 5월,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라는 업체가 3D 프린터를 이용해 실제로 격발이 가능한 리버레이터(Liberator)란 권총을 만들고 그 설계도를 인터넷에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주에는 네덜란드 건축가들이 2014년까지 5미터짜리 대형 3D 프린터로 뫼비우스의 띠 모양을 할 2층짜리 프린터 건물을 찍어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저자는 본문에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일반인에게는 낯설기만 한 3D 프린팅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는 이미 일상에서 부분적으로 상용화되고 있고 비즈니스로도 성공하고 있음을 확인시킨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단백질을 소재로 하면 인공장기도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할 것 같다. 현재 불고 있는 메이커 운동은 한마디로 ‘제품 제작 및 유통의 디지털화’라고 할 수 있는데, 특징은 크게 다섯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제품의 대량 생산에서 개인의 맞춤형 소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두 번째는 오픈소스를 통한 제품의 질이 향상되었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과 제품 디자인을 공유하고 공동작업해 제품의 질을 향상시켰다. 셋째는 기업에게만 개방되던 공장을 마우스 클릭 한 번과 신용카드 결제만으로 개인이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공장부지 마련을 위한 부담이 줄어들었다. 네 번째는 제품 제작 및 유통과정이 민주화 되었다. 거대자본이 없어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투자를 받고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제품을 제작·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품 제작 및 유통의 민주화를 촉진시켰다. 마지막으로 발명가가 곧 기업가인 시대가 되었다. 발명가가 단지 제품의 로열티만 받고 끝나던 과거와 달리 기업가가 되어 제품을 직접 만들고 수익으로 연결시키게 된 것이다.

 

   이 책은 현재 미국의 오바마 정부를 비롯해 각국에서 추진 중인 제조업 부활정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2012년 초, 메이커 운동의 잠재력을 인식한 오바마 행정부는 향후 4년간 미국 학교 1,000곳에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같은 디지털 제작도구를 갖춘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드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점은 요즘 한국사회의 화두인 창조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특히 본문에는 개인이 제품을 생산, 유통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1인 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 등이 대기업을 위협하는 흥미로운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 사례들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의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 실업으로 고민하고 있는 젊은이들과 600만 생계형 창업자들에게 새로운 시장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아울러 국내 대기업들 역시 ‘디지털 도구를 이용한 새로운 산업혁명의 시대‘를 대비해야 할 때임을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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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즈니스는 로컬이다
존 A. 퀠치 & 캐서린 E. 조크스 지음, 하윤숙 옮김 / 반디출판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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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의 본능은 글로벌 차원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세계가 보다 긴밀하게 연결될수록 우리는 글로벌 특성보다는 지역적인 특성을 강조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추세는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마케터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글로벌 마케팅 권위자, 존 A. 퀠치 교수는 이 책에서 최고의 글로벌 브랜드가 된 기업들의 비결을 통해 지역성을 제대로 읽어내는 마케팅을 시도한다.

 

이 책은 이른바 ‘소비자 밀착형 로컬 마케팅‘을 소개한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있다. 몸과 땅은 둘이 아니라는 뜻으로, 자신이 사는 땅에서 나는 것을 먹어야 체질에 잘 맞는다는 이 의미는 지역성을 통한 마케팅의 전형적인 사례다. 소비자는 광고에 많이 노출되고 익숙한 브랜드를 신뢰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각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도 신뢰한다. 전주에서 먹는 비빔밥이 최고겠지만, 차선으로 서울에서 ’전주비빔밥‘ 간판을 내건 식당을 찾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저자는 소비자의 모든 경제활동은 지역에서 이루어진고 주장한다. 또 어느 지역에서 고객을 매료시켰던 요인이 다른 지역에서는 고객을 멀어지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모든 마케팅은 장소에서 이뤄진다.’는 주제로 장소를 다섯 가지 개념으로 나누고, 콜게이트, 스타벅스, 레알 마드리드 등의 성공한 글로벌 브랜드의 성공사례를 들며 지역적 특성을 적용한 로컬 마케팅 방법을 제시했다. 오늘날 마케팅에 있어 ‘장소’의 개념은 더욱 확대되었다. 실제 매장의 오프라인을 넘어 가상공간의 온라인도 장소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 점만으로도 이 책을 통해 ‘장소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을 고민할만하다.

 

 

이 글은 좋은책 선정위원회에 기고한 이달의 책 추천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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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략가입니까 - 세계 0.1%에게만 허락된 특권,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전설적 전략 강의
신시아 A. 몽고메리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더스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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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는 훌륭한 목적을 찾아내는 전략가다!

 

 

손잡이 하나로 냉온수를 틀 수 있는 수도꼭지를 개발해내 시장을 석권한 미국의 생활용품 회사 매스코는 향후 몇 년 동안 20억 달러의 잉여현금 흐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성공하자 창업자 리처드 머누지언은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그리고 다름 아닌 가구산업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2,500여 가구업체들은 모두 영세해서 풍부한 자금력이라면 지배기업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거라 판단한 것이다.

 

매스코는 총 15억 달러로 10개 업체를 인수, 세계 최대 종합가구 회사 반열에 올랐고 시장점유율 1위도 차지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가구산업에 뛰어드는 동안 매스코의 순이익은 30%가 줄어들었고, 엄청난 자금을 투입한 가구산업에서 뽑아내는 6%의 영업마진은 14%나 되는 다른 영업부문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결국 매스코는 6억 5000만 달러 손실을 감수하고 가구산업을 매각해야했다.

 

매스코의 실패는 무엇일까, 낙후되고 영세한 가구산업을 선택한 때문일까? 이케아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매스코가 가구산업으로 실패했다면, 이케아는 가구산업으로 말 그대로 대박을 낸 기업이다. 이케아의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나이 열일곱이던 1943년 가구사업 성장을 거듭해 2010년 현재 매출 231억 유로, 순이익 25억 유로, 매출총이익률 46%를 기록했다. 처음엔 만년필, 액자, 시계, 보석 등을 취급하는 무역회사를 경영했던 캄프라드는 전후 호황기에 스웨덴 사람들이 가구를 많이 구입하는 것을 보고 가구에만 전념하기 위해 다른 모든 상품을 포기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캄프라드는 머누지언이 실패한 가구업종에서 어떻게 성공했을까? <당신은 전략가 입니까>의 저자 신시아 A. 몽고메리는 그 차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캄프라드는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의 기업을 구축했다. 그는 머누지언처럼 업계의 경쟁요인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그 요인들 한가운데서 번창하고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기업을 만듦으로써 성공했다.” 82 페이지

 

이케아는 ‘대체로 돈이 없는 다수의 사람들을 상대로 아주 많이 싼 제품을 파는 저가전략’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케아는 단순한 염가 판매점이 아니다. 이케아가 추진한 저가전략의 목적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낮은 가격에 디자인이 훌륭하고 기능성이 높은 다양한 가구 제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일상생활을 안겨주려는’ 이케아의 목적에 부합된다.

 

“목적이란 것은 이케아나 여타 다른 기업이 스스로를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이것은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 기업이 세상에 제공하는 독특한 가치, 자기 기업이 남과 다른 점, 그것이 왜, 누구에게 중요한지를 의미한다.” 92~93 페이지

 

저자는 기업은 목적에서 퍼포먼스의 차이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 포지셔닝, 차별화, 부가가치, 심지어 기업효과까지 기업 경영자들의 대화에 등장해온 전략의 모든 개념은 ‘목적’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케아의 이러한 훌륭한 목적이 시장의 니즈를 만족시키고, 독특한 틈새시장을 만들어냈다고 저자는 평가했다. 이처럼 훌륭한 목적이 가져오는 네 가지 결과로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명확한 ‘입장’을 밝힌다. 그리고 훌륭한 목적은 기업을 '돋보이게' 만들고 가치 창출의 발판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이기려면 최고경영자는 스스로 뛰어난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오늘의 리더들이 전략은 뒷전이고, 경영에만 충실한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전략이 조직의 최상층부의 역할에서 전문가의 기능으로 추락해 기업의 활동이 전략과는 동떨어지게 표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케아의 저가전략에 대한 훌륭한 목적은 짐 콜린스가 <위대한 기업의 선택>에서 이야기한 기업이 반복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성공공식을 만드는 지속적인 경영 실행 방식, SMaC 레시피를 많이 닮았다. ‘SMaC’는 구체적Specific, 체계적Methodical, 지속적Consistent인 것으로 견고한 SMaC레시피는 단순한 전술이라기보다 전략을 실제 현실로 바꾸기 위한 운영 코드이자 지속적인 실행 방식, 즉 절대로 바뀌지 않을 기업의 핵심가치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세계적인 경영구루 짐 콜린스는 9.11 테러와 같이 나라와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든 예기치 않은 사건 속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기술변화와 글로벌 경쟁이 계속되는 세계경제를 들여다보다 “왜 어떤 기업들은 혼란과 혼돈 속에서도 번창하는 반면 다른 기업들은 그렇지 못할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짐 콜린스는 모튼 한센 교수와 함께 9년 동안 2만400개의 미국 상장(上場) 기업 가운데 1972년부터 2002년까지 30년 동안 동종 업계 경쟁사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안겨준 위대한 기업을 추출, ‘10X 기업‘(그 기업의 리더들을 ‘10X 리더’라 불렀다)으로는 암젠,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사우스웨스트항공, 프로그레시브, 바이오멧, 스트라이커 등이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저가 항공분야를 이끌겠다’는 목표 아래 사우스웨스트만의 ‘10가지 일률적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 사우스웨스트는 기업의 핵심가치를 구호에 그치지 않고, 2시간 운항, 737기 운항, 10분내 재운항, 화물 항공우편은 취급하지 않고, 기내식 서비스와 연계운송은 하지 않는다 등 구체적인 행동강령을 확실하게 정했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기 쉽게 확실히 표현했기에 전 직원이 쉽게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

 

훌륭한 목적에는 '우리가 만족시키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어떤 종류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우리가 다르게 하거나 더 잘 하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 저자는 CEO가 시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이기려면 스스로 뛰어난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케아의 위대한 혁신은 기술적 발명이 아니라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 고개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쇼핑 경험, 일단의 고객들에게 상품을 제공하는 방법에 대한 신선한 아이디어에 있었다고 평가한다. 훌륭한 목적이 있는 전략에 있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명교수인 신시아 A. 몽고메리가 하버드경영대학원 EOP(기업가

Entrepreneur, 기업 오너Owner, 사장President) 프로그램을 통해 비즈니스 현장과 경영 리더들의 문제를 직접 체험한 저자인지라 풍부한 사례를 통해 리더를 관리자가 아닌 ‘전략가’로 변모시키는 혁명적 프로그램에 대해 강의한 내용을 엮은 이 책은 이미 검증받은 컨텐츠라는 점에서 출간부터 화제가 된 책이다. ‘생생한 강의를 지상(紙上)에 옮겼다‘ 는 표현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하면 알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42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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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의 거짓말 - 워렌 버핏의 눈으로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말하다
최경영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뉴스에 눈감아야 할 100가지 이유

 

 

동서고금의 성공하는 리더들의 습관 중에는 독서와 함께 종이신문 읽기가 손꼽힌다. 리더의 출근길에는 항상 신문이 들려있었다. 그들은 한결 같이 잠깐의 시간을 두어 일간지와 경제신문을 읽으면 세계의 어제를 알 수 있고, 오늘과 내일을 내다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도 옛말이 된 듯하다. 오늘날의 아침 신문엔 의견과 가십, 광고와 선전만 가득할 뿐, 정작 나를 성공으로 이끌어줄 정보는 거의 없어 보인다.

 

당장 주위에 굴러다니는 신문을 한 번 펼쳐 보자. 우리나라 거대 종합 일간지 지면의 40% 정도가 광고이고, 부동산, 건설, 주택시장 관련광고가 대부분이다. 기사는 또 어떤가? 포털사이트의 첫 화면처럼 대중의 관심public attention을 끌기 위한 말초적이고 선정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그득하다. TV를 켜도 마찬가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 시간만 되면 즐겨보던 '뉴스 프로그램'이 꽤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말 그대로 '그 놈이 그 놈'이다. 인터넷을 화면으로 그대로 옮긴 후 앵커들은 프롬프터로 읽어내고 있다. TV 프로그램중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드는 프로그램이 뉴스라던데 요즘도 그럴까?

대한민국 언론에 진실이 없어진 지 이미 오래. 온전히 세상을 읽고 싶다면 오히려 눈을 감아야 할 정도로 오염이 심각하다. 언론의 본분은 ‘대중의 관심사’가 아닌 ‘대중에게 필요한 사안’들이 아니던가? 언론은 지금 ‘직무태만’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의 경제가 요동쳤던 2008년 가을, 뉴욕의 주식시장에서 다우지수가 하루에 500포인트가 넘게 떨어지고, 리먼 브러더스처럼 파산 위기에 직면한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들의 주가가 20~30%씩 폭락했다. 세계 최대 보험회사였다가 파산한 AIG는 단 하루 만에 주가가 60%나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이 시기(9월1일~12월 31일) 미국 최대 경제신문 ‘월 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기사 중에 금융위기라는 말이 1,743번이나 언급되었고, 공포fear 라는 단어는 587번, 공황panic 이라는 단어는 351번 언급되었다. 하지만 뉴욕과 무려 12,400여 킬로미터 떨어진, 14시간 시차의 한국의 한 대표적인 경제신문은 금융위기라는 단어를 월 스트리트 저널의 3배 가까운 4,870번이나 언급하며 파산위기에 직면한 미국보다 더 ‘공포’스럽게 금융위기를 보도했다. 이러한 자극에 한국의 투자자들은 동요되었고 자연히 ‘공황’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 번 확인하건데 언론의 사명은 필수적 사회 현안을 대중이 알기 쉽게 전달해서 대중을 깨우는 것이다. 그런데 언론은 왜 이처럼 대중의 관심에만 주목하고 부풀리려하는 것일까? 이유는 대중의 눈길이 가는 곳에 ‘광고주’가 있기 때문이다. 상업주의 언론에서 기사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단이 되었다.

 

답답한 것은 오늘날이 뉴스 비즈니스News Business의 시대인 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신문을 펼쳐 뒤지고 뉴스채널을 켠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과연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9시의 거짓말>은 일종의 내부고발서다. KBS에서 탐사보도 영역으로 ‘이 달의 기자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최경영 기자는 언론인으로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KBS를 비롯해 상업주의 언론으로 전락한 한국 언론을 비판하고, 그런 언론에 수십 년 동안 똑같은 방식으로 휘둘려온 한국 대중도 함께 비판한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바라보는 눈이 기자의 시선이 아닌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세계 최대의 부자, 워렌 버핏이라는 점이다. ‘워렌 버핏은 신문기사를 어떻게 바라볼까?‘ 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찾고자 하는 답이었다.

 

 

 

 

“한국 언론을 비판하기 위해 워렌 버핏을 해석했습니다. 워렌 버핏이 말하는 기업의 본질 가치와 한국 언론의 진실을 등가로 보았습니다. 워렌 버핏의 상식과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대조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워렌 버핏의 상식이 한국 언론의 몰상식보다 기업의 본질 가치나 진실에 훨씬 더 가까운 길임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세계 최대 자본가의 상식이 진실을 추구한다는 한국 언론의 몰상식보다는 훨씬 효용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 것입니다.” (10~11쪽)

 

 

워렌 버핏이 뉴스를 대하는 관점과 철학은 언론과 대중, 언론 보도와 주식시장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낯설게 한다. 한편 주식 투자자로서 그의 삶과 가치관은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워런 버핏은 1년에 50주 동안 생각하는데 쓰고, 남은 2주 만을 일한다고 한다. 그 역시 매일 신문을 펴서 뉴스를 읽지만, ‘뉴스에 사고 파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의 투자론은 차라리 선문답과 같다. “시장은 대체로 옳다.” “나는 내가 투자한 기업의 다음 분기 실적도 알 수 없다.” “언제 네 머리를 깎아야 할지를 이발사에게 물어보지 말라.” “주식의 포트폴리오는 6개 기업 정도면 충분하다.”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주식투자자가 할 일은 별로 없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자신들이 얼마나 모르고 있는가를 절감하는 것이다.”

 

세계 제일의 부자의 투자 철학은 진실에 다가서고 싶다면 긴 안목을 가져야 하고, 냉철한 시선으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또한 투자할 기업을 선정할 때도 당장의 이익이 아닌 10년 후를 내다봐야 하고, 50주 동안 신중에 신중을 더해 선택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나는 틀릴 수 있다’는 점도 항상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판단의 근거는 늘 자신이 검증한 기업의 본질 가치에 둔다.

 

반면 신문과 뉴스 속에 비춰지는 한국 언론은 항상 초단위로 호흡한다. 오늘 얼마나 오르고 내린 수치는 큰 뉴스이고, 이슈가 된다. 언론은 항상 진리를 구현한다고, 항상 사실만을 쓴다고 주장한다. 기자들은 자신이 많이 아는 줄 알고, 상당히 객관적인 척 한다. 그리고 시장은 항상 옳다고 말하고, 시장을 항상 믿는다고, 그리고 대중의 뜻을 항상 신뢰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문이나 방송의 가사는 대부분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오죽하면 토마스 제퍼슨이 “착오와 거짓으로 점철된 신문을 매일 읽는 사람보다 신문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 좀 더 진실에 접근한다.”고 일갈했을까.

 

오늘자 신문의 뉴스에 주식을 사고파는 대중은 언론에 의해 들쥐 떼처럼 몰려다니며 벼랑 끝으로 치닫지만,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은 뉴스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기업을 탐방하고 기업주를 직접 만나 자신이 알고자 하는 정보를 이미 획득했기 때문에 뉴스는 가십거리는 될지언정 정보로서의 효용가치는 거의 없다. 오히려 그들은 역으로 뉴스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한다. 워렌 버핏과 같은 현명한 투자자 역시 대중들의 속성을 이용해 기회를 찾았다.

 

뉴욕 증권가에서 2,0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고향 오마하에서 평생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워렌 버핏. ‘언론’으로부터 휘둘리지 않도록 물리적인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통해 ‘주가는 인기투표가 아닌 체중계’여야 한다는 가치투자의 전제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뉴스읽기에 색안경이 필요한 개인투자자라면 일독할만하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40호) 전문가 리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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