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사택에서 같이 지내는 선배와 같이 동네 한 바퀴를 뛰었다. 약 7킬로미터 정도였는데, 오랜만에 1킬로미터당 5분 초반대로 다시 진입했다. 자주 뛰면서도 한동안은 속도를 거의 올려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날 이후에도 가볍게 5~6킬로미터를 뛰어 봤는데, 비슷한 속도로 몸이 올라와 있었다. 조금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예전처럼 1킬로미터당 4분 후반대로 다시 기록을 올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군대를 다녀오고, 또 서울에서 공부도 하다가 다시 내려와 회사에 들어온 지 벌써 십 년이 넘었다. 그 사이에도 서울과 나주, 그리고 추천을 오갔으며, 작지만 집과 차도 장만했으니 평범하면서도 나름 충실하게 지낸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 그러는 와중에 취향과 취미가 희석되기도 했고, 다양한 무언가를 경험했으며,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추진 중에 있으니 앞으로 남은 시간들도 약간의 기대감이란 게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 지내온 시간들을 살펴보면 크게 바뀐 것 없이 부드럽게 흘러온 것 같지만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단면처럼 잘라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변했음을 느낀다. 사진 속 나의 모습도 많이 변했고, 주변을 둘러싼 환경과 생활 방식도 무언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80년대와 90년대도 그 색감이 많이 달랐던 것 같은데, 2000년대, 그리고 2010년대를 지나 지금을 비교해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필터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인지할 때 어떤 객체를 통해 그것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책이 그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여기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만한 무언가가 하나 있다. 바로 미래의 창에서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22>라는 책이다. 이 시리즈가 나온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나 역시 - 해마다는 아지만 - 거의 매년 읽어봤던 것 같다. 그리고 책에서도 설명하지만 해마다 그 트렌드는 달라지지만 각각의 트렌드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 가치는 크게 바뀌지 않았음도 알 수 있다.
올해의 키워드는 바로 "TIGER or CAT?"이다. 저자인 김난도 선생님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해마다 그 띠를 바탕으로 한 재미난 키워드를 뽑아내고 있는데, 22년도는 나노사회, 머니러시, 득템력, 러스틱라이프, 헬시플레저, 엑스틴 이즈 백, 바른생활 루틴이, 실재감테크, 라이크 커머스, 내러티브 자본의 열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나노사회는 파편화되고 서로 고립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미 십 년 전부터 마이크로 트렌드라는 이름하에 논의되었던 키워드이지만 지금은 세대 간에도 서로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사용하는 SNS, 즐겨보는 콘텐츠에 따라 더 세분화되고 있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자칫하면 심각한 분열의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이 트렌드는 서로 간의 공감대 형상이 급선무라고 저자들은 이야기한다. 다음은 머니 러시인데, 워런 버핏이 말하는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라는 조언과도 이어지는 키워드다. 파이어족, 암호화폐 투자, 한정판 구입과 리셀러, N잡러 등을 하위 키워드로 볼 수 있으며, 최근에는 어느 정도 수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태를 설명하는 단어로도 연결된다고 한다. 득템력은 말 그대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베블런 효과의 하나로 볼 수 있는데, 고가 뿐만이 아니라 쉽게 구할 수 없는 한정판의 가치를 이야기한다고 보면 되겠다.
러스티 라이프는 여행이나 전원생활과도 연결될 수 있는 키워드인데, 일주일의 4일은 도시나 농촌에서, 나머지 3일은 반대로 지내는 요즘 직장인들의 희망사항(?)을 반영한 트렌드 키워드로 보면 될 것 같다. 홈가드닝이나 홈 파밍, 자연친화적이고 집에서 모든 걸 누릴 수 있는 삶의 소중함이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건강한 삶, 꾸준히 계획적으로 운동하는 일상,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고자 노력하는 헬시 플레저나 바른생활 루틴이라는 키워드도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이 외에도 X세대가 새로운 소비와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른다는 말과 메타버스와 AR/VR과 같은 기술이 일상화되리란 전망도 눈여겨볼 키워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