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내 생각이 맞다고 설득하는 기술 메이트북스 클래식 16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강현규 엮음, 김현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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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내 생각이 맞다고 설득하는 기술이라니. 토론과 논쟁은 진실을 규명하고, 더 나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의 과정이 아니던가.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논리적으로 말하고 잘못된 논거는 배제하면서, 옳고 더 나은 해답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워왔을 터.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근본적인 속성을 건드리면서, 애초에 진실과는 관계없이 내 말이 맞다고 우기는 타고난 허영심이 우리들의 사악한 본성 속에 숨어있다고 말한다. 논쟁이란 결국에는 말로 하는 기싸움이며, 이는 기본적으로 승부를 겨루는 전투와 닮아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동의하는 부분인데, 결국에는 힘이 안되니 다른 무언가로 싸우는 것이며, 이것이 말과 같은 무기를 가지고 서로가 겨루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말로는 이길 수 없으니 - 무식하게(?) - 힘이나 목소리로 이겨보려는 것일 수도 있는데, 여기서 우리가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인류 역사상 단순하게 힘만 세다고, 또 언변에만 능통하다고 해서 전쟁의 승자가 되거나 역사의 주인공이 된 경우는 거의 없다 - 물론 잠깐은 있을 수 있겠으나 - 는 것. 한 시대를 장식하거나, 어떤 사건이나 전쟁에 있어서의 승자들의 면모를 떠올려보면 항상 힘과 함께 - 그것이 나만의 것이든, 아니면 조력자의 도움을 포함한 것이든지 간에 - 유창한 언변술 또한 같이 가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뭐 아무튼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히 말해서 바로 말싸움에서 이기는 법이다. 서문에서 말하듯이 부정적인 상대방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 모순되거나 무너지지 않고 상대방의 주장을 직접 공격할 방법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① 먼저 상대방의 주장을 확대시키고, 나의 주장은 축소할 것. ② 또 미묘한 의미 차이를 발생시키는 동음동형이의어를 잘 사용하면 좋다. 특히 이 부분은 상대방의 궤변에 대응할 때 유용한 방법이다. ③ 실제로 토론할 때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전제들을 개별적으로 분산시켜 큰 그림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게 좋다고 한다. ④ 상대방을 화나게 하거나, 빠른 질문 공세를 퍼붓는 방법도 있다. ⑤ 또 항상 상대방의 말에 반대를 하거나 나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때는 미리 예측해서 상대방을 혼란케하라는 조언도 눈에 들어온다. 참고로 이는 실제로 자기주장이 맞다고 잘 우기는 사람들을 대할 때 유용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⑥ 주장에 유리한 비유적 표현을 먼저 선점하고, 상대방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 무언가를 선택하도록 고민하게 만드는 법도 좋다. ⑦ 뻔뻔함, 상대방의 모든 것을 말싸움에 활용하기, 궤변에는 궤변으로 대응하기와 같은 방법도 있다. ⑧ 조금 더 나아가 억지 부리기, 거짓 추론과 왜곡으로 억지 결론 유도하기, 상대방의 시인을 결론으로 마무리 짓기와 같은 방법도 있고. ⑨ 청중과 같은 제3자의 반응을 고려하고, 때로는 권위마저 논쟁에 이용할 수도 있다. ⑩ 상황에 맞춰 화제를 전환하고, 인신공격을 하거나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도 있다... (뭐 책을 잘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래도 되나 싶을 수도 있는데, 공격이 아닌 방어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끝으로 책에서는 이렇게 총 38가지의 요령법을 알려주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토피카>를 자주 언급하는데 시간이 된다면 같이 읽어보면 도움이 될 듯하다. 참고로 아리스토텔레스는 가급적 논쟁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조언을 남겼다고 하니 그게 어떤 의미인지를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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