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 조지 오웰 서문 2편 수록 에디터스 컬렉션 11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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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돼지의 모습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은 탐욕스럽고 게걸스럽게 먹는 이미지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문예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된 <동물농장> 에디터스 컬렉션의 표지만 보더라도 말이다. 검은 바탕에 핑크 색상을 한 탐욕스러운 돼지의 모습이 정말 소설 속 나폴레옹과 스퀼러의 모습과도 닮았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유튜브를 잠시만 뒤져봐도 사람을 잘 따르는 온순하고도 깔끔한 아기 돼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확실한 건 돼지는 동물 중에서도 지능이 높은 편에 속하며, 인간의 DNA와도 유사한 점이 많다는 사실. 공상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간이 누군가의 유전사 실험에 의해서 탄생한 종족이라면, 분명 돼지의 유전자가 일부 사용되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할 수도 있겠다.

책의 서문에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한 조지 오웰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언제나 항상 그렇듯이 큰 틀에서 - 더 정확히 말하면 쪽수의 힘에 눌려 - 침묵하고 동조한다. 당시의 유럽은 종교의 힘 앞에서 그랬고, 소련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 그랬던 것 같다. 조지 오웰은 메이저 영감이 말한 이상향이 아니라, 스노볼이 보여주었던 혁명가적인 투쟁이 아니라 나폴레옹을 비롯한 돼지 일당의 독재와 부패, 모순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여러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했다고 한다. 마치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지만 말하지 못한 동물농장 속의 여러 동물들처럼 말이다.

이 책을 여러 번 읽은 독자들은 아실 테지만 전체적인 이야기가 한 나라에 혁명이 발생하여 체제가 뒤집히고, 그 결과 사람들은 잠시나마의 기쁨을 누리지만 또다시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아니 더 무시무시한 누군가가 나타나 그들의 자유와 행복을 억압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셨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유럽의 수많은 나라에서 이 과정이 반복되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참고로 많은 평론가들이 소설 속 나폴레옹의 실체로 스탈린을 지목하고 있는 것까지도.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포인트가 많다. 스노볼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있을 때 뒤에서 조용히 힘을 기르는 나폴레옹의 모습이 그렇다. 힘으로 제압하기 위해, 아니 협박하기 위해 어린 강아지들을 맹견으로 길들이고, 결국에는 논리보다 선전전과 쪽수의 힘이 더 크다는 걸 보여주면서 말이다. 사람들이 좋아할 말만, 깊게 고민하지 않게, 협박과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선전하는 스퀼러와 반복적인 구호를 통한 대중 선동과 패거리주의를 통한 공포감 조성의 앞잡이가 되어가는 양 떼의 모습도 우리가 언론뿐만이 아니라 주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누가 나를 구해준다고 하는, 또 나만 믿으라는 그런 사람부터 경계해야 한다는 옮긴이의 말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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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탁월한 취향 - 홍예진 산문
홍예진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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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 첫 게시글이 이맘때쯤이었나 보다. 보통은 새해나 연초에 무언가 스타트를 끊는 게 관례일 텐데 나는 특이하게도 무더위의 여름에 새로운 맘이 섰던 것 같다. 2006년의 7월 말. 추측건대 1학기 성적 확인이 끝난 계절학기였을 것이고, 시사경제 토론 동아리 활동에 한창일 때였을 것이다. 또 지금은 교회 건물로 바뀌어버린 우리 동네 헬스장에 등록해서 러닝과 근력운동에도 나름 열심이었던 시절.

후회란 그림자와도 같아서 나이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그 사람을 따라다닌다. 이제는 -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 - 중학생이었던 그때에 '국민학교 다닐 때는 왜 그랬던 걸까나 그때 이렇게 해볼걸' 하고 후회(?) 했던 기억이 떠오르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기억은 옅어지고 또 다른 색으로 덮어지면서 과거의 후회는 새로운 아쉬움으로 바뀌고 만다.

글쓰기를 업으로 가져가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반복적인 일상, 그리고 꾸준히 지속되는 활동이 무언가를 채워가는 느낌말이다. 제목이 너무 맘에 들었던 홍예진 님의 산문집 <매우 탁월한 취향>처럼. 그리고 일상의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굳어져서 만들어진 하나의 작품처럼. 취미, 취향, 기호.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속내는 누군가에게 평가받고 분석당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냥 공감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글이 참 맘에 들었다. 제목부터 눈에 들어온 앵커 효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성스레 다듬어간 느낌이 종이마다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아 좋았다. 일상의 순간들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저자가 느끼고 정리해간 마음의 기록들을 동의한 건 아니지만 그런 모습들을 스냅사진처럼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평소보다 천천히 오래 읽었고, 문구 하나하나를 따라가면서 책장을 넘겼다.

책을 좋아한다고 내향적이라든지 조용한 걸 좋아할 거라고 단정 지어버리면 곤란하다. 그냥 책 읽는 게 좋을 뿐이고, 그 시간 동안은 잔잔한 분위기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 할 뿐이다. 오히려 책장을 덮고 나면 더 밖으로 나가고픈 그런 맘이 속에서부터 충동질한다. 우리 몸과 맘은 마치 시소와도 같아서 언제나 정반합을 찾아가는 것처럼.

속을 터 넣는다는 것과 속내를 드러낸다는 것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비슷한 듯 분명 전혀 다른 종류의 처신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와 친해지면서 대화를 나누게 되고 결국 그 대화 속에서 차이를 발견하고 다시 멀어지게 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다고 이걸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모두 다 그렇고 그 과정을 다듬어 가면서 만남을 유지하고 일상을 꾸려나간다. 이런 것들은 깔끔하게 정리되어야 할 문제도 아니고 완벽하게 없애버려야 할 바이러스도 아니다. 그냥 우리와 함께 계속해서 같이 가야 할 무언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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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마케팅 - 인간의 소비욕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매트 존슨.프린스 구먼 지음, 홍경탁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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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존슨 교수와 프린스 구먼 교수가 지은 <뇌과학 마케팅>을 읽었다. 매트 존슨 교수는 신경과학에 관한 연구로 인지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나이키와 같은 기업들에게 소비자 행동 및 마케팅과 관련된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프린스 구먼 교수 또한 신경 마케팅 전문가로 각종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두 저자는 사람들의 소비 메커니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이 책을 통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총 열두 장에 걸쳐 다양한 케이스를 소개하면서 재미난 뇌과학 마케팅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람들의 소비 메커니즘을 알아보는 것은 복잡하면서도 신비로운 일이다. 우리의 뇌와 소비 사이의 연관 고리를 파악하는 것은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소비자 자신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으로 파악되는 각종 동선과 생체 정보들 그리고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회사들은 적절하게 그리고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데,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소비자들이 그런 정보들을, 그리고 이면에 감춰진 메커니즘으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를 바라고 있는 듯하다.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두 교수 모두 기업 편에서 열심히 컨설팅을 해주고 계시지만 말이다 ^^:)


우리는 보았고 또 들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정확한 건 아니다. 믿음이 경험을 바꾼다는 말처럼 우리의 심성 모형은 불완전하고 또 외부의 영향에 쉽게 휘둘린다. 중요한 건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 자체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거다. 신경과학자에게 있어 브랜딩이란 소비자들에게 기업이 상품을 통해 이끌어내려는 일관적인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과정, 즉 연상 설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반복된 패턴을 통한 지속적 세뇌 말이다.

권장소비자가격의 함정, 모든 상품에 3가지 버전의 가격이 존재하는 이유, 많은 사건에 대한 기억은 절정의 순간과 마지막 순간에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피크 엔드 효과, 소비자의 구매 공포심을 유발하는 FOMO (fear of missing out), 체험 마케팅이 각광받는 이유,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따뜻한(?) 에너지의 노스탤지어 마케팅,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쇼핑을 하도록 만드는 복합 쇼핑몰의 함정, 경제적으로 유리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만드는 가난의 진정한 무서움까지. 이처럼 책에서는 꼭 마케팅이 아니더라도 우리 안에 숨어있는 욕망과 취향의 근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한 번쯤 생각하게 해주는 내용들도 많다.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뇌의 메커니즘과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의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들의 마케팅 방법론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겠다 싶다. 아울러 우리가 - 잘 모르는 사이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 소비자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지, 그리고 그 대가를 지급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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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비밀 - 부동산 슈퍼리치만 아는
홍성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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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는 꼭 필요하다. 재테크란 머리아픈 고민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근로소득이란 결국에는 사라지기 마련이므로 시간이 될 때 그리고 기회가 올 때마다 꾸준하게 수입을 자산화시켜야 한다. 등락은 있겠지만 결국에는 모든(정확하게 말하자면 대부분의) 자산들은 그 유한성으로 인해 상승할 수 밖에 없고, 정부와 기업들은 설령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상향의 인플레이션을 주도하기에, 자산을 보유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격차는 커질수 밖에 없다.

수입을 꾸준히 자산화하면 또 다른 부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부동산이라면 임대 소득이 있을 수 있고, 주식에 투자했다면 배당 소득을 얻을 수 있다. 단순하게 은행에 저축만 해도 이자를 얻는다(물론 얼마 안되지만). <부동산 슈퍼리치들만 아는 투자 비밀>의 저자인 홍성준 님은 책에서, 실제로 부자들은 근로 소득보다는 자본 소득에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행복한 부자들의 시스템(세발자전거시스템)을 말하며, 현재의 수입원을 잘 유지하면서, 부동산 임대 수입을 창출하고, 나아가 자신의 장점을 살려 평생 일할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특히나 부자들은 화폐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항상 현물에 투자하려 한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저축하는 습관도 중요하지만, 저축을 하면서 투자도 같이 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겠다. 또 부동산에 관심이 있다면 - 아이러니 하지만 - 고위 공직자 아파트를 검색 키워드로 찾아보라는 조언도 있다. 책에 소개된 부동산과 관련된 추가적인 조언으로는 빌라는 재개발 이슈가 있지 않은 이상 매입하지 말 것, 서울 역세권 도시형생활주택은 장점이 많다는 사실, 상가주택을 짓고 싶다면 LH에서 분양하는 점포겸용택지를 낙찰받는게 좋다는 점, 부동산 사기를 당해서 승소한다 하더라도 돈을 받아내는 건 결국에는 내 몫이라는 것도 있다.

토지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열람해서 서류 확인을 해야 하며, 독서를 많이 하라(대부분의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다)는 조언도 눈에 들어온다. 책의 구성이 저자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보니, 목차를 보면서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을 먼저 훑어보면서 읽는게 좋을 거라 생각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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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 뒤 맑음 - 하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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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 뒤 맑음> 두 번째 이야기. 신용카드가 정지된 이후의 레이나와 이츠카의 미국 여행기이다. 누군가를 도와준 계기로 만들어진 인연과 필요한 여행 경비를 벌기 위해 정착 아닌 정착을 하게 된 두 아이들의 이야기가 주 내용이라 보면 되는데, 라이브 하우스 '서드 피들'에서 일하게 된 이츠카는 그곳에서 우리가 흔히 말해는 사회생활이라는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손님을 파악하는 방법, 불필요한 일에 휘말리지 않는 센스, 또 원치 않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어떻게 회피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나중에 이츠카가 어른이 되고 나서, - 물론 지금은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지만 -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기억할 수많은 추억거리들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나도 기억 속에서 많이 옅어졌지만,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타지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그때 생각하고 서로 나누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엉뚱하고 웃긴 에피소드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많은 경험들과 나누었던 생각들, 그리고 꾸준히 쌓아올린 공부와 독서량이 결국에는 사람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반면에 레이나와 이츠카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모습은 이와 대비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족들 간의 무미건조한 대화만이 지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좀비처럼 일어나 회사로 출근하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와 의례적인 대화를 하고 잠이 들거나, 아니면 역시 로봇처럼 술자리에 참석했다가 몸을 축내고 돌아오는 일상들 말이다. 저자가 의도한 바였겠지만 아무튼 두 아이들의 모험(?) 담과 비교되는 순간들이었다.

히치하이킹과 모르는 사람들과의 캠핑카 투어(?)는 스릴 있어 보이면서도, 아이들이 쉽사리 따라 했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들었다. 물론 소설 속의 장치라, 기우이긴 하지만 말이다.

뉴멕시코를 지나 결국 그녀들의 여행도 끝에 다다른다. 해외여행의 진정한 묘미는 공항까지 가는 고속버스에 올라타면서부터, 공항에 도착해 탑승을 기다리는 시간인 것처럼, 그녀들에게는 버스터미널이 그런 공간이자 시간이었다. 책에서는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부모님께 신나게 혼이 났는지, 아니면 본가로 쫓겨났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 이번 여행이 - 앞으로 있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단단한 무언가가 되어 있으리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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