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뒤 맑음 - 하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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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 뒤 맑음> 두 번째 이야기. 신용카드가 정지된 이후의 레이나와 이츠카의 미국 여행기이다. 누군가를 도와준 계기로 만들어진 인연과 필요한 여행 경비를 벌기 위해 정착 아닌 정착을 하게 된 두 아이들의 이야기가 주 내용이라 보면 되는데, 라이브 하우스 '서드 피들'에서 일하게 된 이츠카는 그곳에서 우리가 흔히 말해는 사회생활이라는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손님을 파악하는 방법, 불필요한 일에 휘말리지 않는 센스, 또 원치 않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어떻게 회피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나중에 이츠카가 어른이 되고 나서, - 물론 지금은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지만 -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기억할 수많은 추억거리들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나도 기억 속에서 많이 옅어졌지만,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타지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그때 생각하고 서로 나누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엉뚱하고 웃긴 에피소드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많은 경험들과 나누었던 생각들, 그리고 꾸준히 쌓아올린 공부와 독서량이 결국에는 사람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반면에 레이나와 이츠카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모습은 이와 대비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족들 간의 무미건조한 대화만이 지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좀비처럼 일어나 회사로 출근하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와 의례적인 대화를 하고 잠이 들거나, 아니면 역시 로봇처럼 술자리에 참석했다가 몸을 축내고 돌아오는 일상들 말이다. 저자가 의도한 바였겠지만 아무튼 두 아이들의 모험(?) 담과 비교되는 순간들이었다.

히치하이킹과 모르는 사람들과의 캠핑카 투어(?)는 스릴 있어 보이면서도, 아이들이 쉽사리 따라 했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들었다. 물론 소설 속의 장치라, 기우이긴 하지만 말이다.

뉴멕시코를 지나 결국 그녀들의 여행도 끝에 다다른다. 해외여행의 진정한 묘미는 공항까지 가는 고속버스에 올라타면서부터, 공항에 도착해 탑승을 기다리는 시간인 것처럼, 그녀들에게는 버스터미널이 그런 공간이자 시간이었다. 책에서는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부모님께 신나게 혼이 났는지, 아니면 본가로 쫓겨났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 이번 여행이 - 앞으로 있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단단한 무언가가 되어 있으리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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