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추격, 추월, 추락 - 산업주도권과 추격사이클
이근.박태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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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산업의 중심축이 세계적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추격 사이클 이론>하에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추격의 세가지 유형을 경로 추종형, 단계 생략형, 경로 창출형으로 구분하고 기회의 창(기술 혁신, 패러다임의 등장, 정부의 규제 등)을 통해 그 변동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인 이근 교수는 2008년에 <기업 간 추격의 경제학>을, 그리고 2013년에는 <국가의 추격, 추월, 추락>을 출간했으며, 이번에 출간한 <산업주도권과 추격 사이클 : 산업의 추격, 추월, 추락>을 통해 경제 추격에 대한 기업, 국가, 산업 차원의 분석을 마무리하고 있다. 경제 연구 성과물의 특성상 조금은 딱딱해 보일수도 있지만, 경제수업시간에 사용된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친절하면서도 알기 쉽게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 자동차 산업, 휴대폰 산업, MP3 산업과 같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분야를 가지고 설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익숙한 느낌으로 책을 읽을수 있다.

 

2.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산업의 주도권 이전 과정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함께 저자의 추격 사이클 이론이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한 각 산업별 분석이 이어진다. 휴대폰 산업, 게임 산업, 휴대용 음악 재생기 산업, 반도체 산업, 자동차 산업, 철도 산업, 제약 산업까지 총 7개분야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마지막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 전략을 당부하면서 글을 마치고 있다.

 

추격 사이클 이론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슈퍼 사이클, 정상 사이클, 그리고 중도 실패 사이클이라는 세가지 형태가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를 통해 기업과 산업의 흥망성쇠를 알수 있다고 한다. 경제학이나 경영학부 시간에 배웠던 <제품수명 주기설>과 <이윤수명 주기설>의 한계를 보완하고, 개념을 확장하여 적용한 것이라 보면 되는데, 이를 통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정부의 역할과 산업내 상호관계에 대해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세가지 기회의 창이 열릴수 있는데, 첫번째는 새로운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등장이고, 두번째는 경기순환이나 새로운 수요계층의 등장과 같은 갑작스런 변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규제와 정책, 보조금 등이 그 기회가 될수 있다. 또 각 산업별로 추격 양상 역시 다른데, MP3산업에서 일본 - 한국 - 미국으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애플이 보여준 모습은 경로창출형이였으며,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이 보여준 모습이나 중국과 인도의 IT분야의 발전과 제약 분야에서의 모습은 단계생략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는 몇가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먼저, 선점자 전략만이 결코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 애플이 그랬고, 한국의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재빠른 추종자들이 더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선점자들이 성공한 사례도 많겠지만, 시장의 패러다임을 지배하고 독점적인 수익을 거두어들이는 기업들은 대부분 재빠른 추종자들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두번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영원한 것은 아니라는 점. 축적된 기술이 급격한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소니의 사례와 필름업계의 쇠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세번째는 이러한 과정에서도 계속적으로 변화하고 학습하는 기업은 살아남는다는 점. 이는 저자가 말하는 슈퍼사이클의 행태를 보여주는 국가의 기업들의 모습이라 보면 되겠다.

 

3. 저자인 이근 교수는 슘페터상을 수상한 최초의 비서구권 대학 출신 교수라고 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경제발전, 기술경제발전, 경제추격 등을 강의하셨다고 하는데, 책에서도 슘페터와 경제발전론에 관한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학부생에게는 알차고 풍부한 보교재 역할을, 또 일반 독자들에게는 심도있는 경제학 공부를 가능하게 하는 좋은 도서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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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의 역사 북멘토 그래픽노블 톡 1
리쿤우 지음, 김택규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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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는 길에 시진핑 중국 주석이 난징대학살 추모식에 참석하여 일제의 만행을 강하게 비난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는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범죄를 되풀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제의 35년간의 강점기 속에서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던 대한민국처럼, 중국 역시 중일전쟁과 난징대학살 등으로 수많은 피해를 입었기에 일본에 대한 감정은 여전히 좋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중국의 만화가이자 디자이너인 리쿤우 선생이 쓰고 그린 <상흔>이라는 책이다. 국내에는 <내 가족의 역사>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는데, 전쿤밍 대폭격으로 피해를 입은 저자의 가족들의 상흔이 이어져왔음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을 바꾼듯 하다. 고서점의 주인과 저자가 만나서 이야기하는 현재그림과 사진을 통해 보여주는 과거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 역시 일종의 <그래픽 노블>이라 만화이면서도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 동양적인 친근한 모습과 한국의 70~80년대를 연상시키는 배경이 인상적이다.(그래픽 노블 특유의 이질감보다는 만화방에서 막 꺼낸 옛날 만화책의 느낌이 강하다. )

 

책의 대부분은 중일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참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인이 그리고 찍은 그림들과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난징대학살의 참혹했던 장면과 일본군들의 잔인한 만행 사진은 보이지 않는다(자료가 없거나, 저자가 일부로 추스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대신 일본군과 행군 장면, 그리고 전투 장면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마치 1950년대로 돌아간것 처럼 말이다. 감정을 최대한 빼고 사실을 위주로 담담하게 기록해 나간것이 과거의 모습을 더 부각시키는것만 같다.

 

옮긴이의 글에 적힌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역사에 대한 기억은 현실을 향한 응시이자 미래를 향한 전망입니다. 이 만화의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라고 말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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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지, 나? 어떡하지, 나? 1
호소가와 텐텐 지음, 권남희 옮김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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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주인공 텐텐은 대학에 갈지 직장에 다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인생의 기로에 서 있는 여고생이다.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과 놀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해야 하는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어쩌면 가장 바쁘고 또 가장 중요한 순간에 서 있을지도 모를 텐텐이지만, 그녀는 아무 생각도 없는 듯 하다. 밥먹고 TV보고 쉬었다가 자고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취직자리를 알아본다며, 또 소일거리를 찾는다며 핑계까지 만들어 가면서 아무생각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자유를 즐긴다기 보다는 무책임한 방임에 길들여진것 같고, 유유자적한 월든과 킨포크 스타일이 아니라 그냥 잉여로운 삶을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고 취직한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점차 현실을 깨달아간다. 하지만, 아직까지 무엇을 해야 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텐텐에게는 모든것이 어색하고 힘들뿐이다. 떡집과 박람회장 알바를 통해 사회의 첫 관문을 통과한 텐텐은 드디어 조그마한 회사의 여직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독특한 상사와 회사 분위기가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더 잘 어울리는 텐텐. 하지만, 여전히 왜 다녀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은 상황이라 여전히 위태롭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예전에 다니던 곳이 싫어서 전직한 것이기에 동기부여조차 되어있지 않은 상태. 회사 생활의 명과 암을 속속들여 알게된 후부터 다시 고민에 빠진 텐텐은 결국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우연히 미술학교(디자인) 입학 모집 기사를 보고 다녀보기로 결심한다. 그동안 모아둔 저축으로 학비를 충당하고, 남는 시간에는 더 공부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용돈도 벌고, 또 통학거리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변화의 기운을 느낄수 있다. "어차피 학교 다닐거였으면, 졸업하고 바로 시작해도 될텐데..."라고 고민하는 장면에서(사실 나도 그 생각을 했다.) 좌절과 방황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음을 알수 있었다. 어쩌면 텐텐은 무의미한 시간과 여러번의 방황 속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나아가는 법을 배운건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당연히 해야 되는 것이었기에, 그런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수도 있지만, 스스로 그 시간을 겪고 깨닫고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한 사람에게는 값비싼 깨달음의 시간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텐텐에게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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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양장)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 이강국 감수 / 글항아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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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반영한 중요한 사회 경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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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 삶에 질식당하지 않았던 10명의 사상가들
프레데리크 시프테 지음, 이세진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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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고백처럼 이 책은 한 딜레탕트의 철학에 관한 자유로운 에세이 같다. 딜레당트란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애호가의 입장에서 학문과 예술을 즐기는 자를 말하는데, 스피노자와 쇼펜하우어의 사상과 철학에 정통하진 않더라도 그의 책과 사유의 조각들을 되새기고 이를 자유롭게 받으들이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갑자기 서평을 쓰면서 든 생각이지만, 깊은 대화와 현실과 이상을 넘나드는 담론이 진부한 소재로만 다뤄지는 요즘에는 이같은 딜레당트 조차 한쪽으로 밀려나 버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 소개된 10여명의 철학자들 대부분은 이름만 들어봤거나, 또는 처음 들어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저자가 물흐르듯이 자유롭게 설명하고 있어서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진 않는다. 역자 역시 깊게 공부하기 보다는 편하게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말하는데, 이 말이 맞는 듯 하다. 친절하게 설명하진 않지만, 그래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어서 부담없다는 느낌. 대중과 소통하거나, 불통하는 것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 본다.

 

삶의 대부분은 슬픔과 고통, 죽음을 기다림, 그리고 사소한 부조리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저자는 여기에 너무 빠질 필요도 없으며, 그렇다고 극적으로 헤쳐나아가야할 이유도 없다고 말한다. 앞의 요소들 자체가 삶을 구성하는 것들인데 이를 억지로 회피하거나 대응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다. 염세주의에 빠져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절망하지조차 않는 독특한 시선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 개인적으로 말해서 -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는 느낄수 있지만 - 결코 - 동의하거나 받아들일수는 없을 것 같다. 통찰과 삶에 대한 직관이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라고 결론지어질수 있다면 우리에게 깊은 사유란 아무 의미조차 없을 것이다. 부조리함과 삶의 고통에 대한 인식은 현실과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멈춰버리거나 중단해버린다면 삶은 살아가는게 아니라, 죽음을 기다리는 행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바를 느껴보고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변화를 꾀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언제라도 권태에 빠질 수 있을 만큼 느리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는 않을 만큼 심사숙고 하는 삶을 살라" 라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말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삶에 적용시킬지는 결국 당사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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