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 삶에 질식당하지 않았던 10명의 사상가들
프레데리크 시프테 지음, 이세진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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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고백처럼 이 책은 한 딜레탕트의 철학에 관한 자유로운 에세이 같다. 딜레당트란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애호가의 입장에서 학문과 예술을 즐기는 자를 말하는데, 스피노자와 쇼펜하우어의 사상과 철학에 정통하진 않더라도 그의 책과 사유의 조각들을 되새기고 이를 자유롭게 받으들이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갑자기 서평을 쓰면서 든 생각이지만, 깊은 대화와 현실과 이상을 넘나드는 담론이 진부한 소재로만 다뤄지는 요즘에는 이같은 딜레당트 조차 한쪽으로 밀려나 버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 소개된 10여명의 철학자들 대부분은 이름만 들어봤거나, 또는 처음 들어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저자가 물흐르듯이 자유롭게 설명하고 있어서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진 않는다. 역자 역시 깊게 공부하기 보다는 편하게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말하는데, 이 말이 맞는 듯 하다. 친절하게 설명하진 않지만, 그래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어서 부담없다는 느낌. 대중과 소통하거나, 불통하는 것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 본다.

 

삶의 대부분은 슬픔과 고통, 죽음을 기다림, 그리고 사소한 부조리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저자는 여기에 너무 빠질 필요도 없으며, 그렇다고 극적으로 헤쳐나아가야할 이유도 없다고 말한다. 앞의 요소들 자체가 삶을 구성하는 것들인데 이를 억지로 회피하거나 대응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다. 염세주의에 빠져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절망하지조차 않는 독특한 시선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 개인적으로 말해서 -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는 느낄수 있지만 - 결코 - 동의하거나 받아들일수는 없을 것 같다. 통찰과 삶에 대한 직관이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라고 결론지어질수 있다면 우리에게 깊은 사유란 아무 의미조차 없을 것이다. 부조리함과 삶의 고통에 대한 인식은 현실과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멈춰버리거나 중단해버린다면 삶은 살아가는게 아니라, 죽음을 기다리는 행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바를 느껴보고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변화를 꾀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언제라도 권태에 빠질 수 있을 만큼 느리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는 않을 만큼 심사숙고 하는 삶을 살라" 라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말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삶에 적용시킬지는 결국 당사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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