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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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CMXCIII / 문학동네 21번째 리뷰] 일본인 부부는 '한 이불'을 덮고 자지 않는다고 한다.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기에 아닌 부부도 있겠지만, 수많은 소설과 만화책, 그리고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간접적인 확인'을 해본 결과, 그런 것 같다. 뭐, 나도 결혼을 하면 '한 침대'는 좀 생각해보려고 한다. 워낙 뒤척임이 많은 잠버릇을 소유하고 있다보니 옆에 누가 자고 있으면 불편해서 그런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이라면 '합체와 분리'가 용이한 킹사이즈 침대를 고려해볼 수는 있겠으나, 대개의 일본인 부부들은 아예 '두 침대'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뜬금없이 '부부의 침실'을 소잿거리로 삼은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마스다 미리의 만화가 유독 그런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가 좋은 것 같으면서도 '혼네(속마음)'는 그렇지가 않다. 재는 것도 많고, 따지는 것도 많고, 뭔가 불만이 쌓이고 불평을 쏟아낼 것도 같은데, 적어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그러면서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애둘러서 '딴소리'를 한다. 그치만 '혼네'가 분명히 담겨 있다. 11년을 같이 산 부부라면 그런 것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다테마에(드러낸 마음)'는 죄다 엉뚱한 소리뿐이다. 도대체 그런 얘기를 듣고서 속마음이 그런 줄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싶을 정도로 딴소리를 꺼내곤 한다.

그래서 치에코와 사쿠짱의 결혼 생활은 알콩달콩한 것 같으면서도 진짜 사랑하는 사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답답하게 느껴진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인이라면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애꿎은 '달빛이 참 아름답다'는 방식을 선호할 것이라서, 외국의 서적을 뒤칠(번역할) 때에도, 그런 일본인의 정서를 반영해야 옳다고 말했다고 한다. 뭐, 이해는 간다. 운치 있는 달밤에 연인과 단 둘이 사랑의 밀어를 속닥거릴 때 '달빛 어쩌구'라고 말을 꺼내면, 아~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마음이 들면서 두 볼이 발그레지는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11년이 지난 후에 "자기야, 그때 달빛이 아름다웠던 밤 기억나? 그때 당신이 했던 말을 다시 듣고 싶어."라는 말을 듣고 기억을 떠올릴 사람이 있기는 할까? '직접적인 표현'도 기억이 날까 말까 할텐데, '간접적으로 애둘러 표현'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까? 이런 걸 기억해내는 것을 '소소한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는 치에코 씨다.

분명 마스다 미리의 만화와는 다른 면이 엿보인다. 매번 '독신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았던 것에 비해, '11년 차 부부'이지만 '신혼 부부' 못지 않게 꽁냥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작품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보였다. 그런데 만화의 내용속으로 들어가보면, 달라진 게 없다. 앞서 '사와무라 씨 댁' 시리즈를 소개할 때에도 얘기했던 것처럼 여전히 '한결같다'는 느낌이 앞선다. 마스다 미리의 책들은 어김없이 죄다 '소소한 것들' 뿐이다. 그러한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없이 좋아라하겠지만, 그래도 10년 전에 연재한 만화와 10년 후에 연재한 만화의 내용이 한결같다면...좀

마스다 미리는 '우리네 일상'을 아주 잘 묘사하고, 그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투사해낸다는 점에서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겠지만, 결국 '대단한 것'을 기대할 수 없고, '심오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상다반사' 속에서 내 마음은 이런데, 네 마음은 어떠니? 아라라...쏘데스네. 얏빠리 스게~ 뭐 이런 영혼없는 추임새만 늘어놓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도 왜 일까? 그런 소소한 일상속에서 '무언가' 만족할 만한 것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동시에 느껴진다. 아주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소소할 따름이다. 그래서 난 또 '다음 권'을 읽게 된다.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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