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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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CMLXXVIII / 이봄 9번째 리뷰] 직장에 다니다보면 '좋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죄다 '싫은 사람' 투성이다. 내가 가장 싫어 하는 유형은 '무능력'한 사람도 아니고 '사고 많이 치는' 사람도 아니고 바로 '얌체 같은' 사람이다. 하는 일마다 얌생이처럼 해야 할 일은 '하는척'만 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은 '반드시' 하고야 말고, 같은 팀 안에서 팀원들을 '갈라치기'해서 이간질 시키고, 그런 짓만 저지르다가 책임져야 할 경우가 생기면 '발뺌'을 하고서는 나몰라라하는 얌체 같은 놈팡이는 정말이지 딱 질색이다. 여기 수짱이 일하는 '카페'에도 그런 얌생이가 한마리 있다. 바로 카페 주인의 딸, '무카이'다.

무카이는 늘 뒷담화를 달고 산다. 막말도 함부러 지껄여서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상처까지 주고야 만다. 그러고도 '농담~'이라면서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듯 그깟일로 화를 내거나 상처 받는다면 '그건 니탓'이라는 듯 재수없게 말을 하는 상종 못할 계집애다. 그런데 더 고까운 것은 '주인의 딸'임을 내세워 '카페 점장'의 정당한 지시사항도 무시하고 제멋대로 일처리를 하기 일쑤라는 점이다. '주말근무표'를 정하는 것도, '신메뉴'를 정하는 것도, '정사원 건의 권한'도 모두 점장에게 있는데, 점장에게 알리지도 않고 '주인의 딸'인 자신이 다 결정을 했으니 점장은 알고 있으라는 식으로 통보(?)만 하고 만다는 점이다. 이런 '부하직원'이 있으면 일이 될 턱이 없다. 직원간 '불화'는 더욱 커지게 되고, '팀워크'는 깨져서, 일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위계질서가 무너지면 '지점'은 결국 운영마비가 되고 말게 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답은 딱 두 가지다. '점장'의 손을 들어주던가? 아니면 '주인의 딸'이 새로운 점장이 되든가? 둘 중 하나다. 그래야 '주인'으로서는 손해를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주인의 입장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더 이로울까? '수익'만 따진다면 수짱의 능력을 인정해서 점장으로 직급을 올려준 자신의 결정을 믿고 수짱을 지지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자면 매장 불화의 원인인 '자신의 딸, 무카이'를 다른 지점으로 옮기거나 아니면 해고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팔은 안으로 굽지 바깥으로 굽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대개는 '자신의 딸'을 새로운 점장자리에 올리기 십상이다. 그게 다행히 '수짱'이 점장으로 있는 지점이 아니라 '다른 지점'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수짱을 내쫓거나 '공동 점장'이라는 묘안을 내놓는다면, 일은 더욱더 하기 싫어질게다. 사사건건 부딪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수짱이 '완벽하게 꼬리를 내리는 방법'이다. 어차피 '주인의 딸'이 점장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일이 되든지 말든지 '주인의 딸'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냥 맡겨버리는 것이다. 어차피 수짱이야 일만하고 월급만 따박따박 받으면 그뿐이지 않은가 말이다. 지점 매출이 하락하고, 매장 직원들간 불화가 심각해져서 퇴사자가 속출하든지 말든지 그건 '카페 주인의 몫'이 될테니 말이다. 그때서야 '주인의 딸'에게 책임을 돌리든 말든 그건 알아서 하라고 하고, 수짱은 그저 묵묵히 납작 엎드린 자세를 취하며 '월급만' 따박따박 챙기며 지내면 될 일이다.

물론 그래도 짤릴 가능성은 있다. '주인의 딸'이 벌이는 횡포(?)는 어차피 카페 주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리스크'일테니 말이다. 그리고 여러 지점을 가지고 있는 주인의 경우에는 몇 개의 지점이 망하더라도 큰 손실은 아니다. 이익이 큰 쪽에서 메꾸면 그만일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짤릴 경우에 우리 나라에서는 '재취업의 기회'와 더불어서 '실업급여 대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마냥 손해만 보는 것도 아니다. 다만 수짱의 나이가 좀 많은 것이 살짝 불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일본에도 그런 제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암튼, 수짱의 선택은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어차피 수짱이 없어도 돌아가는 카페였다. 도심지의 전문점들은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로 이미 찾아올 손님은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정적인 수익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매장 직원이 '특별히 더 잘해서' 매장의 이익을 눈에 띄게 올려주는 그런 기적같은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뭐 매장 직원의 외모가 '아이돌급'이어서 매출이 확 늘어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또라이'가 점장을 하든, '싸가지'가 써빙을 하든 큰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매장에서 알바하는 젊은 사람들만 '일할 맛'을 잃어버리고 말 뿐이다.

그래서 '주인의 딸, 무카이'가 저지르고 있는 얌체짓이 더욱 괘씸한 것이다. 저 얌체는 지가 저딴 식으로 행동을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맘껏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리는 개나 줘버리고, 매장에서 '일할 맛'이 나게, '열심히 일한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일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제멋대로' 해버리는 셈이다.

한편, 사와코가 일하는 직장에도 그런 '싫은 사람'이 있다. 기본적인 업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서 '부하직원에게 의지하는 무능한 상사', 응접실 뒷정리나 사소한 심부름 같은 것은 한가한(?) 여자 직원이 당연히 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꼰대 상사' 따위다. 물론 따끔하게 일침을 놓으며 "저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당당히 선언을 하고 각자 제 몫을 제대로 하라고, 자신은 더는 그런 '부당한 지시'를 따를 수 없다고 당당히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쎈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13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사일에 충성을 다했지만, 그래도 '착한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한번 두번 해주다보니 어느새 그런 일까지 '자신의 업무'가 되어버리는 억울한 사연을 갖게 된 것이다. 적당한 때가 되면 다른 신입직원이 그런 일을 '당번'처럼 도맡게 배려(?)해준다면 억울할 일도 없겠구만, 한 번 만만하게 보이면 계속 만만하게 보이고 만다는 절대불변의 법칙이 생겨나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사와코는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와 급속도로 '결혼이야기'를 꺼내고서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때려치겠다는 야망(?)을 갖는다. 그래서 남자가 맘에 들지 않은 점이 있긴 하지만 그럭저럭 결혼은 추진하고 있다. 맘에 들지 않는 점이란 '식당종업원에게 무례하게 말하는 버릇'이라거나, '사와코에게 임신이 가능한지 건강증명서를 요구한다'거나, 결혼을 하자면서 막상 '결혼준비'는 아무런 계획도 없는 무심한 남자라는 점 등이다. 그러다 남자가 '전근'을 가게 되니 사와코와 함께 가자며 결혼을 서두르자 사와코도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왜냐면 직장에 '싫은 사람'을 더는 보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행복감에 승낙을 한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그게 마냥 행복해할 일이 아니었다. 남자를 따라서 직장을 그만 둘 경우 '전업주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맞벌이'를 하길 남자쪽에서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자가 '전근'을 아주 가는 것이 아니라 2년이면 다시 도쿄로 되돌아오게 된다. 그렇다면 남자는 원래 직장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지만, 사와코는 잘 다니던 '정사원'직을 포기하고, '프리랜서'나 '프리타(시간알바)'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시도 떨어져서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이 남자'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니, 차라리 결혼을 2년 뒤로 미루고 자신은 계속 이 직장을 다니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당연한 일 아닌가. 아무리 '싫은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결혼을 하거나 퇴사를 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수짱의 경우는 아예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결심했으니 상황이 다르다. 참고 버티는 것에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결론이 나자, 쓰지도 않고 아껴둔 '월차'도 맘껏 쓰고, 새직장에 면접을 보러다니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인 셈이다. 그렇게 수짱은 떠났다. 바로 옆 가게 서점에서 일하는 '남자'와 인연이 남았다는 것도 모른채 말이다. 그런 다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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