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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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CMLXXVII / 이봄 8번째 리뷰] '수짱 시리즈' 2번째 책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3명이다. 지난 편에서 '카페 점장'으로 승진한 서른다섯 살의 수짱, 13년 동안 섹스는커녕 데이트도 하지 못한 사랑꾼 커리어우먼 사와코, 그리고 지난 편에서 갑자기(?) 결혼에 성공하고 지금은 예비엄마가 된 마이코가 주인공들이다. 세 여성의 공통점은 모두 '고민'이 많다는 것이다. 삼십대 중반의 독신여성이 할 법한 고민들을 토로하고 있어서 작가인 '마스다 미리'를 일본 2,30대 여성들의 정신적 지주로 떠올랐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 25년인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조금은 그 위상이 하락하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면 현재의 2,30대 여성들이 하고 있는 고민이 바뀐 듯 싶어서 말이다. 정작 나는 '여성'이 아니라서 어떻게 바뀌었을지 상상이 불가하지만 말이다. 최대한 그 고민에 '공감'하려 노력하는 노총각이라는 점만은 밝히고 싶다.

30대 중반 독신 여성을 대변하는 '수짱의 최대 고민'은 결혼이다.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가임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초조하지만, 딱히 결혼상대로 꼽을만한 '적당한 남자'가 없다는 점이 수짱이 결혼하지 못하는 절대적인 이유다. 남자를 만나야 연애를 하든, 섹스를 하든, 결혼을 하든 '선택'이라도 할텐데, 수짱이 일하는 '카페'에서는 100% 여성 근무자만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자연스런 만남'조차 쉬이 허락하지 않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딱히 '맞선'을 보거나 '소개팅'을 받는 노력(?)도 하지 않고, 일만 열심히 하고 있다. 그렇다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그렇다보니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그리 불평불만 따위는 없다. 하지만 녹초가 되어 퇴근을 할 때에는 '고민'이 밀려 온다. 과연 이대로 늙어가도 괜찮은 걸까?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결혼도 않고 자식도 없고 돈도 풍족하지 않은 상태로 노후를 맞이하는 것도 괜찮을까? 등등으로 점점 불안이 엄습해오고 있음을 느낄 때인 것이다.

한편, 사와코는 남자를 원한다. 직장여성(오피스레이디)으로 커리어를 쌓고 있지만, '대단한 경력'은 아니고 회사에서 중역을 맞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가 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지만 13년 동안 섹스..아니 '데이트'조차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사와코는 '사랑'이 고픈 상태다. 하지만 결혼만이 능사도 아니다.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셨고 엄마가 할머니를 홀로 돌보고 있기 때문에 사와코가 결혼을 해서 떠나면 그 힘든 일을 엄마 혼자서 감당해야만 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결혼을 더 미루고 나이만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정도다.

마이코도 지난 편에서는 '사와코'와 비슷한 고민을 했더랬다. 그러다 유부남과의 불륜을 정리하고 연상의 남자와 결혼을 하고서 '전업주부'가 되어 현재는 '임신중'이다. 이제 아이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이제까지의 나'와 이별해야 하는 것에 왠지 모를 서글픔을 느끼며 우울해하는 마이코, 예비엄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어 2013년에 개봉했다던데, 일본여성만의 고민이 아니라 전세계 삼십대 독신여성들의 공통적인 고민이기에 화제가 되었을 법하던데, 아직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여러 평론을 읽어보니 '영화'보다는 '원작 만화'가 더 호평일색이다. 아무래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원작에, '기대감'이 증폭되다보니 영화에서는 이를 극복해낸 '한방'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연기가 부족했던, 연출이 부족했던, 원작에서는 '다양한 공감대'를 형성했던 대목을 연기자와 연출자의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만으론 아마도 부족했을 것이다.

암튼, 여성에게 '결혼'은 자신의 일상이 싹 바뀌는 변화를 감수해야만 한다. 또한 '임신과 출산, 육아'도 자신의 목숨과도 맞바꿀 수 있는 소중한 새생명의 탄생이라는 기쁨을 주는 일이지만, '산모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해야 하고, 또한 기쁨을 물색하게 만들 정도로 고된 '육아전쟁'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철없는 20대에 덜컥하게 되는 '결혼과 임신'이 아니라 뭘 좀 알 나이인 '30대'가 되면 여성에게 결혼은 해도 걱정, 안 하면 더 걱정이라는 딜레마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마스다 미리의 작품들이 인기를 끄는 모양이다. 그녀들의 고민을 '대신'해서 해주니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막상 읽어보니 답답하다. 결코 쉽지 않은 고민이라 쉬이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겠는데, 그럼에도 뭔가 답을 내주기 바라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도리가 아닐까?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읽다보면 '문제제기'만 실컷하고서는 '대안제시'나 '해결방법'을 내놓지 않고 여전히 '고민중'이라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고 있어서 좀 답답하다. 하나의 고민이 해결되는 것 같아도, '또 다른 고민'이 계속 튀어나오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은 알겠는데, 그런 식의 고민만 잔뜩하고 있으면 '독자가 얻고 싶은 것'을 얻지 못하고, 그저 '공감'만하고서 끝을 내는 것이 아니겠느냔 말이다. 원래 여자들의 수다에 '목적'도 없고, '결론'도 없다지만, 결국 '나이'는 먹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마스다 미리씨~ 도대체 결혼은 하는게 좋다는 거예요? 하지 않는게 좋다는 거예요? 고민만 '대신'해주지 마시고, 답도 좀 '대신' 내려보시라고요~ 그래야 이 책이 좋다 싫다 결론을 내릴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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