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을 달릴래! 쾌걸 공주 엘리자베트 2
아니 제 지음, 아리안느 델리외 그림, 김영신 옮김 / 그린애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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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CMLXXIII / 그린애플 5번째 리뷰] 프랑스 공주 엘리자베트 시리즈 제5권에 해당하는 이번 책의 제목은 <나의 길을 달릴래!>다. 엘리자베트 공주는 우리에게 친숙한(?) 프랑스 왕 루이16세의 친동생이다. 우리는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 루이16세의 '무능함'만을 부각해서 보았지만, 그가 프랑스 왕위에 오르기까지의 속사정까지 자세히 알고 있지는 못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시리즈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동화같은 이야기를 써놓아서, 여자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재미나면서도, 동시에 '역사의 이면'도 살펴볼 수 있는 유익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루이16세'는 어린 여동생의 슬픔과 고통까지 걱정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오빠이며, 동시에 그런 따뜻한 마음씨로 가족을 돌보는 것처럼 프랑스 왕국의 백성들에게도 '자애로운 아버지'로 군림하고 싶었던 평범한 임금이고 싶어했을 거라는 이미지를 엿볼 수 있다. 물론, '격동적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구체제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했던 무능한 임금의 모습도 루이16세의 한계점임은 분명하고 말이다. 만약, 루이16세가 평화로운 시대에 재임을 했더라면 그는 참 태평스런 시대를 누리게 했을 수도 있는 마음씨 따뜻한 임금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천방지축인 엘리자베트 공주를 보고 있으면 말이다.

이번에도 엘리자베트 공주는 사건사고를 몰고 다닌다. 단 하루도 얌전히 '공주 수업'을 받은 적이 없으니 말이다. 이번엔 스케일이 더 커졌다. 북아프리아에 위치한 국가, 리비아에서 평화사절단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앞서서 언급했던 '베르사유 동물원'에 사육하게 될 동물들을 우호를 약속하는 선물로 데리고서 아주 호화롭게 방문했다고 한다. 1775년에 벌어졌던 실제 사건이다. 당시 리비아는 '해상무역'을 통해서 부를 쌓아 경제적 호황(?)을 맞이했더랬는데, 이게 종종 해적질로 변질되기도 했기 때문에 지중해를 항해하는 배들에겐 큰 위협이 되었단다. 이에 루이15세가 프랑스 함대를 출동시켜 리비아의 가장 큰 항구인 트리폴리 항구를 포위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리비아의 파샤(임금)는 프랑스 배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평화협정을 맺고, 프랑스는 함대를 철수 시켰다. 그리고 1년 뒤, 루이15세가 죽자, 리비아의 파샤는 루이16세와 다시 평화협정을 맺기 위해 사절단을 보낸 것이다. 이때 사절단이 가지고 온 선물이 어마어마했다고 하는데, 그 가운데 사자, 표범, 낙타, 그리고 아랍의 말까지 프랑스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신기한 동물들을 엄청 가지고 왔다고 전한다. 특히, 아랍의 말은 유럽의 말보다 뛰어난 혈통을 갖고 있기에 프랑스 사육사들은 이를 '종마(씨말)'로 삼아 뛰어난 품종으로 개량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에 감동한 루이16세는 자신의 대관식에 '리비아 사절단'을 초청하는 것으로 답례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엘리자베트가 벌인 소동이 무엇이었냐 하면, 바로 자신의 결혼 상대가 정해졌다는 소식을 듣고서, 그 결혼 결정을 되돌리기 위해서 아무도 몰래 친오빠인 '루이16세'를 알현하고, 결혼을 무효로 되돌리려고 대소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당시에 유럽의 왕실에서는 '정략결혼'이 일상이었다. 다시 말해,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결혼'을 이용했고, '결혼'을 통해서 전쟁 직전의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를 약속하는 일을 계속 이어왔던 것이다. 그래서 각국의 왕자와 공주는 살아생전에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는 듯 싶지만, 일상을 들여다보면 '개인의 영욕을 위해서' 누리는 것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싫은 것도 감수해야만 하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그런 인생을 즐기며(?)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이루는 인물도 있겠지만, 그런 '정해진 운명', '짜여진 각본'에 따라 하기 싫은 것도 억지로 해야만 하는 '연극무대'같은 삶을 저주하는 인물도 있기 마련이다. 엘리자베트 공주는 후자에 가깝고 말이다.

암튼, 엘리자베트가 이번에 결혼할 상대는 포르투갈 왕자다. 하지만 얼굴도 모른다. 그럼에도 결혼을 해야만 하는 까닭은 당시 프랑스와 앙숙이었던 영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포르투갈을, 프랑스쪽으로 끌어들여 한편으로 삼고 영국을 고립무원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영국은 '신교(프로테스탄트)의 국가'이고, 포르투갈은 '구교(로마 가톨릭)의 국가'이지 않은가. 그렇게 같은 종교(로마 가톨릭)인 프랑스와 포르투갈이 손을 잡게 되면 영국과의 경쟁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프랑스 공주'와 '포르투갈 왕자'의 결혼은 아주 중요한 결정을 담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는 국가적인 이익을 따지는 셈법이고, 엘리자베트 공주 '개인의 삶'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폭력(?)적인 결정인 셈법이다. 더구나 엘리자베트 공주는 이제 막 '열한 살'이 되었을 뿐이다. 아무리 결혼 날짜가 2년 뒤라고는 하지만, 이미 '정해진 운명'이 자신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결정되어 버린다는 것에서 슬프고 아픈 것이다. 왕실 가문에 태어난 운명이 그렇게 결정되어 있다는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인륜지대사로 여기는 '결혼'인데, 막강한 권력을 쥐고 흔드는 왕실 가문의 사람들조차 '정해진 이익을 위해서' 강제로 짝을 맺게 하는 것은 마치...훌륭한 혈통을 얻기 위해서 억지로 '짝짓기(교배)'를 강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느냔 말이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리비아 사절단이 데리고 온 '암말, 에클립스'가 등장한다. 바람처럼 달릴 때 가장 아름다운 말이다. 그런데 이번 사절단이 에클립스를 데리고 온 목적이 억지로 교배를 시켜서 뛰어난 혈통의 말을 낳게 하는 것이 목적이란다. 그렇게 뛰어난 말들이 프랑스에 넘쳐나게 되면 프랑스와 리비아 사이의 평화도 오래도록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서 말이다. 엘리자베트의 '정략결혼의 목적'과 아주 흡사하지 않은가. 물론 아주 좋은 목적이다. 분명 '이익이 되는 결정'이고 말이다. 그런데 에클립스의 행복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단지 '가축'일 뿐이니 유용하게 써먹고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폐기처분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까? 왕실의 '가족'으로 온갖 보살핌을 살뜰하게 받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주 큰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희생(!)시켜 버리는 것으로 결정해버리는 것이 마땅한 일이냔 말이다.

여기에 프랑스 왕실의 교육을 담당한 '수석교사 마르상 부인'의 태도가 한 몫 한다. 그녀는 루이16세부터 엘리자베트까지 왕실 가족의 어린 시절에 아주 '철저한 교육'을 하는 것을 막중한 책임으로 맡고 있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이 귀족 가문은 프랑스 역대 부르봉 왕조의 '왕실 담당 가정교사'로 책무를 맞고 있어서 죽을 때까지 그 임무를 다하는 것을 '프랑스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엘리자베트 공주의 경우를 봐도 알겠지만, 너무너무 싫은 사람이다. 말끝마다 "프랑스 공주(왕자)는 그래서는 안 됩니다!"라면서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고, 지루하고 따분한 수업을 할 뿐이다. 각자의 성향이나 재능에 따라서 '유연한 학습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천편일률적'으로 왕실 가문에 걸맞는 교육이랍시고, '변함없이 엄격한 교육'만을 강요할 따름이다. 그러다 '국익에 우선하는 행사'가 발생하면 아낌없이 '왕실 가족'을 희생양 삼아 '정략결혼'을 밀어붙이고, 그렇게 성사된 결혼으로 얻은 '국익'을 자신의 교육적 커리어 덕분이라고 우쭐거리는 아주 밥맛인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교사로서의 자격'도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엘리자베트 공주는 사사건건 '마르상 수석 교사'와 대립을 하고 수업이 아니라 벌을 받길 자처한다. 물론, 이런 모습도 '학생으로서의 훌륭한 자질'은 아닐테지만 말이다.

어떤가? 왕자와 공주의 삶이 그들이 입고, 먹고, 자는, 모든 것들의 화려함만큼이나 부러움의 대상인가? 이렇게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의 행복'을 포기해야 하는 삶은 저 넓은 들판에서 맘껏 뛰어놀다가 적당한 때에 도살되어 식탁위에 맛난 요리로 오르는 '육우(고기소)의 삶'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에스파냐의 전통, '투우'가 어차피 도살될 소와 함께 펼칠 화려한 퍼포먼스로 육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처럼 '왕실 가문의 왕자와 공주의 결혼식'도 그런 투우의 화려함과 그닥 다르지 않아 보이게 되었다.

그래서 엘리자베트가 벌인 소동의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그녀는 어떤 소동을 벌였으며, 정해진 운명을 벗어날 수 있는 결정을 스스로 이루어낼 수 있었는지도 궁금해진다. 쾌걸 공주 엘리자베트의 다음 소동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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