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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만화 세계사 - 웃다 보면 세계 역사가 머릿속에 쏙! ㅣ 3분 만화 세계사
사이레이 지음, 김정자 옮김 / 정민미디어 / 2020년 12월
평점 :
[My Review MCMLXIX / 정민미디어 2번째 리뷰] 우리가 세계사를 읽는 목적은 '서양의 우수성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인류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 전세계 국가의 흥망성쇠를 살펴보며 잘잘못을 따져 배울 점을 선별하기 위해서 읽는 것이다. 그렇기에 세계사를 읽을 때에는 '자국의 역사'를 따로 구분해서 '독단의 역사'로 가둬 두고 '타국의 역사'를 별도로 배울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속에 '우리의 발자취'는 어떠했으며, '우리의 흐름'이 세계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서로 살펴보는 방식으로 읽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세계사를 읽는데에는 '흐름'을 잘 파악하는데 역점을 둔 역사책을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런 방식의 읽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세계사'는 읽기가 힘들다. 우선, 그 내용의 방대함이 주눅 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래에는 '만화' 형식을 빌어서 세계사로 들어가는 관문의 수위를 한껏 낮춘 세계사책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책 <3분 만화 세계사>도 그런 유형의 책으로 보면 딱이다.
그런데 이 책을 펴낸이가 '중국사람'이라는 것이 아쉽다. 세계사를 읽을 때 조심해야 하는 것 가운데 으뜸이 바로 '저자의 국적'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아무리 '객관성'을 띠려고 해도 '주관적인 해석'이 가미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렇기에 중국사람이 펴낸 세계사책은 다분히 '중국 중심의 해석'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걸러내고 읽을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면, '다른 나라의 국뽕 드립(자국중심사관)'까지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대로 흡수해서 '잘못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기 쉽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책은 '만화' 형식을 빌어왔기 때문에 무척이나 쉽게 흡수되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 그런 '주관적인 해석'으로 인한 오해를 불러 일으킨 만한 '국뽕 드립'은 중세의 유럽인들이 목욕을 하기 싫어한 까닭이 '중세 유럽 의사들의 무지'에서 비롯되었고, 그런 잘못된 관행 때문에 유럽의 페스트(흑사병)가 일어났다는 내용이다. 물론 저자는 중국인들도 목욕을 게을리하는 문화 때문에 '때놈'이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고, 현재에는 목욕문화가 정착되어서 청결해졌는데, 서구 유럽인들도 그런 더러운 시절이 있었으니, 중국인만 부끄러워할 문제는 아니라는 '국뽕 드립'이 저변에 깔려 있는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이를 그저 우스개소리처럼 재밌는 소재로 삼아 '어린이 독자'들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면 어쩌겠는가? 가뜩이나 중국사람들이 '자국의 문화'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넘어 '모든 인류의 문명'을 중국사람이 만들었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펴는 짤이 돌아다닐 지경인데, 이런 식의 '주관적 해석'을 우스개꺼리로 삼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
더 큰 문제는 이 책이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책'으로도 분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하더라도 '세계사'책은 반드시 어른이 먼저 읽고 자녀에게 '좋은책'을 골라주는 번거로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쪽으로 치우친 편향된 역사관'을 갖게 될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만화' 형식의 책은 반드시 '학부모의 검열(!)' 과정을 거친 책만 골라주도록 해야 할 것이다. 훌륭한 부모라면 꼭 '세계사'책 만이라도 '독서지도'를 해주시길 바란다. 아울어 이 책은 아이들이 심심풀이라도 그냥 읽게 하면 '편향된 세계사 가치관'을 형성할 위험성을 갖고 있다. 그러니 정 읽히고 싶다면 '부모님과 함께 읽기'를 권장한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과정된 드립'이다. 예를 들어,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독려하면서 수많은 백성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은 맞지만, 그렇게 백성들을 죽인 까닭이 '오로지 머리카락을 지키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는 점도 함께 예를 들어주는 것이다. '만리장성 건축'이라는 혹독한 정책이 불러온 진시황의 폭정이 백성들에게 굉장히 많은 악영향을 끼쳤는데, 그 가운데 '한 부분'으로 머리카락을 소중히 여기던 옛날 동양사람들(중국사람들만 머리카락을 소중히 여긴 것도 아니라는 점)이 머리를 자를지언정 머리카락을 자를 순 없다며 저항을 했었다는 '일부 기록'도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주어야 한단 말이다. 그런 지도가 없으면 어린 독자들은 '진시황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악취미 때문에 폭군이라 불렸다'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배울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이는 '일부'만 부각시키는 바람에 '전체'를 잘못 이해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른 셈이다. 역사를 이런 식으로 공부하게 되면 큰일난다. 물론, '관심 폭발'이라는 점에서 아주 작은 긍정적인 면모를 찾을 수 있지만, 이는 '역사 왜곡'을 통해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주며 역사 교육에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다.
이런 우려는 비단 이 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 '만화' 형식의 세계사책들이 똑같이 갖고 있는 걱정거리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먼나라 이웃나라>도 마찬가지 우려를 품고 있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읽었던 '유럽의 역사'가 실제 유럽독자들이 이 책을 읽었을 때의 거부감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식의 국뽕 드립'에 취해서 즐겁게 읽은 역사책이 사실은 '다른 나라의 역사'를 왜곡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굉장한 '실례'를 범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계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이 책을 매도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힌다. 우리는 '반면교사'라는 아주 고차원적인 학습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잘못된 부분'을 찾아서 '바르게 인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 훌륭한 학습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직접적인 경험을 늘려나가는 것이 아주 훌륭한 '체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듯, '간접 체험'에 해당하는 독서를 통해서도 똑같은 경험을 훌륭히 해낼 수 있다. 그걸 완수해낼 때 비로소 '독서지도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