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짱의 연애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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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CMLXIII / 이봄 6번째 리뷰] '수짱 시리즈'에도 차례가 있는 모양이다. 1편은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2편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3편은 <아무래도 싫은 사람>, 그리고 이 책이 4편이다. 5편은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란다. 뒤늦게 '순번'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뭐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리뷰하려 한다. 무려 10여 년이나 지난 책이니 말이다. 딱히 '내용'이 연결되는 것도 아니라서 말이다.

암튼, 이 책에서 '수짱의 나이'는 37세다. 아직 '독신'이고, '연애 경험'도 없는 듯 싶다. 하지만 맘에 드는 남자는 찾은 듯 싶다. 서점 가게의 주인인 '스치다 씨'다. 나이는 네 살 연하이고 말이다. 지난 번에 수짱은 '카페'에서 점장까지 맡았는데 이번에는 '보육원 조리사'가 되었다. 그렇게 직장을 옮긴 사연도 있을 듯 싶은데, 그것과는 별개로 예전 직장인 '카페'의 옆 가게가 바로 스치다 씨가 일을 하는 '서점 가게'였다. 이 둘 사이에 뭔가 썸이 있다. 한편, 수짱은 또 고민에 빠졌다. 37세 독신 여성의 미래에 대해서 말이다. 지난 번에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고 고민했던 것처럼 이번엔 '맘에 드는 남성'이 생겼는데도 '사로 잡지 못하는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이대로 늙어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참, 고민이 많은 편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왜 이런 고민을 하는 걸까? '생물학적 나이'와 '현대 여성의 자아실현' 따위는 지난 번에 많이 이야기했으니 생략하도록 한다. 현대 여성의 결혼적령기라는 주제로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우선 '임신, 출산, 육아'라는 3종 고민이 현대 여성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인류의 번성을 위해서 여성을 '아기를 낳는 공장'으로 언급하는 것을 현대 여성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첨단 과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여성의 자궁'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시험관 아기'라는 말이 나온 지도 꽤 지났지만, 그건 그저 난자와 정자의 '수정단계'만 가능할 뿐, 수정된 난자가 여성의 자궁에 '착상'하지 못하면 절대로 '건강한 아기'로 자라나지 못한다. 물론, 어느 정도 자라면 '인큐베이터'라는 인공기기에서 아기의 성장을 도울 수 있지만, '엄마의 뱃속'에 있는 것만큼 안전하고 건강하게 아기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과학기술은 아직도 요원하다는 것만 알아두면 좋다.

그렇다. 인간이 자손을 낳고 건강하게 기르기 위해서는 '여성'이 절대적이고 유일한 존재인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을 해도 '엄마'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현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그런데 왜 여성은 '3종 고민'을 달고 살아야 하는가? 이러한 '특권'을 가지고 있는데도 왜 여성은 그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불안'에 떨며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전체 남성들이 '여성들'을 떠받들고 살아가야 '정상'인 것 아닌가? 남자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여성들의 희생과 헌신'이 절실할테니 말이다. 왜 여성들은 그런 '희생과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고, 도리어 자신의 삶을 좌우하는 고민을 홀로 떠안고 살아가야만 한단 말인가? 꽤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은가?

앞서 현대 여성들의 '가임기간'이 1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라고 밝혔다. 그런데 현대 여성들은 스스로 경제적 독립을 하기 위해서 '교육과 취업 활동'을 마치고 나면 빠르면 20대 후반, 늦으면 30대 초반이라는 것도 얘기했다. 그러니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도 '독립적인 주체'로 당당히 살아가기 위해서 결혼을 뒤로 미루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다보면 30대 중후반의 나이에 '결혼'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수짱의 나이가 37살이 되었다. 당장 결혼을 하더라도 '임신가능성'이 꽤나 낮은 '노산'에 해당한다. 더구나 '초산'인 경우라면 더욱더 낮아지고, 심지어 임신한 '산모의 생명'과 '태아의 건강'까지 고려해야 하는 위험천만한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임신'에 성공할 수 있는 나이까지 몇 년 남지 않은 셈이다. 길게 잡아 45세라고 해도 수짱의 경우라면 7~8년 남짓 남은 셈이다. 고민이 되지 않으면 이상할 것이다.

그런데 수짱은 '연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마음이 가고, 웬지 끌리고 있는 '스치다 씨'에겐 이미 사귀고 있는 여성까지 있는 상황이다. 그런 남자인데도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잘 어울리는 한쌍인 셈이다. '스치다 씨'도 마찬가지다. 이미 사귀고 있는 여성이 있는데도 '모리모토 씨(수짱의 본명)'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편하고 즐겁다. 그래서 연인과의 데이트조차 서둘러 마치고 수짱에게 전화를 걸어 술 한 잔을 나누고 싶어지는 기분이 든다. '스치다 씨'도 수짱에게 끌리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둘의 관계는 좀처럼 진척이 없다. 단순히 '연애 경험'이 없어서일까? 그보다는 수짱에게서 '현대 여성의 고민'을 드러내기 위해서 '작가의 설정'이 개입한 것 같다. 아직 5편을 읽지 않았지만, 수짱은 결국 독신 여성으로 남을 것 같다. 그게 애초의 '설정'이니까 말이다.

이런 설정은 '현대 여성의 고민'에 직격탄을 날리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해봄직한 고민'이다. 고민하길 권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고민에 빠진 현대 직장여성이 참 많을 것이기에 해봄직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재능도 많고 능력도 뛰어나서 일찌감치 '경제적 독립'을 하고, 연애도 능동적으로, 결혼도 화끈하게,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까지 척척해내는 '슈퍼걸'이라면 이런 고민 따윈 하지도 않을 것이다. 슈퍼걸만의 고민(?)도 있겠지만 딱히 궁금하지는 않고, 평범한 직장여성의 고민이 더욱 공감이 갈 것이기에 '수짱 시리즈'는 인기를 끌었던 것이라 짐작한다.

그렇다면 이런 고민에 대한 '결론'은 뭐가 좋을까?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위해서 '3종 고민'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홀로 우뚝 서면 괜찮은 결론인 걸까? 아니면 적절하게 '3종 고민'을 해결하면서 연애도 적당히, 결혼도 무사히, '배우자'와 알콩달콩 치고박고 우당탕탕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결론인 걸까? 어느 쪽이든 '바람직한 결론'따위는 없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각자의 삶이 모두모두 존중받으면 그뿐이지, 딱히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니, 꼭 그렇게 살아가라는 '인생의 가이드 라인'을 정해주는 것이 더 우스운 일이 아니겠느냔 말이다. 평생 독신으로 홀로 살아가게 된다면 그 또한 '소중한 삶'이고, 애 셋을 낳아 허리가 꼬부라질 때까지 '희생과 헌신'을 하며 살아가는 것도 역시 '존중받아 마땅한 삶'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여성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사는 것에 응원해주는 것이 정답 아니겠는가?

하지만 정작 문제는 현대 여성들이 이렇게 소중한 자기 삶에 '평가'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제발 '내 삶'에 대한 점수 좀 매겨 달라는, 자신의 삶은 '몇 점'이라고 할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왕이면 '좋은 점수'를, 이렇게 '희생하고 헌신했으니' 제발 높은 점수를 얻게 평가해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마스다 미리'는 역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100점 만점이라고 후한 점수를 받아도 '여성들의 고민'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거라면서 말이다. 이걸 전문용어로 '자가당착'이라고 하는데, 현대의 여성들이 이런 '해결할 수 없는 고민'에 빠져들게 만드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서 우리 모두 깊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는 말고, 그렇게 힘든 고민을 하고 있으니 고민에 대한 '공감'을 표시하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도와줄 거라는 위로만 전달하면 좋을 듯 싶다. 본인의 문제는 결국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진리만 확인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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