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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라이크 유니버스 - 만화로 보는 우주탐사 이야기 ㅣ 한빛비즈 교양툰 35
비둘기덮밥 지음, 강성주 감수 / 한빛비즈 / 2025년 1월
평점 :
[My Review MCMXLIII / 한빛비즈 166번째 리뷰] 어릴 적엔 천문학도를 꿈꿨다. 순수학문에 속하는 '천문학'은 입문하기가 너무 쉽기 때문이다. 밤하늘에 별이 가득한 모습만 바라봐도 천문학은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 쉽게 입문하고 난 뒤에 '천문학 깊이 읽기'에 들어가면 결코 쉽지가 않다. 천문학적 지식이 아무리 풍부해도 기본적으로 '수학과 과학(특히, 물리(더 파고들어 '양자역학'))'과 친숙하지 않다면 천문학도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 뼈아픈 진실은 '천문학'만해서는 알바비도 벌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집안이 부유해야..쿨럭쿨럭. 암튼 '천문학'은 아무나 접근하기 쉽지 않다.
그렇게 '천문학 입문'에 일찍 빠져든 나는 기어오르기 힘든 '수학과 물리역학'을 오르는 대신, '점성술과 신화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래도 천문학과 관련된 이야기는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는 짬이 있었기에 '천문관련 책들'은 틈틈이 읽어재꼈다. 하지만 그렇게 알게 된 내용을 쉽게 풀어서 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칼 세이건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스티븐 호킹도 열심히 쓰긴 했지만, 이 양반의 책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세이건보다 한수 아래라고 할 수 있지만, 천문학적 천재는 단연 '호킹'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의 책을 읽지 않고선 최근의 천문학에 접근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바로 여기서 천문학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괴리감이 시작된다.
천문학을 깊이 읽기 위해서 굳이 어려운 책을 읽어재껴야하는가? 아니면 쉬운 책으로 만족하며 곁가지만 맴돌 것이냐? 대중독자들은 이 두 갈래길에서 헤매기만 할 뿐, 좀처럼 나아갈 길이 어느 쪽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 대다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징검다리'나 '디딤돌'이 될만한 적정 수준의 길라잡이 책들이 필요한 법인데, 이런 책을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운 '양극단'에 치우친 책들이 주를 이룬다. 그나마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책인데, 너무나도 유명한 '벽돌책'이자, 살짝 '고전'에 가까운 책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스티븐 호킹의 책을 섭렵하자니 '이건 뭐' 기초적인 수학과 물리역학의 기본을 이해하지 못하면 '접근불가'를 선언한 것 같은 어려움에 직면하니 난감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별자리 이야기' 같은 대중서적만 읽고 있으면 그저 수박겉핥기 수준밖에 되지 않으니 감질나고 말이다.
그런데 <우주 라이크 유니버스>를 읽고 나면 좀 달라질 것이다. 어려운 공식에 대한 개념이해가 어느 정도 필요한 수준이긴 하지만 '웹툰'이라는 성격으로 인해서 부담을 덜 수 있고, 우주탐사와 관련된 일련의 '기초상식'을 쌓을 수 있도록 쉽게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읽기만 했는데도' 어느 정도의 천문학적인 상식이 마구 쌓이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만화책의 내용이 수준이 낮은 편이냐하면 그렇지 않다. '블랙홀 사진'에 대한 설명만 읽어보아도 기초적인 설명은 다 되어 있다. 그 설명을 이해한 뒤에 웬만한 천문학자들이 쓴 전문서적을 읽어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될 것이다. '천체망원경'에 대한 설명은 또 어떤가. 세상에 이렇게나 많고 커다란 망원경이 있었고, 그 망원경들이 해낸 위대한 업적이 무엇인지 절대로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짤막하게 설명하는데도 다 이해가 된다. 정말 대단하다 칭찬을 아니 할 수가 없다. 또한 '빅뱅이론'을 무색하게 만드는 언론들의 무식함도 여실히 돌려깠다. 최근의 언론기자들의 수준이 형편없어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기본적인 '팩트체크'나, '교차검증'을 통한 진위파악조차 하지 않고서 클릭수만 늘리려는 꼼수를 부리는 양아치들 때문에 대중들만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이 책의 백미는 '우리가 왜 달에 가려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말이다. 어떻게 오해하고 있었던가. 바로 '달에 있는 자원선점을 하기 위해서'라는 경제적인 면만 부각시켜 놓은 언론들의 무책임한 발언들이 그 원인이었다. 물론 아주 근거가 없는 발언은 아니다. 천문학에 관련된 정부예산은 '천문학적인 수준의 비용'이 청구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엄청난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변명거리를 늘어놓으려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제적 효과는 아주 먼 이야기다. 당장 달나라에 우주선 하나 쏘아보냈다고, 그 달에 있는 '천연자원'을 몽땅 가져올 방법이 없지 않느냔 말이다. 이는 아주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보아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달'에 가려는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천문학자들은 열이면 열 모두 '궁금하니까?'라고 답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천문학은 단지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는 호화로운(?) 학문이다. 물론, 그런 호기심을 해결하고 난 다음에는 '부수적인 발명품(스핀오프)'이 등장해서 인류에게 편리한 혜택을 선사한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순수한 목적은 '호기심 해결'을 위해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그걸 아주 심플하게 까발렸다. ㅋㅋㅋ
이렇게 솔직담백한 천문학 책이 있었던가? 내 기억으로는 없었다. 심지어 칼 세이건조차 자신이 품었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외계생명체'에 대한 연구에 대한 변명거리로 'SETI' 프로젝트를 실현시키지 않았느냔 말이다. 아직까지도 '외계지적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을 보면, 세이건은 분명 '사기'를 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천문학자'를 사기꾼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보기에 우주는 너무도 광활하다고 말할 뿐이다. 다시 말해, 우주는 '빈 공간'이 너무 많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까지도 빛의 속도로 4년 남짓을 가야만 할 정도다. 너무나도 유명한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가는데 250만 년이나 걸린다. 우주의 끝자락에 있는 별까지는 137억 년이 걸린단다. 도대체 그토록 넓을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한한 공간이 펼쳐져 있다. 그런 우주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이 오직 지구뿐일리 없다는 주장으로 칼 세이건은 천문학적인 연구비용을 써재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런 분들이라면 '천문학'을 멀리하는 게 좋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천문학을 연구한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엄청난 비용도 써재낀다. 왜냐면 단 하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다. 바로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답을 과학적으로 풀어주는 유일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우주를 연구한다는 것은 단순히 '세금 낭비'가 아니다.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는 아주 중요한 연구란 말이다. 그런 연구에서 대한민국이 선점하고 있는 것이 거의 없기에 우리는 더욱더 분발해야만 한다. 향후 '우주 패권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벌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 경쟁에서 패배한 소련은 결국 해체되고 말았다. 이제 다시 전세계는 '우주'를 향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먼저 경쟁을 벌이는 곳은 '달'이다. 그 달에 대한 소유권(?)을 독점하는 나라가 결국 승리하게 되는 단순무식한 대결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물론 달이 끝이 아니다. 그곳은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천문학'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