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My Review MCMXL / 이봄 4번째 리뷰] 역시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수짱 시리즈'부터 읽어야 했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비로소 '마스다만의 필력'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수짱의 입을 통해서 '30대 여성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그 솔직함이 너무 과해서 때로는 '불편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그것이 '여자의 일생'을 대변하는 것 같으면서도,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여성 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면서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기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또 '문제화'가 되어 여러 사람들을 골치아프게 만드는 것은 민폐라고 생각하여 머뭇거리는 것이,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도 '성숙하지 못하다'는 반증인 것 같아 아쉽게 한다.

이 책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뭐지?>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주로 '3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문제제기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여성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다고해서 이 문제들이 '일본사회'만의 문제인 것도 아니다. 비슷한 경제상황을 겪고 있는 수많은 '선진국 여성들'의 문제이기도 하면서, '유교적 여성관'을 지닌 동아시아여성만의 독특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수짱이 던지는 질문들은 이들 모두의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한국여성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마스다 미리의 책들이 수많은 여성들에게 공감을 얻은 것 같다. 그럼 하나씩 따져보자.

먼저, 30대 여성은 충분히 젊은가? 라는 질문부터 던져보자. 최근에는 여성의 평균수명이 80살에서 90살을 넘보고 있으니, 30대라면 상당히 젊은 편에 속한다. 앞으로 50~60년을 더 살 수 있는 나이다. 그래서 30대 여성이라도 요즘에는 상당히 '예쁘다'고 할 수 있고, 심지어 '젊어 보이는 나이'라는 점에선 논란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30대 여성들은 충분히 예쁜 나이이고, 젊은 나이인데도, 주위에서 '예쁘다', '젊어 보인다'는 얘기에 민감하다. 20대 때만해도 당연하게 듣는 소리였는데, 왜 '서른살'이 넘으면 그런 얘기가 칭찬으로 들리고, 그런 얘기를 더욱더 갈구하게 되는 걸까? 아직 40대가 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생물학적 나이'로 판단을 해보면, 30대 여성은 꽤나 늙은 나이에 속한다. 왜냐면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는 나이로는 꽤나 늙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1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를 '가임기간'으로 봤을 때, 여자 나이 30살은 '여자일 수 있는 나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심리적 불안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나이다. 이는 '결혼연령'을 따지게 만드는 스트레스(압박감)를 동반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현대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임신과 출산'이 의무사항(?)은 아닐지라도, 사회적으로 '여성의 능력'인 것만은 틀림없기에 웬지 '그 능력'을 과시할 수 있다가 슬슬 자신감이 떨어지는 시기이기에 '30대'라는 나이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작동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거기다 20대에 비하면 '피부탄력'이나 '신체건강', 심지어 '화장발'조차 잘 먹히지 않은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무리 전날 혹사를 했더라도 다음날 아침이면 개운하게 일과를 시작하던 20대와는 달리 30대로 접어들면 왠지 찌뿌둥한 것이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라는 짜증이 밀려오는 것에서 기인한 불안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여성나이 30대는 여러 모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나이인 것이다.

그런데 수짱의 엄마와 고모가 모두 '30대 일본여성'이라는 것이 이 만화의 핵심사항이다. 수짱의 엄마는 '기혼'이고, 수짱의 고모는 '미혼'이다. 이렇게 '결혼유무'에 관한 두 사람의 대조적인 모습이 이 책의 백미인 것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기혼인 여성도, 미혼인 여성도 모두 '불만족스런 30대'에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기혼 30대 여성은 직장도 없이 경제적인 능력을 모두 남편에게 의지하고 '가사노동'을 하는 것만으로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아내'이자 '엄마'이기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왜냐면 '같은 나이'인데도 어떤 친구는 '이혼'을 하고서 '직장'을 다니고 있고, 자기가 번 돈으로 '외국여행'도 다니며, '남자친구'와 데이트도 하고 섹스(?)도 즐기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자신은 '날개가 꺾여버려 자유를 잃은 불쌍한 존재'로 여겨지는 탓이다. 그래서 자신도 '직장'을 구하면 어떨까?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또 '남편의 경제력'이 무능력한 탓으로 비춰질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남편에게 조언을 구하고서 흔쾌히 허락(?)까지 받아놓았지만, 이 또한 '주인(일본에선 '남편'을 '주인(主人)'이라고도 부른다)'에게 허락받는 것처럼 느껴저서 서글퍼진다. 왜 노예도 아닌데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미혼 30대 여성도 고민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수짱의 고모는 '자발적 백수'인 상태다. 직장을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그냥 쉬고 있다. 물론 '집'도 있다. 그러니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그냥 현재 느끼는 '자유'를 만끽하여 여유롭고 느긋하게 있을 뿐이다. 근데 자기 또래의 여성들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기르고, '가정'을 꾸리며 바쁘게 살아가는데 자신은 여유롭다는 것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휩싸여온다. 이대로 영영 결혼도 못하는 건 아닐까? 잃어버린 30년인데 영영 회사로 복귀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이대로 늙어버려서 여성적인 매력까지 잃어버리고 그대로 늙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러면서 두 여성은 동시에 물음을 던진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뭐지?'하고 말이다. 21세기 일본에서 살아가는 30대 여성은 도대체 정말로 무엇을 가장 바라고 있는 걸까? 이걸 가지면 저것도 갖고 싶고, 고로케 살다보면 요로케 살아가야 바람직한 것이 아닐지 의구심이 밀려온다. 물론 이런 고민들은 '30대 남성들'도 똑같이 하곤 한다. 그러나 여성들과 비교하면 좀 단순(?)한 고민들이다. 왜냐면 남성들은 '생물학적 고민'도 40대 이후이고, '경제적인 고민'도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서 풀어버리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성들의 고민은 '경제적인 능력'에 함몰되어 있는 편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남성들이 꽉 쥐고 있는 경제주도권으로 어느 정도 해결해버리곤 한다. 왜냐면 사회적으로 남성들의 취업은 꽤나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성인'이 되면 으레 '취직'을 해야 사람구실한다고 여겨서 취업을 할 의지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 다니던 직장에서 격려를 해주며, '자녀'가 생기면 더 많은 격려를 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그래서 남성들의 고민은 꽤나 단순한 편이다. 여성이 결혼하고, 임신하고, 출산, 육아를 할 때마다 '직장상사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에 비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의 결론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꽤나 소극적이다. 수짱의 엄마가 자신도 '직장'을 구하겠다고 선언을 하고, '주인'이라 부르지 않고 '남편'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결말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직장을 구하고서 '현실적인 문제해결'에 나선 것이 아니라 그저 '열린 결말'로 앞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여지만 남겨놓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2012년쯤의 일본사회에서는 큰 시도였는지도 모른다. 일본에선 아직도 '여성인권'적인 면에서 낙후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전세계적으로 큰 붐을 일었던 '미투사건'도 유독 일본사회에선 그 영향력이 미미했다. 그리고 아직도 일본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직장퇴사'를 하고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는 사회현상이 여전하다. 맞벌이를 하면 '남편의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자랑하는 꼴이라면서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현실에서 수짱이 던지는 질문들은 여성독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모든 선진국 여성들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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