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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 - 뇌과학과 정신의학으로 치유하는 고장 난 마음의 문제들 ㅣ 서가명강 시리즈 21
권준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My Review MCMXXXIX / 21세기북스 32번째 리뷰] 뇌과학은 이제 막 첫발을 뗀 수준이다. 그간 '뇌가 하는 역할'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내긴 했지만 '결과론'적인 결과일 뿐, 우리가 뇌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다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과학의 미래는 밝다. 해온 것보다 할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나 과학은 '윤리적인 면'을 경계해야 한다. 연구를 빙자해서 비윤리적인 '선'을 넘어버리면, 그건 '과학'이란 이름으로 연구가 아닌 폭력을 저지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뇌가 하는 역할'을 속속들이 파악한 '뇌 지도'를 완벽하게 완성하게 되면 우려스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인간의 뇌를 조종하는 게 가능해지면 '인간'을 조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많은 인간을 조종해서 벌어질 일도 걱정이지만, 딱 한 사람만 조종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이 '한 나라의 최고통치자'라면 두려운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기에 뇌과학은 어디까지나 '질병치료'를 최우선 목적으로 두고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만 사용되도록 철저히 관리되어야 한다. 비단 뇌과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과학 연구분야는 충분히 감시감독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럼 '정신의학'에서는 어떨까? 우리는 오래전에 '정신질환'을 마음의 병으로 오해하고서 정신이나 마음을 다스리는 것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 허나 뇌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모든 정신질환은 마음이 아닌 '뇌의 문제'임을 파악했다. 그래서 우리는 뇌를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뇌의 특정영역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파악하는데 주력을 해왔고, '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요즘엔 정신질환을 치료하는데 '호르몬'을 투여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법까지 알아내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과거에는 '불치병'으로 여기기도 했고, 엄청난 폭력적(?)인 방법으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끔찍한 일도 저지르기도 했으나, 근래에는 그런 끔찍한 짓까지는 하지 않고 '뇌의 작용'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정신질환을 치료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과 같은 정신질환을 완치에 가까운 효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왜 우울증이나 조현병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으로 잘못 오인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언론이 성급하게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한 탓으로 봐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에 대해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기도 하다. 주변에 감기 기운이 있는 환자가 있으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거나 '약처방'을 받아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유하는 것처럼 '정신질환'으로 인식되는 환자가 있다면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약처방을 받아 적극적으로 치유를 하도록 권하면 되는데, '정신질환자=범죄자'라는 등식을 먼저 떠올리고 외면하고 따가운 시선을 던질 뿐이니,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고,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통해서 '증상'을 완화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상태인데도 쉬쉬하며 감추다가 결국엔 더 큰 피해를 낳게 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예방차원'에서 정신병원에 갖다온 사실이 밝혀지는 것만으로도 '범죄자 딱지'를 붙여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사회적 문제가 끝내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정신질환이 부정적인 결과만 낳는 것이 아니라 '천재적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 <이미테이션 게임>, <아마데우스> 같은 것을 봐도 그렇다. 천재적 수학자, 과학자, 예술가 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사람들과는 아주 다른 '생각'을 떠올려 온 인류에게 위대한 축복을 안겨주기도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런 역사적 천재들도 살짝 비틀어서 바라보면 모두 '정신질환자'였을 뿐이다. 그러니 모든 정신질환이 다 악영향을 끼치는 나쁜 사람이라는 오해는 하지 않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통제 가능한 과학적 범주 안'으로 정신질환자들을 끌어들이고 품을 수 있어야만 한다.
이제 미래사회는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상당수의 과학자들은 그때를 2045년쯤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아직은 실현불가능하지만 '뇌과학의 발달'은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을 결합시키는 일을 가능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럼 인간은 '유한한 육체'를 버리고 '인간의 정신'만 따로 옮겼다가 '무한한 육체, 또는 기계'로 바꿔서 영생을 누리는 삶을 살 수도 있다. 물론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관점에서 '있을 수 없다'고 결론을 짓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에서만 말이다. 딴에는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이 서로 대결하는 양상으로 우리의 미래가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어두운 미래가 아닌 밝은 미래를 전망할 수도 있다. 인간에겐 어렵고 복잡한 '단순반복적인 작업'은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인간에겐 좀더 수월하지만 인공지능은 결코 할 수 없는 '창의적인 영역'을 도맡아서 서로 협업을 하는 미래사회를 말이다. 결국 뇌과학이 풀어낼 숙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이니 우리 모두가 이해하고 적용하는데 '적극적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뇌과학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이해하기 힘들다면 최소한 관심이라도 기울이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과학은 윤리적인 틀 아래에서 밝고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뇌과학'은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