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인원 - 끝없는 진화를 향한 인간의 욕심, 그 종착지는 소멸이다
니컬러스 머니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y Review MCMV / 한빛비즈 164번째 리뷰] 제목이 너무 섬뜩한가? 이 책이 2019년에 쓰여졌을 때 책 내용에 대해서 '냉소적'이었던 사람들은 불과 5년만에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준 자연재앙을 마주하고서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2025년 1월인 '지금', 미국 'LA 카운티'에 번진 산불은 헐리웃 유명배우들의 값비싼 저택마저 홀랑 불태우고 피해액만 통계 합산 '1경 원'이 넘는다고 한다. 19년 당시만해도 '기후변화'로 불리던 것이 25년에는 '기후위기'로 불리고 있는 것만 봐도 <이기적 유인원>의 지적이 날카롭지 않았는가 말이다. 오직 자신들의 안위만을 위해 지구를 황폐하게 만들고도 '자신들 탓'이 아닌 '남탓'만 하려드는 인간을 '이기적'이라 하지 않는다면 무엇이라 부르겠는가.

자, 다시 <이기적 유인원>을 읽어야 할 때다. 물론 지구온난화는 이미 기정사실이 된 지금,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생태계 파괴는 점점 가속화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 뻔하지만,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지구 생물체 가운데 오직 '인간'만이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안쓰러울 뿐이다. 그런데 어찌하겠느냔 말이다. 지금 현 세대를 살고 있는 인간들이 분류해놓은 '멸종위기동물' 목록 가운데 '적색목록'에 인간이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정확히 표현하자면 '호모 사피엔스'가 목록에 오른 것이지만 말이다. 그럼 왜 현생인류로 불리는 '호모 사피엔스'는 멸종위기종에 오르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먼저, 인류의 기대수명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부터 언급해야겠다. 한마디로 잘 죽지 않고 오래 살아가는 것이 '현생인류'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사는 것이 지구를 더 빨리 '황폐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한다. 왜일까? 그건 인간의 수가 너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너무 많아지니 그 많은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을 새롭게 개발해야 하고, 먹고 살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더 넓은 지역을 새로 개발해야 하며, 그렇게 넓은 지역을 '인간의 몫'으로 만들고자 수많은 생태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 파괴된 생태환경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왜냐면 '생태계'도 함께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먹이그물'은 꽤나 복잡해서 인간이 개입하면 '먹이사슬의 고리'가 끊어지게 되고, 그렇게 끊어진 고리가 연쇄적으로 파괴되며 '환경변화'에 취약한 개체부터 절멸하게 되면서 전체적인 생태계에도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함부로 훼손된 생태계는 다시 원상태로 복구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런데 그 긴 회복의 시간을 인간은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 사이에 인구는 더 늘어났을 것이며,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챙기기 위해 '개발'이란 미명 아래 지구환경파괴는 끝없이 계속 된다.

그런데 지구환경파괴는 단지 '자연경관'만 망가지는 것에 그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지구온난화'가 바로 그 증거다. 한 번 파괴된 지구환경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기후변화'를 맞닥뜨리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 변화를 견딜만 한가보다. 이미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기온이 '1.5도'가 넘어가면 대재앙을 초래할 것이라 경고했었는데, 이미 '2도'가 훨씬 넘은 상태다. 이제 '지구온난화'는 돌이킬 수 없다는 얘기다. 지금이라도 '탄소배출 제로'를 시도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최대한 늦출 수는 있을지언정 지구온난화로 인한 '연쇄적 재앙'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정치가들은 과학 전문가들의 경고를 애써 무시하며 '지구온난화'는 괴담이나 가짜뉴스라고 호언장담을 하고 있다. 25년 1월, 지금 이 시간에도 미국 LA는 산불을 진압할 수 없어서 도시 전체가 불바다가 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어찌어찌 산불을 진압하고 나서는 '자연의 재앙 앞에서 또다시 인간이 승리한 쾌거'라며 어떤 어려움도 인간은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널리 퍼뜨리려 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자연재해, 아니 자연이 주는 재앙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고, 더 빈번해질 것이다. 그렇게 전지구가 불타오르고 드디어 인류가 절멸에 이르고 난 뒤에도 과연 '인간의 승리'라는 말을 할 수 있을지 보자고, 저자는 말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인간은 언젠가는 절멸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20세기만 해도 태양의 수명이 다하고 '적색거성'이 되는 10억 년 뒤에 절멸하게 될 것이라고 안심(?)하고 있었다. 이런 과학자들의 전망은 '핵폭탄'을 만들어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과학적 쾌거를 달성하자 10억 년 뒤가 아니라 '지금, 바로 2분 뒤에'라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했다. 이른바 '종말시계'말이다. 핵전쟁이 벌어지면 인류는 그야말로 끝장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핵전쟁은 '아닌 것' 같다며 서로 자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자 전세계는 너나할 것 없이 전부 '개발 붐'이 일어나게 된다. 특히 '개발도상국'이라 불리던 아시아, 아프리카 후발 주자들이 경제개발을 앞세워 자연환경파괴를 서슴지 않고 자행했다. 이는 이미 '선진국'이라 불리던 나라들이 먼저 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때 '지구온난화'라는 화두를 꺼내며 경제개발에 나선 나라들에 자연환경을 더 이상 훼손하면 안 된다는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했다. 선진국인 자신들은 '지구환경 파괴'를 하지 않고도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놨으니 별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는 조치였지만, 이제 막 개발에 눈을 뜬 나라 처지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기초 과학도 없고, 경제를 발전시킬 기술도 없는 상태에서 '자연환경'을 훼손하며 거칠고 투박한 방식의 개발을 하겠다는데 막느냐며, '기술 이전'을 공짜로 해주던지, 아니면 자신들의 갈 길을 막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선진국들도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누굴 도와주겠느냔 말이다. 그렇게 전세계는 '자연파괴'를 하며 서로의 경제문제를 해결하려 더욱더 '지구환경파괴'를 자행했다. 이른바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말이다.

그렇게 만든 '인류 문명'은 참으로 찬란했다. 세계는 경제적 호황을 누리며 잘 사는 듯 싶었다. 그런데 '경제위기'는 종종 발생했고, '기후변화'는 뽀나스였다. 거기다 '팬데믹'까지 겪게 되니 인간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다 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어리석음은 바로 '지구환경파괴', 더 정확히 말하면 '회복불가능한 파괴'를 계속 일삼고 있더란 말이다. 단순히 산림을 파괴하고, 지형을 바꾸는 파괴 뿐만 아니라 '생태계 복원'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생물종 절멸'까지 서슴지 않더란...아니, 그 심각성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다양한 생물의 생태계 유지'는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단 한 종의 멸종이라도 전체 생태계 복원에는 아주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왜냐면 '하나의 종'은 수많은 생물종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먹고 먹히는 먹이그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지금까지 수많은 생물종을 절멸에 이르게 했다. 도도새, 여행비둘기, 버팔로, 늑대, 고래 등등 수많은 동물들은 '그림'이나 '옛이야기' 속에서만 만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절멸을 시켜도 무슨 문제가 일어나는 것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게 되었는데도, 여전히 대다수의 인간들은 그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이기적 유인원> 같은 책들이 '경고'를 던지고 있는데도 전혀 반응이 없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서 인간도 결국엔 절멸에 이르게 될 것이다. 생태계가 망가지면 결국 인간도 '사라질 동물 목록'에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지, 인간이 그 목록에 '절멸'했다고 등록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인간종'은 절멸했다고 기록할 새로운 지적 존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지구에 70억이 넘는 인구가 살았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지구에서 인간이 멸종하고 나면 지구는 끝장이 날까? 아이러니하게도 지구에 '여섯번째 대멸종'과 같은 끔찍한 비극이 일어나긴 하겠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지구는 다시 생물이 번성하는 활기찬 모습을 다시 회복할 것이다. 과거 캄브리아기, 페름기,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의 초기 모습이 그랬다. 엄청난 대재앙이 지나가고 난 뒤에 지구에는 '새로운 종'이 출현해서 미치도록 아름답게 번성했더랬다. 그런데 신생대 '홍적세' 이후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류가 출현한 지 10만 년 뒤에 인류는 '이토록 빠르게 스스로 절멸하는 유일한 종'으로 기록에 남게 될 것이다. 길고 긴 지구의 역사 46억 년을 '1년 동안의 시간'으로 나타내면 '인류의 출현'은 12월 31일 밤 11시 59분 58초쯤 된다는 관용적인 표현이 있다. 그런데 그 인류는 고작 2초 뒤에 '스스로 절멸'을 해버리는 초고속 대멸종 시나리오를 장식하게 된다. 너무 멋지다고 표현해야 할까? 모르긴 몰라도 지구로서는 '나이스'한 일일테고 말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이렇게 인류는 초고속으로 스스로 절멸을 할 불쌍한 운명을 타고 난 것인가? 이 가혹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게도 없다고 한다. 단지, 지금으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절멸의 시간을 최대한 늦추는 방법'만이 남았다고 한다. 그 예정된 시간이 불과 100년도 남지 않았다면 최대한 늦출 방법에 적극 참여할 생각이 있는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가 가능하다면 그 예정된 시간은 200년으로, 300년으로, 늘어날 수도 있고, 대재앙으로 인해 받는 피해를 조금 더 줄일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천문학적인 재산을 소유한 몇몇 사람들은 '예정된 절멸'을 대비해서 저 혼자만 살겠다는 꿍꿍이를 벌이며 흥청망청 놀고 자빠지는 사람 아닌 것들도 있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첨단과학도 대자연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데 도망가봐야 어디로 도망갈 수 있겠는가? 설령 '지구밖으로' 우주선을 타고 도망가려는 꿈도 꾸겠지만, 글쎄..지구밖에서의 생활이 호락호락 할 것 같지는 않다. 하나 뿐인 지구도 '초고속'으로 파괴하는 인간들이 지구밖에 만든 '인공구조물'을 파괴하는 것쯤은 일도 아닐테니 말이다. 그때에도 돈으로 해결하려 들 것인가? 정말 어리석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쯤 되면 '이기적인 생각'을 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 당신의 유전자속에 담긴 '이기적 유인원' DNA를 컨트롤하지 않는다면 예정된 절멸의 순간은 더 빨리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 순간이 적어도 당신은 아니겠지만, 당신의 '자식'가 맞이할 가능성은 50% 이상이며, 당신의 '손자'가 맞이할 가능성은 99%가 넘는다. 이 사실만 꼭 알아주길 <이기적 유인원>의 저자는 간절히 바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