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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 1 ㅣ 만화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 1
김수지 그림, 권용찬 글, 보도 섀퍼 원작 / 아울북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My Review MCMI / 아울북 23번째 리뷰] 소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가 나온 게 2001년이었다. 마땅한 '경제동화'가 전무했던 시절이라 이 책은 나오자마자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무려 어린이책으로 150만 부 판매고를 올린 대박책이었다. 그래서 이듬해 '만화' 버전이 나왔고, 모두 9권의 키라 시리즈가 연이어 히트를 치는 등 대단했다. 하지만 25년 현재는 모든 책들이 '판권 소멸'로 인해서 절판된 상태다. 중고거래를 통하거나 가까운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을 정도다. 왜냐면 무려 20여년 전의 경제 트랜드를 따르고 있어서 '요즘 경제 트랜드'에 비해서 살짝 뒤쳐진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을 가치도 덩달아서 뒤쳐졌을까? 그건 아니다. 트랜드가 낡았다고해서 '경제의 기초', '돈 버는 방법의 기초'가 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제의 기본개념은 '옛날 방식'이 더 탄탄했기 때문에 지금 읽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본다.
작가인 '보도 섀퍼'는 독일의 경제문학가로 유명하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에 이어 속편인 <열세 살 키라>를 써서 '돈 부자'가 된 키라가 '마음 부자'까지 된다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그는 이미 <이기는 습관>, <돈>, <멘탈의 연금술> 등으로 밀리언셀러가 된 작가로도 유명하다. 지금 나이 서른이 넘은 분들은 이 작가가 꽤나 익숙할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가 어떤 책인지 살펴보자.
이 책은 '열두 살 소녀'가 경제에 눈을 뜨게 되고 바라던 소망을 자신의 힘으로 이루고 마는 성장 동화이다. 그 원작동화를 '학습만화'로 옮겨 놓았을 뿐이다. 줄거리는 키라가 '말하는 개, 머니'와 만나면서 시작한다. 키라의 부모님은 넉넉하진 않지만 알뜰살뜰 열심히 사는 맞벌이 부부다. 그런데 키라에겐 꿈이 생겼다. 그런데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부족한 돈을 모으기 위해서 '용돈절약'부터 시작했는데, 그런 식으로는 무려 30년 뒤에나 이룰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때 '말하는 개, 머니'가 키라에게 부자가 되는 비결을 하나씩 알려주게 된다. 그 비결의 첫 번째는 '계획세우기'이고, 두 번째는 바로 '실천하기'다. 그렇게 키라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머니의 조언에 따라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곧장 '실천'하기에 들어갔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것이 바로 '개 산책시키기 사업'이다. 1권의 내용은 여기까지이고 다음 단계에서 본격적인 '사업키우기' 비결이 소개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대히트를 치면서 우리 나라에도 히트작이 나왔었다. 바로 <예담이는 열두 살에 1000만 원을 모았어요>(명진출판, 2003)이다. 줄거리는 예담이라는 어린이가 7살부터 12살까지 집안일을 도우며 용돈을 모아 1000만 원을 모았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열두 살 키라'와 비교해보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 소녀 키라는 '개 산책'이라는 사업을 통해서 수익을 냈지만, 한국 소녀 예담이는 '집안일'을 도우며 용돈을 모아 몫돈을 마련했다. 이는 2000년대 당시 독일어린이와 한국어린이의 실제 경제모델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참고로 <13살의 경제학, 돈은 이렇게 버는 거야>(보물창고, 2009)에서 나오는 미국어린이는 '잔디깎기'와 주식투자로 엄청난 돈을 번다. 이렇게 2000년대 이후로 '어린이경제책'은 엄청난 이슈몰이를 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어린이들이 실제 사업을 하고,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을까? 예담이의 예를 들어보자. 7살부터 12살까지는 5년 남짓이다. 그동안 용돈을 모아서 1000만 원을 만들었다면, 한달 용돈 약 17만 원씩 모은 셈이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상승으로 7살 어린이에게 17만 원의 용돈을 줄 수 있다손치더라도 20년 전의 어린이는 언감생심 10만 원 이상의 용돈을 받는 어린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예담이가 집안일을 도왔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집안일을 했다고 10만 원이 넘는 용돈을 추가로 줄 수 있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경제교육을 위한 책이라도 '실현가능성'이 있는 얘기를 해야지, 100만 원도 아니고 1000만 원을 모았다는 거짓말을 하면 어떡하냐면서 말이다. 다시 키라의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과연 '개 산책시키기 사업'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은 어느 정도일까? 책속에서는 '시간당 3만 원'을 예로 든다. 물론 전문가에게 맡겼을 때 금액이다. 그래서 키라에게는 '시간당 2만 원'선에서 합의를 보았다. 그렇게 매일 아침/저녁으로 개 산책을 시키면 하루 4만 원의 일당을 받게 된다. 한 달이면 120만 원이다. 1년 내내 했다면 1440만 원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열두 살 어린이가 벌 수 있는 금액일까?
하지만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는 예담이처럼 비판을 받지 않았다. 왜냐면 돈의 액수가 중요했던 것이 아니라 '사업 마인드'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용돈벌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정식 사업'으로 키워서 올바른 경제개념을 배울 수 있는 학습의 장으로 소개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예담이의 집안일과는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결국 '집안일=부모의 경제사정'이 한계인데, 자녀에게 1000만 원 이상의 용돈도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던 대다수의 대한민국 가정에선 '예담이의 성공비결'이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개산책=동네 어른들의 경제여유'로 한계가 확장되었기에 얼마든지 1440만 원이라는 돈을 벌어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독일과 달리 한국에서는 '개 산책'을 어린이에게 맡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달랐지만,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를 읽고 꿈을 키운 젊은이들이 '반려동물 파크/호텔' 같은 사업을 창업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을 거라 여겼던 것이다. 실제로도 그랬고 말이다.
더구나 '사업적 계획'을 키우면 키라 혼자서 '개 산책'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직원'을 고용해서 수익의 일부를 나누어 주고, 키라 자신은 '사업 확장' 등 전문 경영자로 활약하며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본격적인 사업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면 키라는 '개 산책'을 직접 시키는 일에 대한 부담 없이 '수익'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예를 들어, 키라가 직접 개 산책을 시킬 때는 많아야 2~3마리지만, 직원을 고용하면 한 명을 고용할 때마다 2마리씩 더 산책을 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므로 10명의 직원을 고용하면 개를 무려 20마리나 '동시'에 산책 시킬 수가 있게 된다. 그럼 수익은 4만 원 X 2~3마리 = 8만~12만 원이지만, 4만 원 X 20마리 = 80만 원이 된다. 여기서 직원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2만원/마리당'을 제하면 40만 원이 된다. 둘의 수익 차이가 무려 대략 30만 원이나 나게 된다. 이게 바로 사업을 통한 '경제개념'인 것이다.
자, 제대로 된 '경제개념'을 이해하면 돈을 버는 양과 돈을 모으는 속도는 확연하게 달라지게 된다. 열두 살 어린이가 실현하기에는 너무 과한 설정이라는 비판은 할 수 있지만, 어릴 적에 익힌 올바른 '경제개념'은 성인이 되었을 때 창업의 벽을 허무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어린이가 할 수 있는 '사업아이템'은 고작 '개 산책시키기'지만 어른이 되었을 때는 그 아이디어는 더 크고 더 넓을 것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요즘 조기경제교육의 트랜드는 '주식투자'이지만, 주식투자도 결국 '사업에 뛰어든 사람들'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창업을 하는 사업가가 없다면 '투자'할 회사도 없기 때문에 주식투자로 편안하게 먹고 살 수 없는 세상이 온다. 그러니 경제교육의 첫걸음은 언제나 '창업'이어야 한다. 비록 고전적 어린이경제교육 도서라 할지라도 우리가 꼭 읽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