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세상을 만날 때 스켑틱 SKEPTIC 31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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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XCVI / 바다출판사 13번째 리뷰] 2024년 대한민국 첫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의 수상에 앞서 2022년도에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한국인이 있었다. 바로 한국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허준이 석학교수다. 물론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모르는 분들도 꽤나 많을 것이다. 더구나 '필즈상'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분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에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가 상당히 많을 정도로 수학에 도통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심지어 수학공부는 '덧셈과 뺄셈'만 할 줄 알면 더 배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다. 이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은 조금 더 양보를 해서 '구구단' 정도만 외우면 세상을 살면서 아무런 불편이 없고, '나눗셈'과 '분수'까지 통달하면 가히 천재의 반열에 올랐으니 복잡한 수학공식 따위로 위대한 천재가 될 위인들의 기를 죽이지 말라고 외칠 정도다.

이런 이야기가 '소수의견'으로 취급할 수 없는 것이 '수학공부'가 그만큼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고행의 길'이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수학을 포기하면 인생을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왜 힘든 길을 애써 제 발로 걸어가겠느냐는 푸념이라도 나올라치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수학공부는 꼭 필요하다. 모든 교과과정에서 '수학'은 가장 많은 수업시간을 배정하고 있고, 모든 시험에서도 '수학'은 높은 점수를 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수학공부를 포기한다면 소위 '명문'이라고 불리는 곳에는 얼씬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럼 왜 많은 곳에서 공부의 끝판왕을 '수학'으로 삼은 것일까? 단지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그걸 능숙하게 풀어낼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면 훌륭한 인재일 것이라 여기기 때문일까? 아주 틀린 얘기도 아니지만, 꼭 훌륭한 인재를 골라내기 위해서만 '수학공부'를 중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수학'은 더 많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강조하는 것이다. 단지 그렇게 널리 쓰이고 있는 '수학'을 보통은 컴퓨터가 대신 계산해주고 있기 때문에 '수학의 필요성'을 그닥 느끼지 못하고 있는 점이 함정인 것이다. 여기서 또 '수학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반색을 하게 된다. 아니 '컴퓨터'가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편리한 세상인데, 왜 인간이 힘들게 공부를 해야 하느냐고 말이다.

그런 여러 가지 이유가 궁금해서 이 책을 들춰보았지만, 내가 원하는 답은 없었다. 아니, 너무 자세한 설명이 장황할 정도로 나열되었고, 꼼꼼히 읽어보니 대부분 수긍이 가는 이야기이긴 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왜냐면 나는 '초등학생'도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답을 원했기 때문이다. 왜 힘든 수학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초등학생이 듣고 바로 이해할 수 있다면 어찌 '수포자'가 생기겠느냔 말이다. 그런데 수학이 어려운 학문인 만큼이나 수학에 관한 에피소드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이래선 '수포자'만 더 양성할 뿐이다.

그렇다면 정녕 '수학공부'가 꼭 필요한 가장 쉬운 답변은 없는 것일까? 그 답변에 앞서 '수학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왜냐면 수학이 꼭 필요한 학문이라는 전제를 밑바탕에 깔아놓으면 '수학공부' 또한 살짝 어렵더라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학문이라는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에게 '수학공부'가 필요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다름 아니라 '논리적 사고력'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논리적 사고력이란 말이 어렵다면 '추론능력'이라고 이해해도 좋다. 마치 '추리소설' 속 명탐정이 범인이 남겨 놓은 여러 단서를 종합해서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라고 지목하는 것처럼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게 되면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것은 물론, 일상 생활속에서도 복잡한 문제에 봉착해도 척 보고 해결방법을 착 제시할 수 있는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수학공부를 통해서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면 단순히 수학공부만 잘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부도 덩달아서 능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공부를 하면서 '논리적 사고력'을 배워서 거꾸로 '수학공부'를 잘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년 간 아이들을 가르쳐본 결과, '수학공부'를 열심히 해서 '다른 공부'도 향상되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다른 공부'를 열심히 해서 '수학공부'의 결과가 오른 경우는 흔치 않았다. 그건 바로 '논리적 사고력'은 바로 정답이 명확한 공부에 집중할 때 발휘되기 때문이다. 정답이 불명확한 공부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비논리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초등생의 경우 '논리적 사고력'을 중점적으로 기르기 위해서는 수학공부가 제격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문제는 남는다. 우리 나라의 수학공부가 대개는 '단순연산 반복학습'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복학습이 초등생의 창의력을 감소시키고, '수학공식'을 단순암기하여 문제풀이만 능숙하게 만드는 학습법도 마찬가지로 '수학원리'를 이해하기보다는 '공식대입'만을 능숙하게 만들 뿐인데, 이게 어찌 '논리적 사고력'을 길러줄 수 있느냐는 비판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 '단순 반복학습'으론 결코 논리적 사고력을 키울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수학공부를 시켜야 한단 말인가? 기초가 부족한 학생이라면 '단순한 공식'에 숨겨져 있는 수학의 원리를 재미난 이야기형식(스토리텔링)으로 풀어서 설명하는 방식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간단한 공식'일지라도 이러한 '논리사고' 과정을 거쳐서 수학공식으로 만들어져 일상생활에 편리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기초가 어느 정도 다져진 학생이라면 '반복 학습'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이럴 땐 '이 공식', 저럴 땐 '저 공식'을 써야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수학문제를 풀 수 있다는 '안목'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공부를 하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열쇠를 찾아내는 '안목'을 길러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여러 공식 가운데 어떤 공식을 써야 보다 쉽게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지 '반복 학습'으로 실력을 다져나가는 학습법이 필요하다. 좀더 심화 학습이 가능하다면 '풀이 공식'에 관한 귀띔을 전혀 주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스스로 풀어내는 학습법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아직 이 방법이 익숙하지 않아 막연하고 꽉 막힌 단계에 처한 학생이라면 '풀이에 도움이 되는 공식 몇 가지'를 보기로 주어 살짝 귀띔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족할 것이다. 나머지는 '논리적 사고력'이 해결해줄 것이다.

공부 자신감이 생긴 초등생은 중등부터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해진다. 수학공부를 터득하는 순간 다른 과목의 학습법도 저절로 향상된다. 공부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유익한 학습법이 바로 '수학공부'다. 가히 모든 학문의 기초가 '수학'이라고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그럼 이 책에서 말하는 '수학자의 생각법'도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수학자들의 언어라고도 불리는 '수리논리학' 또는 '기호논리학'에 접근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여기까지 이해할 수 있다면 전세계 수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수학언어는 전세계 공통이기 때문에 만나는 즉시 친구가 된다고 한다. 각 나라의 언어는 다를지언정 '수학'은 한 가지 언어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학자의 생각법은 그동안 수학자들의 골머리를 썩게 만들었던 '난제'를 푸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복잡한 세상을 아주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수학자'들은 고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분과 적분은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괴롭히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한 점에서의 기울기'를 파악하고, '비정형의 넓이'를 효과적으로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 언뜻 보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점'은 길이도 넓이도 없는데 어떻게 기울기를 구할 수 있고, 세모, 네모, 동그라미도 아닌 불특정한 모양의 넓이를 무슨 수로 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수학자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풀어냈다. 그리고 이 방법을 통해서 '그래픽'를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고, 화려한 영상을 자랑하는 영화제작기술 등으로 응용되어서 재미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수학자의 생각법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편리함과 유용함은 결코 실현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수학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다. 그런데도 우리가 수학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모든 학문은 발전을 할 수 없을 것이고, 일상은 점점 불편해지게 될 것이다. 그래도 복잡한 건 딱 질색이니 '똑똑한 사람'에게만 맡겨두면 될 일이라고?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한다. 그 똑똑한 사람이 착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나쁜 사람이 '수학'을 독점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21세기는 '돈'이 곧 '권력'인 세상이다. 그런데 세계 경제는 곧 '수학'으로 핑핑 돌아가고 있다. 그 중요한 것을 독점한 나쁜 사람이 세상을 뒤흔들면 어찌 할 것인가?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모두가 수학천재이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수학언어'와 '수학자의 생각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상식이 통용될 때, 비로소 수학은 우리 일상을 편리하게 해주는 훌륭한..아니 얌전한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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