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선 자본주의 - 미국식 자유자본주의,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누가 승리할까
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 정승욱 옮김, 김기정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미중 간의 갈등이 심화 될수록 중간에서 낀 우리 나라는 참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지정학적으로는 중국의 영향권에 속하면서도 이념적으로는 미국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경제 또한 중국과 미국 두 나라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 선택하라는 숙제가 주어진다면 결코 풀지 못할 것이 틀림없다. 더구나 경제력의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모쪼록 미중 갈등이 하루 빨리 진정세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허나 정치적인 관점에서 두 나라를 보면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다. 두 나라 모두 '패권국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도 바람직한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힘쎈 두 깡패국가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고, 우리 나라는 그 두 깡패 사이에 낑겨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분단국가'인 우리는 정치든, 경제든, 그 어떤 관점으로 보아도 갈등의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대견하다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은 '하나의 경제체제'로 자리잡은 자본주의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자본주의'와 중국으로 대표되는 '국가자본주의'로 분화하고 있는 현재를 맞이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럼 '공산주의'는? 물론 스스로의 모순으로 망했다. 아직까지 북한, 쿠바 등에서 공산주의를 실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나라들의 경제는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니 경제라고 이름 붙이기도 민망할 정도로 엉망진창이 된 지 오래 되었다. 중국조차 '공산주의'에서 일찌감치 선회하여 자본주의에 안착한 마당에 나머지 공산국가들도 결국엔 자본주의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자본주의에는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 바로 '부의 불평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찍이 사회주의 사상과 공산주의 체제가 등장했지만 오늘날에는 이미 실패하고 말았다. 그나마 북유럽 국가들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복지국가'로 거듭났지만, 이들 나라들도 부의 불평등으로 인한 고민이 점점 심해지고 있단다. 암튼 여기선 '미국식'과 '중국식'만 비교하고자 한다.

 

  허나 책의 내용이 너무 자세한 탓인지 번잡스런 내용이 많고 거추장한 주장들이 많이 자칫 산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모두 '부의 불균형'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을 내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으나 좀 깔끔하지 못해서 설명은 생략하려 한다. 핵심적인 내용은 '미국식 자본주의'가 성공할 것인지, '중국식 자본주의'가 안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다. 물론 이 책에서도 뚜렷한 결론은 없다. 심지어 두 방식의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부의 불균형'을 어떻게 극복해야만 하는지가 관건이었다.

 

  마키아벨리는 말했다. 부모를 죽인 원수는 잊어도 내 재산을 빼앗은 원수는 꼭 갚는다고 말이다. 부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꼭 말하는 것이 '세금 징수'인데, 특히 '고수익자'에 대한 세금에 대해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왜냐면 이들의 '납세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미국식'은 불리하고 '중국식'은 유리한 편이다.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만큼 자율에 맡긴 합의보다 국가정부가 밀어붙이는 방안이 더 결정내리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 대한 반발은 정반대로 거셀 테고 말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세금은 많이, 그리고 확실하게 걷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그래야 나라 살림도 안정되고 복지정책과 같은 것도 효율적으로 빠르게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부의 불평등'도 점점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세금 확보로만 해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그 나라의 방식이 어떻게 '부를 형성해 가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 형성과정에 대한 기나긴 부연설명은 책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부의 불평등이 극대화되어 가는 원인도 파악할 수 있지만...너무도 뻔한 방법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를 테면, 부자들끼리만 결혼을 하는 방법과 같은 것 말이다. 과거에는 가난한 남자 또는 여자와 결혼을 하는 부자들도 있었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부자들이 쌓아놓은 부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부의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확실히 그런 경향은 더욱 심화되었다.

 

  암튼,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의 귀결'이다. 과연 수많은 문제점들을 자율적으로 극복하고 '미국식'으로 안착할 것인가? 아니면 엘리트적 관료주의 아래서 권력이 부를 만드는 '중국식'으로 결말을 낼 것인가? 아니면 '미국식'과 '중국식'의 장점만 따온 새로운 방식의 자본주의 체제가 형성될 것인가? 언뜻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이 책에 수록된 기나긴 부연설명을 읽고나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우리에겐 '미국식 자본주의'만 익숙해보이지만 우리도 알게 모르게 '권력중심적'인 '중국식 자본주의'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 우리 사회도 중국 못지 않게 권위적이며 관료중심적이기 때문이다. 허나 이런 방식에 크나큰 문제점이 '부패한 권력'이라는 점이다. 분명 중국은 거대한 자본주의 체제를 형성하며 매우 높은 성장률을 보여왔지만, '중국식 자본주의'에는 청렴결백함이란 전제조건이 절실한 셈이다. 그렇다고 '미국식 자본주의'가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엄청난 문제점을 드러내며 2008년 이후 경제적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섰기 때문에 미국의 위상 또한 엄청나게 추락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귀결이 가장 좋을까? 이 책은 슬며시 두 체제의 '공진화'를 선보이고 있다. 두 가지 방식의 절묘한 조합과 장점만 따서 '또 다른 자본주의 체제'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뉘앙스를 마구 풍긴다. 딴에는 강아지조차 '순종'은 병약하고, '잡종'이 건강한 편이니 두 체제가 하나의 체제로 융합할 수만 있다면 더 나은 체제가 만들어질 거라는 점에는 수긍을 한다. 또, 과거 일본의 경제발전이 '시대적 상황에서 기인한 특수'였기에 거품이 빠지고 나서는 '잃어버린 20년'이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자기 고집'만 부리다가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끝없는 추락만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경제체제가 구축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다다르게 된다.

 

  이제 '자본주의'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사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과거에 '공산주의'가 대안으로 등장했다가 야멸치게 사라지고 말았다. 이젠 자본조의 스스로 변화를 맞이해야만 한다. 현재로서 가장 경제적으로 성장한 두 나라인 '미국'과 '중국'의 방식을 엿보며 새로운 모색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미국식'과 '중국식'은 정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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