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술래잡기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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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생함 가득! 몰입감 대박! 사신의 술래잡기

 

솔직히 말하면, 읽기 전에는 별로 기대 안 했다.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한 건, 중국 작가가 쓴 미스터리라 했기 때문이었다.
추리 소설과 미스터리를 좋아하지만 서양 작가들의 작품들을 주로 읽고 있었다.
최근 일본 작가들의 시리즈물도 많이 읽기 시작한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더 끌리는 건 서양 작가들의 작품들이었다.
궁금했다. 중국 작가의 미스터리는 어떤 느낌일까?

 

책을 읽기 전에 책 정보와 다른 분들의 리뷰도 살짝 살펴보았었다.

그걸 읽으며 걱정이 되었던 것은, 이 책을 구성하는 사건들의 내용이었다.

분명 미스터리물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스릴러 느낌이 들 정도로 섬뜩한 이야기는 잘 읽지 않았었고, 좋아하지도 않았었다.

너무 생생한 묘사가 있는 건 어쩐지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 또한 내가 의미없이 세운 벽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처음 몇 장을 넘기다가 어느새 겉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읽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주인공은 과거 어느 연쇄살인 사건을 조사하다가 범인과 악연을 맺게 되었던 탐정, 모삼.

그리고 왓슨역이라 하기에는 모삼과는 다른 면에서 우수한 면모를 보여주는 모삼의 친구이자 파트너 무즈선.

<사신의 술래잡기>는 이 두 사람이 그들에게 일종의 '게임'을 제안한 'L'이 건네는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일종의 단편연작이다.

마르가리타, 상자 속 장갑, 아야와스카, 행복의 절정.

이 네 가지 제목의 이야기에는 각각 범죄자의 범행 방법에 섬뜩함을 느끼면서도 그 진실에 씁쓸함을 느끼게하는 사건들이 있다.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아직 모두를 100퍼센트 신뢰하지는 못하고 있다.

모삼과 무즈선은 분명 매력적인 탐정콤비이지만 사실 내가 좋아하게 된 캐릭터는 따로 있다. 비교적 평범한 인물인 '오팀장'이다.

능력은 조금 부족한 것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모삼과 무즈선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독자에게 모든 정보를 개방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시간을 거스르며 탐정인 모삼과 비슷하게 그의 과거를 알아가게 하는 구성, 주인공 모삼의 숙적 L에 의해 숨돌릴 틈 없이 사건들이 이어지는 구성. 이 두 가지 구성이 눈을 떼지 않고 몰입해 읽어가게 한다.

더불어 모삼이 친구이자 법의학자인 무즈선과 함께 해결해나가는 사건들의 묘사부분에서 굉장히 생생한 섬뜩함을 느낄 수 있다. 아마 저자가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사건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던 와중에 친구에게 이 책 속에서의 사건 이야기를 해줬더니 아주 흥미진진할 것 같다며 읽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두근두근함이 내 말에 가득 담기고, 또 내 눈은 반짝반짝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타인에게 막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책이다.

마지막 부분은 2권을 암시하는 느낌으로 끝났는데, 과연 모삼과 무즈선, 그리고 오팀장은 어떤 사건을 마주하게 될까?

다음 이야기를 꼭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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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박람강기 프로젝트 7
엘러리 퀸 지음, 박진세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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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이 소개하는 탐정 소설 역사!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북스피어에서 <탐정 탐구 생활>에 이어 엘러리 퀸의 새로운 에세이를 또 출간해주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제목부터 화아악 끌리게 만드는,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다.

출간 소식을 알게 되자마자 바로 예약구매해버렸다!

이 책은 북스피어의 시리즈물 중 하나인 '박람강기 프로젝트' 7권이다. 이 시리즈를 엘러리 퀸의 <탐정 탐구 생활>로 처음 접한 후 한 권 한 권 모아가고 있는데, 아마 이번 해 안에는 다 사게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와우 북페스티벌 때까지 다 구매하지 않게 된다면 거기가서 없는 책 다 살 것 같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리고 책머리에 담긴 퀸의 정중한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쓰여 있듯이(아, 갑자기 이 편지가 독자에게 도전하는 엘러리 퀸의 소설 속 일부분을 떠오르게 한다) 이 책은 탐정, 범죄를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시대별로 구분했을 때 그 시대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을 퀸이 골라 소개하며 풀어나가는 형식이다.

그 덕(?)에 읽고 싶은 미스터리물이 잔뜩 쌓였다. 허나 안타까운 것은 맨 마지막 출판사의 편집노트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국내 번역된 작품을 찾기 어려운 작품이, 작가들이 꽤 있다는 것. 정말 누가 번역 좀 해줬음 좋겠다!

그리고 읽으면서 깨달았는데 이 책에서 소개한 역사는 '단편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역사였다.(이를 통해 내가 의외로 꼼꼼히 안 읽는 타입임이 밝혀진 듯)

그걸 깨닫고 나니 더욱더 여기 소개된 책들을 다 읽고 싶어졌다. 잘 쓰여진 추리 단편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퀸이 125권이나 소개해 놓았지만 뭐, 이미 읽은 작품도 극소수지만 어쨌든 있으니까 일단 시작은 한 셈이잖아? 시작이 반이라고 하니까.

 

이 책은 맨 처음의 초판과 그 뒷 시대의 작품들 소개 부분을 더한 증보판의 추가부분을 더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증보판 마지막 마무리 부분이 매우 마음에 들어 길지만 여기 옮겨둔다.

 

우리는 이 증보를 마치는 데 있어서 추리소설 작가로서가 아닌 보스턴 대학 영문과 조교수로서의 해리 케멜먼의 말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고전 추리소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전 추리소설이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데 있어서 가장 적합한 현대적 문학 양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요즘, 문학의 주된 목적이 그것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다."

이 장르에 사십 년 이상을 바친 후 우리가 하고자 하는 말이 그 말이다. 아멘. (p.223~224)

 

나는 그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일 뿐이고 40년까지 바치지는 않았으나,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책을 읽는 목적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 적합한 문학이 추리소설이라는 점에도 동의한다. 확실히 추리소설은 흥미진진한데다 몰입감이 아주 뛰어나니까.

 

북스피어에서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 중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S.S.밴다인이라는 필명으로 쓴 추리소설 작품들이 유명하다)의 <위대한 탐정소설>이라던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심플 아트 오브 머더>, 역시 같은 시리즈의 도로시 L.세이어즈가 쓴 <탐정은 어떻게 진화했는가>에 이어 탐정 소설의 발전양상을 관련 분야 종사자(작가)의 눈으로 짚어본 책을 만나서 행복했다. 몰랐던 작품들을 아주 많이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던 동시에, 불행해지기도 했다. 흥미를 느낀 책들이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중에라도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원서로라도 만날 수 있기를. 어쨌든 엘러리 퀸이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은 영문 판본은 모두 있었다는 것일테니까.

 

이 책은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프로젝트' 시리즈에서 바로 앞 권이었던 엘러리 퀸의 <탐정 탐구 생활>과도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탐정 탐구 생활>이 엘러리 퀸이 작가로서 생각하고 경험했던 탐정 소설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자유롭고 친근하게 풀어놓는 형식이었다면, 이 책은 책의 서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논문'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좀더 전문적이고 정보전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대비되는 스타일이 좋았다. 두 책 모두 읽어보면 엘러리 퀸의 매력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탐정 소설에 대해 이야기한 서양권 작가들의 책이 여러 권 있는 것을 보며, 동양 미스터리계에서는 이런 책이 없는걸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이런 형식으로 동양 미스터리계의 탐정 소설 계보를 쭉 보여주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걸까? 아니면 이미 존재하는데 내가 모르고 있는 것 뿐인걸까? 어쩌면 후자의 가능성도 있다. 이제까지 동양 미스터리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서양의 미스터리들와 동양의 미스터리에 대한 호기심까지 동시에 불러일으켜버린 책이 되었다.

거기에 요즘 믿고 읽게 되는 엘러리 퀸이라는 나의 생각을 더욱 굳건히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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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 엘러리 퀸

 

믿고 읽는 엘러리 퀸의 탐정소설 관련 에세이.

한번쯤 들어본 적 있는 작가들과, 다소 낯선 작가들의 이야기까지.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들의 추리 소설을 모두 읽어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살짝 두려운 마음도 든다.

작가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열혈 독자인 엘러리 퀸이기에, 그가 어떤 기준으로 작가들을 소개할지도 궁금하다.

 

 

 

 

 

 

*외로운 미식가 / 윤시윤

 

방송작가분들이 쓰시는 에세이를 좋아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방송작가분들의 에세이는 모두 만족스러웠던 기억밖에 없기 때문이다. 확실히 '말'을 다뤄야하는 직업이니만큼, 글을 매끄럽게 쓰시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책 역시 기대된다.

맛의 종류로 분류된 챕터 각각에서, 삶의 여러 순간들에 느껴지는 느낌들을 '맛'이라는 소재로 풀어낸 책이라고 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인생의 맛'.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책.

 

 

 

 

 

  *모든 오늘은 떠나기 전날 / 김신회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막상 결정내리지 못하는 시간들은 너무 많다. 고민하고 계획까지 세세하게 세웠는데도 포기한 순간들도 너무 많다. 이 책은 그런 시간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머뭇거리는 시간들.

그 소재가 굉장히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상황에 처해 있기에 오히려 공감을 이끌어낼 소재라는 생각도 들었다.

 

 

 

 

 

 

 

 *게스트하우스 France / 민혜련

 

최근 TV광고로 접할 때마다 자꾸 프랑스 여행 가고 싶어지게 만들었던 내용이 책으로도 등장. 머물고 싶은 나라 프랑스의 매혹적인 7곳의 여행지를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 하나. 단순히 여행 정보만 담긴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요소들도 들어가 있다는데, 그게 과연 어떤 인문학적 요소들일지, 읽어보고 싶다.

 

 

 

 

 

 

 

 * 비밀 보장 / 송은이, 김숙

 

최근 팟캐스트 방송을 글로 옮긴 책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이 책 역시 그런 경우다. [비밀보장]이라는 이름의 팟캐스트에서 받았던 청취자들의 고민 사연들, 그리고 그들에게 답해주었던 송은이, 김숙의 속이 뻥~ 뚫리게 할 답변들이 차곡차곡 담겨있다. 그들이 해결 못하는 경우에는 관련 인물과의 전화연결까지 하며 해결을 위해 노력한 그들의 모습에 절로 박수를 보내며 읽게 되지 않을까.

 

 

 

 

 

 

2월에도 읽고 싶어지는 흥미로운 에세이가 가득!

그러니 3월에도 열심히 독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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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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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것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8

 

유홍준 작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정말 유명했지만 내가 이 책을 접한 것은 다소 늦게였다. 읽자 읽자 마음을 먹었던 적이 여러번이었지만 막상 그 다짐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직도 그런 책들이 많기도 하고. 어쨌거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처음에 읽은 6권, 이어 읽었던 7권, 그리고 이번에 8권을 만나게 되었다.

 

새로 출간된 8권을 본 첫인상은 이러했다.

"컬러풀하다!"

정말 그랬다. 전에 읽었던 6,7권은 다소 단조로운 느낌의 무채색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에 만난 8권은 푸른빛과 초록빛이 눈에 확 들어왔다.

책 안의 사진들도 표지처럼 선명한 색감이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역시, 색감과 같은 디자인적 요소보다는 책 안에 담긴 내용들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번 책에서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한강'을 따라가며 그 근처에 있는 문화유산들을 찾아보는 내용이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었을 때면 언제나 그랬듯이,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가 품고 있는 아름다움을 새삼 찾게 되고 알게 되어 좋았다.

 

학창시절 나는 역사과목을 꽤나 좋아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정규교육에서는 '문화유산'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소개하지는 않는다. 보통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정치적인 사건들. 그래서 역사는 일종의 '암기과목'으로 취급되곤 한다. 그러나 역사는 그 시절 살아가던 모든 사람들의 삶의 기록이다. 때문에 특정 사건 뿐 아니라 그때 사람들의 관심사는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는 문화유산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가는 것은 참 재미있는 것이다. 좀더 일찍 더 많은 문화유산들을 찾아보고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 아쉬울만큼. 그래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하나씩 우리나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산, 그 뒤의 이야기까지 읽어가는 것이 즐겁다.

 

이전의 책들이 그래왔듯이 이번 책에서도 버릴 것 없는 문화유산 이야기들로 가득했지만, 그 중 이번에 읽으면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들을 몇 가지 있었다.

가장 먼저는, 정조의 자상함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

 

장판옥 위패에 새겨진 이름들을 보면 안평대군·사육신·생육신 등 단종 애사의 정변 중에 희생된 이름 뿐만 아니라 범삼·석구지 같은 노비 이름과 아가지·덕비 같은 여인의 이름들이 들어 있어 이를 읽다보면 어이없이 죽은 노비와 여인네들의 영혼까지 위로하는 그 자상한 마음 씀에 절로 경의를 표하게 된다. (p.98)

 

정조가 단종을 기리며 세운 '장판옥'이라는 곳에 그와 관련해 희생된 인물들의 이름을 새긴 위패를 새겼다는 내용. 그런데 여기서 정조가 양반들 뿐 아니라 평민들, 노비와 여성까지 이름을 적어주었다는 것이 대단하다. 물론 정조는 어진 왕으로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이런 세심한 마음이 드러나는 일화들을 볼 때마다 또 한번 감탄한다.

그 뿐 아니라 이 책에서는 백성들을 위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가 종종 눈에 띄었다. 백성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상소문을 올려 개혁을 요구했던 사람. 그리고 그 개혁안에 찬반입장이 갈려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그 개혁을 시행한 왕.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던 사람들, 이야기들. 알게 되어 다행이다.

 

서양의 한 큐레이터에게 한국의 이미지에 대해 물으니 그녀는 단숨에 정자를 꼽았다. 한국의 산천은 부드러운 곡선의 산자락이나 유유히 흘러가는 강변 한쪽에 정자가 하나 있음으로 해서 문화적 가치가 살아난다며 이처럼 자연과 친숙하게 어울리는 문화적 경관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의 표정이라고 했다. (p.131)

 

서양의 시선으로 보는 한국의 미는 또 다르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특히 '정자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흥미로웠다. 강에 있는 정자가 주는 유유자적한 느낌은 너무 자주 봐서 그런지 잊어버리곤 했던 우리나라만의 아름다움이었던 것이다.

그밖에도 책 말미의 남한강변의 폐사지들을 차례차례 소개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한 채 고즈넉히 남아있는 자취를 따라가는 여행. 그렇기 때문에 역사의 흐름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역사책으로만 읽으면 김제남이 누구인지 별로 주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답삿길에 이 신도비를 만나면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서라도 알아보게 된다. 그래서 답사를 많이 다니면 상식이 늘고 에피소드들도 많이 알게 된다. 그게 답사의 큰 매력이기도 하다. (p.391)

 

책에서 말한 이 부분. 정말 공감된다. 직접 답사를 간 것은 아니었지만, 이 답사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답사를 하면서 모르던 역사에 대해, 인물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직접 가면 더 호기심이 생기고 그래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겠지 싶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처음 접했을 무렵에 답사를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가보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시도해볼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너무 늦기 전에 가야 할텐데.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느낀것이 답사는 빨리 갈수록 좋겠다는 것이었다. 언제 어떻게 그곳이 바뀌어버릴지 모르니까. 실제로 댐 공사로 수몰되거나 해서 지형이 바뀐 곳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읽으니, 약간은 조급한 마음도 들었다.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권, 남한강편의 부제이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한 번 이 부제를 보니, 내용이 다시 떠오른다. 세상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든지 강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흘러갈 뿐이었다. 누군가의 슬픔도, 한가로움도, 즐거움도, 비장함도 모두 떠안고 간다. 남한강 유역에서 이렇게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었는지 몰랐었다. 강은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저 언제나 거기서 흘러가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무심한 강물의 흐름이 가지각색이었던 역사 속 이야기들과 어우러져 묘한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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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니코의 하드보일드 라이프 - 아무도 못 말리는 고양이와의 동거기
재윤 글.그림 / 내안에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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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독특한 고양이 관련 에세이, 고양이 니코의 하드보일드 라이프

 

이 책, 진짜 특이했다.

이 책의 특이함은 시작부터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처음에 나오는 고양이의 무공 8가지에 관한 설명부터 심상치 않았다.

수공, 외보, 형운권, 탐각저, 미란장, 감묘후, 호비퇴, 무념무공.

이 여덟가지 무공에 대한 소개가 하나하나 이어지며 이 책은 이전에 읽었던 고양이 관련 에세이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드보일드'라는 말이 제목에 들어가서, 고양이와 투닥거리는 일상 아니면 미스터리의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 예상은 크게 빗나가고야 말았다.

일단, 이 책의 가장 큰 정체성은 '무협'인 것 같다. 처음의 일명 '묘소공'이 인상적이기도 했고, 중간 중간 많은 부분에서 '무협 소설'을 떠오르게 하는 진법들이나 무공들을 재미나게 비틀어 패러디한 내용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소설 삼국지의 세 나라에 빗대어 주인과 고양이 2마리의 세력다툼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사실 무협에 그리 익숙하지는 않은 독자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는데, 계속 접하니 나름 재미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거기에 패러디 되는 요소는 '무협' 관련 요소들 뿐만이 아니다. 미술, 음악, 영화, 문학 등 다양한 예술 분야들이 총 망라되어 패러디되고 있었다. 여기에 철학적인 요소까지 더해져 뭔가 단순히 고양이의 이야기를 읽어가는 게 아니라 깊이있는 지식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기도 했다. 나중에는 그 패러디된 내용의 원래 내용은 무엇일까 궁금해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특히 '콩자'의 이야기는 정말 인상적이어서 그 가르침이 담긴 한 마디는 적어두기까지 했다.

 

"변하게 할 수 있는 걸 변하게 해야지. 그러면 용기가 생긴다네." (p.111)

 

그런데 이 책은 단순히 패러디만 하는 것도 아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니코들의 생각과 저자의 생각들을 읽어가다보면, 깊이있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 점이 이 책을 끝까지 읽어가게 해준 것이기도 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의 이야기들은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관해 말하고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다. 그 관계가 주는 특별함을 생각하게 만들어주어 좋았다.

 

당신은 당신의 개로부터, 당신의 고양이로부터 지금의 당신이 전혀 알지 못해서 예상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을 배우게 될 것이다. (p.211)

누구도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 경계 없음의 자유를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하는 것이다. 끝까지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혹은 할 수 없는, 바로 그 일을 해.내.려.고 노력하면서 성장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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