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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ㅣ 박람강기 프로젝트 7
엘러리 퀸 지음, 박진세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2월
평점 :
엘러리 퀸이 소개하는 탐정 소설 역사!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북스피어에서 <탐정 탐구 생활>에 이어 엘러리 퀸의 새로운 에세이를 또 출간해주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제목부터 화아악 끌리게 만드는,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다.
출간 소식을 알게 되자마자 바로 예약구매해버렸다!
이 책은 북스피어의 시리즈물 중 하나인 '박람강기 프로젝트' 7권이다. 이 시리즈를 엘러리 퀸의 <탐정 탐구 생활>로 처음 접한 후 한 권 한 권 모아가고 있는데, 아마 이번 해 안에는 다 사게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와우 북페스티벌 때까지 다 구매하지 않게 된다면 거기가서 없는 책 다 살 것 같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리고 책머리에 담긴 퀸의 정중한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쓰여 있듯이(아, 갑자기 이 편지가 독자에게 도전하는 엘러리 퀸의 소설 속 일부분을 떠오르게 한다) 이 책은 탐정, 범죄를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시대별로 구분했을 때 그 시대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을 퀸이 골라 소개하며 풀어나가는 형식이다.
그 덕(?)에 읽고 싶은 미스터리물이 잔뜩 쌓였다. 허나 안타까운 것은 맨 마지막 출판사의 편집노트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국내 번역된 작품을 찾기 어려운 작품이, 작가들이 꽤 있다는 것. 정말 누가 번역 좀 해줬음 좋겠다!
그리고 읽으면서 깨달았는데 이 책에서 소개한 역사는 '단편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역사였다.(이를 통해 내가 의외로 꼼꼼히 안 읽는 타입임이 밝혀진 듯)
그걸 깨닫고 나니 더욱더 여기 소개된 책들을 다 읽고 싶어졌다. 잘 쓰여진 추리 단편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퀸이 125권이나 소개해 놓았지만 뭐, 이미 읽은 작품도 극소수지만 어쨌든 있으니까 일단 시작은 한 셈이잖아? 시작이 반이라고 하니까.
이 책은 맨 처음의 초판과 그 뒷 시대의 작품들 소개 부분을 더한 증보판의 추가부분을 더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증보판 마지막 마무리 부분이 매우 마음에 들어 길지만 여기 옮겨둔다.
우리는 이 증보를 마치는 데 있어서 추리소설 작가로서가 아닌 보스턴 대학 영문과 조교수로서의 해리 케멜먼의 말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고전 추리소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전 추리소설이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데 있어서 가장 적합한 현대적 문학 양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요즘, 문학의 주된 목적이 그것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다."
이 장르에 사십 년 이상을 바친 후 우리가 하고자 하는 말이 그 말이다. 아멘. (p.223~224)
나는 그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일 뿐이고 40년까지 바치지는 않았으나,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책을 읽는 목적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 적합한 문학이 추리소설이라는 점에도 동의한다. 확실히 추리소설은 흥미진진한데다 몰입감이 아주 뛰어나니까.
북스피어에서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 중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S.S.밴다인이라는 필명으로 쓴 추리소설 작품들이 유명하다)의 <위대한 탐정소설>이라던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심플 아트 오브 머더>, 역시 같은 시리즈의 도로시 L.세이어즈가 쓴 <탐정은 어떻게 진화했는가>에 이어 탐정 소설의 발전양상을 관련 분야 종사자(작가)의 눈으로 짚어본 책을 만나서 행복했다. 몰랐던 작품들을 아주 많이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던 동시에, 불행해지기도 했다. 흥미를 느낀 책들이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중에라도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원서로라도 만날 수 있기를. 어쨌든 엘러리 퀸이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은 영문 판본은 모두 있었다는 것일테니까.
이 책은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프로젝트' 시리즈에서 바로 앞 권이었던 엘러리 퀸의 <탐정 탐구 생활>과도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탐정 탐구 생활>이 엘러리 퀸이 작가로서 생각하고 경험했던 탐정 소설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자유롭고 친근하게 풀어놓는 형식이었다면, 이 책은 책의 서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논문'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좀더 전문적이고 정보전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대비되는 스타일이 좋았다. 두 책 모두 읽어보면 엘러리 퀸의 매력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탐정 소설에 대해 이야기한 서양권 작가들의 책이 여러 권 있는 것을 보며, 동양 미스터리계에서는 이런 책이 없는걸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이런 형식으로 동양 미스터리계의 탐정 소설 계보를 쭉 보여주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걸까? 아니면 이미 존재하는데 내가 모르고 있는 것 뿐인걸까? 어쩌면 후자의 가능성도 있다. 이제까지 동양 미스터리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서양의 미스터리들와 동양의 미스터리에 대한 호기심까지 동시에 불러일으켜버린 책이 되었다.
거기에 요즘 믿고 읽게 되는 엘러리 퀸이라는 나의 생각을 더욱 굳건히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