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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박람강기 프로젝트 7
엘러리 퀸 지음, 박진세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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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이 소개하는 탐정 소설 역사!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북스피어에서 <탐정 탐구 생활>에 이어 엘러리 퀸의 새로운 에세이를 또 출간해주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제목부터 화아악 끌리게 만드는,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다.

출간 소식을 알게 되자마자 바로 예약구매해버렸다!

이 책은 북스피어의 시리즈물 중 하나인 '박람강기 프로젝트' 7권이다. 이 시리즈를 엘러리 퀸의 <탐정 탐구 생활>로 처음 접한 후 한 권 한 권 모아가고 있는데, 아마 이번 해 안에는 다 사게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와우 북페스티벌 때까지 다 구매하지 않게 된다면 거기가서 없는 책 다 살 것 같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리고 책머리에 담긴 퀸의 정중한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쓰여 있듯이(아, 갑자기 이 편지가 독자에게 도전하는 엘러리 퀸의 소설 속 일부분을 떠오르게 한다) 이 책은 탐정, 범죄를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시대별로 구분했을 때 그 시대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을 퀸이 골라 소개하며 풀어나가는 형식이다.

그 덕(?)에 읽고 싶은 미스터리물이 잔뜩 쌓였다. 허나 안타까운 것은 맨 마지막 출판사의 편집노트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국내 번역된 작품을 찾기 어려운 작품이, 작가들이 꽤 있다는 것. 정말 누가 번역 좀 해줬음 좋겠다!

그리고 읽으면서 깨달았는데 이 책에서 소개한 역사는 '단편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역사였다.(이를 통해 내가 의외로 꼼꼼히 안 읽는 타입임이 밝혀진 듯)

그걸 깨닫고 나니 더욱더 여기 소개된 책들을 다 읽고 싶어졌다. 잘 쓰여진 추리 단편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퀸이 125권이나 소개해 놓았지만 뭐, 이미 읽은 작품도 극소수지만 어쨌든 있으니까 일단 시작은 한 셈이잖아? 시작이 반이라고 하니까.

 

이 책은 맨 처음의 초판과 그 뒷 시대의 작품들 소개 부분을 더한 증보판의 추가부분을 더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증보판 마지막 마무리 부분이 매우 마음에 들어 길지만 여기 옮겨둔다.

 

우리는 이 증보를 마치는 데 있어서 추리소설 작가로서가 아닌 보스턴 대학 영문과 조교수로서의 해리 케멜먼의 말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고전 추리소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전 추리소설이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데 있어서 가장 적합한 현대적 문학 양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요즘, 문학의 주된 목적이 그것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다."

이 장르에 사십 년 이상을 바친 후 우리가 하고자 하는 말이 그 말이다. 아멘. (p.223~224)

 

나는 그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일 뿐이고 40년까지 바치지는 않았으나,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책을 읽는 목적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 적합한 문학이 추리소설이라는 점에도 동의한다. 확실히 추리소설은 흥미진진한데다 몰입감이 아주 뛰어나니까.

 

북스피어에서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 중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S.S.밴다인이라는 필명으로 쓴 추리소설 작품들이 유명하다)의 <위대한 탐정소설>이라던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심플 아트 오브 머더>, 역시 같은 시리즈의 도로시 L.세이어즈가 쓴 <탐정은 어떻게 진화했는가>에 이어 탐정 소설의 발전양상을 관련 분야 종사자(작가)의 눈으로 짚어본 책을 만나서 행복했다. 몰랐던 작품들을 아주 많이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던 동시에, 불행해지기도 했다. 흥미를 느낀 책들이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중에라도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원서로라도 만날 수 있기를. 어쨌든 엘러리 퀸이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은 영문 판본은 모두 있었다는 것일테니까.

 

이 책은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프로젝트' 시리즈에서 바로 앞 권이었던 엘러리 퀸의 <탐정 탐구 생활>과도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탐정 탐구 생활>이 엘러리 퀸이 작가로서 생각하고 경험했던 탐정 소설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자유롭고 친근하게 풀어놓는 형식이었다면, 이 책은 책의 서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논문'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좀더 전문적이고 정보전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대비되는 스타일이 좋았다. 두 책 모두 읽어보면 엘러리 퀸의 매력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탐정 소설에 대해 이야기한 서양권 작가들의 책이 여러 권 있는 것을 보며, 동양 미스터리계에서는 이런 책이 없는걸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이런 형식으로 동양 미스터리계의 탐정 소설 계보를 쭉 보여주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걸까? 아니면 이미 존재하는데 내가 모르고 있는 것 뿐인걸까? 어쩌면 후자의 가능성도 있다. 이제까지 동양 미스터리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서양의 미스터리들와 동양의 미스터리에 대한 호기심까지 동시에 불러일으켜버린 책이 되었다.

거기에 요즘 믿고 읽게 되는 엘러리 퀸이라는 나의 생각을 더욱 굳건히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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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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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공상에 빠져드면 무엇을 알게 될까? 봄에 나는 없었다

 

조앤 스쿠다모어가 어떤 여자인지 마지막으로 한번 더 짚어봐야 했다.

사막에 온 건 그것 때문이다. 이 맑고 무지막지한 빛줄기가 그녀에게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동안 외면했던 모든 진실을 보여줄 것이다. 사실은 그녀도 다 알고 있었던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다. (책속에서)

 

이 책은 추리 작가로 유명한 애거서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쓴 소설 중 하나이다.

필명으로 쓴 소설인만큼, 그녀의 추리소설들을 읽으면서 파악할 수 있었던 스타일과는 약간 차이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e-book으로 접할 수 있게 되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가 다른 필명으로 쓴 이 시리즈는 처음엔 읽을 계획이 없었었다.

애초에 애거서 크리스티를 좋아하는 건 그녀의 추리 소설 속 등장인물과 캐릭터를 좋아했던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스타일이 다른 책에 빠져들게 될까, 솔직히 기대감이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기대감이 낮았기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예상보다 훨씬 더, 몰입감 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봄에 나는 없었다>는 '조앤'이 딸네 집에 방문했다가 돌아오는 길, 우연히 과거 같은 학교를 다녔던 '블란치'와 만나 이야기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학창시절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블란치는 건실한 남자와 결혼하지 못했고, 그런 그녀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에 조앤은 안쓰러운 마음을 가진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변함없이 만족스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한다.

블란치와 헤어진 후 홀로 여행을 하던 조앤은 날씨 때문에 어느 사막 지역에 발이 묶이게 되어버리고, 여행 중 할 소일거리가 없자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이 책은 바로 그 부분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이다.

조앤이 이제까지 자신이 옳다고 믿어왔던 삶을 되돌아보면서 그 이면에 감춰져 있던 진실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

외면하려고 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정말 흥미롭다......

자신을 만나다니......

자신을 만나다......

맙소사. 그녀는 두려웠다......

소름끼치도록 두려웠다...... (책속에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도 조앤처럼 점점 섬뜩해지고 두려워지는 느낌이었다.

초반의 과거 회상에서는 알쏭달쏭한 의미였던 주변 사람들의 말들은 반복되는 생각 속에서 차차 그 이면에 숨겨졌던 의미를 드러낸다.

그리고 조앤이라는 여인이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힘겨운 존재였는지.

사실 완벽한 제 3자인 독자의 입장에서 읽어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조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주변 사람들이 견디기 힘들 것 같은 성격이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나 또한 조앤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에 두려워지곤 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었을 진실에서 도망친 적이 분명 많이 있을테니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조앤은 분명 주인공이지만 연민보다는 어쩐지 자꾸만 외면하고 싶어지는 존재가 되어갔다. 그건 그녀가 독자인 나를 자꾸만 되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일것이다. 달아나고 싶어지는 것들을 향해 돌아서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앤이 학창시절 졸업 전에 들었던 그녀의 학교 교장선생님의 말씀은 분명 새겨둘 필요성이 있었다.

 

"이제 특별히 한 마디만 더 하겠다. 나태한 사고는 금물이야, 조앤! 사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그게 가장 쉬운 길이라고 해도, 또 그게 고통을 면하는 길이라 해도 그래선 안돼! 인생은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거란다. 그리고 자기만족에 빠지면 안돼!" (책속에서)

 

혼자 생각속으로 빠져드는 것만으로 이렇게 두렵고 섬뜩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새삼 애거서 크리스티에게 감탄했다.

서술트릭을 이용해서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 책은 어쩐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떠오르기도 했다. 주요 사건이나 진행방식에는 차이가 많지만, 두 책의 결말까지 읽어낸 후에 느껴지는 느낌이 꽤나 비슷하다. 계속해서 앞부분의 내용을 곱씹게 되는 것도 그렇고.그리고 한 가지. 해설 부분을 읽는데 거기서는 조앤이 원래의 조앤으로 돌아간 것으로 해석한 것 같았다. 원문을 읽지 않아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에필로그의 조앤의 반응을 보면서 물론 조앤이 자신의 생각을 한낱 공상으로만 치부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자신이 깨달은 진실을 먼저 입밖에 내지 않기로 마음먹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조앤의 주변 사람들 역시, 조앤이 변화를 겪었음을 결코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주변 사람들이 그녀만 빼고 비밀을 지키는 것처럼. 그래서 마지막 글이 좀더 아프게 찔러왔던 것 같다.

 

당신은 외톨이고 앞으로도 죽 그럴 거야. 하지만 부디 당신이 그 사실을 모르길 바라.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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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소믈리에 - Novel Engine POP 하루치카 시리즈
하츠노 세이 지음, 송덕영 옮김, 탄지 요코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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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치카 시리즈의 소재는 특이하다, 첫사랑 소믈리에

 

애니로 먼저 접했던 하루치카 시리즈. 하루치카 시리즈 첫번째 책이었던 <퇴장게임>이 꽤 만족스러웠기에 두번째 책인 <첫사랑 소믈리에>도 구매해 읽기로 결정했다. 책 제목인 '첫사랑 소믈리에'가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제목이라 기대가 되었었는데, 1권보다 더 만족스럽게 4편의 단편을 읽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조만간 3권도 구매해 읽을 생각이다.

 

<첫사랑 소믈리에>에 실린 단편은 총 4편. 처음부터 순서대로 '스프링그래피', '주파수는 77.4Hz', '아스모데우스의 시선', 마지막으로 표제작인 '첫사랑 소믈리에'이다.

1권의 해설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부분을 또 한번 느낄 수 있는 단편들이었다. 하루치카 시리즈의 각 단편 속 소재들은 일반적으로 접하기엔 거리감이 있기에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단편을 읽을 때마다 새롭고 색다른 지식을 쌓아가는 기분이 들어 즐거워진다.

3권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2권인 <첫사랑 소믈리에>의 단편들 중에서도 단편이 끝나면서 새로운 취주악부 멤버를 영입하게 되는 구조가 두 편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두 편은 사건 해결만을 보여준 내용이었다. 사건 해결만을 보여주는 내용도 좋지만 역시 멤버 영입과 관계된 에피소드가 익숙해서인가 더 눈길이 갔던 것 같다.

 

새로운 취주악부 멤버를 영입하는 에피소드는 '주파수는 77.4Hz'와 '첫사랑 소믈리에'였다.1권 마지막에 실렸던 '엘리펀츠 브레스'가 긴 여운을 남겼었는데, 이번에도 마지막 단편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표제작이기도 한 '첫사랑 소믈리에'는 달콤한 느낌이 전해지는 제목과는 달리 어두운 내용을 그 뒤편에 숨기고 있는 듯 하다. 다만 일본 현대사를 모르기 때문에 책에서 소개되지 않은 부분은 짐작하기 어려웠다. 해설에서도 그 내용은 참고문헌을 보면 알 수 있을거라고 말할 뿐, 자세히 알려주지 않아 모르겠다. 혹시 이 에피소드가 애니화가 된다면 그 이면의 이야기를 설명해줄까? 궁금증이 완벽히 해결되지 않아서 더 여운은 있지만 그래도 아쉽다.

무게감과 여운은 마지막 에피소드가 가장 컸지만,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에피소드는 두번째 에피소드였던 '주파수는 77.4Hz'였다. 최근 방영 중인 하루치카 애니가 이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데, 아직 보지 못했는데 한 편으로 완결되지 않고 2편으로 나눠지고 바뀐 부분도 조금 있는 것 같아 다음주에 후편이 방영되면 몰아보려 한다. 책에서 소개된 에피소드는 크게 두 갈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라디오에 관한 부분과 보석을 찾는 지학연구회에 대한 부분이었다. 특히 라디오는 약간 황당함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서 실제로 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 애니화가 기대되었었다.

 

나머지 두 편 중 '스프링그래피'는 취주악부 멤버 영입과 다소 관련된 에피소드라고 볼 수 있기도 하다. 이 에피소드의 경우 애니로 먼저 접하고 책 내용을 나중에 읽었는데, 미묘하게 다른 부분들을 보니 책의 내용이 더 마음에 들었다. 1권도 그랬지만 애니화된 부분들을 되새겨 보면 역시 책이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소설과 같은 책의 내용이 영상화가 되면 변화하거나 삭제되는 부분이 많이 생기는데, 그 과정에서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스모데우스의 시선'은 반전이 담긴 사건 해결 부분이 인상적이었고, 이후의 하루타의 반응도 '엘리펀츠 브레스' 때와 연계되면서 하루타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에피소드였다. 그리고 마지막의 에필로그 부분에서 결국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현재 하루치카 시리즈는 국내에 3권까지 번역되어 있다. 책의 내용을 먼저 접하고 애니메이션을 보는게 더 나은 것 같아서 3권 분량이 방영되기 전에 먼저 구매해 읽어보려 한다. 그리고 3권 이후에도 발간된 책들이 있는데 그 책들도 빨리 국내에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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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게임 - Novel Engine POP 하루치카 시리즈
하츠노 세이 지음, 탄지 요코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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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청춘 미스터리, 퇴장 게임

 

최근 애니메이션에 다시 관심이 생겼고, 그래서 2016년 1분기 작품을 몇 편 보는 중에 추리와 음악 소재가 결합된 작품을 알게 되었다. 그 작품은 일명 '하루치카'라 불리는 애니메이션으로, 취주악부 부원인 주인공 둘이 일상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면서 부원들을 점차 모아나가며 목표로 하는 음악대회 출장을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검색하던 중에 원작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 원작이 국내에 번역되어 발간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와 박하익의 '선암여고 탐정단 시리즈'가 후속작이 안나와 학원물이 그리워지던 차였기 때문에 일단 1권을 구매해 읽기에 이르렀다.

 

이 책에서는 특이한 삼각관계가 등장한다. 그 비밀을 밝히는 것은 너무 큰 스포라서 이 서평엔 쓸 수 없지만, 원래는 엄청 좋아하지 않는 설정이다. 그러나 애니로 먼저 그 설정을 접해 알고 있었음에도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것은 그 '마음에 들지 않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추리 단편+학원물'이라는 매력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일종의 기회비용의 문제라고나 할까.

 

하루치카 시리즈 1권인 <퇴장게임>에는 총 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문화제에서 독약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결정이 사라진 사건을 다루는 '결정 도둑', 죽은 동생이 남긴 불가능해 보이는 큐브의 정답을 찾아내야 하는 '크로스큐브', 연극부와의 대결으로 극이 펼쳐지는 무대에서 연극부 부원을 퇴장시켜야 하는 '퇴장게임', 마지막으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색인 엘리펀츠 브레스와 관련된 비밀이 다뤄진 '엘리펀츠 브레스'이다. 이 중 애니화된 것은 중간의 두 편, 크로스큐브와 퇴장게임이었고 나머지 둘은 아직 애니로 접하지 않았었다. 확실히 애니메이션도 매력적인 것이, 책을 읽으면서는 들을 수 없는 '음악'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취주악부 부원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음악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1권에 실린 네 편의 단편은 다 흥미로운 소재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표제작보다는 '엘리펀츠 브레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색깔과 관련된 비밀이 너무나 충격적이면서도 슬펐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는 청춘 미스터리물이라서 다음 권도 계속 읽으려 한다. 무엇보다 약간 껄끄럽게 느껴지는 그 설정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읽을 수 있는 학원물이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하루치카 시리즈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깔끔하게 끝까지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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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7 (완전판) - 서재의 시체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선영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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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마플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추리, 서재의 시체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뭔가?"

"너무 간단하다는 겁니다."

"음...... 맞아. 아마 그럴 거야. 그러면 처음에 얘기를 꺼낸 것처럼, 도대체 우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가?"

"아무것도 알고 있지 못합니다." (p.177~178)

 

미스 마플의 지인인 밴트리 부부의 서재에서 금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야말로 '서재의 시체'라는 것인데, 그 여인의 정체를 저택 사람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윽고 그 여성은 호텔에서 댄서로 일하던 루시 킨으로 밝혀지고, 그런 젊은 여성이 벤트리 부부의 서재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해 마을에는 밴트리 대령에 대한 안 좋은 루머가 퍼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될 것이라 예감한 밴트리 부인은 남편이 그렇게 마을 사람들에게 거부당함으로 인해 의기소침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사건을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지인인 미스 마플에게 연락해 개별적으로 사건의 전모를 알아내 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한편 신고를 받고 온 경찰들 역시 수사에 착수하고, 루시 킨이 호텔에 머물던 한 가족과 연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점차 수사망을 좁혀간다.

그런데 또다른 실종된 소녀의 시체가 불탄 채 발견되고, 모두들 두 사건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수사를 이어나가는데...

 

오랜만에 읽는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이다. 예전에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을 모두 읽었었지만, 몇 년 전의 일인데다가 그때는 이렇게 서평을 하나하나 남겨놓지도 않았었기 때문에 어쩐지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가다보니 범인이 누구인지 뻔하게 짐작이 갔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너무 읽어서 그녀의 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이전에 읽었던 기억이 무의식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다행스러운 점은 내가 추리소설을 읽을 때 주목하는 것은 '스토리의 몰입도'이지 '범인이 누구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재의 시체>를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또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추리물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바로 '로맨스'이다. 매력적인 한 여성이 있고, 그녀가 두 구혼자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하는 문제들이 꽤 등장한다. 이 책 역시 그런 모습을 보였지만 비중은 다소 적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이 책에서 눈길이 갔던 것은 역시 미스 마플의 섬세함이다. 간단해 보이는 사건이 사실은 간단하지 않았음을 풀어내는 그녀의 추리. 남들은 놓쳤던 사소한 부분들, 여성적인 시선에서 캐치할 수 있는 부분들을 놓치지 않아 추리에 연결시켜 결국 진범을 찾아내는 그녀의 추리방식이 참 좋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미스 마플의 이미지에 딱이었다. 물론 다른 작품들에서도 항상 그런 모습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작중에서 '서재의 시체'가 추리소설에 나올 법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나온 작품이 뭐가 있었을까? 딱 떠오르는 게 없어서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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