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7 (완전판) - 서재의 시체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선영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미스 마플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추리, 서재의 시체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뭔가?"

"너무 간단하다는 겁니다."

"음...... 맞아. 아마 그럴 거야. 그러면 처음에 얘기를 꺼낸 것처럼, 도대체 우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가?"

"아무것도 알고 있지 못합니다." (p.177~178)

 

미스 마플의 지인인 밴트리 부부의 서재에서 금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야말로 '서재의 시체'라는 것인데, 그 여인의 정체를 저택 사람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윽고 그 여성은 호텔에서 댄서로 일하던 루시 킨으로 밝혀지고, 그런 젊은 여성이 벤트리 부부의 서재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해 마을에는 밴트리 대령에 대한 안 좋은 루머가 퍼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될 것이라 예감한 밴트리 부인은 남편이 그렇게 마을 사람들에게 거부당함으로 인해 의기소침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사건을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지인인 미스 마플에게 연락해 개별적으로 사건의 전모를 알아내 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한편 신고를 받고 온 경찰들 역시 수사에 착수하고, 루시 킨이 호텔에 머물던 한 가족과 연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점차 수사망을 좁혀간다.

그런데 또다른 실종된 소녀의 시체가 불탄 채 발견되고, 모두들 두 사건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수사를 이어나가는데...

 

오랜만에 읽는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이다. 예전에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을 모두 읽었었지만, 몇 년 전의 일인데다가 그때는 이렇게 서평을 하나하나 남겨놓지도 않았었기 때문에 어쩐지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가다보니 범인이 누구인지 뻔하게 짐작이 갔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너무 읽어서 그녀의 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이전에 읽었던 기억이 무의식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다행스러운 점은 내가 추리소설을 읽을 때 주목하는 것은 '스토리의 몰입도'이지 '범인이 누구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재의 시체>를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또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추리물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바로 '로맨스'이다. 매력적인 한 여성이 있고, 그녀가 두 구혼자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하는 문제들이 꽤 등장한다. 이 책 역시 그런 모습을 보였지만 비중은 다소 적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이 책에서 눈길이 갔던 것은 역시 미스 마플의 섬세함이다. 간단해 보이는 사건이 사실은 간단하지 않았음을 풀어내는 그녀의 추리. 남들은 놓쳤던 사소한 부분들, 여성적인 시선에서 캐치할 수 있는 부분들을 놓치지 않아 추리에 연결시켜 결국 진범을 찾아내는 그녀의 추리방식이 참 좋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미스 마플의 이미지에 딱이었다. 물론 다른 작품들에서도 항상 그런 모습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작중에서 '서재의 시체'가 추리소설에 나올 법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나온 작품이 뭐가 있었을까? 딱 떠오르는 게 없어서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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