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하우스 안전가옥 오리지널 14
김효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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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갈수록 흥미로울 미스터리,『메리 크리스하우스』

이 글을 읽고 있는 거기. 지금 이 말의 뜻이 뭔지 아는가?
나는 이제껏 크리스마스마다 이 목장에서 일어난 죽음을 모두 목격한 유일한 존재다. (p.56)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책 소개에 있던 '연쇄 살마마 사건'이 궁금해 읽어보게 된 『메리 크리스하우스』.
작가 지망생 이제인과 전직 호텔리어이자 현직 게스트하우스 사장인 구이준이 제주도의 어느 외딴 마을, '삼해리'에서 일어난 '연쇄 살마마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 가는 내용이다. 이준의 시점, 제인의 시점, 3인칭 시점. 때로는 죽음을 모두 목격한 유일한 존재인 '목격마'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사 진행에 발맞춰 등장하는 이 '목격마'의 이야기는 말의 입장에서 본 내용이라 새로움을 더한다.

주요 등장 인물들의 '과거'는 이야기에서 중요한 힌트였다. 처음부터 속시원하게 풀어내지 않고 의미심장하게 언급하다가 어느 정도 플롯이 진행되어야 풀어내 초반 읽기가 힘들었다. 답답함과 지루함을 느꼈다. 이것저것 조사를 하지만 사건의 맥이 잘 잡히지 않으니 계속 혼란스럽다. 단서들이 잘게 조각나 뿌려져 있고 그 중엔 '훈제청어'들도 있다.숨겨진 사실들이 풀리고 본격적으로 범인과의 대결 모드로 들어가면서 조금씩 흥미가 생겼지만 살짝 늦다 싶었다.

"내가 보기엔 누나가 제일 나쁜 사람이야." (p.111)
탐정 역인 '이제인'에 호감을 느끼지 못한 것도 가독성에 영향을 미쳤다.
이야기는 주로 이준의 시선에서 흘러가는데, 그 영향일 수도 있다.
결국 첫인상이 중요했다. 그다지 좋지 않았던 제인에 대한 인상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이어져버렸으니까.
그래도 과거 제인이 '만화책'과 관련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은 꽤 재미있었다. 이런 느낌의 단편이 먼저 쌓였다면 제인에게 호감을 조금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흔적을 남기는 건 사람이지. 세상에 완벽한 범죄는 없어. 모든 진실은 흔적을 남긴다. 이 말은 제인을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p.227)
미스터리 장르를 따지면 코지 미스터리에 가까울 것 같다. 연쇄 살마마 사건은 인간의 입장에서 본다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듯하니까. 그러나 이 사건은 또 다른 범죄를 품고 있으니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어쨌거나 범인은 사람이었고, 흔적을 남겼고, 탐정은 흔적을 따라가 진실을 찾아냈다.

"이제 좀 잘 살고 싶어요."
"그럼 그냥 살아. 모르고 살면 더 편해."
"아뇨. 모르고 살 수는 없어요. 모른 척할 순 있어도."
"그럼 모른 척해. 그게 어렵니?"
"기분이 별로예요. 계속 기운이 빠지고……. 어쩔 수 없나봐요."
"뭐가."
"나쁜 짓 한 사람들이 벌을 받으면 좀 신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p.322)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범인과 이준의 대화하는 부분이었다.
과거 자신이 겪은 일 때문에 모른 척 하며 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그럴 수 없었다는 이준의 말.
평범하게 선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초반 읽기 힘들었던 이 책은 사건의 진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범인도 잡고 사건도 해결했고 마을도 부흥하고 로맨스도 피어오른 꽉 닫힌 해피엔딩.
끝까지 읽어낸 보람이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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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질량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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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들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된 소설, 『우리의 질량』


이 책 정보를 처음 접한 건 인스타에서였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이 다시 한 번 삶을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

이 세계에 오게 된 이들은 모두 목 뒤에 매듭을 짓고 있는데, 그 매듭을 다 풀어내야 떠날 수 있다.

매력적인 설정이라 생각해 읽고 싶었다.


책을 받고 더 매력을 느꼈다.

물 속으로 빠지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

사진에서는 무지갯빛이 짙게 나타났지만, 실제로 보면 은은한 감도로 빛을 반사하는 부분.

흩어지는 듯한 부분이 있는 제목은 이미지 위가 아니고, 옆 부분에 올려져 있어 좋았다.

책을 읽기 전, 소개를 읽으며 상상했던 느낌과 통하는 것 같았다.

부유하는 듯한 느낌, 약간의 공허함.


이곳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세계다.

사는 게 버거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만이 이 세계에 떨어져 또 꾸역꾸역 살아가야 한다. 살아가기보단 견디며 건너야 한다고 표현해야 더 맞을까. (p.8~9)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세계. 모든 것이 동일하게 주어지기에 그곳에 머무는 이들은 오로지 '인간 관계'에 집중한다. '일정 농도'의 '긍정적인' 신체 접촉을 통해 자신의 목에 매인 매듭을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관계에 집착하는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고 접촉을 피하던 서진은, 과거에 사귀었던 건웅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남편 장준성도 발견한다.

서진과 건웅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그들의 과거 이야기가 풀려나온다.

둘 중 누구의 시선을 따라 가느냐에 따라, 그들이 살았던 세계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그리고 현재. 현재의 세계에서 떠돌던 서진과 건웅은 우연히 만난 선형과 지내다가 그의 죽음이 장준성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 내막이 정말 충격적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건웅이 초반에 언급했듯이, '세상엔 미친 놈이 너무 많았다. 필요할 땐 언제든지 제정신인 척 할 수 있는 미친놈이.(p.36)'

마침내 서진은 장준성과의 악연을 끝내기 위해 다른 이들과 함께 행동에 나선다...


설정이 독특해 읽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낼 수는 없는 거였다.

처음부터 강렬하게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읽기 힘겨웠다.

이야기 자체는 환상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현실의 문제를 품고 있었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점점 답답함이, 먹먹함이, 공허함이, 그들의 슬픔이 스르르 밀려온다.
그런 느낌들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책을 읽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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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인 러브
레이철 기브니 지음, 황금진 옮김 / 해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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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제인 인 러브』


로맨스 소설인 『오만과 편견』으로 유명한 제인 오스틴.

그녀는 평생 결혼하지 않은 채 책을 썼다. 그런데 어떻게 사랑에 관한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제인 인 러브』는 제인 오스틴이 21세기로 시간 여행을 했다는 가정에서 이어지는 로맨스 소설이다.

그녀가 21세기까지 와서 찾아낸 '하나뿐인 진정한 사랑'은 어떤 형태일까.


"하나뿐인 너의 진정한 사랑이 그 남자들 중에 없었던 거야. 그 남자를 찾으려면 넌 여행을 해야 돼." (p.66)


1803년 영국 바스. 글쓰기를 좋아하는 제인 오스틴은 미혼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다 마법처럼, 21세기로 넘어오게 되었다. 자신의 작품이 고이 모셔져 있는 것을 본다. 제인이 살던 18세기와는 전혀 다른 생활 방식들을 보고 경험한다. 이 시간에서 만난 영화배우 소피아와 교류하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제인이 21세기에 남고 싶어하자 점점 과거의 기록이 사라져 가고, 사랑과 예술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제인은 슬픔에 빠지겠죠. 그런데 바로 그게 제인을 작가로 성공하게 만들 거예요." (p.499)


제인 오스틴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신기하게도 제인 오스틴의 소설의 느낌들이 잘 묻어난다. 그만큼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들이 보편적인 감성을 담아내서인 걸까. 아니면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마음이 잘 녹아 있어서 공감력이 높아지는 걸까.

『제인 인 러브』를 읽으면서 제인 오스틴 소설 전집을 읽으며 마주했던 작품 속 시대의 생활 모습들,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직접 쓴 소설들도, 제인 오스틴 자신을 소재로 한 이야기도 언제나 매력적인 작가. 제인 오스틴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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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예서의시 14
박용재 지음 / 예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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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느낌을 담아낸 시집,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제목이 매력적이었다.

'여행 시'라는 독특한 장르 구분도 흥미를 돋웠다.

재즈를 듣고 와인을 마시며 읽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프라푸치노를 마시며 카페에 흐르는 재즈를 들으며 읽었다.


여행 시라는 장르가 낯설다 생각했는데, 그냥 시처럼, 여행 글을 읽는 것처럼 읽을 수 있다.

여행의 이야기를 담은 시.

1987년 첫 해외 여행지 홍콩을 시작으로 2019년 인도까지 무려 30년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그 순간, 느꼈던 것들을 다듬어 쓴 시.

함축적이어서, 간결해서 좋았다.

불필요한 꾸밈이 없는 정경, 생각, 감정을 마주했다.

공백이, 여백이 있어 상상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시간 순서대로가 아니고 뒤섞인 것도 좋다.


몇몇 시들은 연작처럼 제목 뒤에 숫자가 붙었다.

표제작인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도 그러했다.

부제로 재즈 곡을 썼는데, 소개한 재즈 곡들이 듣고 싶어진다.

표제작 아홉번째 시였던 '오버 더 레인보우' 편이 좋았다.

주디 갈란드, 엘라 피츠제럴드, 아레사 프랭클린, 사라 본, 코니 탈봇이 노래했던 곡.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불렀던 이들의 이름과, 가사 내용이 교차한다.

무지개 너머를, 언젠가 들어본 이야기를, 파랑새가 날아다니는 곳을, 별에게 소원을 빌면, 꿈꾸는 일들이 이뤄진다고.

'오버 더 레인보우'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보기도 했고 노래 자체도 아주 유명해서 어느새 속으로 노래를 부르며 읽었다.

가사가 영어라 가사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일이 없었는데 이 시를 읽으며 가사 해석도 찾아 읽었다.

음도, 의미도 매력적인 곡이다.

세상의 꿈들이 노래한다

우린 날아갈 수 있을거야. (p.49,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9-오버 더 레인보우' 에서)


제목과 비슷한 연작 시로 '바흐를 마시며 맥주를 듣다'도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무언가를 마시는 것. 무언가를 들으며 음악을 마시는 것.

서술어만 바꾸었는데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다른 시들도 이국적인 느낌이 녹아 있어서 여행의 매력을 전해주고 있다.

끝에는 인터뷰가 있어서 작가가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짚어볼 수 있다.

우연히 읽은 시집인데,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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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팅 게임
샐리 쏜 지음, 비비안 한 옮김 / 파피펍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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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격태격 로코는 재미있다! 『헤이팅 게임』


로맨스 소설, 아주 오랜만에 본다.

평소 즐겨 읽는 장르는 아닌데, 『헤이팅 게임』의 책 소개를 보고 궁금해졌다.

티격태격 앙숙이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라니, 재미있을 거 같으니까! 이건 언제나 통하는 클리셰라고.

제목까지도 매력적이다. 헤이팅 게임. 소리의 울림에서 밀고 당기기가 느껴지는 것이, 로코와 아주 잘 어울린다.


내게는 이론이 하나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은 그를 사랑하는 감정과 짜증날 정도로 비슷하다는 거. 사랑과 미움을 비교할 시간이 많고도 많았던 내가 오래 관찰한 결과다. (p.5)


루시 허튼은 직장이었던 출판사의 합병으로 새로운 동료가 된 조슈아 템플먼과 앙숙관계.

외모도 반대, 성격도 반대인 두 사람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서로를 디스하며 티격태격 일상을 이어간다.

각각 전 직장의 보스를 보좌하는 수석 비서로 동등한 위치였던 그들에게, '최고경영책임자'라는 경쟁 자리가 생기며 상황은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상대를 관찰하고, 의식하게 되고, 겉모습과 다른 내면을 마주하게 되는 사건들을 거치면서 그들의 감정은 점차 선명해진다.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가, 더 재미있었던 로맨틱 코미디 소설이었다.

로맨스 소설은 공감이 중요하기에 인물들이 매력있어야 하는데, 주인공 두 사람 모두 매력적이었다.

특히 남주인공인 조슈아 템플먼의 반전 매력! 냉정한 듯 하지만 사실은 내면에 연약함까지 품고 있는 따스한 남자. 자신은 착한 남자가 아니라고 계속해서 이야기하는데 루시의 눈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그는 충분히 착한 남자였다. 약간 클리셰이긴 한데, 연약한 부분이 있는 사람일수록 겉에 가시를 두르는 법이다. 조슈아가 딱 그런 캐릭터였던 것 같고, 양파처럼 까면 깔수록 매력적으로 다가온 듯하다.

여주인공인 루시도 매력있다. 이 커플이 진짜 반대가 만났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 루시는 초반 다른 이들의 부탁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야기를 읽어 가면서 은근히 맺고 끊는 것이 선명하다는 걸 느꼈다. 다만 루시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흐르다보니 아무래도 조슈아의 매력에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남녀 주인공에 집중한 플롯이 가장 좋았다. 딱 두 사람에게 집중된 이야기라 더 몰입감이 있었다.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개봉되었다는 소식이 있다. 영화 속에서 살아 움직일 이야기가 기대된다.

역시, 티격태격 로맨스 코미디는 재미있는 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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