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예서의시 14
박용재 지음 / 예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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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느낌을 담아낸 시집,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


제목이 매력적이었다.

'여행 시'라는 독특한 장르 구분도 흥미를 돋웠다.

재즈를 듣고 와인을 마시며 읽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프라푸치노를 마시며 카페에 흐르는 재즈를 들으며 읽었다.


여행 시라는 장르가 낯설다 생각했는데, 그냥 시처럼, 여행 글을 읽는 것처럼 읽을 수 있다.

여행의 이야기를 담은 시.

1987년 첫 해외 여행지 홍콩을 시작으로 2019년 인도까지 무려 30년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그 순간, 느꼈던 것들을 다듬어 쓴 시.

함축적이어서, 간결해서 좋았다.

불필요한 꾸밈이 없는 정경, 생각, 감정을 마주했다.

공백이, 여백이 있어 상상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시간 순서대로가 아니고 뒤섞인 것도 좋다.


몇몇 시들은 연작처럼 제목 뒤에 숫자가 붙었다.

표제작인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도 그러했다.

부제로 재즈 곡을 썼는데, 소개한 재즈 곡들이 듣고 싶어진다.

표제작 아홉번째 시였던 '오버 더 레인보우' 편이 좋았다.

주디 갈란드, 엘라 피츠제럴드, 아레사 프랭클린, 사라 본, 코니 탈봇이 노래했던 곡.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불렀던 이들의 이름과, 가사 내용이 교차한다.

무지개 너머를, 언젠가 들어본 이야기를, 파랑새가 날아다니는 곳을, 별에게 소원을 빌면, 꿈꾸는 일들이 이뤄진다고.

'오버 더 레인보우'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보기도 했고 노래 자체도 아주 유명해서 어느새 속으로 노래를 부르며 읽었다.

가사가 영어라 가사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일이 없었는데 이 시를 읽으며 가사 해석도 찾아 읽었다.

음도, 의미도 매력적인 곡이다.

세상의 꿈들이 노래한다

우린 날아갈 수 있을거야. (p.49, '재즈를 마시며 와인을 듣다9-오버 더 레인보우' 에서)


제목과 비슷한 연작 시로 '바흐를 마시며 맥주를 듣다'도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무언가를 마시는 것. 무언가를 들으며 음악을 마시는 것.

서술어만 바꾸었는데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다른 시들도 이국적인 느낌이 녹아 있어서 여행의 매력을 전해주고 있다.

끝에는 인터뷰가 있어서 작가가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짚어볼 수 있다.

우연히 읽은 시집인데,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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