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의 생존법 바일라 13
한수언 지음 / 서유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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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재밌는 책을 읽었는데 그게 청소년소설이라니 아쉽다......^^;;;;; 나만 읽기는 아까운데 난 초등교사라.... 이런 이유로 청소년소설을 자주 읽지는 않는데 요즘은 막 끌리는 청소년소설이 많다. 좋은 일이다. 내 제자는 아니라도 청소년들이 많이들 읽었으면 좋겠다.

충격적이고 마음 아픈 책도 약이 되긴 한다. 그래도 결국 내 취향은 이런 책인가보다. 심장 쫄리는거 싫어해서.... 갈등과 아픔이 있지만 파국으로까지 치닫진 않고, 그 안에서 가능성과 따뜻함을 보여주는 이런 책이 난 좋다.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아 안돼~~~" 하다가 결국 다행스럽게 이야기가 돌아가면 휴~ 그렇지~ 하면서 만족스러워 하는 나. 이런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7편의 단편집이다.

어떤 작품은 찐현실이고 어떤 작품은 SF나 판타지가 결합되어 있다. 뒷표지의 '생활밀착형 판타지'라는 소개는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첫작품 <도와줘, 공세리>에는 교통사고 후 전신 사이보그가 된 공세리가 나오고, <피바람 몰아치고>에는 불멸의 뱀파이어가 되어 52년째 18세 소녀로 살고있는 오하라가 나온다.

<이세계의 펜칼은 현재진행형>은 웹소설과 현실을 오고간다. 웹소설은 내가 모르는 세계인지, 꽤나 낯설었다. 하지만 몇년째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한치열이 투병의 시간을 견디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것이 이 창작의 기쁨이었던 바, 그의 의미에 나도 긍정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솔직히, 정독은 하지 못했고 대충 넘기면서 봤지만 그래도 한치열에게 공감했으니 독자의 예의는 지키지 않았나 한다.ㅎㅎ

마지막편 <레테의 파수꾼>은 배경상으론 스케일이 가장 큰 작품이다. 슐라비라는 행성이 배경인데 거주를 위해 다른 행성을 개척한 지구인들의 미래를 상상한 작품인듯? 이야기를 좀 더 키워서 장편 SF로 쓰시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이렇게 상상하나 저렇게 상상하나 인류의 미래는 밝지 않고,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이들의 탐욕은 사회에 그늘을 만든다. 여기에서 자유와 의미있는 삶을 찾으려고 길을 떠난 주인공의 이야기를 좀더 심도있게 확장해도 좋을 것 같다. 짧지만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상은 판타지가 가미된 4편의 작품이었고, 7편 중 마음이 더 가는 작품을 굳이 꼽으라 한다면 그 외 세 작품이다. 표제작인 <고사리의 생존법>은 핵인싸인 오빠와 아싸인 여동생의 현실남매 이야기가 웃음과 함께 찐한 감동도 준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아싸인 가영이만 눈물겨운 건 아니다. 아이돌 연습생으로 춤과 노래와 환호를 받으며 사는 가람이도 웃음 이면에 깨물고 있는 울음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둘이가 남매여서 참 다행이다.

<교집합의 바다>는 파국으로 끝날까봐 가장 맘졸이며 읽었던 작품이다. 연수와 소민이의 우정은 소민이의 비극적인 상황과 파고들지 못하고 겉도는 연수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거기에서 끝나나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둘은 서로에게 상처를 보였고, 그 힘으로 일어서려 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자해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충격적인 일을 당하고 자신을 용서할 수 없던 소민이가 끊을 수 없었던 일도 바로 자해였다. 혼자있는 아이들이 없게, 부모가 아닌 이들도 함께 살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 작품이었다. 부모라는 1차 벽이 무너져도 사회라는 2차 벽이 막아줄 수 있다면... 그리고 연수, 차별하고 상처주던 엄마에게 퍼붓고 나와 소민과 떠나는 여행... 그 길에 엄마한테 온 화해의 제스처에 독자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토끼 가족> 아빠, 엄마, 아들 모두 토끼는 게 특기라서 토끼가족?ㅎㅎ 아픈 상황 아픈 이야기지만 가족은 단단해져가는 중이라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이야기 첫머리에 아들은 실연을 당하는데, 그게 아무 일도 아니게 느껴질 상황들을 계속 맞이한다. 사람이 온실 속에서만 살면 안되는 이유가 그래서인가?^^ 그리고 결말에서 아들은 "앞만 보고 나가는 거북이는 행복할까?" 라는 질문을 혼자 해본다. 그건 "토끼가 졌다고 슬퍼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정말 소중한 걸 잃었다 찾게되면 남들이 안달복달하는 거에 초연해지게 된다. 경주 그까짓게 뭐냔 말이다. 남이 나보다 좀 잘나면 어떻고 앞서가면 좀 어때. 오늘의 내 걸음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작가들의 이력이 갈수록 다양해진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 작가분 또한 패션디자이너-일러스트레이터를 거쳐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옷으로, 그림으로 하던 표현을 이제는 글로... 나도 무엇이든 한가지 표현의 도구를 갖고 싶지만 주어지지 않는데, 왜 어떤 분들은 그 도구를 몇개씩 한꺼번에 갖고 있는 거냐구! 음 하지만 감상을 하는 특권은 또 독자에게만 있는 거니까.... 재미있게 읽고 되도않는 말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자유가 우리에겐 있다! 음 그리하여 재미있게 잘 읽고 위와같이 아무말 대잔치를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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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국수 기계 사용 금지!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63
제이콥 크레이머 지음, K-파이 스틸 그림, 윤영 옮김 / 꿈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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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마을의 이야기로 인간세상을 풍자한 그림책이다. '민주주의'라는 직접적인 표현도 사용된다.

'행복마을'의 국수광코끼리와 친구들은 신기한 국수기계를 발명해서 마을에 기증했다. 좋은게 생기자 찾아오는 동물들이 많아졌고, 함께 행복해하는 동물들도 있었지만 싫어하는 동물들도 있었다. (이 부분에서 좀 찔림. 나라면 싫어하는 쪽이었을거 같아서)

국수광코끼리는 세계를 여행하러 잠시 마을을 떠났고, 오카피가 마을을 찾아왔다. (악역을 맡은 오카피. 오카피라는 동물도 있었어? 모르고 있던 동물종...;;; 검색해보니 아프리카 고원지대에 서식하며 멸종위기종이라고 한다.) 오카피는 국수기계를 탐낸다. 시장 또한 국수기계 때문에 여기저기서 찾아오는 동물들이 싫었던터라 오카피에게 큰 돈을 받고 팔아넘긴다. 모두의 소유였던 국수기계는 그렇게 개인소유가 되었다.

그때부터 모든 문제는 시작됐다. 오카피는 공장을 만들어 돈을 벌었고 버는 족족 마을의 모든 가게들을 사들여 마을의 상권을 한손에 쥐었다. 이제 주민들의 선택은 그의 공장에 취업하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 취업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흔히 그렇듯 근로조건이 너무나 열악했다. 모든 것을 독점한 오카피의 횡포는 마을 동물들의 삶을 도탄에 빠뜨렸다.

멀리 외국에서 오카피 공장의 국수 상품을 접한 국수광코끼리는 불길한 예감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다시 만난 친구들은 오카피의 횡포와 시장의 부정에 대항하고 행복한 삶을 되찾을 수 있을까? 즉,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을까?

민주주의. 한계와 모순이 많은 인간이란 존재가 지킬 수 있는 최상의 체제이자 가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체 상황으로 들어가면 어떤 것이 참다운 민주주의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젊음을 바친 사람들이 늘그막에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방해하는 추태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민주주의는 말 한마디로 쉽게 정의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유연하게 사고하며, 성숙한 태도로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개인의 지나친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이건 각 개인에게 맡겨둘 수가 없는 문제이므로 적절한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억압에 순응하여 노예가 되길 거부하는 것이 출발이기도 하다. 앞서간 수많은 이들이 이를 위하여 피를 흘렸고 우리는 그 덕을 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민주주의의 완성은 아니다.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그 숙제를 제때제때 하지 않아 밀리면 사회는 새로운 문제들을 계속 만들어낸다. 이것이 부족한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내가 느낀 약간의 아쉬움은 그것이다. 이제는 이 이상의 단계를 말해야 될 때가 아닐까. 하지만 얇은 그림책 한 권에 뭘 그렇게 많이 바래. 이정도만 보여 준것도 정말 훌륭하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 권에서 보여주시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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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 여행사 1 - 신비한 사막 과일 찾기 투어 트러블 여행사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고마쓰 신야 그림, 김정화 옮김 / 길벗스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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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다작하시는 작가님들이 많지만 일본의 이 작가님도 대단한 국수기계인 것 같다. 심지어 시리즈로 좔좔좔~ 시리즈가 대체 몇 개야? 전천당을 8권까지 읽고 말았는데 (이제쯤 끝내면 좋을 때가 된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며 읽기를 끝냈지만, 그 이후 새로운 힘을 회복해서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중에 전천당도 11권까지 나왔다. 이분의 작품이 딱 내 취향인 건 아니지만 실로 대단하긴 하다.

<트러블 여행사>라는 새 시리즈의 1권을 읽었다. 전천당과 공통점이 있다. 주인장이 있고(전천당에선 부인이었고 여기선 할아버지) 그 주인장이 운영하는 곳이 이야기의 센터이다.(전천당은 과자가게, 여기선 여행사!) 그리고 마법이 적용되는 판타지의 세계라는 점.

과자가게도 흥미로운 배경이지만 여행사는 더 매력적이다. 여행이라는 설정 자체가 설렘을 주니까. 여행사의 주인장 할아버지는 손님을 받아 미션과 함께 계약서를 작성하고 모험의 세계로 보낸다. 할아버지의 조수(?)인 투아라는 부엉이가 가이드 겸 동행한다. 이 부엉이는 이 시리즈의 중요한 조연으로 보인다. 마땅한 손님을 찾아서 여행사로 이끌어오는 역할도 맡고 있고, 모험의 여정에서도 필요할 때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야기의 흥미를 높인다. 이어지는 다음 편들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보여줄 것 같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는 구성도 전천당과 유사하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선 손님을 맞으려는 여행사의 주인장 할아버지가 등장하고, 이어서 본문에선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몹시 목이 타 냉장고를 열었는데 못보던 주스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주인공 다이고는 망설일 것도 없이 남김없이 들이켜 버렸다. 다 마신 후에야 식탁에 놓인 엄마의 쪽지를 발견했다. 큰일났다! 같은 주스를 사러 작은 가게부터 큰 마트까지 뒤지던 중에 다이고는 부엉이에 이끌려 여행사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바로 모험의 시작인 것이지!

주스라는 작은 소재에 비해 여행의 스케일은 엄청 컸다. 거의 고난의 행군이었다. 그만두고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만 계약은 그걸 용납하지 않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모험에 휩쓸린 다이고는 처음엔 불평했지만 점차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며 주스의 원료인 낯선 과일들을 구하는 미션도 하나씩 성취해 나간다. 그리고 그 세계의 선과 악의 싸움에도 크게 일조하게 된다.

그 세계는 지구상에 없는 나라지만 인물들의 복장(터번 등), 이름(핫산 등), 자연환경(사막 등)이 서남아시아 지역을 연상시킨다. 아마도 다음 권에서는 또 다른 지역이 배경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

작가는 아이들이 좋아할 흥미의 요소를 잘 알고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는 기술이 뛰어나신 것 같다. 이 시리즈가 잘 쓰여지면 전천당보다 더 흥미로울 수 있겠다. ‘트러블 여행사’의 다음 투어는 어떤 것일지 꼭 확인해 보고 싶다. 어떤 미션인지. 배경은 어디고 어떤 모험이 펼쳐지는지.

에필로그에선 원하는 걸 얻은 고객을 돌려보내고 혼자 남은 주인장의 모습이 나오는데, 내 취향으론 전천당의 아주머니보다 이 할아버지가 더 매력이 있다. 인간적(?)이고.ㅎㅎ 이렇게 해서 에필로그는 프롤로그와 딱 맞물리며 끝난다. 이야기꾼 작가가 즐겨쓰는 기술이다.

이왕 작품의 스케일을 키운 김에, 다음 편에서는 더욱 긴박하고 수준높은 판타지가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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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읽는 어린이 세트 - 전5권 - 역사학자 3인이 쓴 정통 한국사 한국사 읽는 어린이
강석화.김정인.임기환 지음, 서영 그림 / 책읽는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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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들, 그것도 교대 교수님들이 쓰신 책이라고 하니 재미가 있거나 책의 꾸밈새가 다채롭거나 할 거라는 기대는 되지 않았다. 교대를 졸업한 지 30년이 가까워가는데도 그 옛날 말씀하시면 받아적기만 하던 연세드신 교수님들 수업을 연상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잘 모르긴 하지만 이 책의 저자 교수님들 중엔 나보다 젊으신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고 해도 어쨌든 요즘의 강의는 나 때와는 다르겠구나 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했다. 구태의연한 느낌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매우 참신했다.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ㅎㅎ

10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고학년 담임만 했었기에 어린이 한국사책에 관심이 많았고 새로 나오는 시리즈들을 거의 다 찾아 읽었다. 읽다가 생각한 것은 ‘어린이 책에도 내가 모르는 게 많구나.’ 그랬다. 나는 어린이 역사책에서 많은 걸 배웠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한때 가르칠 내용을 써보는 뻘짓을 한 적도 있었는데, ‘쓸 수 없는 것은 말로도 할 수 없다.’ 라는 생각에서였다. 쓰다가 막히면 그 부분은 내가 잘 모른다는 뜻이었다. 그때 책꽂이에 꽂힌 여러 어린이 역사서들을 참고했다. 막히면 찾아보고, 이해가 가면 다시 쓰고, 이런 뻘짓을 하다보니 한번에 여러 책들을 참고하게 되었다.

이제는 나온지 20년이 되어가는 <한국사편지> 5권 시리즈가 그 시작이었다. 그리고 왕조사를 훑어주어 대략 흐름을 잡게 도와주었던 <조선사 이야기>, <고려사 이야기>도 재미나게 읽었다. <키워드 한국사> 시리즈도 내가 매우 선호하고 도움을 많이 받았던 책이다. 만화로 된 시리즈도 2질 정도 소장하면서 교실에 두고 아이들과 읽었다.

이후 저자나 캐릭터 이름을 딴 시리즈들이 봇물을 이루기 시작할 때쯤, 더 이상 출판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어서 포기... 그리고 저학년을 맡으면서 역사수업을 할 기회도 적어져서 어린이 역사서는 점점 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 책을 신청하면서 오랜만에 한번 검색해 보았다. 와... 내가 구경도 못해본 많은 책들이 그동안 쏟아져 나왔구나. 그 틈에서 교대 교수님들이 쓰신 책은 과연 잘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오, 꽤나 짱짱한데? 깜짝 놀랐다. 저자들의 사관을 분석할 만큼 내게 지식이 있진 않아서 그런 면은 잘 모르겠지만, 내용면에서 알차고 서술도 편하게 잘 읽히고 책의 구성도 다채로워 지루하지 않다. 관점이 치우치지 않도록 저자들간의 내부토론과 점검도 철저하게 하신 것 같다. 물론 출판사, 편집자들의 조력도 컸을 것이라 짐작이 가지만 일단 내용적인 알맹이는 저자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니 그 점에서 교수님들의 역량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졌다. 그림작가님도 수고를 많이 하셨을 것 같다. 내용을 숙지해야 표현이 가능하니 오랜 시간 작업을 같이 하셨을 것 같다.

전체 5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권수가 너무 많아도 지루하고 이 정도가 딱 좋은 것 같다. 이전 시리즈들에 비해서 근현대사 비중이 좀 높은 편이다. 남북국시대까지 한 권, 고려가 한 권. 조선이 한 권, 근대가 한 권, 현대가 한 권. 고려, 조선만큼의 분량을 현대사에 할애했다. 잘은 모르지만 현대사를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 같다. 고대사는 사료가 부족해서 어렵다면, 현대사는 균형있는 판단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사의 비중을 높이고 초등 눈높이에서 무난하게 설명하려 애쓰신 노력이 보이는 것 같았다. 마지막 권의 마지막 장 제목이 <세계인과 함께 사는 우리>인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BTS는 역사책에까지 나오고 정말 좋겠다....^^;;;;)

권당 17~20장 정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어느정도 일관적이면서도 변화있는 구성이 지루함을 막아주고 계속 책장을 넘기게 해준다. 각 장의 첫 화면은 펼친 화면 가득한 큰 그림에 앞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여러 가지 내용을 담았고, 이어서 [질문 있어요!] 코너는 수업으로 치면 동기유발이랄까? 서술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각 장마다 적당한 그림이나 사진이 들어있고 색감도 좋아서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럽다. [쟁점토론] 코너도 흥미롭고 이중에 적당한 것을 뽑아서 실제로 교실 토론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사건탐구], [인물탐구]등도 일러스트와 함께 인상적으로 지식을 얻기에 좋게 구성되어 있다. [생각넓히기]는 그 자체로 훌륭한 활동지다. 그런데 그뿐이 아니라 워크북도 따로 있다. 본 책들에도 공이 많이 들어갔는데 워크북도 보통이 아니다. 역사수업을 하는데 이 책을 활용한다면, 어느 순간에 교과서를 바꿔치기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작지 않은 판형에 각 권당 200쪽이 넘는 분량의 압박은 있다. 하지만 수박 겉핥기가 되지 않으려면 이정도의 압박은 이겨내야 할 일! 아이들 독서모임에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나 또한 한번 활용해보고 싶은 욕심이 드는 책이다. 널리 읽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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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보는 추리 탐정, 콩 1~5 세트 - 전5권 귀신 보는 추리 탐정, 콩
임근희 외 지음, 한상언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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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실에 이 책 시리즈 5권을 모두 신청해 놓고는 이제야 빌려왔는데, 가방 무거울까봐 2권만 가져온 것을 후회했다. 빨리 읽히는 책인데다가, 다음 책이 궁금하잖아! 5권을 모두 다른 작가들이 쓰셨는데 작가진이 쟁쟁하다. 5권은 모두 연관성이 있고 공통된 설정이 있다. 이걸 다섯 분의 작가들이 협의하고 집필을 시작하신 것일까? 읽다보니 그런 것도 궁금했다.

귀신을 본다, 저승사자가 데리러 온다 등등의 설정은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 유명한 <도깨비> 같은 드라마를 안봤는지도.... 그리고 그런 설정은 결국 ‘죽음’을 필연적으로 다루어야 하기에.... 아이들 책으로는 더더구나 별로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들은... 오, 꽤 괜찮다. 판매지수를 보니 낮은데, 이정도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만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교실에서 함께 읽어야지 정도의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학급문고 정도로는 꽂아두면 입소문이 날 법한 시리즈였다.

아이들이 선호할 만한 이 책의 장점을 꼽아보면 이렇다.
1.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던 귀신, 저승사자 등의 설정 (아이들은 좋아한다)

2. ‘추리’의 요소. 귀신을 보게 된 콩이에게는 탐정의 역할이 주어진다. 귀신이 보내준 퀴즈를 풀어야 단서가 보이고, 그 단서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한다. 퀴즈가 터무니없이 쉽지도 않고 애들이 이걸 어떻게 풀어 할 정도로 어렵지도 않다. 퀴즈 풀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딱 좋은 책이겠다. 아, 지금 생각났는데 학기말에 여유시간이 생겼을 때쯤, 교사가 읽어주고 퀴즈 대목에서 아이들에게 해결 시간을 좀 주고, 답을 맞춰보고 또 읽어주는 식으로 진행해도 재밌겠다.

3. 이건 아이들은 확실히 모르겠고 내가 느끼는 장점인데.... 각권마다 안타까우면서도 우리가 한번 돌아봐야 할 서사와 그 서사가 보여주는 주제들이 들어있다. 1권의 경우에는 친구간의 오해, 믿음, 약한 친구를 돕는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어려움 등을 생각할 수 있다. 2권에서는 동물학대 문제에 눈을 뜰 수 있다. 나는 2권까지 읽었지만 3,4,5권에서도 각자 작가들이 선택하신 소재와 주제가 있는 것 같다. 귀신이니 추리니 하는 설정이 서사의 몰입에 방해될 수가 있는데 이 책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런 설정의 책들이 가벼워질 수 있는 위험성을 묵직한 주제가 지그시 눌러주고 있었다.

4. 귀신이 나온다는 건 누군가가 이미 죽었다는 것, 저승사자가 나온다는 건 누군가가 죽게 된다는 것, 매우 비극적이고 칙칙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죽음을 가볍게 다룬 것도 아니지만 끔찍하거나 엽기적인 느낌까지는 들지 않는다. 슬프고 아쉬운 마음은 든다. 그 와중에 콩이의 허당 캐릭터는 간간이 웃음을 주기도 한다.

5권 중 2권까지만 본 것이라 맞게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마지막 5권 대단원을 김태호 작가님이 맡고 있어서 그것도 궁금하여 아마도 조만간 다 읽게 될 것 같다. 리뷰를 얼핏 보니 반전에 반전이라고... 흑... 뭔가 엄청 슬플 것 같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다고 했던가. 가는 일이 너무 큰 괴로움이 되지 않길. 너무 큰 후회가 남진 않길. 그러려면 잘 살아야 한다. 잘 죽기 위해서 잘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아이들도 이걸 기억하며 살아가면 나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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