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울고 있다 한림아동문학선
고데마리 루이 지음, 카시와이 그림, 최현영 옮김 / 한림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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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를 주제로 한 동화다. 목적성이 있는 주제는 좀 부담되거나 서사의 재미를 해칠 수도 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는 게 큰 장점으로 보였다. 판타지를 이용하지도 않은 현실 서사이고 유머적 요소도 없고 로맨스는 아주 살짝? 있는데 꽤 흥미롭게 읽혔다.

초등 6학년 나나미는 소위 다문화가정의 아들이고, 학교에서 '반쪽' 소리를 듣는 학생이다. 하지만 "반쪽이 아니고 더블이라니까!" 하고 받아칠 수 있다는 건 꽤 건강하다는 증거다. 그래도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여름방학이 되었는데, 사춘기 아이들이 흔히 그렇듯 어떤 숙제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에 시달린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자유연구 보고서'다.

널부러진 시간들 속에 방치될 뻔했던 나나미는 엄마의 여행 제안으로 귀한 만남을 갖게 된다. 미국인인 엄마와 함께 하와이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환경 예술가 두 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후 나나미의 남은 여름방학은 하루하루가 아쉬울 정도로 밀도높은 시간들로 채워진다.

하와이의 해변에서 만난 사람은 어거스트 씨. 베트남 참전 병사였던 그는 전쟁에서 팔 하나를 잃었고 오랜시간 자기 삶을 파괴하며 살았다. 지금은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예술가로 살아간다. 마침 그룹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고, 나나미 모자를 초대했다.

전시회에서 만난 사람은 벽면 작품을 제작한 어린 예술가, 베트남 이민가족인 피카케라는 여자아이였다. 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가까워진다. 몸도 마음도 늘어져있던 나나미를 바짝 세워준 사람도 피카케였다.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메일 연락을 주고받기로 한다. 의미심장하게도 나나미라는 이름에는 '일곱개의 바다' 라는 뜻이 있다. 피카케는 그 이름을 듣고 놀라며 기뻐한다.
"일곱 개의 바다는 모든 바다야. 모든 바다는 하나의 큰 바다고. 나나미는 하나의 바다인 거네."

제목의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다가 울고 있다> 나나미는 하와이 바다에서의 만남을 통해 바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았고, 피카케에게 큰 영향을 받고 행동을 다짐했다.

일본 집으로 돌아온 나나미는 자유연구에 온 힘을 쏟는다. 독자들은 나나미의 자유연구를 따라가며 배우는 게 꽤 있다. 이 책의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나나미의 행보는 산으로, 강으로도 이어진다. 큰 깨달음이다. 지구의 자연은, 다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어디 한군데만 지킨다고 될 일이 아닌 것.

후반부에 피카케의 작업 중 부상이라는 위기와 나나미의 심리적 위기가 같이 닥치지만 희망적으로 끝나서 다행. 고학년 어린이들에게 환경도서를 권하고 싶고, 그 형식이 동화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한번 살펴보시길 추천한다. 의미있는 요소들이 꽤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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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장바위 깜장바위 북멘토 그림책 18
윤여림 지음, 무르르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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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림 작가님 이름 보고 골랐는데, ‘무르르라는 그림작가님 이력에 관심이 간다. 초등교사 중 동화작가들은 많은데 그림책에 그림을 전문으로 맡으신 작가님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림이 맘에 들었다. 전작인 손톱도 좋을 것 같다.

 

큰 편이고 가로로 긴 판형에 두 바위가 나란히 앉아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당연히 바위니까.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온다. 두 바위 사이로 엄청난 번개가 떨어진 것이다. 땅이 쩍! 갈라질 만큼.

 

그 순간 둘의 선택은 갈린다. 요즘 말로 하면 ‘I’라고 할까? 감장바위는 무서워서 땅 속으로 들어가는 걸 선택했고 요즘 말로 ‘E’에 가까운 깜장바위는 흔들리니까 재미있다며 땅 위로 굴러다니는 걸 선택했다. 오랜 세월 가까이 있던 둘은 그렇게 천리만리 멀어졌다.

 

땅속을 선택한 감장바위는 조용하고 포근하게 푹 파묻혔다. 하지만 거기에도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구들은 있었다. , 두더지, 벌레들...

깜장바위는 굴러다니며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하루하루가 재미났다.

 

두 번째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왔다. 감장바위를 휘감았던 나무가 뿌리채 뽑혔고, 감장바위는 오랜만에 햇살과 만났다. 동시에, 깜장바위와도 만났다. 아니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바위가 아니었다. 감장돌멩이, 깜장돌멩이였다. 둘이는 예전처럼 나란히 앉아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며 오래오래 쉬었다. 감장흙, 깜장흙이 될 때까지. 그리고 빗물 타고 멀리멀리 흘러갔다....

 

이 서사는 개인에 적용하면 개인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있는 그대로 보면 엄청나게 긴 자연의 흐름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함께 흘러가던 둘은 어딘가에 가라앉았을 테고, 그렇게 오랜 세월 눌려서 또다른 암석이 된다. 이제 감장깜장얼룩 바위가 되었다! 이 얼마나 긴 세월의 서사인가.

 

인생의 사이클이든, 자연의 사이클이든 물론 주기에는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점은 많은 것 같다. 그러니 생긴 대로 살아! 억지로 남을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아! 나름대로의 삶이 다 의미가 있고 결국엔 모이고 섞이고 하나가 되기도 해. 라는 말을 해주는 것 같다. 이런 메시지를 어린이들이 발견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린이들은 어린이들대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면서 읽지 않을까. 거의 모든 그림책들이 그렇듯이.


나로 말하자면 감장바위처럼 땅으로 숨어드는 것을 택하는 인간이지만.... 때로는 뿌리째 뽑히는 나무와 함께 눈부신 햇살에 강제노출되는 순간도 있었고, 앞으로 깎이고 깎여 돌멩이가 되고, 흙이 되고 하는 순간도 다가오겠지. 내 곁에는 나와 다른 깜장바위 친구들도 있었고. 자연의 거대한 흐름에 인생의 흐름까지 잘 녹여낸 그림책이라고 생각된다. 글과 그림이 모두 예쁜 그림책이다. 집과 교실에 책이 너무 많아 더 이상 추가하지 말아야될 지경이지만 그래도 욕심이 나는 그림책. 빈 자리를 내어 잘 꽂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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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의 팬티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02
투페라 투페라 지음, 김보나 옮김 / 북극곰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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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페라 투페라' 라는 작가는 대체 어느 나라 사람일까 하고 작가소개를 보니 일본인 작가 그룹이다. 아니 그러고 보니 <곰돌이 팬티>가 이분들 작품이잖아? 그 책 나도 갖고 있는데, 그때는 작가를 눈여겨보지 않았었네. 그 책과 이 책은 소재와 구성이 거의 같다. 다만 판형 차이가 엄청나고 (그 책은 큰 편이고, 이 책은 그림책 치고 아주 작다.) 주인공과 조력자가 뒤바뀌었다. 이번 책은 생쥐가 주인공, 곰돌이가 조력자.

이 책을 읽으며 아주 옛날에 부르던 '도깨비 빤쓰'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도깨비 빤쓰는 튼튼해요. 질기고요 튼튼해요."로 시작하는 노래. 그중에서도 특히 2절.
"도깨비 빤쓰는 더러워요. 냄새나요.
이천년 동안이나 안 빨았어요."
왜 이 노래가 떠올랐는지는 책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ㅎㅎ

이런 책은 '놀이 그림책'이라 할 수 있겠지? '팬티를 잘 빨아 입자'가 주제는 아닐 거 아니야.^^ 구멍책 형식으로 되어있어서 드러난 부분만 보고 다음 장을 유추하는 재미가 큰 책이다. 유아들이 아주 좋아할 거 같고, 초등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림책의 재미를 체험하고 친근함과 접근성을 높여줄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

판형이 작은 것도 난 맘에 든다. 집단 앞에서 읽어줄 게 아니라면 작아도 충분하니까. 곰돌이와 생쥐의 체격 차이에 맞춘 깊은 의도가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크기가 난 좋았다.

마지막에 둘이 부르는 노래 가사는 어린이들의 삶의 본질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의 존재 이유 중 하나라고 하겠다.
"생쥐의 팬티
때묻은 팬티
입고 있는 걸
까먹을 만큼
노는 게 좋아
노는 게 좋아
사실은 예쁜
치즈색 팬티"

부모랑, 형제랑, 친구랑 이런 그림책을 보면서 그냥 웃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근데 현실은 책만 늘고 아이들은 줄어.... 작가는 많은데 독자가 없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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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환경 수업, 어떻게 시작할까 - 온작품 읽기와 함께하는 생태환경교육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우리말가르침이 지음 / 푸른칠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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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접근하는 주제수업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고 온작품읽기 관련 책들도 꽤 많이 나왔다. 이 책의 부제는 '온작품읽기와 함께하는 생태환경교육'이다. 독서와 생태환경은 어찌보면 결이 맞지 않다. 한계점을 갖는다는 표현이 맞을까? 관련내용의 독서를 한다 할지라도 그 끝에 생태환경이 딱 자리하고 있지는 않다. 그 연결 다리는 다른 주제에 비하여 훨씬 찾기 어렵고 멀리 있다. 그걸 찾아서 연결하지 못하면 이 독서는 거의 의미가 없어진다. 머리 크고 입만 산 시민을 양성하는 격이랄까?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주제의 관건은 '실천'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펼치다 부끄러워졌다. 거의 항상 그렇다. 내가 하는 생각을 다른 선생님들이 안했을 리가 없잖아? 군소리 말고 이 책을 쭉 따라가보자.^^

온작품읽기를 표방했지만 이 선생님들이 수업에 사용한 매체들은 다양했다. 그림책, 동화책 등의 책 뿐만 아니라 노래, 다큐, 영화, 방송영상, 보드게임 등등이 소개되었는데 대부분 큐알코드를 같이 실어놓아 교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다각도로 접근하고자 했던 저자샘들의 고민과 노력, 그리고 공유를 위한 착실한 기록이 눈에 보였다.

1장 [자연과 계절]은 저학년 선생님께서 쓰신 것 같고, 발도르프 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으신 것 같다. 발도르프를 곁눈질로밖에 못봤지만 나랑 맞는 것 같지 않아 깊이 들여다보진 않았다. 하지만 생태수업 면에서는 매우 적절한 교육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천천히 여유있게 계절과 자연을 느끼는 교실의 일상이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이 대목에서 뒤통수 맞은 느낌이 들면서 아! 하고 공감했다.
"아직은 세상이 한창 신기하고 재미있을 저학년에게 환경오염이나 기후위기 같은 심각한 이야기부터 꺼내며 섣불리 다가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자연과 함께 놀면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며 자연을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26쪽)

나는 발도르프는 모르지만 10년 전쯤 2학년 맡았을 때 아이들 데리고 학교근처 공원도 열심히 데리고 다니고 쑥도 뜯고 쑥버무리도 찌고 그랬었는데... 다시 저학년을 한다면 내가 그럴까? 아닐 것 같다는 게 슬픈 점이다.ㅠ 이 책의 선생님처럼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서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데... 학교는 갈수록 제약이 많아지고 방어해야 할 것들도 많아진다. 생태환경은 구호로만 내려꽂히고 실상은 그렇지 못한 모순이 커져간다. 그 어려움 가운데 저자 선생님들의 실천은 참 대단하다 생각한다.

2장 [생명과 공존]에서는 동물복지, 동물권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었다. 공장식 축산과 과다한 육식의 문제점에 대한 꽤 심도깊은 수업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고기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육류 없는 급식은 불평과 비난의 대상일 정도인데, 육식 줄이기와 나아가 채식까지 살펴보는 수업은 부담이 컸을 것 같다. 하지만 꼭 다루고 채식까진 아니어도 줄이기를 목표로 함께 노력은 해야겠다. 솔직히 나도 고기반찬 너무 많이 해. 그게 편하니까... 이처럼 환경적 실천에는 편리과 풍요에 대한 포기가 꼭 따른다.

투명구조물에 부딪혀 죽는 새들을 위한 프로젝트 학습은 정말 훌륭했다. 실천과 변화로까지 이끈 훌륭한 수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3장 [탄소와 소비]가 최종장이다. 여기에 이르러서 기후위기와 탄소감축, 플라스틱 문제를 다룬다. 이 장에서도 1장에서 인용한 문장과 일맥상통하는 문장을 발견했다.
"생태적 삶은 위기에 대한 협박을 통해 하루아침에 시작되지 않는다. 함께 모여 고민하고 공동체가 이룬 작은 성취에 기뻐하고 서로 격려할 때 피어난다." (165쪽)

이 문장을 보고 그동안 나의 환경수업은 '협박' 단계였음을 깨달았다. 물론 실상을 깨닫는 것도 필요하긴 한데, 거기서 그치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자포자기하는 무기력 시민들을 길러낼 수 있다. 지금의 젊은이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상당히 발견할 수 있고, 이게 저출산 심화로 이어지겠다는 우려까지 든다. 어차피 틀린 세상 걍 나만 살고 죽자. 이런 생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샘들이 작은 실천부터 아이들과 함께 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많은 도전이 되었다. 수업 내용 또한 좋았다. 문학으로 감수성을 일깨우고 다양한 자료로 객관적 사실을 파악하고 실천으로 이어가는 흐름이 딱 적당하다 생각했다.

책의 만듦새도 마음에 든다. 본문의 소제목이나 도표 등에 초록을 사용했고, 앞표지와 뒷표지의 주색상도 초록이면서 디자인도 예쁘다. 많은 선생님들의 책꽂이에 꽃히면 좋겠다는 응원을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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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문해력을 키우는 인생 동화책 - 선생님이 직접 읽고 권하는 학년별 · 단계별 동화
김진향 외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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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4인 중 박미정 선생님과 지인이다. 만나본 적은 없으니 지인이라 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페이스북에서 소통하는 것도 지인 맞겠지?^^ 이분의 이전 저서 2권이 있는데 그건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런 것과 비슷하다. 엄청 핫한 자녀양육서가 있어. 근데 우리 애들은 다 컸어. 읽어봤자 후회할 일밖에 없어. 이제와서 어쩔 수도 없잖아. 마치 그런 느낌이다.ㅎㅎ

후회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고, 정확하게 말하면 '한계'다. 내가 박미정 선생님을 보며 감탄하면서도 따라하지 못하는 건 이 한계 때문이다. 그 한계는 곧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모임'이다. 나는 모임에 아주 몹시 매우 취약하다. 내 성격유형 설명에 '모임이 취소되면 속으로 좋아한다'가 있길래 폭소한 적이 있는데ㅋㅋ 약속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걍 내 속도대로 혼자 꼼지락거리는 게 마음 편하다. (가끔 예외도 있..) 젊었을 땐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나이들수록 더 그렇게 됨...ㅠ 나는 수업준비와 수업을 잘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지만 수업이 끝나서까지 아이들과 있고 싶진 않다. 수업이 끝나면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리고 퇴근 후, 주말 등에 교사모임... 아, 이건 더더더 못해. 토욜 아침 6시인가에 줌모임하시는 얘기도 읽었는데 세상에나 토욜 하루라도 늦잠을 자야 살지. 근데 미정쌤은 하나에서 두개, 두개에서 세개... 계속 늘려나가신다. 한두개일 때는 오! 대단하시다! 하면서 보다가 서너개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아이고~ 다른 세상 얘기다~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하실만큼 책모임의 가치가 큰 것을 머리로는 알겠으나 몸과 성격이 따라주지 않는 한계 때문에 그 좋은 책을 못읽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이 나온것을 봤다. 오, 이런 내용이면 성격상 부담 없겠다 하던 차에 인디 서평에 뜬 걸 보고 신청했다. 적당히 아담한 판형에 부드러운 분홍 색감의 표지, 가독성을 높여주는 예쁜 편집 등 외형부터 아름다운 책이었다. 내용은... 네 분 저자들의 동화에 대한 사랑, 그동안 투자한 엄청난 시간, 그리고 바로 그! '모임'을 통한 상승작용과 발전 등이 모두 포함된 알찬 책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대상이 다양하다는 점일 것 같다. 나같은 교사에게도, 작가나 출판인들에게도, 그리고 특히 학부모들에게 관심을 받을만한 책이다. 저,중,고학년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또 읽기수준을 3단계로 나누어 적절한 책들을 섬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네 분이 책모임하며 모두가 합의한 책으로 목록을 꾸렸기 때문에 취향에 편중되지 않은 객관성이 어느정도 보장된다고 하겠다. 책 소개글은 주관적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 안내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서술했다. 그렇다고 무미건조한 글이 아니라 되도록 쉽게 서술하려는 친절함과 존대어의 존중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 안에 책에 대한 저자들의 전문성이 스며들어 있음은 물론이다.

위에 적은 9단계당 각각 3~4권씩 소개하고 있어 30여권의 책이 안내되지만 각권당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 3권씩 따라붙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 4배... 100권이 훌쩍 넘는 양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100권을 엄선하려면 그 몇배에 해당하는 양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그러니 네 분 저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읽고 모이고 대화하고 쓰는 작업을 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소개된 책들 중에 읽어본 책도 있지만 제목만 알고 읽어보지 못한 책, 아예 몰랐던 책도 있다. 나도 어린이책 꽤 많이 읽은 그룹에 속하는데 그럴 정도니 그만큼 작품의 세계는 한이 없는 것이고 이 책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 서로의 소개가 서로에게 참고가 되어 상승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모임 못하는 아쉬움을 책으로 약간 해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한번에 통독도 좋지만 조금씩 야금야금 읽어도 좋겠다. 학부모님들이 읽으실 때는 자녀의 해당 학년부터 시작하셔도 무방하겠다. 동화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의 해당부분을 다시 찾아 읽으시면 또 새롭게 다가올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의 독자 대상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도움을 받을 분들은 자녀의 독서에 관심은 있으나 쉽게 접근이 안되던 학부모님들이라 생각한다. 웬만한 양육서보다도 옆에 끼고 있으면 더 좋을 책이다.

어린이들은 균형있게 자라야 한다. 책이 그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축인 것은 분명하고, 많은 부분 걱정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책으로 갈 수 있는 세계, 인생에서 그걸 모른다는 건 엄청난 걸 놓치고 있는 것이기에 먼저 체험한 이들이 이토록 애타게 권하며 안내하는 것이다. 저자님들의 진심이 많은 곳에 가닿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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