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27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5년 12월
품절


어머니는 늘 내게 진정한 통속의 의미를 깨달으면 누구도 그걸 함부로 비웃을 수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문제는 상상력의 솔직함이야. 산다는 건 알고보면 굉장히 간단하거든. 남녀가 만났다. 사랑했다. 도중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헤어졌다. 말하자면 그런 거지. ...방송 작가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머리로 꼭 한 번 쓰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대신 써주면 돼. 삶이 반드시 기발할 필요는 없어. 통속은 아름다운 거란다. 중요한 건, 얼마나 진탕 울고 웃었냐는 거지."-12쪽

그는 말한다. 역사의식에 선행하는 것이 직업의식이라고. 군인이 철저한 군인으로서의 직업의식만 가지고 있었다면 결코 쿠데타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20쪽

늦가을의 바람이 제법 찼고, 해뜨기 전의 구름들은 파란 잉크가 번진 솜뭉치 같았다. 비가 한차례 내리면 곧이어 지상엔 영하의 날씨들이 닥칠 거였다. 겨울, 만물이 어둠 속의 흐느낌처럼 가냘퍼지는 겨울.-24쪽

"의사가 뭐라든? 안 좋대니?"
"축하해. 약간이긴 하지만 암 수치가 떨어졌대요. 항암 주사를 한 번 더 맞재. 택솔이라고 좋은 약이 있대요. 머리도 빠지지 않고. 백혈구도 안 줄어드나 봐. 그 약 하나 만들려면 백 년 묵은 주목나무 백 그루가 필요하다고 그러던데."
"그럼 내 몸속으로 주목나무 백 그루가 들어앉는 셈이네? 어서 맞고 싶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37쪽

후회되는 일이 몇 가지 있긴 하지만, 난 누군가 날 다시 젊어지게 해준다고 하더라도 다시 그리로 돌아가진 않을 거야. 젊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힘든 일이거든.-41쪽

네 밖과 안 어디에도 가고픈 나라를 세우지 마라. 알았니? 그럼 사는 게 너무 고달파지고, 나중엔 나처럼 이렇게 병들고 마는 거야. 너는 너를 괴롭히지 않으며 살았으면 해. 자신을 상할 정도로 괴롭히는 건, 문학이나 혁명, 혹은 천금의 값어치가 있는 그 무엇이건 간에 옳지 않은 거야. 엄마는 젊어서 그걸 몰랐어. 내 고집만을 실컷 부리며 살았지.상이 넌 아직 시간이 많으니, 지금부터라도 보이지 않는 어떤 곳에 있는 구원을 기대하며 살라구. 그건 네가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야. 원래부터 있었고, 완벽하게 존재하지. 또 항상 너를 기다리고 있어.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절대자가 너에게 주는 값없는 선물인 거야.

나더러 교회에 다니라는 거야?

아니야. 꼭 그렇게만 생각하지 마. ..어떤 방법으로든, 어떤 형태로든 널 받아줄, 네 영혼과 육체를 온전히 맡길 수 있는 영토가 어딘가에 있다는 걸 믿으며 살란 말이야. 믿으라는 거지. 믿어. -51쪽

시는 소설과 조금 달라. 시는 첫사랑 같은거지. 한번 떠나면 다신 돌아오지 않아. 그런데 내게서 떠났거든.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땐 이미 첫사랑이 아니겠지. 달라졌을 테니까. 나는 지난 5년 동안 주변의 많은 시인들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치며 살아가고 있는 걸 보아왔어. 분명 자기 자신도 느끼거든. 시가 떠나버렸다는 걸. 그런데도 한번 시인이었으니 평생을 시인으로 우기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난 그러긴 싫어. -109쪽

보통의 경우 인간들은 젊어선 무엇이 되고 싶어 잠을 못 이루다가, 조금 더 나이가 들고 나선 아무것도 되지 못한 스스로를 불안해하며 숱한 밤들을 뜬 눈으로 지새우곤 한다.-221쪽

인이 박인다는 것처럼 가슴 저며오는 표현이 어디에 따로 있을 것인가. 뭐든 제대로 해내려면 그래야 할 거였다. 끊을 수 없어 차라리 마취된 고통. 내 소설도 한때 내게 그러했다.-327쪽

기실 우리네 삶은 수채화가 아닌 유화가 아닐가. 성숙한 인간이라면 우선 세상의 바탕을 마땅히 고통스럽고, 슬프고, 쓸쓸하고, 외로운, 곧 어둠의 색으로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대신 살아가는 동안 내내 점차 희망이나 보람 같은 것들을 대변할 만한 밝은 색깔들을 스스로 찾아내어 그 비관적인 인식 위에 덧칠하며 제 평생의 아름다운 그림 한 장을 완성시킬 것! 그리하여 마르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설혹 덜 되었다 하더라도 늘 다 그린 그림처럼 세워두어야만 하는 유화의 작법은, 인생이 지닌 속성과 너무나 흡사해 자못 섬찟하기까지 하다.-406쪽

나는 그녀가 제 이마를 짚으며 단성사의 간판을 올려다보고 있을 때 비로소, 지금 저 여자를 마음 상하게 하고 있는 것은 단지 망가진 스케줄 정도가 아니라 뭔가 은밀한 곳으로부터 연유한 상심이라는 걸 눈치 챘다.-416쪽

별나라로 가려는 사람, 아흔아홉 마리 양떼를 모두 죽이고도 나머지 한 마리마저 찾아 옮아가려는 돌림병보다 모진 마음, 나도 귀화식물의 시앗으로 저이의 옷깃에 묻어 황폐한 땅을 밟아봤으면. 나 외엔 아무것도 자랄 수 없고, 나 사라진 뒤엔 사막만 남게 되는 그런 세계로.-431쪽

어느 날 불현듯 스스로가 연약한 초식동물로 느껴진다면. 일단 씹으면 모두 제 것이라며 가책없이 삼켜버리는 육식동물이 아니라, 금방 목구멍으로 넘어간 한 줌의 기억조차도 믿지 못해 자꾸자꾸 되새김질하는 소심한 초식동물로 여겨진다면. 또 소라든가 양, 염소 같은 초식동물들만 번제의 제물로 쓰여지는 것이 억울하다면. 왜 유순한 초식동물의 각을 뜨고 피를 뿌려, 교활하고 무정한 육식동물들의 죄를 씻어야 하는지 신에게 따져 묻고 싶다면. -481쪽

서너 시간쯤 뒤, 아시아나 항공 oz 602편은 김포공항으로 하강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구름층을 지나는 그 1,2분 동안, 창 밖은 하얗게 바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인생 역시 마찬가지라고 나는 생각했다. 발이 땅에 닿으려면, 여러겹의 모호한 시절들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이다. 너무 순결하고 밝아 시야를 가리는 것도, 결국에는, 어둠처럼 어둠이다.-5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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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3-05-19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저는 이응준을 읽겠다 읽겠다 하고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뽑아주신 밑줄들 읽어보니 한번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봐야겠습니다.


LAYLA 2013-05-20 13:45   좋아요 0 | URL
괜찮습니다. 스토리로 읽는 작가가 아니라 읽고 나서 무얼 읽었는지 몽롱하긴 하지만 미문들의 매력으로 충분하다 싶어요.
 
두근두근 우타코 씨
다나베 세이코 지음, 권남희.이학선 옮김 / 여성신문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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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코 씨는 77세의 여성으로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독신생활을 즐기는 노인이다. 다나베 세이코의 통통튀는 캐릭터가 어떻게 77세의 할머니로 살아났을지 궁금하여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우타코 씨는 독립심 넘치고 쿨하고 동시에 지난 세월을 잘 살아낸 사람만의 단단함을 간직한 멋진 신여성노인이다. 캐릭터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별점이 3개인 이유는 이 소설이 큰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장 별로 이런 저런 소소한 사건을 기술하는 마치 수필같은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필은 수필로서 담백하고 현실감이 있을 때 매력적인 것인데 이 책은 현실에선 보기 힘든, 다분히 작가의 바람과 판타지가 담긴 연예인 같은 캐릭터를 설정해놓고 기술방식은 그에 비해 너무나 차분해서 중반을 넘어서고부터는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이라면 초고령화 사회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 노인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엿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소설이 현실의 반영이라 본다면, 이 소설은 21세기 일본사회를 보여주는 사료로서도 기능할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한 부분에서 일본의 현재를 잘 보여준다. 불당에 가면 '자식에게 추한 꼴 보이지 않고 꼴까닥 바로 죽을 수 있는 부적'이 있다거나, 시청 구청이 행정차원에서 나서서 노인들의 반려자 찾기를 지원한다거나, 노인들만을 위한 성교육 강좌가 있다거나. 우리나라에서도 10년 20년 내에 경험할 일들이 아닐까. 내가 살아갈 노년의 사회란 저런 모습이 아닐까 약간의 상상에 잠기는 재미가 있긴 하였지만 분명 소설에서 기대할만한 독서경험이 아니기는 하였다. 최근 유행하는 무연사회 등 사회과학 서적과 같이 읽는다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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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3-05-19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다나베 세이코-
지루하다고 하셔도 읽어보고 싶어지는걸요.

LAYLA 2013-05-20 13:47   좋아요 0 | URL
뭘 써도 기본은 하는 작가지요^^
 
두근두근 우타코 씨
다나베 세이코 지음, 권남희.이학선 옮김 / 여성신문사 / 2007년 11월
품절


어찌됐건, 스스로 역경을 헤쳐나왔다고 자부하는 나는 잘난 글줄이나 훈시 따위만 늘어놓을 뿐 정작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인간들한테는 도무지 공감할 수 없다.
'모양'도 때로는 중요하겠지만 형식적이고 사대주의적인 '모양 차리기'에는 반발을 느끼게 된다. '모양'만 밝히는 동안 실체는 점점 변해간다는 게 내 생각이다. -18쪽

일류 회사니 뭐니 하며 목에 힘줘 봤자 넓은 세상 긴 인생에서는 아주 작은 웅덩이일 뿐, 그 안에서 잘난 척해 봤자 내가 보기엔 제 잘난 맛에 헤엄치는 올챙이로구만. 이 아이도 마흔여덟인가 아홉인가, 낼모레면 쉰을 바라보는 나이이건만 그 정도의 성찰도 못하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난다. -38쪽

손가락질 받을 만한 짓도 인생에서는 필요한 법이다. 왜냐하면 그러다 나중에 정말로 괴로운 일을 당하게 되더라도, 다 자신이 뿌린 씨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생길 테니까.

손가락질 받을 만한 짓 하지 않았다고 자랑하는 것이야말로 손가락질 받을 만한 짓 아닐까. -183쪽

여자는 고생을 한다. 남자와 사회, 양쪽으로 고생한다. 하지만 남자는 사회에서 겪는 고생밖에 모르기 때문에 나이를 먹으면 수양을 쌓지 못한 그 심성이 그대로 표출된다. 정년이 지나 아내한테 버림받는 남자 중에 그런 수양을 쌓지 못한 유형들이 많다.

남자는 여자 고생을 해야만 한다. 여자 고생을 한다고 해서 꽃뱀같은 여자들한테 뜯겨 보라는 얘기가 아니다. 자신의 아내와 고생스럽게 어울려 주라는 뜻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내란 자동적으로 자신에게 맞춰주는 존재라는 사고방식 때문에 인격이 진보하지 않는다.-210쪽

"결혼식 장례식이 있는 것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라던데요. 지난번에 tv에서 무슨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동물은 하지 않지만, 인간은 어떤 미개지에서도 결혼식과 장례식은 꼭 한다고요. 인간이 위대한 점이 바로 그거래요."

은근히 나를 가르치는 말투다. 일흔일곱 먹은 나한테 고작 쉰 정도의 여자가 가르치려드는 것은 또 무슨 버르장머리인지.

"허, 그러면 인간이 결혼식, 장례식을 그만두면 되겠구먼. 동물이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것이 자연이기 때문이야. 인간이 자연을 거스르고 있는 게다. 인간도 동물을 본받아서 결혼식 장례식을 그만둬야 해."-333쪽

"색정광은 또 뭐냐? 이건 로맨틱하다고 하는 거야. 나이 칠팔십 되어 아직 낭만이 살아 있으니 얼마나 훌륭하냐. 뭐가 아쉬워 손자, 증손자나 보고 있으라는 거냐? 사랑이니 연애니 찾고 있을 새가 없는 것은 너희들 같이 한참 일할 나이들이야. 너희들은 열심히 일이나 하면 돼. 그래서 늙은이들한테 노령연금이나 열심히 벌어주면 되는거야. 칠팔십 되어서 연애를 못하면 대체 언제 하란 거냐?"-356쪽

사실 여자아이라 해도 서른이 가까워지면 아이디어 풍부하고, 행동력 있고, 의욕과 근성이 있어 옆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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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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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행을 하며 성욕을 참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너무 섹스가 하고 싶다고. 그래서 창녀를 샀는데 창녀의 젖가슴을 만질 돈은 있고 삽입을 할 만한 돈은 없단다. 그 창녀는 이 작가가 맘에 들었는지 젖가슴 만질 돈으로 삽입까지 하게 해주겠다고 흥정을 하는데, 이 작가는 감성팔이로 먹고 사는 분 답게 '비행기 살 돈으로 너를 사면 나는 여행을 할 수 없어 :)' 하면서 훈훈하게 거절했다는 이야기가 이 베스트셀러에 쓰여있다.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대충 이런 스토리. 200달러였던가.

-> 다시 책을 읽어보니 공짜로 가슴만 만지고, 손으로 해주는 게 200달러인데 그 돈으로 삽입까지 서비스 해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야기. 

어쩌다가 아침 먹은 직후에 저 페이지를 읽어서 진짜 토나올 거 같았다. 결벽증이 아니다. 호스텔에서 뒹구는 무개념 철부지들 보면 그래 니들이 좋을때다, 아주 관대히 보살같은 마음으로 알아서 자리 피해주고 당사자들 좋다면 여행자들 불장난 뭔 문제냐 생각한다. 이 글에서 쏠렸던 건 아무리 곱게 봐 줘도 저 글로는 솔직한 저자라는 호평과 감수성 초크초크하네여...☆라는 감상의 2마리 토끼를 잡기는 역부족이라는 거다. 한 우물을 팠어야지. 존나 꼴려서 아무나 꼬셔서 5분 안에 모텔로 들어갔다는 화끈한 스토리나, 아니면 아예 초식남으로 포지셔닝해서 여행하는 동안 금욕의 생활을 하였다는 서정적인 스토리나..(엘리자베스 길버트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책의 서두에 여행의 목표가 celibate라고 선언한다) 이건 뭐 이도 저도 아니고 독자님 기분만 드럽다. 통 크게 대폭할인 제안하셨던 창녀님은 뭔 죄로 이역만리 타국 언어로 활자화된거임?

꼴리면 하던가. 아예 화끈하게 했다고 쿨싴하게 적을것 아니라면 이런 이야기는 일기장에 적는게 작가와 독자 쌍방 모두에게 좋았을거 같다. 글 적을라고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 거야 섹스'로 검색을 해보니 작가의 마초이즘이 이 초크초크 감성 저변에 깔려있어 불편했다는 이가 나 혼자는 아닌듯 하다. 그냥 꼴리면 하는 것이지 굳이 여행=외로움=여자=섹스=창녀(?)  이렇게 흘러가니 어이탱이가 없는 것이다. 아.. 꼴리면. 그냥. 하세요. 외롭다고 핑계대지 말고. 나는 이 마초감성 반댈세..  이제 인세도 많이 받았을테니 다음 책에서는 꼭 200달러를 치른 이야기를 보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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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3-05-08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정말 LYALA님 최고! (하고픈 이야기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해주시니 마음이 뻥! 뚫리는걸요) 근데 은근 좋게 읽으신 분들도 많아서 말을 잘 못하고 있었거든요.

2013-05-08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05-08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라일라님 리뷰 좋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군요. 솔직하다거나 쿨하다기보다는 매춘에 대한 인식의 결여가 아닌가 싶습니다. 매춘을 욕망을 위해서는 할 수 있는 짓 정도'로 인식하는 한국 남성 사회의 비뚤어진 근성이 조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 아니겠습니까. 대한민국에서는 남자와 많이 잔 여자는 창녀 취급을 받고
여자랑 많이 잔 남자는 매력 있는 놈 취급을 받고는 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5-08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남자입니다만. 참, 부끄러운 걸 모르는 거죠. 성매매'에 대해서 말이죠. 이 말은 거꾸로 한국 사회'가 성 윤리에 둔감하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저 에피소드'는 사실 솔직한 글이 아니라 성 윤리에 둔감해서 자신이 한 짓이 부끄러운 걸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 오류입니다.

LAYLA 2013-05-09 01:4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곰곰생각하는발님
제가 책을 다시 보니 작가가 돈을 내지는 않았네요. 본인은 매춘을 한게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금발여자랑 자는건 모든 아시아 남자의 로망이라는 등 글의 행간을 보았을 때 성윤리 부분에 대한 지적에 공감이 됩니다. 부끄러워야 할 건 매춘 그 자체인데, 매춘에 돈을 지불하고 비행기표를 사지 못하는 자신이 더 부끄러울 것이라니..

라로 2013-05-08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어이탱이!!
암튼 역시 레일라님!!!^^

LAYLA 2013-05-09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다시 보니 가슴 만진 건 공짜였네여. 내 참 만지기까지 하고 돈도 안주다니...

프레이야 2013-05-09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이런 베스트셀러(ㅎㅎ)가 있단 말에요? 처음 보네요.
화끈하고 솔직한 리뷰!!! 짱!!
문득 창녀를 추억한 이국의 늙은 작가가 생각나요.^^

의렬 2013-09-21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우연히 보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댓글을 답니다.

책을 얼마나 진지하게 읽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창녀와 섹스라는 단어만 보고 흥분해서 말도 안되는 리뷰를 남기신 것처럼만 보입니다.
아니면 원 나잇 스탠드라는 자극적인 소제목만 보고 그 부분만 읽으셨거나 아니면 책을 읽고서도 섹스라는 자극적인 부분만 기억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 댓글을 다신 다른 분들도 책을 읽으시긴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원 나잇 스탠드에서 작가가 창녀를 사러간 게 아닙니다.
뉴욕에서 대낮에 길을 가다가 창녀를 마주쳤다고 나옵니다.
작가가 냉큼 창녀의 가슴을 만진 것도 아니라 창녀가 자신을 사라며 작가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위에 얹습니다.
'비행기 살 돈으로 너를 사면 나는 여행을 할 수 없어'가 아닙니다.
'내가 만약 너를 살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쿠바에 갈 수 있을텐데'입니다.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창녀를 살 생각도 없었고 사지도 않았으며, 쿠바행 비행기표도 사지 않았습니다. 작가의 여행과는 전혀 상관없이 동떨어진 것들입니다.

금발여자랑 자는 게 모든 아시아 남자의 로망이라는 것과 성윤리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습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여자가 남자에게 성적인 욕구를 느끼는 자체 만으로 문제가 된다면 전세계 모든 사람이 성범죄자이겠습니다.
금발여자랑 잔다=매춘이라고 떠올리는 편협한 사고야말로 그릇된 성 인식으로 보입니다.

외로움=창녀라니요,
이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외로움이 오로지 여자와 섹스에 대한 이야기입니까?
남자로서 여자의 몸에 대한 그리움도 일부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그리고 글을 읽은 저와 제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낀 것은 살아온 모든 익숙한 것을 떠나 나홀로 외딴 땅에 서 있을 때 인간으로서 느끼는 외로움입니다.

멀쩡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게 얼마나 쉬운건지 절감하고 갑니다.
부디 책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읽어보십시오.
만약 그러고서도 책에서의 외로움이 오직 섹스에 대한 갈망으로만 느껴지신다면 LAYLA님께는 감성의 큰 부분이 고장난 것일지도 모릅니다.

변상화 2013-10-25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이 글 리뷰에서 하는 얘기가 ㅅㅅ에 관한 얘기를 그리 강하게 까는데에 놀랐

고 공감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데에 놀랐고(이 책에서 이부분은 아주 잠깐 나왔고,

그보다 더 좋은, 할 얘기들이 많았을텐데) 대댓에 저렇게 말하는 것이 막말인지 시

원하고 용기있게 말하는 건지 구분못하고 칭찬하는데에 놀라네요. 여튼 사람들 생

각이 참 다양한거 같습니다.

LAYLA 2013-10-26 14:47   좋아요 0 | URL
막말인지 비판적 리뷰인지는 이 책과 리뷰를 보는 분들이 판단하시는 거겠죠.

그리고 저 또한, 이 책에는 더 좋은 , 할 얘기들이 많기 때문에 제가 문제의식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에 대해서 많이 놀랍습니다. 저는 지금도 매춘을 소재로 삼아 자신의 감수성을 증명하려 한 글에 대해서는 저것 이외의 평가를 할 수가 없네요. 여튼 사람들 생각이 참 다양한거 같습니다.
 
도련님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읽은 소세키와 달리 아주 재기발랄한 문체라 뜻밖이었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소세키의 천재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소세키의 주인공이라 하면, 아는 것이 많아 슬픈 존재들이었는데 도련님의 주인공인 '도련님'은 명민하고 쿨싘한 청년이지만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고만 생각할 뿐 그것을 자의식으로 연결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저급하고 비열한 세상사에 대해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이전의 주인공들과 달리 부조리에 쉽게 흥분하고 발끈하고 주먹을 날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언뜻, 고상하고 세련된 이전의 주인공들에 비해 띨띨해 보이기도 하는데 바로 그 모습을 잘 포착하여 살아있는 목소리로. 하나의 허점도 없이 일백 퍼센트의 설득력으로 그려내는 소세키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똑똑한 척보다 더 어려운게 덜 떨어진 척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이런 소세키느님 같은 조상을 둔 나라에서 오쿠다 히데오, 가네시로 가즈키, 야마다 에이미 등 통통 튀는 작가들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소설의 구성이나 형식으로서도 21세기의 소설과 비교하여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모던함을 보여준다. 도련님과 도련님의 하녀 '기요'의 관계는 소설 초반과 후반부에만 집중적으로 묘사되지만 그 둘의 관계가 자아내는 애틋한 분위기가 소설 전반에 자리잡고 있는 점, 어찌보면 도련님의 좌충우돌 사회생활기와 기요와의 관계는 전혀 동떨어진 소재임에도 그 두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전혀 이질감없이 한 편의 이야기로 엮이고, 마지막에 이르러 고작 한 두 문단으로 깔끔하게 맺어지는 결말(그러면서도 독자의 가슴은 울리는...)까지 개인적으로는 그 구성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역시 소세키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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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3-04-3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세키의 단편이 그렇게나 훌륭하다고 여깁니다.
역시 소세키님이죠. :)

LAYLA 2013-05-03 06:47   좋아요 0 | URL
이북으로만 봐야 하니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습니다. 한국가면 종이책으로 단편까지 보고 싶네요

네꼬 2013-05-0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세키느님. ㅎㅎ 저도 읽어보겠어요. 한 작가 따라읽기 재밌는 것 같아요. 저도 요새 동화를 그러고 있습니다. (시간도 많고~)

LAYLA 2013-05-03 06:48   좋아요 0 | URL
따라읽기는 재미있지만 보통의 경우 처음 본 작품보다 뛰어난 작품을 발견하기는 어렵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