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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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은 소세키와 달리 아주 재기발랄한 문체라 뜻밖이었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소세키의 천재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소세키의 주인공이라 하면, 아는 것이 많아 슬픈 존재들이었는데 도련님의 주인공인 '도련님'은 명민하고 쿨싘한 청년이지만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고만 생각할 뿐 그것을 자의식으로 연결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저급하고 비열한 세상사에 대해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이전의 주인공들과 달리 부조리에 쉽게 흥분하고 발끈하고 주먹을 날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언뜻, 고상하고 세련된 이전의 주인공들에 비해 띨띨해 보이기도 하는데 바로 그 모습을 잘 포착하여 살아있는 목소리로. 하나의 허점도 없이 일백 퍼센트의 설득력으로 그려내는 소세키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똑똑한 척보다 더 어려운게 덜 떨어진 척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이런 소세키느님 같은 조상을 둔 나라에서 오쿠다 히데오, 가네시로 가즈키, 야마다 에이미 등 통통 튀는 작가들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소설의 구성이나 형식으로서도 21세기의 소설과 비교하여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모던함을 보여준다. 도련님과 도련님의 하녀 '기요'의 관계는 소설 초반과 후반부에만 집중적으로 묘사되지만 그 둘의 관계가 자아내는 애틋한 분위기가 소설 전반에 자리잡고 있는 점, 어찌보면 도련님의 좌충우돌 사회생활기와 기요와의 관계는 전혀 동떨어진 소재임에도 그 두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전혀 이질감없이 한 편의 이야기로 엮이고, 마지막에 이르러 고작 한 두 문단으로 깔끔하게 맺어지는 결말(그러면서도 독자의 가슴은 울리는...)까지 개인적으로는 그 구성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역시 소세키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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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3-04-3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세키의 단편이 그렇게나 훌륭하다고 여깁니다.
역시 소세키님이죠. :)

LAYLA 2013-05-03 06:47   좋아요 0 | URL
이북으로만 봐야 하니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습니다. 한국가면 종이책으로 단편까지 보고 싶네요

네꼬 2013-05-0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세키느님. ㅎㅎ 저도 읽어보겠어요. 한 작가 따라읽기 재밌는 것 같아요. 저도 요새 동화를 그러고 있습니다. (시간도 많고~)

LAYLA 2013-05-03 06:48   좋아요 0 | URL
따라읽기는 재미있지만 보통의 경우 처음 본 작품보다 뛰어난 작품을 발견하기는 어렵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