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최선의 자아. 이는 몇백 년간 우저으이 본질을 정의할 때면 반드시 전제되는 핵심 개념이었다. 친구란 자기 내면의 선량함에 말을 건네는 선량한 존재라는 것. ...오늘날 우리는 서로 최선의 자아를 긍정하기는커녕 그것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우정이라는 결속을 만들어내는 것은 오히려 우리 자신의 감정적 무능-공포, 분노, 치욕-을 인정하는 솔직함이다. 함께 있을 때 자신의 가장 깊숙한 부끄러움까지 터놓고 직시하는 일만큼 우리를 가까워지게 만들어지는 것도 없다. ...우리가 원하는 건 상대에게 알려졌다는 느낌이다. 결점까지도 전부. 그러니까 결점은 많을수록 좋다. 내가 털어놓는 것이 곧 나 자신이라는 생각, 그것은 우리 문화의 대단한 착각이다. - P28
레너드와의 우정은 내가 사라의 법칙을 들먹이면서 시작됐다. 사랑의 법칙엔 기대가 수반된다. "우리는 하나야." 나는 레너드를 만나자마자 결론을 내겼다. "너는 나고, 나는 너야, 서로를 구원하는게 우리 의무고." 이런 감상이 헛다리를 짚은 것이었음은 몇 해가 지나서 깨달았지만. 사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이라는 영토를 힘겹게 횡단하다 국경이 맞닿은 곳에서 이따금 만나 서로에게 정찰 기록을 건네는 고독한 두 여행자다. -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