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속의 세상, 세상속의 교회>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
-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 법학자 김두식이 바라본 교회 속 세상 풍경
김두식 지음 / 홍성사 / 2010년 1월
평점 :
그렇습니다. 나는 기독교인입니다. 더 자세히는 가톨릭 신자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가톨릭은 기독교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분들을 만나면 묻지도 않는데 나는 꼭 얘기합니다. 가톨릭도 기독교거든요... 개신교가 가톨릭에서 분파한거잖아요...........
나는 사실 개신교 신자였습니다. 어렸을때 놀이터에서 놀다가 사탕준다는 말에 홀랑 넘어가 다니기 시작한 교회입니다. 설렁설렁 가다안가다 교회가 결혼 후, 시누이 덕에 확실한 신앙이 되었습니다. 주일마다 시댁 식구들과 서울시내 한복판의 대형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보수적인 것은 강압적인 것과도 일맥상통하는지 시누이는 꼭 그 교회 그 목사님만을 강조하고 강요했습니다. 그 외의 것은 모두 이단이었습니다. 시내 한복판의 교회에서 예배가 어려울때는 가까운 곳에 있는 교회 지부에서 스크린을 통해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렇게 몇년을 교회에서 보냈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때로는 누가 알아줄까봐 미리 몸을 사리면서 주일예배만은 꼭 참석했죠. 내가 예수님을 믿는 것이지 사람을 믿는것은 아니므로 사람들과 굳이 섞일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예배 중에 교회에 불신이 생겼습니다. 교회 어디를 둘러봐도 하느님이나 예수님이 아닌 목사님에 대한 칭송이 넘쳤습니다. 불현듯 너무나 낯설어진 교회... 내가 믿는 것은 목사님이 아니란 생각... 그길로 가족을 챙겨 예배 중에 교회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후 주일마다. 이 교회 저 교회를 전전했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교회에 대한 믿음이 없기에 주일마다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는 어린양이 된 것이죠. 그렇게 몇달을 또 전전하다가 학생때 가톨릭 신자였던 남편이 성당을 생각해 냈습니다. 그렇게 나는 가톨릭 신자가 되었습니다. 성당에도 권위적인 신부님은 계시고, 형식도 많고, 강제적인 행사도 많지만 공동체 생활은 확실히 하고있고, 예수님에 대한 믿음은 훨씬 더 안정되었고, 봉사에 대한 개념도 생겼습니다. 공동체 안에 확실히 함께 있다고 느끼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기독교인이며, 가톨릭 신자임을 자랑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줍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전히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 이해되지 않기도 합니다. 자신들만의 정의를 부르짖으며 행하는 타민족에 대한 명백한 살인행위들을 왜 방관하시는 건지, 한겨울에 갈 곳도 없는 사람들을 내쫓는 공권력의 부당함을 왜 그냥 보고만 계시는건지, 옳지 않은 일을 하느님의 일로 행하는 것을 왜 두고 보고 계시는건지.... 윌리엄 폴 영의 소설 <오두막>의 맥은 자신의 막내딸이 살인범에게 살해되도록 방관하신 하느님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나 역시도 하느님이 하신일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엔 이토록 부당한 일들이 항상 넘쳐나고 있으니까요. 폴영은 말합니다. 불가능이란 없으신 하느님은 세상의 악을 수용하신다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하느님은 살인범까지도 사랑하고 계신다고. 아직도 나는 여전히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분의 존재를 부정하지 못합니다. 그분은 틀림없이 우리 안에 거하시며, 우리가 서로 사랑을 나누길 원하신다고 믿습니다.
김두식 교수님의 교회 공동체에 대한 생각에 많은 부분을 공감합니다. 교회는 세상의 권력과 함께 공존할 수 없는 곳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의 공동체,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공동체, 그리하여 이웃과 함께 하는 공동체여야 합니다. 세상의 권력에 따라 발 딛을 곳을 넓혀가며, 나와 다른 사상, 다른 종교, 다른 계층을 구분짓고 배척하는 것은 예수님의 사랑이 아닙니다. 그러나 너무도 번번하게 너무도 태연하게 많은 기독교신자들이 예수님의 사랑에 반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리고 주일이면 교회안에서 자기 자신들의 안위와, 번성을 위해 기도합니다.
처음에는 책 제목을 건성으로 보았는데, 이제는 너무나 선명하게 읽힙니다. 사회 속의 지위가 교회 안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사회의 가치와 권력이 교회 안에서도 그대로 공존하며 존중된다면 진정 교회를 통해 예수님이 이루고자 하신 사랑은 교회안에 머물지 않습니다. 무한경쟁, 무한성장만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서로 돕고, 서로 사랑하며, 서로를 위해 봉사하는 교회 공동체를 꿈꾼다면 너무 느슨하고 결국엔 도태할 수 밖에 없는 믿음이 될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두식 교수님은 말합니다. 형식에 매몰된 오늘날의 교회속 세상을 버리고 예수님이 강조하신 본질이 무엇이었나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교회 공동체 회복의 길이며, 당장 교회에서 무엇을 새로 시작해야 할지 교인이라면 모두 고민하자고... 그리하여 지친 세상 속의 진정한 등불이 될 수 있는 교회를 만들자고.
하느님은 언제나 내 편이니 언제나 나만 승리할 것이라는 독선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기독교인은 배려없는 이기주의자들이라고 짐작하고 눈살부터 찌뿌리는 사람이나 모두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