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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멀라마 자이, 꽃을 보며 기다려 다오 - 네팔의 어린 노동자들을 찾아 떠난 여행
신명직 지음 / 고즈윈 / 2010년 2월
평점 :
늦은 점심을 먹으려 했다. 우동과 유부초밥 2개와 김밥 3개를 하나로 묶은 우동정식을 시켜놓고 네팔의 어린 노동자를 찾아 떠난 여행을 펼쳤다.
초저녁부터 폐비닐을 주우러 다니던 아이들이 사원의 처마 밑에 아무렇게나 구겨져 잠들었다.
유부초밥을 깨물고, 우동국물을 마셨다.
툭 치면 금방 무너져버릴 것 같은 벽돌집에서 건기인 겨울에만 벽돌을 만드는 작은 마을에, 언제라도 마을에서 도망쳐 도시로 떠나고 싶어하는 꼬마들이 있었다.
우동을 몇가닥 건져 먹고, 김치를 우적우적 씹었다.
갸냘픈 손목으로 쇠망치를 쥐고 돌을 깨며, 웃는 듯 우는 듯한 눈빛으로 거멀라마 자이를 부르는 소녀가 있었다.
밥알은 모래알 같았고, 우동가닥은 얇게썬 스티로플 같았다.
"흙 그릇에 꽃을 심어서, 꽃이 피었어요, 거멀라마 자이.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기다리라고, 거멀라마 자이. 나는 떠난다고.... 나는 가는데, 기다려 달라고....."
더 이상은 목구멍으로 아무것도 넘길수 없었다.
처음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그때도 시대를 앞선 자본가들에게 어린아이들은 노동력 착취의 대상이 었다지. 그 아이들을 밟고 선 꿈의 땅 자본의 나라들은 자꾸만 자꾸만 비대해져 더 싼 노동력과 더 많은 물건을 팔려고 제 나라를 떠나기 시작했다지. 그리고 지금쯤은 어느 오지, 어느 시골 마을에도 코카콜라 간판이 태양처럼 빨갛게 빛나고 있겠지.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비대해진 그들은 왜 더 싼 노동력을 찾는걸까. 자꾸만 비대해져 그만 뻥! 터져버리면 어쩐다지. 미리미리 다이어트 좀 하지......
어른들이 뭐 그래. 처마밑에서 구겨져 잠든 아이들을 두들겨 쫓아내지 말고, 그 아이들이 잠들 곳을 마련해 주면 안되나.
아니 그 전에,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카펫따위는 사지 않겠다는 보이는 선행만을 행한 잘사는 나라 소비자들이 제 값을 주고,
물건을 만든 생산자와 제대로 된 거래를 하면 안되나.
아니 그 전에, 아직 짧은 삶을 살았을뿐이데도 죽도록 얻어맞고 죽도록 일했던 기억밖에 없는 아이들이 고향마을을 떠나
불나방처럼 도시로 모여들지 않도록 고향마을을 살만큼 만들어 주면 안되나.
아니 그 전에, 마을에 길이 닦이면 제일먼저 선다는 코카콜라 간판 대신 마을에서 땀흘려 특산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그들만의 공동체를 세워주면 안되나.
아니 그 전에, 더 잘 살아보겠다고 더 많이 쥐어보겠다고 더 높이 올라가보겠다고 난장이들을 짓밟으며 신자유니 세계화니 부르짖는 빛좋은 개살구 따위는 지구밖으로 날려버리면 안되나......
그런데, 그런데 정말 이상하다.
물리고 뜯겨 아픈 눈물을 짓는 이 아이들은 어쩌면 이렇게 예쁘게 웃는걸까.... 눈이부셔 바라보기가 힘드네..
공생무역.
공정무역과도 일맥상통하지만 공정무역은 다국적기업을 통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생산자를 우선시 하는 무역을 말한다면 공생무역은 다른 나라의 생산자와 또 다른 나라의 소비자를 모두 함께 만족시키켜 함께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저자는 모두가 공생하는 미래를 꿈꾼다. 내 생각에는 꽤 괜찮은 미래라고 생각되는데...... 당신은 어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