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사교육>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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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사교육 -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학부모를 위한 교육 필독서
이범 외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유난히 낯갈이가 심해서 옆집에 누가사는지도 모르고 집안에서만 아이를 키운 나는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을 무렵부터 같은 또래의 아이 엄마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어울림은 왜곡된 아이사랑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되었다. 뭐가 뭔지 모르고 마냥 놀기만 했던 우리아이는 영어는 커녕 그때까지 한글도 떼지 못했고, 방문학습지며, 미술교육이며 전무한 상태였다. 이웃 엄마들의 말을 들어보니, 우리아이는 모든 면에서 늦어도 한한참 늦은 아이였다. 엄마들은 하나같이 그상태로 학교에 입학한다면 무엇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것이라고 했다. 나는 갑자기 불안했다. 답답한 엄마 만나서 똑똑한 우리애가 바보가 되게 생겼구나.......
아이는 그때부터 피아노다, 미술이다, 학습지다, 한글이다, 가베다....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등2년 까지 온갖것을 배웠다. 그래도 난 다른엄마와 다르다며, 아이를 산만하게 만드는 태권도보다는 검도를 시켰고, 특별히 호기심이 많은 아이니까 삼십분 거리에 있는 영재과학교실을 직접 운전해 데려다주고 두시간을 기다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고, 문법이나 공부로 하는 영어는 아이에게 재미를 주지 못하니 영화를 보며 영어를 체득한다는 특별난 영어학원을 다니게 했다. 그리고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그때까지 시험점수는 잘 나온다고 아이가 똑똑하다며 엄마들을 모아놓고 자랑삼기를 즐겼다. 그렇게 2년을 넘길 무렵부터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는 일이 잦았으며, 학교 이야기는 하고싶어 하지 않아했고, 남의 물건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급기야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씀을 하기에 이르렀다.
아이가 산만하다고 했다. 도통 집중을 하지 못하는데도 시험점수는 잘나오니 집에서 엄마가 많이 잡는것 아니냐는 말도 했다. 지금이야 저학년이니 대충 통밥으로 통하지만 학년이 높아지면 산만해서 학교공부를 따라갈 수 없다고도 했다.
나는 기가 막혔다. 아이는 그때까지 어딜가도 그림처럼 얌전하다는 소릴듣는 아이였다. 산만하다는 말은 도통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보기에도 도대체 우리애가 산만하다면 다른애들은 '그림처럼'이 아닌 진짜 '그림'이란 얘긴가....
아이가 유치원 무렵 다른애들보다 배운게 없어 고민했던 것은 문제도 아니였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 였다. 답답한 엄마 만나 똑똑한 애가 바보가 된 상황은 이제 현실이 된 것이었다.
나는 다시한번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아이가 산만하게 된 이유, 아이가 선생님을 싫어하게 된 이유, 아이가 학교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유, 아이가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이유, 아이가 더이상 웃지않는 이유............
학원을 하나씩 정리했다. 그리고 대신 놀이치료를 다니기 시작했다. 삼개월정도 놀이치료를 하면서 아이는 웃는날이 많아졌다. 그리고 3학년이 되면서 모든 사교육을 그만두었다. 아이는 학교 외에는 다니는 곳이 없다. 그리고 지금 아이는 날마다날마다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아이의 웃음소리가 까마귀 소리처럼 까룩까룩 커졌다. 그리고 나는 인간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알고자하니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어느날 인터뷰기사를 통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란 곳을 알게 되었고, 등대지기 학교 온라인 수업을 신청했지만,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고 시간이 여의치 않아 등대지기 학교 수업을 들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메일을 통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소식은 꾸준히 듣고 있었고, 조그만 소책자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을 구입해 이웃 엄마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수첩만한 책자를 나눠주면 모두들 한결같이 말한다. "정말 이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
그러나 그건 소극적인 바람일 수 밖에 없다. 내 아이를 담보로 사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아이가 도태되지 않고 세상에 살아 남을 수 있을지, 어미들은 본능적인 걱정에 쌓여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 공장에 조립공으로, 정수기 코디로, 전화 상담원으로 오늘도 바쁘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배짱으로 하나밖에 없는 금쪽같은 내새끼를 이렇게 팡팡 놀리고 있나..... 그건 나도 모르겠다. 어느날 갑자기 배짱이 두둑해졌다. 내가 동동거리지 않아도 아이가 세상을 잘 살아낼 것이라는 믿음, 생각보다 아이가 강하다는 믿음, 받아먹는 교육에 세뇌된 아이들 보다는 자유로운 행복한 어른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어느날 부터 갑자기 생겼다.
내가 지금껏 생각해 온 '성공한 인생'에 대한 설계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직접 내 손으로 내 생각으로 완성한 설계도가 아니었다. 나역시 세뇌되어 온 것이다. 성공이나 행복은 '상위'의 개념과는 관계없는 것이다. 1등했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행복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이는 소중하고 어여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 '굿바이 사교육'은 등대지기학교의 수업내용을 엮은 것이라고 한다. 등록만 해놓고 1시간도 수강을 못했던 나에게는 정말 행운같이 다가와준 책이다. 강의를 맡은 강사마다 나름대로의 교육철학이 있는 분들이다. 그러나 사교육이 아이를 망치고 우리의 미래를 망친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분들이다.
교육평론가 이범은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에 대한 전체적인 맥락과 교육문제의 핵심 용어들, 요즘 한참 이슈인 입학사정관제도 등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법제화된 제도에 관한 글은 머리가 아파 별로 읽고 싶지 않은데 이분의 설명은 쏙쏙 잘도 들어온다. 주입식 교육은 결국 기득권세력의 체제 유지 방법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되니, 내아이가 그들의 박자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 또한 이해하게 되었다.
딸 솔빛이를 원어민 수준의 영어실력으로 키워낸 이남수 선생님의 강의를 통해서는 어떠한 육아서도 내아이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남들이 말하는 어떤 좋은것도 내 아이에게는 내 아이만의 박자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내 아이에게도 약이 된다.
부모가 가진 인지환경이 곧 아이의 인지환경이 된다는 이우학교의 이수광 선생님,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라는 신을진 선생님, 애를 놀리더라도 목적의식을 심어주는데 게을르지 말아야 한다는 조기숙 선생님,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연대를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현재 우리의 문제를 직시하게 하는데 있다고 말하는 부산 인디고 서점의 허아람 선생님, 그리고 얼마후 올 사교육 걱정없는 온전한 세상을 위해 오늘의 발판될 각오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꾸려가고 있는 송인수 선생님, 이들은 내아이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이와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기에 행동하는 등대지기이다.
입시를 위한 주입식 교육이 체제유지의 방편에 지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인지한 내가 갑자기 용기백배해서 아이에게 물었다.
"너 홈스쿨링 할래...?"
"정....말..?"
아이가 좋아서 펄펄 뛸줄 알았는데 의외로 시큰둥하다. 이 엄마가 믿음직하지 못한 것일까 왠지 서운한 생각이 들어 다시 물었다.
"방학에 하루종일 같이 놀고, 돌아다니고, 요리하고 재밌지 않아?"
"재밌고 좋은데........ 친구가 없잖아...."
"........."
나는 정말 너무나도 저돌적이고, 무식하고, 단순하며, 답답한 엄마인게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