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백번 죽었다 살아난대도, 저는 역시 가난하게 살면서 가난한 아이들 곁에 있고 싶습니다. 이대로 죽으라면 죽겠습니다. (56쪽)
* 우리 자신이 햇빛을, 공기를, 물을 생산한다는 사람은 미친 사람일 것입니다.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하늘과 바람과 세계입니다. 절대 천 원짜리 지폐나 하나의 손가방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188쪽)
*하느님 나라는 절대 하나 되는 나라가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는 일만 송이의 꽃이 각각 그 빛깔과 모양이 다른 꽃들이 만발하여 조화를 이루는 나라입니다. 꽃의 크기가 다르고 모양이 다르고 빛깔이 달라도 그 가치만은 우열이 없는 나라입니다. (207쪽)
*가난한 사람만이 가장 착하게 살 수 있습니다. (233쪽)
*권 선생님 편지 보고, 그렇게 돈이란 걸 잊어버릴 수 있는지, 참 놀랍고 부러웠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모든 물질적인 욕망을 끊어 버리는 데서 아동문학의 정신이 싹트는 것이라 봅니다. (245쪽)
*결국 인간은 최악의 고통에서만이 진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배고픈 사람이, 추운 사람이, 질병의 아픔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결코 점잖을 수도 없고, 성스러울 수도 없고, 거룩할 수도, 인자할 수도, 위엄이나 용기도 가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232쪽)
편지 곳곳에는 이오덕, 권정생 선생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가난하게 늘 세상 약한 사람 편에 서며 살아갔던 두 선생님. 그립다.
*지난밤 꿈엔 어머니를 뵈었어요. 언제나처럼 노동에 시달린 그 모습 그대로 다래끼에 인동꽃을 따 담고 개울물을 힘겹게 건너고 계셨어요. (242쪽)
*선생님, 쌀밥 먹고 고기 먹고 나면 불쌍했던 어머니 생각이 나서 더 괴롭습니다. (258쪽)
*선생님, 어머니께서 생전에 하시는 말씀이 항상 '사는 데까지 살자'하셨던 게 많은 위로가 됩니다. 혼자 있으니까 울고 싶을 때 실컷 웁니다. 선생님도 힘을 내세요. (291쪽)
*어딜 가도 무엇을 해도 누구와 같이 있어도 자꾸 목이 메고 눈물겨워집니다. 요즘처럼 울면서 지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께 써 놓고 못 부친 편지 함께 보냅니다. (313쪽)
어머니 꿈을 꾸고 생일을 알았던 모습, 지독하게 아파 고통으로 몸부리치는 장면, 어머니를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모습과 목이 메고 눈물을 흘리는 선생님 모습들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그렇게 아프고 아파서 권 선생님 동화가 슬픈가 싶다. 아프다. 나도 편지를 읽으며 아팠다.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떳떳함만 지녔다면, 병신이라도 좋겠습니다. 양복을 입지 못해도, 장가를 가지 못해도, 친구가 없어도, 세끼보리밥을 먹고 살아도, 나는 종달새처럼 노래하겠습니다. (13쪽)
이오덕 선생님이 아파 밥을 못 드실때 권 선생님한테 전화가 와서 죽기살기로 드시라고, 오백 번 씹으면 죽보다 잘 넘어간다고 야단을 친다. 그렇게 돌아가실때까지 서로 곁에 계셨다. 권정생 선생님은 재밌게 유언장을 남기셨다. 죽은 뒤 환생한다면 스물다섯 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 연애하고 싶다는 말. 웃음이 나면서도 참 슬펐다. 그러니 더 슬펐다.
권선생님은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 빌며 고통스럽게 '어머니가 사시는 먼 나라'로 떠나신다. 마지막 이오덕 선생님 시와 권정생 선생님 유언장을 보고 책을 덮으며 가슴이 먹먹해져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사랑할 수 있구나. 서로를 위로하며 이렇게 힘이 될 수 있구나. 난 이런 사람이 있을까. 난 이렇게 살고 있을까... (2015.11.1 민들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