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이의 비닐우산 우리시 그림책 6
윤동재 지음, 김재홍 그림 / 창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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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움직이는 책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런 책이 좋은 책이다. 언젠가 그림책 공부를 하다 기억난 제목이 눈에 띄어 도서관에서 꺼내보았다. 먼저 그림이 눈과 가슴에 들어온다. 한 편의 애니매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며 금새 빠져든다. 그림은 영이와 할아버지시선으로 번갈아 바뀐다. 책을 읽다보면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학교 앞 문방구에 어느새 나는 서있다. 그렇게 내가 들어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림이 주는 힘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윤동재 시인이 쓴 시집 '재운이'에 나온 시로 만든 그림책. 시보다 훨씬 더 큰 울림을 준다.  

 

 "미친 영감태기 아침부터 재수없게 또 우리 담벽에 기대어 늘어졌노."

 

 마치 옆에서 소리치는 것처럼 실감나게 내 귀에 박힌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거지할아버지는 잠들어 있다. 나도 걱정된다. 그래도 나라면 그냥 지나갔을꺼다. 하지만 영이는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살며서 비닐 우산을 씌워 드리고 학교로 뛰어간다. 영이 뒷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비가 그치고 말갛게 개인 하늘 아래 담벽에서 비닐 우산이 꼿꼿이 세워져 있다.

 

"할아버지가 가져가셔도 괜찮은 건데..."

 

 영이 말에 가슴이 찡하며 따뜻해진다. 그 기운이 오래 내 몸을 감싼다. 참 좋은 책을 만나 너무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들에게도 꼭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남을 배려하라는 백마디 잔소리보다 이 책을 한 번 읽어주는게 훨씬 낫겠다.   

 

(민들레처럼. 201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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