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민족이 왜 붉은 악마가 되었는가? - 이오덕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 이오덕 교육문고 10
이오덕 지음 / 고인돌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이오덕 선생님이 마지막 남긴 말씀이다. 사서 읽어본지는 좀 됐는데, 다시 읽고 갈무리해본다.

 

 2002년 월드컵, 그 때 기억이 새록 떠오른다. 하나된 마음, 거리 응원,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뜨거웠던 그때 마음을 기억한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4강까지 올라가며 우리는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다. "대한민국!~짝짝짝 짝짝" 그 때 외침은 그동안 억눌렸던 우리 겨레가 불끈 일어선 기운찬 소리였다. 이오덕 선생님은 이런 붉은 악마를 보며 새로운 빛을 보셨다. 그리고, 스스로 바로 서는 새길을 가자고 외치신다.

 

 "그러니까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내거나 사람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는데서는, 누구든지 모두 저마다 하고 싶은 일을 맡아서 그것을 직업으로 삼아 즐겁게 일하면서, 한편으로 운동이나 노래나 춤 같은 것, 글쓰기 같은 것은 그런 일 속에서 함께하면서 누구든지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곧 일과 놀이와 공부가 하나로 된 삶을 즐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쪽)"

 

 지금 모든 문제가 여기서 오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더 편하게 살려고 더 많이 돈을 벌고, 더 높은 위치에 가려고 서로를 밟고 올라서는 사회에 살고 있다. 옛날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땀흘려 일을 했다. 일하고 사는게 삶 그 자체였다.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들며 일은 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이 아닌 돈으로 바뀐다. 누구 대신 일을 해주고 돈을 받는다. 몸으로 하는 일은 하찮게 여기고 머리로 하는 일을 더 좋게 본다. 쉽게 돈을 버는 일이 좋은 직업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르치려고 하는 바로 그 아이들을 아는 일이다. 아이들 저마다 살아가는 모습, 부모의 직업과 교양과 가정환경, 경제 사정, 아이의 성격과 바람과 버릇...들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알아내기 위해 담임교사는 학년 초 가정방문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이들을 아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아이들이 써 놓은 글을 읽는다. 그 글에는 아이들의 삶과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99쪽)

 

 난 얼만큼 아이들을 알고 다가섰나 싶다. 가정방문은 선생되고 곧 몇 번하고 난 다음 하지 못했다. 뭐가 그리 바뻤는지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는게 부담스러웠다. 겉모습만 보고 이 아이가 이렇다 생각한적도 많았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을 핑계로 대며 그럭저럭 아이들을 만나며 살았다. 아이들 마음이 담긴 글은 보지 못했다.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어릴 때부터 자연 속에서 즐겁게 뛰어놀도록 해야 한다. 산과 들에서, 논밭에서, 온갖 풀과 나무와 짐승들과 함께 어울려 노래하면서 살아 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그 땅과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203쪽)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대한민국이라는 글자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태극을 그려 놓은 네모난 천에 나라가 잇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바로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이다. 이 강산이다. 이 강산에서 자라나는 풀과 나무, 그리고 그 풀과 나무와 함께 살고 있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마을과 고향산천을 사랑하는 것이 나라 사랑이요 겨레 사랑이다. 이것이 나라 사랑, 겨레 사랑의 뿌리다. 이 뿌리가 없이는 어떤 나라 사랑도 겨레 사랑도 다 헛것이고 빈말이고 속임수다." (275쪽)

 

 그동안 했던 나라사랑교육이 떠오른다. 태극기를 그리고, 애국가를 외워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을까? 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내가 태어나서 자란 마을과 고향산천을 사랑하는 일, 어릴 때부터 자연 속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것이 나라 사랑이요 겨레 사랑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그리고, 왜 우리는 못하고 있을까?

 

 "그것은 다만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숨 막히는 교실에서 배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갇혀 있던 교실에서 풀려났기 때문이다. 억눌린 자리에서 풀려나 비로소 자유롭게 자기표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힘, 사람의 힘은 이렇게 해서 비로소 제대로 나타날 수 있다. 참되고 아름다운 것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재능도, 온갖 어려운 일을 이겨 내는 힘도 죄다 스스로 즐겨 하는 데서 생겨날 수 있다는 이 사실, 이 진리를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한테서 배워야 한다." (369쪽)

 

 아이들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마지막 두 꼭지글은 새겨두며 늘 봐야겠다. 함께 공부하는 모임에서 두 꼭지글을 읽기로 했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다. 다음 모임이 기다려진다.

 

(2015.04.14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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