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수들과 밥 먹는 자리가 있었지요. 많은 반찬이 나오는 밥집이었어요. 반찬이 고루 나오다 맛있게 보이는 ‘물고기’가 나와서 제가 말했지요.
“물고기 반찬도 나오네.”
그런데 대학원 동기들은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거예요.
“물고기가 뭐야, 생선(生鮮)이지. 물고기는 민물에 사는 고기도 있잖아.”
아마 바다에 사는 물고기를 생선(生鮮)이라고 생각하나봐요. 하긴 나도 조금 어색했지요. 아직 물고기보다 생선이 더 바른말 같이 느껴지니까요. 국어사전에서 ‘생선(生鮮)’은 ‘먹기 위해 잡은 신선한 물고기’라고 나와요. 그 반찬이 ‘간자미찜’이었으니 바르게 말하려면 ‘바닷물고기’ 또는 ‘바닷고기’라고 해야겠지요. ‘붕어찜’이었다면 ‘민물고기’라고 말하면 되겠죠.
요즘은 ‘오뎅’을 ‘어(魚)묵’이라고 많이 써요. 바로 쓰려면 ‘물고기묵’이 맞겠지요. 도토리로 갈아만든 묵을 ‘도토리묵’이라고 하듯이 말이죠. ‘어류학자’는 ‘물고기학자’, ‘생선장수’는 ‘물고기장수’, ‘어류사전’은 ‘물고기사전’, 이렇게 말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우리 머릿속에 ‘물고기’라는 우리말보다 ‘생선(生鮮)’이 더 자리잡혀있는 모습이 씁쓸했어요. 네 살된 우리 딸은 ‘물고기’라고 하는데 말이죠. < 최종규 누리사랑방 참고-http://blog.aladin.co.kr/hbooks/5975414 >
자주 쓰는 잘못된 말버릇 으뜸을 꼽는다면 ‘의’가 아닐까 싶어요. ‘의’는 ‘토(토시)’란 품사예요. 우리가 아는 ‘조사(助詞)’라고 하지요. ‘토’를 “한문을 읽을 적에 그 뜻을 깨닫기 쉽게 하려고 구절 끝에 붙이는 우리 말 부분”이라고 『우리말 큰사전』(한글학회)에서는 풀이해놓았지요. 이오덕 선생님은 남의 나라 글 사이에 우리 말 질서를 바로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해요. 그런데 일본말의 ‘조사’를 우리 말에서 그대로 직역해서 쓰고 있답니다. 바로 ‘の’를 ‘의’로 쓰는 거예요. 일본말에서는 ‘私の家’, 직역하면 ‘우리의 집’이 되죠. 하지만, 우리 말에서는 ‘우리 집’이라고 해요. 움직씨(동사)를 일부러 이름꼴(명사형)로 만들고는 거기에 ‘의’를 붙여서 잘못 쓰기도 하죠.
*만남의 광장 → 만나는 마당
*삶의 이야기 → 사는 이야기
우리가 잘 아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도 이원수 선생님이 잘못된 말이라고 아셨지만 사람들에게 너무 알려져 어쩔 수 없었다고 해요. 바로 고치면 ‘내가 살던 고향은~’이 되겠죠. 이 가사가 잘못된 건지는 정말 몰랐어요. 모르고 참 많이 썼지요. 최종규님은 무려 천 쪽이 넘는 ‘토씨 –의 바로쓰기 사전’을 만드셨더라구요. 우리가 얼마나 잘못 쓰고 있는지 확 와 닿았어요. 책꽂이에 있는 책들만 봐도 ‘의’가 쉽게 눈에 띄어요. 이 제목들이 맞는지는 더 살펴봐야겠어요.
*김용택의 교단일기, 청춘의 독서, 1그램의 용기, 나의 수업개선정복기, 강신주의 감정수업,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우선 책에 있는 내용과 내가 잘못 쓰는 말버릇을 살펴보고 살면서 보이는 것들 하나씩 갈무리 해보려구요. 『우리글 바로쓰기』에 나오는 내용을 간추려보았어요. 잘 모르겠다 싶으면 그냥 ‘의’를 빼면 되겠다 싶어요. 언제 정확히 써야 하는지는 더 많이 공부하고 살피며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난 후 → 서로 안부를 묻고 난 후
*서로의 의견이 달라 → 서로 의견이 달라
*나의 첫 번째 존경하는 분 → 내가 첫 번째 존경하는 분
*그의 글의 최대의 장점은 → 그의 글의 최대 장점은
*집에서부터 학교까지의 거리를 걸어다닌다. →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다닌다.
*국민 모두의 승리 → 국민 모두 승리
*스스로의 선택 → 스스로 선택
*농민문화의 뿌리내림을 위하여 → 농민문화가 뿌리내리기 위하여
*한 방울의 물에도 우리의 노력이 담겨져 있습니다. → 물 한 방울에도 우리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밝혔다. → 앞으로 활동할 계획을 밝혔다.
*범죄와의 전쟁 → 범죄와 전쟁하기, 범죄와 싸우기
*일본과의 전쟁, 쓰레기와의 전쟁 → 일본과 싸우기, 쓰레기와 싸우기
*어린이에게서의 자신감은 매우 소중한 재산입니다. → 어린이에게 자신감은 매우 소중한 재산입니다.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 이러한 문제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민들레처럼. 2015.3.15>